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29 각자의 목표(3)
#028화. 각자의 목표(3).
“정말로, 부장을 이기면,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겁니다?”
음탕하게 제 몸을 위아래를 훑어보는 긴타요를 보며 미카는 인상을 찌푸리고, 도복 벨트를 단단히 맸다.
블랙 벨트 대 화이트 벨트의 스파링.
아무리 그녀가 여자고, 저 앞의 긴타요가 근육이 득실거리는 남자라고 해도.
이 주짓수의 특성상, 아무리 힘이 강해도 기술에 걸리는 순간,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여기서 지면 더는 이 부실에 얼씬도 할 생각하지도 마.”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대결이 불공평하다는 걸, 하지만 저런 양아치 쓰레기에게는 공정은 사치였다. 미카는 천천히 도장 중앙으로 걸어가, 긴타요 앞에 섰다.
‘더는 타케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 내버려 둘 수 없으니까.’
머리 두 개는 차이가 나는 덩치.
하지만 그녀의 올곧은 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한심한 남자에게 지기에는 지금껏 쌓아온 노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그럼, 룰은 대회 룰로 하고 시작하자고. 그리고 미련하게 참지 말고 기술 들어가면 바로 탭 해. 다치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예이, 예이. 근데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에요? 부장? 여자가 남자한테 어떻게 이겨요. 그렇게 뻣뻣하게 계속 굴면?”
툭툭 자신의 아랫도리를 친 긴타요가 말했다.
“팡팡 때려줘서, 조신하게 남자를 받는 법을 가르쳐야겠네요.”
“역시....쓰레기는 쓰레기인가, 한동안 밥 먹는 손이 불편 할 테니 그렇게 알도록.”
“예이~예이.”
미카는 먼저, 자세를 낮추고 팔을 앞으로 뻗어 자세를 내밀었다. 그런 미카의 모습을 보고 조롱이나 하듯, 뻣뻣하게 서 있는 긴타요.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는지 보자고.’
먼저 슬쩍 손을 뻗어 가슴팍의 도복의 단을 잡은 미카는 슬쩍 끌어 당겨보았다.
마치 벽을 잡아끈다면, 이런 느낌일까. 조금도 미동도 없는 긴타요였다.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어.’
그녀가 배운 주짓수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관절과 무게의 중심. 어느 곳으로 무게를 싣느냐에서 파생된 무술.
가슴팍 양옆의 도복 단을 붙잡은 미카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듯이 몸을 띄우고, 누워 버렸다.
그네를 타고 내려가듯이, 호를 그리며 내려간 미카의 등이 땅바닥에 닿았다.
“아니, 벌써부터 그렇게 다리를 벌리고 누우면, 지금 유혹하는 겁니까?”
자신이 지금껏 배어온 무도를 모욕하는 말에, 미카는 저절로 이가 바득 갈려왔다.
“헛소리하지 마.”
다른 무술과 다르게 주짓수는 누웠을 때, 진정으로 시작이 되는 무술이였다.
미카는 그대로 자신의 위로 올라간 긴타요의 허리 위로 다리를 두르고, 종아리 위에 발목을 걸어 자신의 몸에 더 단단히 붙였다.
만약에 도복이 없었다면, 정상위 자세에 안에 싸달라고 아양을 떠는 자세라 착각할 수도 있었지만, 이것은 무술, 그런 천박한 것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어야 하는데.
‘이 자식 지금 뭘 하는 거야?!’
두꺼운 도복 너머로도 묵직한 원통형 기둥이 그녀의 소중한 곳을 꾹꾹 눌러대는 게 느껴졌다.
천박하게 허리를 돌리면서 기술을 걸거나, 벗어나 점수를 딸 생각도 없어 보이는 긴타요의 모습.
그녀가 지금껏 배워왔던 무도에 대한 자부심을 밑도 끝도 없는 가벼운 자세로 조롱을 하는 긴타요에 미카는 자신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쓰레기일 셈이냐!’
