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21화 (21/54)

19 EP.28 각자의 목표(2)

#027화. 각자의 목표(2).

“야, 우리 반에 저렇게 예쁜 애가 있었어? 누구야?”

“저 가슴이랑, 엉덩이 보면 몰라? 츠우미잖아.”

“에에-! 저게 츠우미라고?”

‘예쁘기는 무슨.’

마오는 속으로 구시렁대며, 츠우미를 바라봤다. 원숭이 같은 남자들이 우러러보는 시선, 그녀에게 익숙한 눈길을 저 돼지년도 받고 있었다.

“미쳤다. 저 정도인 줄 알았으면, 미리 말 좀 걸어서 친해지는 거였는데.”

평범한 남자들이 무슨 말을 하던, 마오는 알고 있었다. 츠우미의 눈이 오직 류에게 향해 있음을.

“야, 쟤 움직인다.”

츠우미는 보는 사람이 애간장을 탈 만큼, 느린 걸음으로 류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점점 더 붉어지는 얼굴의 색.

누가 봐도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꼴이었다.

“여어! 류! 기대하라고, 주말 동안 너를 꺾기 위해 특훈을 해왔으니까. 말이야!”

“어, 어. 그래. 그것보다, 이번 모의고사 준비는 잘하고 있어?”

“아, 아니! 사나이의 승부 앞에 모의고사가 중요할까 보다!”

이 반의 괴짜라고 부를 수 있는 타케시와 류를 빼고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저, 저기. 류.....”

팔을 내려 공손하게 모은 츠우미. 안 그래도 큰 가슴이 팔뚝에 밀려 부각 되었다. 발끝으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마오의 눈에는 꼬리가 달린 듯이 보였다.

물론 여우 꼬리보다는 돼지 꼬리였지만.

“혹, 혹시, 마치고 시, 시! 간 좀 내줄 수 있어?”

잠시나마 순진해 보이는 츠우미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던 남자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으드득-

마오의 엄지손톱을 이로 갈아대는 소리와 함께.

안경을 고쳐 올린 류가 언제 나와 같이 안경을 고쳐 쓰고, 산문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말했다.

“무슨 일로?”

‘그래, 저게 류지. 나한테도 안 넘어왔는데, 고작 돼지년한테 넘어갈까 봐.’

류의 무뚝뚝한 말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드는 츠우미였지만, 그녀는 겁먹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마오와는 다르게.

“그, 그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음......그동안 교육을 하느라, 타케시와의 약속을 계속 미뤄서 말이야.”

“암! 미안하지만, 츠우미. 오늘은 남자의 1대 1 대결! 아무리 부반장이라 해도 양보를 할 수는 없다고!”

마오는 고소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니, 반 토막 난 마오의 손톱이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잘한다. 타케시!’

물론 그 웃음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 그 잠시면 돼. 1, 1분? 2분?”

“뭐, 그 정도라면……. 난 괜찮다고!”

‘잘한다는 말, 취소.’

마오는 류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힘없이 책상에 쓰러져 내렸다. 왠지 가슴이 ‘욱신, 욱신’ 거리는 느낌에 마오는 차마 허리를 펼 수 없었다.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크고, 거기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궁 앞 아랫배를 투명하게 만든 것까지.

지독하게 천박하고 야한 몸. 자신보다 더 야한 몸뚱어리에 류가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진짜, 나 좋다는 남자는 많은데, 뭐! 붙어먹어라지! 나 같은 여자 처녀 못 가진 류 손해지. 어울리네, 돼지년이랑 미친놈.’

다리를 동동거리던 마오의 눈에, 이상하게 눈물이 고여댔다.

‘진짜, 왜 저놈이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냐고.’

마오는 천천히 그 이유가 뭔지, 기억을 되짚어갔다.

이상한 투명인간에게 강간을 당하기 일보 직전에서 구해줬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구원받아 반한다는 것은 흔한 이야기였지만.

오직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날, 류가 그녀의 보지를 벌려도 될까라고 물었을 때.

마오는 체념을 했었다.

언젠간 떼려 했었던, 처녀막을 이렇게 잃는구나. 역시 나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는 없구나.

뭐, 생긴 건 잘 생겼으니,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생각을 하던 마오였다.

남자들은 항상 자신을 욕정 어린 시선으로 봐왔으니 말이다.

근데, 류는 그저 벌리기만을 하고. 아무런 욕정 어린 시선 없이 그저 그녀를 엉덩이가 끼인 변기에서 빼줬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겉껍데기만이 아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두었다.

‘그런 경험 처음이었단 말이야.....’

