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26화 (26/54)

19 EP.32 제 이름은 류, 탐정이죠.

#031화. 제 이름은 류, 탐정이죠.

“대체 뭐에 맞은 거야? 턱에 금이 가버렸네?”

양호 복을 입은 리카가 삼단봉을 꺼내 들어, 사람의 두개골이 찍혀있는 엑스레이 사진을 막대로 가리켰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타케시.

대단한 녀석이다.

내가 가르쳐 준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결국 이 읍토미 세상에서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 중에 강한 것일 뿐.

읍토미 세계관 최강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금태양에게 덤빈 것 치고는,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 안경 완벽 컨셉남도, 기본적으로 가지는 양아치와의 상성 관계와 이 안경남 컨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 최강 금태양이었던 약력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아니었다면 누가와도 이기기 힘든 일이었다.

“근데, 류는 괜찮은 거야? 안색이 좋지 않은데. 약이라도 조금 줄까?”

천천히 다리를 꼬며, 화려한 가터벨트를 보여주는 리카가 매혹적인 자세로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우리, 류라면 선생님이 안 아프게 주사 놔줄 수 있는데, 그거 알아 류?”

내게 다가와 내 가슴에 턱을 기댄, 리카가 나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어왔다.

“남자는 여자 가슴을 만지면 도파민이 나와, 그러면 주사 맞아도 안 아플지도?”

호피 무늬의 란제리를 내려 슬쩍 유륜을 보여주는 리카의 모습을 무시하고, 나는 타케시에게 걸어갔다.

“뭐가 들어있을지 알고, 선생님이 주는 주사를 맞습니까?”

“에에-, 류, 날 그렇게 못 믿어? 정상적인 회복 약이 들어있다고…, 그, 그저 너무 회복력이 좋아져서 발정이 날 뿐이랄까! 정력에 좋아!”

잠깐이나마, 멀쩡해 보이는 약의 색깔에 한 번 맞아볼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그녀의 말이었다.

리카에게 주사를 맞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내 몸 상태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는 거지.’

확실히 금태양이었던 시절에 부상을 입었던 것보다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때는 이 정도의 부상쯤은 그저 먼지 털 듯이 넘길 수 있었다.

이런 몸 상태에서 다시 그 긴타요 같은 녀석이 또 온다면....

‘좋지 않아.’

아직 까지는 금태양하나 정도는 더 나와도 처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 상태까지 가면, 어쩔 수 없이 리카의 약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

죽어도 리카에게 치료를 받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나를 노리는 그 집단이나 조직이라는 것들이 아직 내가 죽지 않았다는 모습에 겁을 먹고 들어오지를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날 노리는 녀석 중에 긴타요 같은 녀석들이 널리고 널렸다라….’

걱정은 되지만, 아직 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겨우 이 안경남 컨셉이 제대로 자리 잡았는데, 다시 금발 양아치로 돌아갈 수는 없다.

“류....?”

눈을 움찔거리던, 타케시가 드디어 일어났다.

“미, 미카는?”

나는 말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타케시에게 안심하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안전해, 그 녀석도 일단은 내가 처리했고.”

“그런가.....크흡-!”

안도한 탓인지, 아니면 주먹 두 방에 나가떨어졌다는 것 때문에 타케시는 곧바로 소매로 눈을 가리고 울먹거렸다.

매일 ‘남자는!’을 입에 달고 다니는 타케시의 성격상.

내가 여기서 어설프게 위로해주는 것이 오히려 녀석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품에서 손수건만을 꺼내 침대 옆에 올려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호실을 나가기 위해, 문을 잡으니.

“미...미안해, 류.”

뒤에서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네가 가르쳐준 훈련법! 많이 노력했는데, 내가 남자답지 못하게 너무 연약해서! 크흐윽!”

“뭔 소리야? 타케시. 그런 녀석한테 두 번이나 달려들다니. 남자 중의 남자였다고.”

단지 타케시는 이 읍토미 세계관에서 항상 당하는 위치에 있는 열혈남 캐릭터였던 것일 뿐이었다.

나는 끅끅거리며 울먹이는 소리를 뒤로하고 문손잡이를 잡아….

‘또 뼈가 흐물거리게 되어버렸나.’

손을 털어 뼈를 단단하게 만든 뒤, 양호실을 나갔다.

덜컥-

‘여기 있었나.’

미카가 양호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문 옆의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의 성격답게 교복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 미카는 날 보고는 어물쩍거리다, 천천히 내게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도와줘서. 고마워.”

