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24화 (24/54)

19 EP.30 각자의 목표(4)

#029화. 각자의 목표(4).

저 녀석 금태양력이 꽤 높군.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너무 찐하지도 않은 완벽한 황금색의 머리. 코와 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피어싱들.

‘눈썹에도 피어싱이 두 개나 박혀있군.’

「82」

「98」

「103」

내 안경이 녀석의 몸을 훑을 때마다, 안경에 설치되어있는 금태양력 테스트기가 빠르게 치솟아 올라갔다.

‘리카 선생님, 이런 쓸모없는 기능은 넣지 말라 했는데....’

나는 아직도 금태양의 발에 깔려있는 미카를 내려다봤다.

엉덩이 구멍이 잘 뻐끔거리는 걸 봐서, 뒷구멍은 아직 안 따였고.

아래 둔덕도 깔끔하고 멀쩡한 게 당하기 전이었던 것 같았다.

‘타케시에게는 다행인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카는 곧바로 눈을 내리깔고 도게자를 박은 자세라, 앞으로 나와 있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댔다.

옛날 기억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때도 손으로 얼굴만 가린 채, 틈으로 나를 힐끔힐끔 보기는 했었다.

나는 안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금태양을 바라봤다.

“여어, 오랜만이다. 류? 나 긴타요야.”

거들먹거리면서 미카의 등 뒤에 올라간 발을 치운, 금태양이 내게 다가왔다.

“긴타요? 하도 금태양을 많이 만나서 누군지 모르겠다만.”

풀려난 미카는 도게자를 풀고 앉아, 황급히 브라 모양대로 타 있는 가슴을 가려댔다.

아랫배에 선명히 보이는 주먹 자국.

쯧.

확실히 여자가 단련하기에는 힘든 부위였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여성의 소중한 곳을 때려댄다는 말인가.

읍토미에서 봤을 때는 꼴렸지만, 실제로 보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타케시 얼굴에 두 방.

그리고 타케시의 여자친구 예정인 미카에게도 폭력.

거기에 저런 금태양력을 갖기 위해, 지금껏 희생되어왔을 피해자들에 대한 죄값.

‘거세형으로 충분한 조건이다.’

나는 안경을 끌어 올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금태양을 바라봤다.

“이거, 이거 내 모습이 너무 변해서 못 알아보는가 보네. 나도 널 처음 봤을 때. 몰라볼 뻔했다고?”

금태양이 천천히 메고 있던 벨트를 풀고 도복을 벗어 던졌다.

척-

땅바닥에 떨어지는 도복과 함께, 녀석의 몸을 덮고 있는 수많은 문신들이 보였다.

“그 많던 근육은 어디 가고, 최강의 남자라 불렸던 네가 그렇게 볼품없어지다니.”

스테로이드를 치사량으로 맞은 것 같은 근육에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던 혈관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빠직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금태양의 근육의 위로 아지랑이들이 피어오른다

「153」

「164」

「230!」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는 금태양력.

놈의 금태양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왼쪽의 안경알이 과부하에 걸려 점점 더 뜨거워져 간다.

“낄낄낄, 정말 이날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류. 네가 우리 만지회를 깨부쉈을 때부터 네 놈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려왔다!”

“역시 날 노리고 왔던 건가.”

나를 보자마자, 아는 척을 하는 게 날 노리고 온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컨셉을 바꾼 뒤, 나를 알아볼 사람은 없다 생각하였다.

어떻게 알고 온 걸까.

“놈들은 죽이지 말고, 불알만 으깨 놓으라 했지만….”

역시, 나를 노리는 모임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하긴, 지금껏 내가 깨부쉈던 어둠의 조직들과 불알들을 생각해본다면, 내게 원한을 가지고 있을 놈들이 꽤 많았다.

문제는 원한을 가질 놈들이 너무 많아, 나를 노리는 게 대체 누군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것.

‘업보인가.’

“이거, 한 대 맞으면 죽을 것같이 생겼잖아!!”

쿵-

도장바닥이 깊게 파이는 순간, 사라진 금태양이 내 코앞에 나타났다.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놈의 큼지막한 주먹.

고개를 옆으로 틀어, 주먹을 피하니 과속을 하는 차가 공기와 마찰을 하는 소리가 내 고막을 뒤흔들었다.

펑-!

주먹에 밀려 일순간 한계까지 모여버렸던, 공기가 자연의 법칙에 맞게 분산하려 분자가 서로 밀어내며 터져버렸다.

녀석의 금태양력에 어울리는 풍압이었다.

절대로 흩날리는 일 없이 고정해 놓았던, 내 앞머리가 풍압에 흩날린다.

내 동공이 저절로 커진다.

완벽 안경남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흐트러진 머리.

‘내 컨셉을 뚫고 들어오는 풍압이라….’

제대로 컨셉에 빠져야겠군.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교복의 목 카라에 손을 뻗어 곧추세웠다.

