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17화 (17/54)

19 EP.24 철벽의 츠우미

#023화, 철벽의 츠우미.

츠우미는 굉장히 들뜬 상태였다.

“흐응~”

콧소리를 내며 걸을 때마다, 그녀의 활기찬 걸음걸이에 거리의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성교육 때문에 만나는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말에 번화가에서 단둘이 밥도 먹고, 단둘이 돌아다니고!’

“꺄아아악-!”

‘완전 데이트잖아!’

두 손을 얼굴 옆에 붙이고, 발을 동동 굴린 츠우미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봤다.

원래, 항상 검은색이나 우중충한 색의 박스티만을 입었던 그녀가 오늘은 옷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흰 드레스를 차려 입었다.

승부 드레스에, 승부 속옷!

가장 예쁠 나이에 박스티만을 입고 다니니, 츠우미의 어머니가 사주신 옷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맬 일이 없는 크로스백.

츠우미도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하니, 이게 대충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알았다.

거대한 그녀의 가슴 사이로 파고든 가방의 체인. 이것은 크로스백이라 부를 수 없고 슴로스백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75, I 컵이라는 거대한 사이즈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은 부끄럽기는 한데, 땀은 안 차서 좋을지도.....’

츠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류와 만나기로 한 곳을 맵으로 찾아봤다.

“이 쪽이 맞을 텐데~”

흘러내릴 거 같은 챙 넓은 모자를 고쳐 쓴 츠우미는 고개를 살짝 숙여, 건물 사이의 골목길을 바라봤다.

왠지 붉은색 간판에, 쌓여있는 담배꽁초.

지나가다, 호주머니에 나오는 동전의 개수대로 맞을 거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츠우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류를 만나러 가기 위해.

*

철벅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이곳에는 물웅덩이가 잔뜩 고여있었다. 깨진 바닥의 콘크리트와, 건물 벽에 아무렇게나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는 왠지 서늘함을 더했다.

벽에 그려져 있는 해골문양과 천박한 글귀들 그리고 화장실에서나 볼법한 성기들의 그림에 츠우미는 얼굴을 들 생각도 못 했다.

그렇게 붉은 조명이 켜지면, 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팔 거 같은 창을 지났을 때, 문밖으로 나온 기둥에 가려져 있는 곳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왔다.

“어이, 이런 외진 곳을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금발에 사나운 눈을 가진 남자가 츠우미를 노려 보며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호주머니의 손을 집어넣은 양아치가 순식간에 손을 빼, 츠우미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꺄악-!”

그대로 남자의 힘에 끌려간 츠우미가, 벽에 부딪혔다. 키가 큰 양아치가 어깨높이로 손을 올리니 츠우미의 팔이 딸려 올라가 벽에 달린 액자처럼 매달렸다.

“어디 데이트라도 가시나 봐?”

“놔요! 싫어요!”

몸을 흔들며 저항을 하는 츠우미, 예전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가슴 큰 년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들었는데. 너는 아닌가 보네?”

“크..흣..”

물컹

가슴이 금발 양아치의 손에 이리저리 일그러져갔다.

“흐읏....하, 하지 마세요! 계속하면 신, 신고할 거에요!”

류가 가르친 대로 강하게 말해봤지만, 양아치의 음탕한 손놀림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꽤 앙칼진 걸 너? 하하. 젖소 같은 젖을 다 드러내 놓고 말이야. 사실은 이렇게 만져주길 원한 거잖아?”

빈손을 뻗어 양아치의 팔목을 밀어붙이려고 해도, 근육도 별로 없는 그녀의 손이 밀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쓸만한 가슴인데 얼굴 좀 보자고.”

넓은 모자의 챙이 뒤로 넘어가고, 굵고 긴 손이 답답한 앞머리를 들어 올렸다.

“뭐야, 이거 예쁘잖아?”

‘이뻐?’

츠우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고개를 흔들어 다시 양아치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겠다는 듯이.

혀를 내뺀 뒤, 추잡하게 날름거리며 츠우미를 비웃은 양아치의 손이 내려간다.

스커트가 새하얀 허벅지를 천천히 쓸며 올라갔다.

“하하하하, 이거 완전히 변태 년이었잖아. 뭐야 이 다 보이는 자궁은 안에 싸질렀을 때, 난자에 마킹 되는 거 잘 보이게 만들라고?”

“당신한테 보, 보여주려고 한 거 아니니까. 당장 손, 손 치워!”

“아하~남자친구라도 만나러 가나 보지? 속옷도 속이 다 비치는 걸 입고 말이야.”

