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30화 (30/54)

19 EP.36 제 이름은 류, 탐정이죠(5)

#035화. 제 이름은 류, 탐정이죠(5).

벽에 엉덩이가 끼여 제 궁둥이를 다 들어내고 있지만, 수치심 한 점 없는 고조 없이 편안하기만 한 목소리.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그리고, 술에 취해 살짝 이성을 끈을 놓아버린 부장이 술김에 콧김을 터트렸다.

“허? 이거 완전 변태 년이잖아. 효고 그치? 이거 따먹어 달라고 엉덩이 내밀어대는 거잖아?”

“단지 조사 중, 신기한 게 보여 골목에 들어간 거일 뿐입니다-.”

대체 왜 말을 하면서, 음절 한마디, 한마디마다 엉덩이를 움직여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은 그저 끼인 사람이 아닌, 그저 엉덩이로 보이게 하는 착각을 줄 법했다.

“그래, 나는 네년 엉덩이를 조사할 테니까.”

집 현관에 앉아있을 마누라를 떠올린 과장은 그나마 남은 이성을 붙잡으며, 벽에 끼어있는 엉덩이에 다가가려는 부장을 말렸다.

“저, 부장님. 이러다가, 정말 큰 일 나는 겁니다.”

“효고 과장! 너가 그래서 안 돼! 그러니까, 집에서 마누라한테 잡혀 살고 그러는 거야!”

지이익-

어느 골목에서 술 취한 남자들이 노상 방뇨를 하려 준비를 하는 모습과 같이 천천히 지퍼를 내리는 부장.

싸 내려는 게, 아까 전 잔뜩 마신 맥주가 아닌, 잘 마시지도 않는 밀크라는 게 문제였다.

“휴고, 너도 너무 아내한테만 잡혀 살지 말고, 한 번씩은 바람을 좀 새야, 어? 숨통도 트이고? 으잉?”

그러면서 대답이 없는 휴고에게 설교를 하려던 부장은 자신의 바로 어깨너머에 있는 얼굴과 마주했다.

“흐익! 누구, 누구요!”

“한심한 어른 주제, 훌륭히 순애를 지키고 있는 남자에게 훈수라니.”

부장은 무표정한 얼굴에, 쓰여있는 안경 속의 눈을 보려 했지만, 안경에 비치는 네온사인 빛 탓에 무슨 눈빛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방금 노상 방뇨를 한 것처럼, 부장의 등골은 시린지 벌벌 떨어댔다.

고작 안경을 고쳐매는 것치고 너무나도 크고 격식 있는 소리.

“지퍼 올리고 이만 가시면 됩니다.”

“그, 그러겠소.”

지퍼가 열린 탓인지 아랫도리가 서늘하던 부장은 빠르게, 지퍼를 올리고 자리를 뜨려 했다.

“아랫도리는 아내분에게만 쓰시죠. 자칫했으면 방금 영영 사라질 뻔했으니….”

“알겠다오.”

“아, 그리고. 거기 휴고분?”

“네엡-!”

“좋은 순애 하시길 바랍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휴고는 부장의 손길에 이끌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하.....”

나는 그새를 못 참고 어딘가에 또 끼어 있는 시라베 선배를 바라봤다.

“이 목소리는- 류인가?”

‘엉덩이로 말하는 것처럼 꿈틀대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선배에게 언성을 높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널찍한 골반을 붙잡은 뒤, 다리를 벽에 올려 천천히 시라베 선배를 빼내기 위해 당겼다.

혹시나 피부가 벽에 긁혀 다칠 수 있으니 살살.

“선배, 제가 선배는 몸이 나올 땐 너무 확실하게 나와 있어서, 이렇게 좁은 공간에 들어가면 못 빠져나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시라베 선배의 골반을 잡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말했다. 이렇게 해야 최대한 그녀가 다치지 않고 엉덩이를 뺄 수 있을 터.

건물이라 함부로 가방에서 오함마를 꺼내 부수기는 그랬다.

“내가 자주 보던 조사반장에서는 이런 골목에서 어둠의 거래가 이뤄지더라고-.”

“네, 네. 그것보다. 저기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한테, 수소문해보니까. 그런 약 같은 게 있다는 소문이 확실히 돌더군요.”

“정말-!?”

엉덩이로 기쁨을 표현하듯이, 물결을 그리는 엉덩이에 경망스럽다고 한 대 찰싹-때려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성추행이니 애써 참아본다.