오른팔을 뻗어 긴타요의 목 오른쪽의 깃에 손을 넣어 단단히 틀어쥔다. 그제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뒤로 빼는 긴타요. 하지만 늦었다.
미카는 곧바로 상체를 들며 긴타요를 따라가, 왼손을 뻗어 긴타요의 목 뒤의 깃을 잡았다.
엑스자로 엇갈린 그녀의 팔목이 칼처럼 그의 목을 억죄었다.
“끝이야.”
“키킥, 커헉…. 재밌네요. 이 무술.”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지.
그렇게 생각한 미카는 천천히 깃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 해도, 피가 뛰는 생물이라면 경동맥이 조이는 순간,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위대한 무도가중 한 명은 곰과 싸워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하지 않는가.
시뻘겋게 피가 몰리는 긴타요의 멍청한 얼굴을 보며, 미카는 방긋 웃었다.
“크흑...이거, 위험한데요. 이럴 때 어떻게 하라 했더라.”
놈은 손을 뻗어 먼저 억지로 미카의 손을 잡아 틈을 만든 뒤, 팔꿈치로 곡괭이로 만들어 허벅지의 근육 결 사이를 그대로 내리눌렸다.
“흐읍…!”
찢어질 거 같은 허벅지의 통증. 하지만 괜찮았다.
허벅지를 눌러 고통을 주는 저 기술은 기초 중의 기초. 수많은 대회들에 나가 그 정도의 고통에는 단련이 되어있는 미카였다.
‘그래도, 무슨 힘이....’
너무나도 강한 힘에 경련이 일어날 거 같은 허벅지, 미카는 빠르게 끝을 내야겠다 생각하고 허리를 아치로 만들며 뒤로 눕는 힘을 더해 녀석의 경동맥을 조였다.
“빈틈발견.”
‘빈틈?’
그녀는 의아했다. 이 자세에 따로 빈틈이라 할 것이 없는 것을 미카 스스로 잘 알았다.
초심자의 멍청한 소리라 생각한 미카는 더욱더 아랫배를 앞으로 밀어대며 힘을 실었다.
허벅지를 내리누르는 힘이 빠져간다.
이제 곧 기절하겠구나라 생각한 미카는 기절 직전의 한심한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한심한 남자들이 여자에게 진다는 걸 깨달을 때 짓는 표정.
그 표정은 미카가 해온 수련에 대한, 단 꿀 같은 보답이었다.
‘웃어?’
푹-
내 천자로 갈라진 복근에서, 자궁이 들어가 어쩔 수 없이. 말랑거리고 연약한 아랫배 위로 팔꿈치가 내려와 찍혔다.
“커허어억…!”
그런 곳, 단련한 적 한번 없는 연약한 곳을 그렇게 꾹 누르면-.
‘자궁 찌부러져.’
미카는 자궁이 내리눌려지며, 휘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고통에 숨이 턱하고 막히며, 입 사이로 침이 흘러나온다.
“어라? 이걸 버티네?”
머리가 멍해진 와중에도, 미카는 힘이 풀려, 경동맥을 죄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손을 놓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한 문장 많이 박혀있었다.
‘이런 양아치한테 두 번 다시 질 수 없어.’
대단한 집념.
“뭐, 그러면 이것도 버티는지 볼까?”
미카는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멍하니 풀린 눈이 그녀를 장난감을 험하게 다루는 개구쟁이의 눈과 직시했다.
잠깐, 무슨 짓을 하려고?
눈가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에 잘게 떨려 갔을 때, 그녀의 몸이 그대로 도장의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쿵━
“브....브갸악.....”
숨조차 쉴 수 없는 고통에, 언어로 볼 수 없는 그저 공기가 흉부에서 빠져나오는 소리를 낸 미카의 다리가 힘없이 벌려졌다.