각이 살이 있는 카라 깃.

나는 목을 덮은 카라 깃을 연결하기 위해, 핀셋을 꺼내 꼽았다.

중국풍이 물씬 나는 옷이 되어버린 내 와이셔츠.

몸에 힘을 풀고, 천천히 무게 중심의 흐름을 따라,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다리를 부드럽게 내디뎌, 놈의 옆의 시야각으로 빠져나온다.

느림 속의 빠름, 부드러움 속의 강함.

시간이 느려지며, 금태양 녀석이 천천히 손을 회수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멈춘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녀석의 눈만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놈의 갈빗대를 따라 손을 뻗었다. 기관총을 쏜 것처럼 나가는 나의 정권들이 광배를 두드려댄다.

턱턱턱턱-

순식간에 집어넣은 주먹에 녀석의 눈이 놀라 커져만 간다,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는 금태양.

“이거, 아직 덜 죽었다는 건가?”

‘이걸 반응한다?’

백스텝을 밟아 내게 멀어진 금태양이 자신의 갈빗대를 먼지 털 듯이 툭툭 쳐낸 녀석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였다.

“근데…, 주먹이 너무 가볍다고.”

확실히 아무리 내 금태양 시절의 근육을 압축했다고 하지만, 나도 인간인 이상 모든 근육을 좁은 장소에 눌러 담을 수는 없었다.

결국에는 근손실이 찾아올 수밖에 없었지.

확실히 몸이 예전만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컨셉이있었다.

나는 기마자세를 취한 자세로 한쪽 손을 내밀고 '까딱'거렸다.

그리고 금태양의 몸속에서 북을 치는 것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 둥-! 둥-!

“커헉…!”

입에서 피를 토하는 금태양. 몸 밖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방금 그 빠르지만 가벼운 주먹질은 평범한 정권들이 아니었다.

「발경」

이것이 내가 왜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여대며 원을 그리고 있는 이유였다.

“쿨럭…, 류. 역시 힘이 약해졌다고 해도, 그 경험은 남아있다는 건가....이거 진심으로 할 수밖에 없잖아.”

색이 검게 변한 피 섞인 침을 뱉어낸 금태양이 혀를 내밀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었다.

음적 금태양답게 요사스럽게 긴 혀였다.

혀가 마치 지렁이가 꿈틀거리듯이 움직여댄다.

그리고-.

그 혀의 끄트머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저건!”

양아치 중의 양아치만 한다는 혀를 반으로 가르는 스플릿 텅.

「433!」

「632!」

「965」

놈의 반으로 갈라진 혀가 촉수처럼 꿈틀거려댔다. 치솟아 오르는 녀석의 금태양력과 함께, 놈의 금발이 천천히 기(氣)압에 딸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때는 동경했었다고, 단신으로 조직을 부숴 버리다니. 그런 남자를 따르고 싶지 않은 남자는 없으니까. 나는 당연히 류, 네가 이제 우리를 이끌어주는 보스가 될 줄 알았지….”

빠지직-

더는 계산할 수 없는 놈의 금태양력 때문에, 안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창━!

산산조각이 나버린 안경알.

치켜 올라간 머리가 마치 에너지파를 쏠 것만 같이 생겼었다.

무슨 초금태양도 아니고.

“그런데 너는 우리가 남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불명예스럽게 고자로 만들었을 뿐.”

그 녀석이었던가.

폭주족 써클을 깨부술 때,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폭주족을 동경해, 갓 들어온 것으로 보이던 녀석.

어렸을 때 보던, 잘 나가는 애들 옆에서 어떻게든 끼고 싶어서 하던 그런 류의 찌질한 놈.

‘딱 봐도 죄를 저지를 수 있는 놈이 아니라, 풀어줬던 건데.’

“네 놈이 다시 그딴 연약함을 벗고, 금태양이 되었을 때, 보여주려고 했었는데 아쉽게 됐어.”

서서히 내게 돌진을 해올 준비를 하는 긴타요의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의 금태양력이라니, 나도 진심으로 상대를 할 수밖에.

나는 천천히 안경을 벗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내가 전생에서부터 좋아하는 대사가 하나 있었다. 위대한 복서가 한 말이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안타깝지만, 쿵푸에는 벌권이나 나비권이 없었다.

대신-

나는 천천히 기마자세를 풀고 일자로 서, 무릎을 천천히 올렸다. 한 발로 땅을 지탱하고, 양팔을 서서히 위로 올린다.

펄럭!

【학권(鶴拳)】

금발 머리를 멋있게 공중으로 흩날리는 녀석과 비교해봤을 때, 형편없이 민망한 자세였지만.

어쩔 수 없다.

저 정도의 금태양력이라면, 나도 진심을 다 할 수밖에.

‘온다.’

신형이 사라지며, 놈이 서 있던 자리에서 나무 파편이 흩날린다.

“죽어도 책임 못 진다고! 류!”