“네, 요즘 아저씨들이랑 데이트하는 몇 명 애들이 상태가 이상하다고. 사람이 완전히 변한게 꼭 약을 한 것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조사목록에 적혀있던 의뢰가 확신으로 돌아섰다. 확실히 이 읍토미 세상, 미약 하나 없다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했다.

이 미약이라는 컨셉 자체가 오직 이 말도 안 되는 세상 속에 있는 것이다.

전생에서도 수많은 마약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미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었다.

클럽에서 유행한다던 약물들도, 그저 정신을 잃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 다였으니 말이다.

‘약을 가지고 있는 녀석부터, 고문....이아니라, 심문해서 차차 파고들어야겠군.’

“끄응-차!”

하도 빠지지 않는 엉덩이에, 만화적인 기합을 내주고 나서야, 나는 시라베의 엉덩이를 뺄 수 있었다.

뽕!

탄산음료의 뚜껑이라도 딴듯한 시원한 효과음.

짧은 다리 탓에, 관성에 뒤로 밀려온 그녀였지만 겨우 내 허벅지에 엉덩이가 닿을 뿐.

“고마워-. 그럼, 그 불법 약물의 거래장면은 어디서 잡을 생각이야?”

고맙다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맹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 그녀는 곧바로 조사에 나가고 싶어 근질근질한 듯싶었다.

“일단은 저기 벤치가 있는 곳에서 얘기하시죠?”

나는 뒤를 슬쩍 둘러보고 시라베에게 얘기했다.

뒤에서 나와 시라베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골목길에서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여자와 그 여자의 뒤에서 몸을 흔들어대는 남자.

‘누가 봐도 오해할 수 있는 장면이잖아.’

나는 도도도도-속 편히 뛰어가는 시라베 선배의 뒤를 따라갔다. 저런 걸 보면, 한 번씩 저렇게 맹하고 둔감한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벤치에 앉아, 화려하게 옷을 걸치거나, 교복을 튜닝을 해, 도저히 교복이라고 부를 수 없는 천 조각들을 걸친 여자들을 바라봤다.

머리 색은 대부분 금발이거나, 은발, 혹은 파스칼 색의 연한 금발등.

내가 지금 금, 은방에 왔는지 착각이 들 법한 생김새들.

“그럼, 이 앱을 통해서. 파파카츠를 예약할 수 있고, 우리는 그럼, 함정수사를 하는 건가-.”

평온한 어조와 다르게 잔뜩 상기된 볼로 보랏빛 눈을 빤짝거리는 시라베 선배에 나는 얕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오늘은 먼저 이 앱에 등록한 뒤, 방 안에 들어가 수상한 게 있지는 않은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나는 채팅앱으로 개발되어, 어느새 파파카츠를 찾는 구인 사이트가 되어버린 앱을 바라봤다.

수많은 갸루들의 프로필 사진들이 보였다.

『파파들~♥ 나, 오늘 외.로.워 >_』

『나 빠는 거 하나는 기각 막히게 잘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파파가 내 빨기에 3분은 버틸 수 있을까?wwwwww』

내공이 느껴지는 듯한 프로필 설명란과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들.

화장부터 시작해, 은근히 단추를 벌리고 있는 와이셔츠나, 엉덩이가 자신 있는 여자들은 엉덩이 주름을 훤히 보여주면서 티팬티만 입은 채 쪼그려 앉아 뒤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거, 경쟁이 이렇게 강할 줄은….’

대충 사진을 올린다고 해도, 오늘 지명이나 받을 수 있을까?

절로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선정적인 사진들이었다. 역시 읍토미 세계관, 이 파파카츠라는 풍속은 이미 레드오션인 듯했다.

“일단은 제가 가발을 쓴 뒤, 프로필을 올리는 거로….”

이런 앱에 함부로 시라베 선배의 얼굴을 찍어 올리기는 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학교의 친구들에게 시라베 선배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퍼질 수도 있고 평판이 떨어져 내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니-. 나도 찍어서 올릴 거야. 함정 조-사.....나도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이런 데 사진을 올렸다가, 유출이라도 되면, 시라베 선배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요?”

“괜찮아. 그런 것들 모두 다 조사의 일부분. 그리고 류가 여장한 사진을 보고는 아무도 연락 안 올 게 분명하니까.”

움찔-

도대체 저렇게 맹한 사람이 어떻게 아직도 조사하고 다니나 생각해왔는데, 팩트를 찌르는 날카로운 추리에 순간 당황했다.

‘그러면 어쩔 수가 없나.....’

시라베 선배는 조사를 위해서라면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니, 선배의 사진으로 프로필을 정해야 할 듯싶었다.

이 눈에 띄기 힘든 파파카츠 앱의 시뻘건 바닷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필요했다.

