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12화 (12/54)

19 EP.2 신수이후 가제(身修而后 家齊)

#001화. 신수이후 가제(身修而后 家齊)

“흐흐흠~ 음음~!”

탁탁탁

식칼이 도마를 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댔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는 냄비와 집 안을 맴도는 맛있는 냄새.

청바지의 재봉선이 터질 것 같은 풍만한 엉덩이를 양옆으로 씰룩거리는 갈색 머리의 여자.

“아직 시간이 안 됐나?”

그녀는 시계를 바라봤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정확히 7시 정각에 일어나는 자기 아들을 아는 그녀였다. 심지어 오늘은 학교에 가는 날! 미도리는 그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지각을 할 일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도리는 깜찍하게 손가락을 물고 옆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머, 시계가 고장 났나 보네. 나중에 아들한테 고쳐달라 해야겠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체크 해보니, 아직 7시까지는 10분이 남아있었다.

“음......, 음식 식으면 모처럼 노력한 게.... 오랜만에 아들 깨우러 가볼까?”

단정하게 매여있는 앞치마를 고쳐맨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며, 헝크러진 머리를 살폈다. 아들을 보러 가는 것에 불과한데, 왜 거울을 살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녀였지만, 의문은 잠시일 뿐이었다.

“어머, 곧 염색해야겠네. 아들이 핑크색은 질색하니까. 어쩔 수 없구...”

아들이 예전, 자신보고 핑챙이라 말하는 걸 들었던 미도리였다. 요즘 말은 잘 모르는 그녀이기에, 분홍 머리를 가진 사람을 놀리는 말인가 생각했다.

뿌리가 자란 탓에, 조금씩 보이는 핑크색 머리를 난감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두드려 본 미도리는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 들어오기 전 노크 바랍니다. 」

궁서체로 쓰여 있는 문 앞의 표지판. 서체에서 고고함과 정갈함이 느껴졌다.

‘정말, 요새는 철이 들었나 귀여운 맛이 없어져서’

어릴 때부터 검은 머리를 금발로 염색을 해댔던 아들이었다. 나름 양아치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은 했었는데, 싸웠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오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학교에서 줄곧 상위권의 성적을 받던 아들이었다.

“그럼, 똑똑 아들 들어갈게요.”

끼익

미도리는 오랜만에 들어오는 아들의 방을 살폈다. 사람이 차분해지기 전에는 그래도 사람 냄새는 나는 방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방안은 먼지 한 톨 없이 빤작거렸고, 물건들은 모두 수평에 맞게 정리되어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살림 잘 할 수도..... 깨어 있는 건 아니지?”

미도리는 아들을 바라봤다. 스타일을 바꾼 뒤, 항상 유지하고 있는 2대 팔 가르마, 그리고 정말 잠에든 게 맞는지 한치에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였다.

‘저렇게 자면 안 불편할까?’

미도리는 자신의 잠버릇을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어났을 때는 입고 있는 네글리제는 어느새 목 위로 와있었고, 이불은 침대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깨우기 위해 침대를 향해 다가가다, 주름 한 점 없이 펴져 있는 이불이 빳빳해지며 융기하는 것을 봤다.

“어머!”

자신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에 입을 가린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솟아오른 이불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미도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남편도 저렇게 훌륭하지는 않았는데, 생각하는 미도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솟아오른 이불 부분에 옮기기 시작했다.

꿀걱

아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것은 엄마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얼토당토않지 않은 생각하며, 곧게 뻗은 집게손가락이 솟은 이불에 닿기 전-.

척.

그녀의 손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손이 미도리의 손을 덮었다.

“방문 앞에 노크를 해라 쓰여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

“아, 아들...이거는...엄마, 노크했었어.”

아들의 손에 잡힌 미도리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더니, 흰색의 연기를 머리 위로 올려보냈다.

미도리는 흘깃거리며 자기 아들을 바라봤다. 언제 안경을 썼는지, 아들은 은색의 차가운 인상의 안경을 쓰고 검지와 손가락과 중지를 모아 안경의 브릿지를 올려 정리했다.