개구리처럼 벌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대며, ‘프시시시식’하는 소리를 냈다.
“뭐야, 이 년 지렸잖아? 킥킥킥. 야, 오줌이나 지리는 좆밥년이 강한 척하는 거, 꼴사나워서 참느라 힘들었잖아.”
‘못, 못 움직이겠어.’
“그럼, 약속은 약속대로니까. 일단 먼저 지린 것부터 치워볼까. 냄새나잖아.”
싱긋.
눈웃음을 지은 긴타요가, 미카의 도복 바지를 끌어 내리려 했다.
‘그건 안...돼!’
스멀스멀 움직인 미카의 손이 굵은 팔목 위에 힘없이 겹쳐졌을 때, 긴타요의 입이 재밌다는 듯이 더욱 찢어져 갔다.
“좆밥년이 어디서 남자의 손을 막아!”
주먹을 높게 쳐올린 손이 다시 한번 아랫배로 내리 찍혔다.
퍼억━!
“브으윽!!”
“손”
팔목 위의 미카의 손이 오도 가도 못한 상태로 갈팡질팡했다. 다시 천천히 올라가는 긴타요의 주먹에 미카의 눈이 세차게 떨려댔다.
‘무, 무서워.’
“자, 잠....깐...”
퍼억-!
“부어오옥!”
그리고 또-다시, 들어 올려지는 긴타요의 큼지막한 손에, 미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 이러다. 나 죽어.’
“손, 손 치울 테니까…. 제발, 그만 둬....”
팔목 위에 올라가 있던 손이, 힘없이 도복을 흘러 타고 떨어져 내렸다.
“이 년, 지금 울어? 킥킥.”
다시 한번, 금발에 태닝을 한 양아치에 굴복당한 미카는, 어렸을 적 류에게 느꼈던 무력감에 고개를 옆으로 툭 하고 돌렸다.
미카의 두 눈이 멍하게 흐려졌다.
‘또, 져버렸어.’
그녀의 머릿속에 타케시를 지키기 위해 두 번 다시 지지 않겠다 적혀있던 굵은 결심이 허무하게 반으로 동강 나버렸다.
“이제야 좀, 여자 답네, 선머슴 같은 년은 질색이라 따먹기 싫었는데 말이야.”
스윽-
속옷이 올라가 전혀 타 있지 않은 새하얀 궁둥이를 들어냈다.
“이 년, 까매서 별로였는데 속은 하얗잖아? 호오- 유두 색은 딸기 크림색이네. 츄릅, 맛있어 보이게.”
“제, 발…. 졌으니까.....그만해....”
“내기는 내기인데. 크크큭. 뭐, 딱히 내 타입도 아니고, 대가리 박고 감히 남자에게 강한 척 나대서 죄송합니다라고 엎드려 빌면 봐줄 수도?”
미카의 두 눈이 질끔 감겨 버렸다.
‘처, 처음은 타케시에게 주기로 했으니까, 그곳만은 지켜야.....’
“어이, 진짜냐고? 하하하하.”
미카의 이마에, 차가운 도장바닥이 느껴졌다. 휑하니 드러난 엉덩이에 공손히 모은 두 손이 머리맡 위로 모였다.
척
머리에 올려진, 남자의 거대한 발은 뒤통수를 모조리 덮을 만큼 컸다.
‘이런 거 못 이기는 게 당연하니까.’
“저, 저 같은 좆.....좆밥년이….”
턱-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
“이게 뭐야......미카누나? 긴타요?”
벨트 위로 대충 손을 올린 긴타요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타케시를 바라봤다.
“여어, 왔어 타케시? 이것 좀 봐봐. 센 척하던 년이 어떤 꼬라지로 있는지 보라고, 완전 추하지 않아?”
미카의 뒤통수에서 발을 뗀 긴타요가, 등을 밟아 꾸욱 눌렸다.