흔한 재벌 드라마에서, 뺨을 맞은 2세가 ‘나에게 이런 여자는 너가 처음이야.’와 같은 충격이 마오에게 찾아왔었다.

그 후로 계속해서 떠오르는 류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무릎 한쪽을 꿇어앉아 상냥하게 물어오는 그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라 댔었다.

툭-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찌르는 게 느껴졌다. 얼른 눈에 고인, 눈물을 팔에 닦아낸 마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 아스카?”

“그냥, 요즘 너 이상해서.”

아스카의 말을 따라 옆에 앉아있던 갸루도 마오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요즘 마오. 이상해. 아지트에도 안 오고, 요즘 쇼핑도 같이 안 가고.”

“그래! 나 마오랑 네일샵 같이 가고 싶어서, 열심히 파파들 한테 용돈도 받았는데.”

“아, 미안. 요즘 일이 조금 바빠서.”

사실은 류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집에서 펠라 연습과 허리 돌리는 연습을 한다고 시간이 없던 것이었다.

“에에, 대체 얼마나 아저씨들 정액을 쥐어 짜낸 거야 마오.”

유심히 마오를 내려다보던, 아스카는 마오의 빨개진 눈가를 바라보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츠우미를 바라봤다.

“쟤 마음에 안 들지?”

“응?”

마오는 아스카의 두툼한 입술이 내밀어지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의자의 등받이 새 막대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거대한 엉덩이가 눈에 띄었다.

“뭐, 좋지는 않지? 하하하....”

차마 저 돼지에게 질투심을 느껴, 싫다고는 말할 수 없는 마오가 어정쩡한 답을 하며 질문을 넘겼다.

“우리가 처리해 줄까?”

“응? 어, 어떻게?”

아스카는 느긋하게 입술을 두드리다, 슬며시 마오에게 윙크를 보냈다.

“그냥, 쟤 친구 없잖아. 적당히 친구 해주는 척 부른 다음에, 술 좀 먹이고, 아는 진상들한테 넘기면 돼지. 딱 봐도 처녀 같은데, 소개비도 받아먹고.”

“응, 응! 그 짝퉁 년처럼 못된 아저씨들한테 보내면 되겠다.”

‘그건 범죄잖아!’

아무리 그녀가 츠우미를 싫어한다고 해도, 그런 짓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오는 얼른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야! 하하, 안 그래도 돼. 마음에 안 들면, 내가 손 봐주면 되니까.”

마오는 왠지 장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스카에,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 깨달았다.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고 잘 나가기로 소문이 난 여자.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아침에 신문 배달을 해서라도 얻어내는 악바리 근성.

‘나 보고, 차일까 봐 고백도 못 하는 겁쟁이라 했지.’

추잡하고 천박한 것에서 츠우미에게 밀린다는 것은 마오도 알았다. 천박한 년이 취향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되면 그만이다.

그 훤히 보이는 자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법도 있을 것.

혹시 오늘 츠우미의 고백이 성공해도, 다시 뺐으면 그만이었다. 갸루가 남의 여자의 남자친구를 빼앗은 는걸, 꺼린다니 그것도 웃겼다.

‘그래, 아직 안 끝났어.’

마오의 눈에 아스카의 열려있는 가슴팍의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아스카, 혹시 그 문신. 어디서 받았는지 알 수 있을까?

*

“그런데, 타케시. 나한테 맞는 도복은 준비되어있는 거야?”

나는 눈동자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 타케시를 내려다봤다.

‘무슨, 갓난아기가 보스로 나오는 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혹시 정말로 뜨거울까 싶어, 손을 가져다 대려는 나는 이만 이런 광경에 익숙해질 법했다는 생각을 하며, 도로 내려다 놨다.

“당연하지 류! 너가 입을 도복은 이미 준비해놨다고.”

“그래?”

이세계는 일본을 투영해 만들어진 세상답게, 사람들이 대부분 왜소했다.

금태양 시절, 매일 같이 운동을 하는 바람에 한계를 모르고 커지던 몸에 자연스레 키도 자라났었다.

내 키는 190 언저리쯤 되었다.

전생에서도 정말 큰 키인데, 이곳에서는 거인 수준일 것이다.

“우리 부에도 옛날의 너처럼 몸이 엄청난 녀석도 있다니까!”

아 그때, 어디서 들었나 했던 그 얘기였다.

운동부니, 고릴라처럼 생겨서 근육으로 온몸이 도배 되어있는 녀석인가?

그런 고릴라 캐릭터도 위험한데, 읍토미에서 짐승처럼 생기거나 근육이 많을수록, 거대 자지에 머리는 멍청하고 오직 여자 보지만 생각하는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그 근육 고릴라남들도 남의 여자 건드리기는 매한가지지.’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 뒤뜰로 나온 우리였다.