“뭘요. 제 친구의 일인데, 제 일처럼 나셔야죠.”

나도 마저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겨 그녀를 지나치려 하니, 내 팔목을 잡아끄는 미카의 손길이 느껴졌다.

혹시, 구해준 남자에게 반한다는 그런 클리세인가 싶어, 걱정스레 그녀를 바라봤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미카는 뭔가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처럼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양호실 문밖으로 타케시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때마다, 미카의 눈이 더더욱 선명해져 갔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미카.

“부탁할게!”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했는데, 미안하지만….’

여자가 이세계에서 남자를 이기는 방법은 오직 쇼타나 M성향의 남성을 눕혀, 아마조네스 체위로 남자의 발목을 잡고 보지로 꾹꾹 눌러대며 이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남자를 눕혀 제압하는 방법이 남자 위에 올라타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방법밖에 없다니.

정말, 악독한 세상이었다.

“그때도 말했지만, 여자는….”

“알아, 나도. 이번에 느꼈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걸. 하지만, 단지 내 몸을 스스로 지키는, 그 정도면 되니까.”

나는 이제는 숫제 무릎을 꿇으려는 미카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그 긴타요가 바로 내게 접근을 하지 않고, 미카와 타케시에게 다가갔다. 놈이 정확히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타케시와 친구 관계라는 것을 알고 한 행동일 수 있었다.

‘내 주변인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겠지.’

나는 미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아직도 들려오는 타케시의 끅끅거리는 소리. 그 소리를 듣다 보니 나도 사실 마음이 아파 왔다.

그저 평범한 친구 생활에 행복하다 여겼던 나였는데, 어느새 나도 타케시에게 정이 많이 붙은 듯했다.

녀석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긴 다라.

그런 일은 막아야 하긴 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방법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어요.”

이미 미카는 상당한 수준의 무도가, 웬만한 잡범들은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여기서 약점만 조금 더 보강하고.’

상대를 알아보고 물러나,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나는 검지를 피고 그대로 미카의 배를 꾸욱 하고 찔러 넣었다.

“흐으읍! 크읏!”

탄탄한 그녀의 몸과 다르게, 말랑말랑한 아랫배.

아까 당했던 주먹질 탓인지, 미카는 눈 밑에 깔린 애교살이 벌벌 떨려대며 고통스러워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녀가 무릎을 꿇기 전.

나는 아랫배에 손을 떼고 미카에게 물었다.

“앞으로 많이 고통스러울 겁니다.”

안경을 고쳐 쓰고,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니. 미카의 목울대가 넘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긴장은 했지만, 눈에는 결의가 서 있었다.

“어떤 훈련이든, 군말 없이 모두 따를 테니까.”

“네, 그럼. 먼저 회복부터 하시고, 그 뒤에 뵙겠습니다.”

“응....”

“타케시한테는 자기만의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이네요.”

“나도 알아, 타케시와 가장 오래 있었던 건 나니까.”

다시 양호실문 옆의 벽에 기대어 괜찮아질 타케시를 기다리는 미카를 확인하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긴타요.

그리고 긴타요가 했던 말들과 우연일 수도 있으나, 정확히 내 친구라 할 수 있는 타케시가 있는 부실에 들어갔다.

-금태양이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 금태양의 머리로는 절대로 이 학교에 성적으로 들어올 수 없다.

빈 계단에 울려 퍼지는 중후한 목소리.

그렇다고 운동부라고 하기에는 양아치는 운동부에서 여자를 조교하다 걸려 퇴학당하거나, 임신한 여자에 곧바러 학업을 포기하고 노가다를 뛰로 가는 게 이 세상의 상식.

-그 놈 같은 녀석이 많다라.

누가 봐도, 이 학교에 들어올 수 없는 녀석이 들어왔고, 그리고 내게 친절히 나를 노리고 있는 녀석들이 많다고 경고했다.

-나를 노리는 조직 혹은 최소 집단이 있다는 것.

금태양이었던 시절, 이 도시 안의 조직이라는 조직은 모조리 다 박살을 냈었던 나였었다.

‘바퀴벌레는 죽여도 어디서 흘러나온다는 건가.’

-이번 조직은 내게 원한이 있는 녀석들로 결성되어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리카의 누드 사진이 박혀있는 앱을 실행시켰다. 미도리는 지금도 평온히 캐셔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지역에 가 있는 내 친누나 또한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하는 중.