“브익-”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수치심에 벌벌 엉덩이만 떨어대던 미카의 입에서 인간 이하의 것 같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긴타요오오오!”
가슴이 눌려대는 게 괴로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옆으로 눕혀야 했던 미카의 눈에 주먹을 쥐고 달려오는 타케시가 보였다.
"으아아아아━!"
긴타요 보다 머리하나 작은 키에, 덩치는 어린 애와 근육질로 덥힌 긴타요와 비교하니 마치 어른과 어린아이 같은 체격 차.
‘아, 안 돼. 오지 마! 타케시.’
*
“크으윽….”
츠우미는 넘어져도 절대로 다치지 않는 클리세가 있느니, 나는 잔디밭에 엎어져 있는 츠우미를 뒤로 하고 타케시에게 뛰어갔다.
부러져 있는 나무와 널려 있는 창호지.
“무슨 일이야? 타케시? 괜찮아?”
컨셉 때문에 표정은 평온했지만, 말이 빠르게 나온다는 게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보여줬다.
한 대 얻어맞았는지, 크게 부어버린 뺨.
타케시가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더니, 피 섞인 침을 땅바닥에 뱉어냈다.
“괜찮다고, 류!”
후들거리는 다리에, 무릎을 붙잡고 있는 타케시를 부축해주어 일으켜 세운 뒤, 이글거리는 타케시의 눈이 향하는 방향을 바라봤다.
금발에 태닝이 잔뜩 되어있어. 마치 흑인과도 같은 피부. 내가 금테 양이였던 시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체격이었다.
거기에 발밑에 깔려서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미카.
‘그래서 이세계에서는 여자가 강해 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 했던 건데.’
강한 여자는 더 강한 놈이 와서 짓밟아 따먹는다.
너무나도 흔한 클리세.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순식간에 파악이 되었다.
“타케시, 그 몸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쉬고 있어.”
척
어깨를 잡은 내 손을 타케시가 뿌리쳤다.
타케시의 온몸에서 뜨거운 불길이 이글이글 솟아올랐다.
“이건 내 일이야. 류가 말했잖아. 남자는 자신의 여자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녀석....
이렇게 어깨가 넓었었나?
“류가 가르쳐준 진짜 남자가 되는 법. 단 하루도 쉬지 않았어.”
확실히 이 정도의 불길을 몸에서 피어 올리는 열혈남이 자신의 여자를 위협했을 때, 각성해 악당을 물리치지 않던가.
“팔굽혀펴기 100개, 스쿼트 100개, 윗몸 일으키기 100개….”
터벅터벅 걸어가던 타케시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런닝 10km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훈련해왔어!”
잠깐, 타케시 저 녀석 저것들만 한 게 아니겠지?
“당장, 그 더러운 발! 미카 누나한테서 떼라고오오오오!”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간, 타케시가 더러운 금태양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키 차이 때문에, 공중을 날아, 온몸의 무게 중심을 실은 타케시.
‘동작이 너무 커.’
타케시는 정말로 내가 가르쳐준 훈련법밖에 하지 않은 듯했다.
그 훈련법으로 강해지려면, 하나의 선결되어야 하는 게 있었다.
나도 그 사실을 깨닫고, 하나, 둘씩 다른 운동법을 추가했었으니 말이다.
차마 할 수 없었던 그것......
「대머리」가 되어야 먼치킨이 될 수 있단 말이다. 타케시!
퍼어어억━!!!
나는 다시 한번 얻어맞아, 내 옆으로 날아가는 타케시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날아가며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분명히 류가 하라는 대로 하면, 최강의 남자가 될 수 있다 했는데. 왜?’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품에서 해먹을 꺼내, 타케시가 떨어질 나무로 던져 걸었다.
그대로 해먹에 걸려 기절해 버리는 타케시. 나는 분노로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고쳐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쉬고 있으라고, 타케시.’
이 앞은 내가 처리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