나는 나를 향해 쇄도해오는 녀석을 바라보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다리를 굽혔다 피며 녀석을 향해 뛰었다.

펄럭펄럭-

부드럽게 날개짓을 하는 내 손, 내 무릎은 정확히 녀석의 인중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금태양의 주먹이 내 무릎을 향해 뻗어진다.

콰아아아아앙━!

나의 무릎과 녀석의 주먹이 담는 순간, 한 점에 집중되는 너무나도 큰 에너지에 빛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씨익

날 바라보며 사나운 웃음을 짓는 금태양.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

“꺄아아아악!”

도장 정중앙에서 류와 긴타요가 부딪힌 뒤, 태풍과도 같은 돌풍이 도장 내를 덮쳤다.

바람에 밀려, 날아가려는 자신의 도복을 잡으며 데굴데굴 밀려 나간 미카가 거센 바람에 따가운 눈을 비벼대다, 눈을 떠 믿기지 않는 광경을 바라봤다.

‘두 사람, 손이 움직이는 것조차 안 보여!’

도저히 범인의 눈으로 따라갈 수조차 없는 속도.

미카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아직도 쓰린 자궁과 깜박거려대는 눈에도 여전히 보이는 인간 외의 싸움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평생을 노력해 왔던, 그리고 무도를 배워오며 쌓아 올린 관념이 모조리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저딴 이상한 자세를 취하는데, 저렇게 강하다고?’

미카의 눈에는 아직도 팔을 양옆으로 뻗어 펄럭거리는 류의 모습과 마구잡이로 주먹을 던져대는 금태양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저딴 식으로 싸우는 데, 어떻게!”

그냥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이렇게 난다고? 남자는 사람 같지 않게 강해질 수 있고 여자는?

평범한 학생이 들었다면, 그저 ‘저것들이 인간 같지 않은 거라고!’라고 소리를 지를 법한 말을 속으로 한 미카의 눈에 다시 한번 그들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도장 한복 판에 그어지는 황금색과 은색의 빛의 선이 지그재그로 이어져갔다.

쾅-!

“꺄악! 이, 이러다. 도장이 무너지겠어!”

폭음이 일어난 소리를 향해 눈을 돌리니, 류가 놈의 가슴에 세워 놓았던 무릎을 박아 넣는 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사라진, 그 둘의 모습.

쾅-!

다시 강렬한 폭음 소리가 들리고, 류가 놈의 주먹을 막았지만, 힘에서 밀려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버렸다.

지지직

류가 부딪힌 벽이, 운석을 맞은 것처럼 깊게 파이더니, 금이 거미줄처럼 치워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일어나 다시 긴타요에게 펄럭거리며 날아가는 류.

그 모습은 미카에게 한 사자성어를 떠오르게 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일, 일단 도, 도망쳐야.”

미카는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먼지와 돌가루에 본능적으로 벽에 붙어 기어가기 시작했다.

탄탄한 엉덩이를 흔들며 기어가던 미카.

콰강쾅쾅!

뒤에서 폭음이 들려올 때마다, 어깨가 움찔 떨리고 탄탄한 엉덩이가 바들바들 떨려댔다.

인외괴물들의 싸움, 자연재해에 눈물이 새어 나오려 할 때.

문밖으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살려주세요!”

*

“이, 이게 무슨! 무슨 일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

훅-

눈앞을 가득 채운 갈색의 주먹.

“쳇, 끝장낼 수 있었는데.”

무슨 그런 아쉬운 소릴, 나는 놈의 가랑이 사이에 놓여있는 내 무릎으로 녀석의 허벅지를 툭하고 쳤다.

“글쎄.”

“거기 학생들 빨리 나오세요! 그러다 건물 무너질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지진도 안 났는데.”

큰 소란에 사람들이 몰려 온 듯 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리 둘은 천천히 주먹과 무릎을 내렸다.

녀석이 내 어깨를 툭하고 치며 지나간다.

“다음 기회에는 옛날의 네 모습으로 싸우자고.”

나는 품속에서 이곳저곳 일그러진 안경을 꺼내쓴 뒤 말했다.

“딱히, 이 상태가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날 보고도 그런 여유라니. 기억해, 류. 널 노리는 녀석 중에 나 같은 놈은 널리고 널렸다는 걸. 다음에 볼 때까지, 다른 녀석한테 당하지 마라.”

뒤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귀에서 살아지고 나서야, 나는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쿨럭!”

항상 각혈은 당황했을 때만 해 봤는데…….

이런 식의 각혈은 처음이었다.

“거기, 학생 지금 당장 나가야 해! 세상에!”

내 어깨를 잡아끄는 선생의 손에도 나는 미동도 없이, 제자리에 박혀 서 있을 뿐이었다.

“자네, 지금 피를, 피를…, 얼른 양호실로…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중지로 안경을 고쳐맸다.

완벽 안경 컨셉을 가진 이상 약한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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