꿀걱

‘손가락이 정말 희고 기네, 저게 내 안으로…’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고개를 휘저은 미도리는 눈을 때려 노력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손등에서 꿈틀거리는 굵은 혈관이 너무 야해서.

“분명히, 또 똑똑 입으로 소리를 내고 들어오셨겠죠. 똑똑은 노크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웅...엄마가 미안. 근데, 류! 요즘 너무 딱딱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이제 저도 성인이니 어머니라 불러야죠. 그것보다. 머리 쫌 잠시 숙여보세요.”

류는 갑작스레 미도리의 머리를 잡아, 숙이게 만들어 머리를 살폈다. 아직도 이불보를 뚫을 것처럼 바짝 서 있는 아침 발기의 결과물을 본 미도리의 눈이 흔들려댔다.

한계까지 당겨진 그것에도 귀두의 끝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도리는 왠지 모르게 배가 고파왔다. 슬쩍 선 분홍빛의 혀를 내밀어 끝단을 핥으려 할 때, 류의 손이 미도리의 머리를 다시 잡아 올렸다.

“어머니, 제가 항상 뿌리 염색도 빠트리지 말고 하라 했죠?”

날카로운 눈이, 미도리를 꿰뚫었다. 평범한 가정과 다르게 아들에게 혼이 나는 상황은 그녀에게 익숙했다. 미도리는 손바닥을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요사스럽게 허벅지를 비벼댔다.

“응...아는데, 깜빡했지 뭐야.”

붉게 달아오른 광대에, 거칠어지는 숨.

머리를 비우려 노력해도, 몸에 박힌 조교의 기억에 저절로 흥분하는 그녀였다. 청색의 청바지가 왠지 모르게 남색으로 물들었다.

곧바로 야한 암캐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을 때, 류는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맸다.

손가락을 튕구는 소리.

선명했던 미도리의 눈동자가 어쩐지 어두워졌다.

“당신은 누구지?”

“저는 미도리에요. 일과 가정주부를 병행하고 있어요. 딸은 다른 지역에 갔고, 아들 하나랑 같이 집에 있어요. 그리고 저는 가정에 헌신적인 여자랍니다. 한 번씩, 죽은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남자가 그리울 때도 있어요.”

그 말을 마친 미도리의 엉덩이가 잘게 떨려댔다.

“하지만, 저한테는 아들과 가정이 있으니 다른 남자한테 한눈팔 시간 따위는 없어요! 저는 아들과 제 딸을 가장 사랑하니까요!”

“그리고?”

“아, 아들이 하는 말은 최대한 들어야 해요. 아들 말은 대부분 옳고 들어서 나쁠 일이 없으니까요.”

살짝 그늘진 눈동자를 가진 미도리는 말을 마치고 멈춰 섰다.

“최면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하..... 핑챙 클리세가 생각보다 쌘 건가. 미도리, 너는 이 방문을 나가자마자 곧바로 뿌리염색을 하게 된다. 살짝 올라온 핑크머리가 신경 쓰여 참을 수 없다.”

미도리의 풀려있던 동공에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알맞게 알람이 울려왔다.

삐-삐-삐-삡

“어머니, 저 옷 갈아입고 준비해야 하니까, 나가주시겠어요?”

“그래, 알겠어. 류, 음식해 놨으니까. 얼른 나와야 해?”

“네.”

미도리는 뭐가 아쉬운지 계속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 부엌으로 돌아오는 중, 벽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나? 하긴 보기 안 좋기는 하다.”

살짝 올라온 핑크 머리색의 뿌리를 본 그녀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곧바로 서랍에서 염색약을 꺼내든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뿌리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

“흠....정말 방심을 못 하겠군.”

나는 거대한 산을 그리고 있는 아랫도리를 바라봤다. 팬티와 잠옷 그리고 이불까지 덮고 있음에도, 산을 만드는 강직도. 그 첨단에는 반짝거리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미도리가 침을 질질 흘려댄 탓이었다.