자궁이 비치는 아랫배를 슬쩍 만지던, 양아치가 손을 아래로 밀어 넣었다. 매끄러운 피부의 굵은 손이 팬티 틈으로 미끄럽게 들어갔다.

검지와 중지가 두터운 보지 둔덕을 벌리며, 밀고 들어가 잔뜩 젖어 있는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찌걱

“뭐야, 잔뜩 젖어서. 그건 그렇고 너 처녀잖아? 이런 야한 몸뚱어리를 안 쓰고 놔두다니, 남자친구가 병신인가 봐? 킥킥킥”

“흐읏, 하아…. 너, 당신 같은 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니까. 손, 손 빼라고! 히익!”

긴 혀가, 볼을 따라 핥아 가더니 귓불을 스치며 그대로 귀 안으로 파고들었다.

‘귀 안에…혀가, 다리에 힘이 풀릴 거 같아.’

살짝 벌려진 다리에 양아치의 손가락이 기세를 타고 추잡하게 보지를 쑤셔대고 있었다.

찌걱찌걱찌걱

이러면 안 된다. 지금껏 류가 가르쳐 준 것들이 있었다. 이것보다 더 추행을 당한다면 류가 분명히 실망할 거야!

이미 충분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었다.

‘류, 미안해!’

츠우미는 류에게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정리했다.

먼저 상대방의 얼굴이 가까워지면, 머리를 틀어서 박치기.

“크흑, 이 쌍년이!”

코를 잡고 물러서는 남자, 가 엉거주춤 물러났다.

‘다음은 가랑이 사이로 발차기.’

“커허어어어억! 억!”

꼴사납게 쓰러지는 양아치에 츠우미는 마음이 약해질 뻔했지만, 류의 신신당부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슴로스백 속에 들어 있던, 검은색의 리모컨 같은 걸 꺼내 들었다.

엄지손가락이 버튼을 누르니.

지지직

사슴뿔처럼 갈라져 있는 전기충격기 사이에서 전기가 흘렀다.

“잠, 잠깐. 그거 진짜로 쓸 것 아니지. 미안, 그냥 보내 줄 테니까!”

“류는 양아치, 그리고 치한의 말은 믿는 게 아니라 했어. 확실해질 때까지 확인 사살.”

평생 남을 때린 적도 없는 츠우미, 사람에게 전기충격기를 지지는 것은 그녀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천천히 다가가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려댔다.

마음을 다잡으며 박자를 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츠우미.

“강간, NTR, 치한~ 싫어, 싫어, 싫어.”

츠우미는 드러난 하얀 목에 마킹이 된 곳으로 정확히 전기충격기를 갖다 댔다.

눈을 질끔 감은 그녀가 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이익-

“우루우우우루루루”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벌벌 떨어대는 양아치의 머리 위로 김이 솟아나고, 그대로-

털퍽

뒤로 넘어갔다.

스르륵

천천히 넘어가는 가발.

그 속에 검은 머리가 드러났다.

“잘했어. 츠우미.”

어느새, 품에서 안경을 꺼내 낀 류가, 접혀있던 와이셔츠 정리한 뒤, 교복 자켓을 꺼내 입고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츠우미는 아직도 쪼그려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토닥토닥

머리에 느껴지는 류의 손길에 눈물을 찔끔 흘리던 츠우미가 서서히 눈을 떴다.

손가락으로 안경을 고치며, 어느 곳 하나 다치지 않은 모습.

“흐에에에엥, 류! 안 다친 거 확실해?”

류에게 곧바로 달려간, 츠우미는 류의 품에 안겨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댔다.

“자 여기 가짜 코피 주머니. 그리고….”

류는 바치춤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들이나 차는 낭심보호대를 꺼내 츠우미에게 보여준 뒤, 목에 붙어 있는 인조 고무 피부를 보여줬다.

“괜찮아.”

“미안해, 류. 류가 보, 보지 쑤컹쑤컹하기 전에 류, 류가 가르쳐준 데로 해야 했는데. 류라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못 때리겠었어.....”

“이해해. 연습이 아니라 실전에서는 바로 내가 가르쳐 준 대로 해야 한다? 그래도 츠우미가 보여준 호신술은 정말 완벽했으니까.”

“응!”

츠우미는 천천히 목에 걸리는 목걸이를 소중히 바라봤다. 치한 방지용 목걸이. 일종의 합격 목걸이였다.

류가 이 수업을 마무리할 때, 준다고 했던 상이었다.

‘이제, 수업도 끝난 건가....’

츠우미는 시원하지만, 섭섭한 얼굴로 가슴골 사이로 들어가는 목걸이를 바라봤다.

“그럼, 오, 오늘이...마지막 수업이네?....”

“그렇지.”