그 정체 모를 조직이 아직 내 가족에게는 검은 마수를 던지지는 않은 듯했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누군지도 모른다고 한들. 가만히 앉아 수세적인 자세만 취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예전에 하던 양아치 사냥을 다시 시작할 때였다.

내가 여태껏 불알을 깨부쉈던 놈들은 모두 이 읍토미 세계의 악당들. 불알이 쪼개졌다고 해도 그놈들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죄를 참회하고 정말로 갱생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못 된 일들을 저지르고 다닐 게 분명했다.

나는 들고 있던 넥타이를 다시 내린 뒤, 문에 노크했다.

똑똑-

나는 문을 두드리고, 문 앞에서 기다리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집에서 기다릴 미도리에게 늦게 집에 가는 적당한 명분을 주면서, 학교의 교칙에서도 벗어나지 않고도 수사를 할 수 있는, 그리고 학생들의 제보와 갖가지의 사소한 정보들까지 모이는 곳은 바로 이곳.

「탐정부」

이곳밖에 없었다.

“어머니, 저 오늘 늦을 거 같아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도리의 한숨 소리.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 가정과 친구, 학교 그리고 평온한 내 인생을 지키기 위해서.

“이번에 부에 가입할 거라, 이제 자주 늦을 거 같으니. 먼저 밥 드세요.”

전화를 끊은 나는 다시 노크해댔다.

‘분명히 안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들어가겠습니다.”

말을 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

침묵뿐이었다.

세 번까지 물어봤으니, 예의를 어기는 것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나는 탐정부라 적혀있는 문을 천천히 열었다.

드르륵-

열리는 문 사이로 들어오는 풍경. 괜히 이름이 탐정부가 아닌지 꽤 느낌이 있는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 쌓여 올려진 서류들이라든지, 벽에 압정으로 고정되어있는 이 도시의 지도와 칠판에 빼곡하게 적혀있는 조사 의뢰들.

‘학교 담장에 개구멍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한 번씩 공원에서 입에 공 같은 걸 묶고 가죽끈에 묶인 채, 개로 분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개처럼 묶여서 돌아다닌 다라.....

무슨 예전에 보았던 누구누구짱 조교일기처럼, 강제로 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커플의 취향이 그러해 돌아다니는 것일 수 있기에 어려운 조사중의 하나일 듯했다.

그리고 수많은 조사목록 중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요즘, 파파카츠를 하는 학생들 사이로, 먹으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지는 약이 유통된다는 소문이 돈다?”

미약.

흥미를 끄는 조사목록이었다.

‘먼저 저것부터 조사해야겠군.’

나는 창을 향해 돌아가 있는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

검은색의 가죽 의자 위에 살짝 보이는 보라색의 머리.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내게 자신의 부에 들어와라, 팜플렛을 내밀었던 선배를 떠오르게 했다.

움찔움찔 떨려대는 삐져나온 보라색 머리카락 몇 가닥에 의자가 나를 보도록 돌리기 위해 손을 뻗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는 이번에 새로 입학한 류라고 합니다. 이번에 이 탐정부에 가입을….”

천천히 돌아가는 의자.

그리고 보이는 창백할 정도의 하얀 피부는 푸른색의 모세혈관이 그대로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했다.

역시나 읍토미 세상답게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특색이라면 내 허리춤에 겨우 닿을 듯한 작은 키.

근데 왜.

‘가죽끈만 입고 있는 거지?’

유두도 가리지 않고 가슴에 그저 붙어있기만 한 가죽끈들, 책상이 완전히 돌아가고 보라색의 눈동자와 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러니까 왜.

‘볼 개그를 물고, 개 모양 헤어밴드를 차고 있는 거냐고.’

코로 올라오는 달짝지근한 애액 냄새.

슬쩍 밑을 내려다보니.

‘가관이군.’

엉덩이로 꼽혀있는 개꼬리 에널 플러그.

지끈-

긴타요와 싸우다 맞은 뒤통수가 아려온다.

나는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열쇠를 들고 물고 있는 볼개그를 풀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왕!”

세상에-

내 감정을 대변하듯 안경이 매끄러운 내 콧등을 타고 내려온다.

“조사를 위해서라면, 먼저 조사대상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도 조사방법 중의 하나. 왕!”

자연스레 내 손 위에 올려지는 개목줄.

천천히 땅바닥에 엎드린 그녀가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입부해줘서, 고마워. 함께…. 조사하자. 왕-!”

나는 그 모습에 그저 얼굴을 손으로 덮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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