고작 뿌리 정도만 나온 것일 뿐인데, 곧바로 핑챙련이 되려는 어머니의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름대로 최면이라는 것을 배워서, 예전에 핑챙처럼 몸을 굴리던 기억을 꿈속의 기억인 것처럼 만든 뒤 지워버리고, 머리를 갈색으로 덮어버려도 본질이 핑챙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지독하다 핑크머리..!

‘잘 못 하다가는 근친 클리세에 빠지겠어.’

앞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더 유심히 살펴야겠다고 한 뒤, 곧바로 거울 앞으로 갔다.

스르륵

잠옷을 곱게 개어 빨래 바구니에 쌓아 놓는다. 그리고 혹시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았나 거울을 봤다.

확실히 2대 8을 지키고 있는 가르마였다.

새하얀 얼굴에 감정 하나 없어 보이는 표정. 그리고 앙 다물려있는 입술은 완고한 표정을 줬다.

내가 만든 새로운 컨셉이였다.

일명━

완벽 안경남.

뭐든지 잘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잃지 않는 냉정 침착한 성격.

큰 키와 뛰어난 외모, 우수한 성적.

모든 것이 완벽한 엄친아 캐럭터 컨셉.

이것이 새로 입학할 스쿨 라이프를 위한 새로운 컨셉이었다. 그전까지 잘 써먹은 헬창 금태양 컨셉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부작용이 너무 많았다.

먼저 이 컨셉으로는 고작 한 시간만 공부해도 충분히 차지할 수 있는 수석을, 머리가 텅 빈 양아치의 모습으로는 남는 시간을 모조리 공부에 투자해도 지능이 떨어져 고작 상위권에 턱걸이를 가능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상위권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전생에 했던 공부 덕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오늘 입학을 하는, 학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학교인 사립학교였다. 이 세계는 공립은 청소년 시절까지, 그리고 성인부터는 사립 고등학교로 가는 시스템이었다.

나이를 세는 방식도, 성인물 세계답게 20살이 아닌, 1●세 이렇게 세어 댔다.

‘정말 지긋지긋 하다.’

어쨌든 나는 이제 사립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내 어머니가 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작 마트에서 캐셔를 하는 것이 다였다.

앞으로 들어갈 학비를 생각한다면, 장학금은 무조건 따내야 했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금태양 컨셉을 버린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금태양 컨셉에는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NTR충을 피해, 금태양이 된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반 친구들이 나를 피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말만 걸기만 하면-,

-히익! 살, 살려줘! 있는 돈 다 줄 테니까. 앞으로 평생 가방 들어 줄 테니까!

NTR당할 처지의 여학생을 구해주면, 곧바로 순애파 NTR남이 되어버려서….

-흐읏...아, 고마워. 너 생각보다 착한 애구나? 그러니까... 사토 같이 나약한 남자는 필요 없으니까, 너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할 상황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남의 여자를 빼앗은 그런 악랄한 취미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가장 문제였던 것이, 자신의 엄마 미도리 때문이었다. 전 개걸레엄마와 금태양이 한집에 산다?

안 봐도 무슨 꼴이 날지는 뻔했다.

나름 조심한다고 조심했지만, 천박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경우가 있었다.

척하고 치니, 푸슉하고 가버리더라.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거 같아, 고심하고 고른 컨샙의 캐릭터였다. 이런 완벽 안경남 컨셉이라면, 찐따병신남캐릭터와 같이 NTR을 당할 걱정 또한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학창생활을 드디어...!’

이렇게 다시 태어나는 분에 넘치는 기회를 받았는데, 이제는 정말로 삶이라는 것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그간 미도리를 마개조 시켜, 가정적이고 훌륭한 어머니로 만들면서 쌓아온 경험이 많았다.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 밖에서 수저를 놓고 있을 나의 엄마처럼 천천히 고쳐나간다면, 분명히 평범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어젯밤 빳빳하게 다려놔 각이 살아 있는 교복을 입었다. 하얀 와이셔츠는 확실히 바지 안에 넣어 깔끔하게 정리하고, 학생의 본분답게 목 끝까지 단추를 잠근 뒤, 넥타이를 단정히 맨다.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다시 정리해주고 거울을 바라봤다.

“류, 얼른 와서 밥 먹으렴.”

“네, 어머니.”

학교에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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