더는 수업을 가장한 스킨십을 맘껏 즐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하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았다. 그녀가 점점 더 류의 이상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표였으니 말이다.

츠우미는 전철 치한 연습과 오늘의 수업을 마음속에 꾹꾹 눌러 저장했다.

“류, 그럼. 내가 너무 고마우니까. 오늘은 내가 밥도 사고, 옷도 사로 가자!”

“아니, 반장으로서 당연한 행동이었어. 반장은 학생을 올바르게 교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

츠우미는 부담스러워하는 류의 모습에, 류의 팔에 팔짱을 끼고 매달렸다.

“아냐, 아냐! 오늘 나, 나 류 보러 간다고, 엄, 엄마한테 말하니까. 너무 고맙다고 받았으면 보답해야 한다고 돈도 주셨는걸. 안 받으면 엄마 섭섭해하실걸?”

츠우미의 눈에 안경을 고치며 난감해하는 류의 모습이 보였다. 항상 어른들에게 약한 류였으니, 분명히 승낙할 것이다.

“흠.....그렇다면, 그러자.”

츠우미는 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

“저 여자애 좀 봐봐. 가슴 미쳤다-!”

“와, 시발. 개 예쁘다. 옆에 남자친구인가? 존나 부럽네.”

“맨날 방에 불러서 푹푹 박아대겠지?”

한 번 밖에 안 박았다. 그것도 사고였고. 남자친구도 아니다.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희롱에 살짝 기분이 나빠졌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전생이었다면, 이런 인류 0.1% 상위급 여자와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상상도 못 할 일이기는 했다.

‘이런 세상만 아니었으면, 츠우미랑 사귀는 것도 생각해봤을 텐데.’

츠우미와 순애 태그를 찍기에는 모호한 감이 있었다.

나는 옷이 잔뜩 담긴 종이 바구니를 놓치지 않게, 단단히 틀어쥐었다.

집이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고,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항상 교복만을 입고 다녔었다. 이렇게 사복을 입는 게 어색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받아도 될까.’

확실히, 나는 그대로 지내다가는 암타해버려 비참한 정액받이 인생을 살아갈 여자를 구해낸 것이었다.

“류! 그렇게 사복 입은 모, 모습 보니까. 완~전 멋져.”

“고마워. 부반장도 머리한 거 잘 어울리네. 어머님한테도 꼭 감사하다 전해줘.”

이제 내 교도, 수업을 마친 츠우미였으니 마지막으로 답답한 앞머리를 치워냈다.

길게 뻗은 머리에 컬을 넣고 답답한 앞머리까지 치워내니, 다른 사람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나, 나, 그, 이뻐?”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츠우미가 기다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물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손이 감자 주먹으로 변해 파닥거려댄다.

“아, 아! 그, 아까 연습할 때 나보고 이쁘다고 해, 해 줘서.”

“이뻐.”

펑-!

나는 머리 위로 버섯구름을 피워 내며, 에베베 거리는 츠우미를 바라봤다.

정말, 만화 속의 세상이라니까.

뭐, 확실히 이쁜 거는 맞으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헤,헤헿. 아, 아까 노란색 가발 쓴 류도 멋졌어. 뭐, 뭐랄까. 맹수 같은 매력이랄까....아! 그, 류의 책상 위에 있던 졸업 앨범에 류랑 동명이인이던 사람처럼.”

내 책상 위에 있는 졸업 앨범이라.

“아 그거? 그거 나야.”

“에에에에에에━?”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츠우미. 뭐 부끄러운 과거라도 어쩔 수 없는 내 과거였으니, 숨길 생각은 없었다.

“어, 어쨌든 옛날의 류처럼...멋있었어.”

옛날의 나처럼....

어디서 들었던 말 같은데?

왠지 모르게 찝찝한 마음에 기억을 되짚어 보려는데, 내 앞에 익숙한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마오.

비릿하게 웃음을 짓는 마오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다 퍼트리기 전에….”

그리고 화면에 빼곡하게 찍혀있는 나와 츠우미의 동영상과 사진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교도(敎導)가 아닌 외설이라 생각할 법했다.

‘도대체 왜, 내 뒤를 밟은 거지? 내게 협박을 해서 얻어갈 게 있나?’

마오가 저러는 이유를 찾기 위해 머리가 팽팽히 돌아간다.

협박 따위는 무섭지 않았지만, 남의 손에 들려있기에는 좋지 못한 영상들이었다.

마하 4의 속도로 손을 뻗어, 마오의 폰을 압수해야 할까. 하지만 거리가 애매하다. 먼저 두 걸음 정도 더 붙은 뒤 확실하게 회수를-.

“나랑 섹스해!”

휘청

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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