이 학교의 운동부는 대부분 운동장에 있지만, 궁도부나 검도부 그리고 실내에서 하는 운동은 따로 구교 건물을 활용해 만들어 놓은 부실들이 있었다.

“먼저 류가 덩치로 밀어붙이면, 그 힘을 역이용해서 아래로 깔린 뒤, 기술을 걸어대는 거야. 다리가 기니까, 하체 관절기는 걸기 힘드니 최대한 페이크를 주면서 상체에 기술을….”

나와의 대련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어 보이는 타케시.

나를 어떻게 상대할지 저리 줄줄 읊어대는 이 바보를 보고 있으니, 이미 그 골목 대장이 앞뒤 구멍이 다 뚫려 정액을 줄줄 흘려대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래, 나랑 어떻게 싸울지, 다 말해줘서 너무 고맙다. 그건 그렇고 그 나랑 덩치가 비슷하다는 녀석은 대체 어떻게 생겼어?”

“응? 말했잖아. 류랑 똑…, 아, 이미 선객이 와있었네. 류, 잘해보라고! 나는 먼저 들어가서 몸 풀고 있을 테니까.”

말을 하다, 중간에 끊어 버린 타케시가, 장난기 섞인 얼굴로 툭 치더니, 부실로 향해 뛰어간다.

벽에 등을 기대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츠우미에게 타케시가 엄지를 척하고 내밀어 댄다.

‘하....그런 거 아니라니까.’

선선히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츠우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정리하는 그녀의 머리 위로 살랑거리는 벚꽃이 내려와 살짝 얹혔다.

츠우미의 콧등이 벚꽃과 같이 물들어 오른다.

앞 짐을 쥐며, 내게 천천히 걸어오는 츠우미.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청춘’ 그 자체의 모습처럼 보였다.

터벅터벅

가볍지만, 선명한 발걸음 소리를 내는 그녀의 발자국이 내 바로 앞의 잔디 위로 새겨졌다.

“류….”

“그래, 츠우미.”

“바,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 고마워….”

먼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츠우미를 따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따라 숙여버렸다.

큰 눈망울이 나를 올려다보니 나도 모르게 낯간지러워진 코에, 나 또한 살짝 당황한 듯했다.

원래도 예쁘게 생겼던 츠우미가, 그녀의 주변의 환경까지 마치 청춘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뒤를 꾸며주고 있었으니 그 파괴력은 더했다.

“그, 류, 류가 지금까지 많이 가르쳐주고, 도와....줬잖아. 그게 너무 고맙고 꼭 갚아 주, 주고 싶어서.”

츠우미는 무엇이 그렇게 떨리는지, 덜덜 떨리는 손을 천천히 호주머니 쪽으로 옮겨갔다.

‘저번에 사준 옷도 있는데, 이렇게 또 받으면 내가 약간 민망한데.’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과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붉은 입술이 함께 떨리며 움직여댄다.

“아냐, 저번에 받은 선물도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받아.”

“아, 아니. 이건 선물이라기보다는 그 앞으로의 약, 약소의 증표랄까. 류가 준, 그 목걸이처럼….”

호주머니를 뒤적뒤적 뒤지다, 갑자기 굳어버린 츠우미의 떨리는 입이 천천히 벌어져 갔다.

“에에에, 없어? 어?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음침녀 속성을 벗었어도, 둔하고 덤벙거리는 건 여전한 건가.’

“잃어버린 거야?”

츠우미의 맑은 눈망울이 곧바로 촉촉하게 젖어갔다.

“응, 웅. 그런 거 가테에에에, 흑.”

“자, 여기 근방에 있겠지. 같이 한 번 찾아보자. 츠우미는 아까 서 있던 곳에 가서 찾아봐봐.”

“고, 고마워. 류.”

곧바로 팔을 옆으로 휘저으며 달려가는 츠우미의 모습에 내 팔이 저절로 앞으로 뻗어졌다.

‘가슴 큰 여자가 이세계에서 뛰면, 넘어지는 게 당연하잖아.’

“흐에에-”

곧바로 앞으로 꼬꾸라지는 츠우미의 치마가 엉덩이 위로 올라가며-.

「번쩍」

무언가 맨질맨질한 것에 빛이 반사되었는지, 강렬한 빛에 눈이 자연스레 감겨 버렸다.

까맣게 닫힌 시야에, 그나마 열려있는 귀로 들어올 ‘쿵’소리를 예감하던 내 고막에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사람이 넘어졌다고, 나기에는 너무나도 큰 소리.

나는 츠우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돼. 소리를 따라 황급히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크흑….”

타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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