시라베 선배에게 가슴팍을 열어서 사진을 찍으라거나, 다시 엉덩이를 뒤집어 까 사진을 찍자 할 수 없으니 꽤 예쁜 선배의 얼굴로 승부를 봐야 했다.

“선배, 사진은 조금 야하게 찍어야 할 거 같은데 괜찮겠어요?”

“응, 조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나와 그녀는 눈을 마주치고 함께 굳건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휴대폰의 카메라 앱을 켜고 그녀의 앞에서 섰다.

전직 25년차 딸잡이로서 꼴리는 사진은 누구보다 잘 안다 자부할 수 있다.

‘얼굴로만 승부를 본다면, 이 수밖에 없어.’

“선배? 먼저 입을 벌리고 혀를 최대한 길게 내빼주시겠어요?”

“흐아아-, 이 릏그 하묜돼?”

나를 올려다보며 혀를 길게 내빼는 그녀, 작은 그녀의 키답지 않게 혀가 꽤 길었다. 혀끝이 턱밑까지 닿을 정도.

이 정도면 경쟁력이 있겠어.

“네, 잘하셨어요. 그리고 눈을 약에 취한 것처럼 게슴츠레 뜨고 모아주세요.”

휴대폰을 통해 보이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에 예쁜 얼굴만큼 꼴리게 생긴 얼굴이었다.

남자들도 앱을 내리다 ‘어? 이여자 괜찮은데?’하고 손가락질을 멈출 수밖에 없을 만큼.

거기에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가로등에 얼굴 위로 드리워진 휴대폰의 그림자는 그 그림자가 마치 자지인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했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아!’

“선배 양 볼 옆에 손을 붙이고 브이자 좀 해주시겠어요?”

“이르흐케?”

“네.”

찰칵-

카메라 셔터음과 함께, 그 완벽히 천박하면서 표정만으로 사람을 발기시키는 프로필 사진이 완성되었다.

“츄읍-, 이제 얼른 올려 봐.”

나는 시라베 선배의 옆에 앉아,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준 뒤, 프로필에 등록했다.

『약물 섹스 너무 조하아아아♡ p.s 특별행사 1+1 여자 한 명을 시키니 하나 더? 서두르지 않으면 매진 될지도?☆★』

확실히 약을 쓰는 놈을 잡기 위해 쓴 글.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홈쇼핑을 보던 내공이 어디 가지 않은 글귀,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고 벤치에 등을 기대었다.

“올렸어요. 이제는 한 번 기다려보죠.”

“응-.”

이 정도까지 했는데, 안 될 리가 없었다.

발을 통통 구르는 시라베 선배는, 남들이 보기에는 무표정한 게 지루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내 안경 너머의 선배는 지금 기대감으로 잔뜩 차 있었다.

“저도 무조건 따라 들어갈 테니까, 들어가서 남자를 제압하면 약을 찾는 건 선배가 해주세요.”

“조사-, 찾는 거에는 자신 있어.”

우리는 하루종일 휴대폰을 바라보며 지명을 기다리는 갸루들과 같이 벤치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주정뱅이들과 회식을 마치고 이제 집에 들어간다고 아내와 전화를 하는 회사원들.

얼핏 보면 평범한 세상과 같은 그 모습.

전생에서도 취업하고,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목표였던 내게는 기분 좋은 광경이었다.

이렇게 공원에 앉아있는 갸루들과 양아치들의 모습도 사실 전생과 별반 다른 바가 없었기에,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렇게 밤거리의 풍경을 지켜보는 내 눈에 화려한 조명과 등 사이로도 특출나게 화려해 보이는 여자가 지나갔다.

‘쟤는?’

배불뚝이 아저씨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 갸루. 금발 머리, 화려한 외모. 그리고 온몸을 장식하고 있는 액세서리와 바람만 불어도 팬티가 보일 듯한 스커트.

‘그 미카의 친구, 아스카였나?’

완벽한 갸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생김새에 당연히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 알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건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반장으로서 아무리 상종하고 싶지 않은 걸레 갸루라도, 저런 일을 하는 걸 두고 봐야 할까?

천천히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를 쫓으려던 나를, 시라베 선배의 목소리가 잡아 세웠다.

“어-, 왔다.”

“아, 왔군요. 일단 저기 우리 반 학생이 있는데, 설교를….”

다시 그녀가 있던 곳을 돌아보니, 이미 아스카는 자리를 뜬 뒤였다.

나는 꼰대력이 가득 담긴 안경을 고쳐 쓰며, 입맛을 다셨다.

“일단, 움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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