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10화 (10/54)

19 EP.18 반장으로서의 무게(4)

#017화. 반장으로서의 무게(4).

대체 무슨 정신으로, 아무나 쓸 수 있는 화장실에 교복과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놓아놓은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다행히 휴대폰과 지갑은 교실 안의 가방에 넣어 두었다 해서 다행이었다.

나는 안경을 고쳐매고, 뒤따라 오는 츠우미를 훑었다.

‘잘 못 한 줄은 아는군.’

고개와 어깨가 축 처진 상태에 츠우미는 손가락 3개를 세워 자신의 유두를 가리고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두 손이 가슴에 있으니, 훤히 드러난 그녀의 사타구니.

대체 왜 가슴만 가리고 그곳은 안 가리는 걸까.

나는 땀에 젖어 갈라진 앞머리 사이로 츠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왠지 어두운 청록색을 띠는 듯한 눈. 거기에 진한 쌍꺼풀과 낙타처럼 긴 속눈썹.

살짝 처진 눈꼬리와 그 밑을 채우고 있는 애교살.

좆경을 벗는 순간, 미소녀가 된다는 클리세에 딱 들어맞는 츠우미였다.

일단 먼저, 츠우미의 저 신생아보다 민감한 조루 몸을 둔감하게 만들어 준 뒤. 적절하게 순수 미소녀 컨셉을 덧씌우면 훌륭한 부반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명 ‘그때 우리가 사랑했던 그녀’와 같이 어렸을 적 한 번씩 마음에 품는 청순녀로 만드는 게 이번 프로젝트!

저 무지무지하게 큰 가슴과 엉덩이 탓에, 청순녀는 힘들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세계에는 딜도와 미약 그리고 성인기구만 있지 않다.

패션이라는 게 존재했다 이곳도.

적당히 큰 가디건에 몸을 청순해 보이는 스타일로 입혀놓으면 될 것이었다.

날씨가 조금은 추운지, 살짝 파랗게 변한 츠우미의 입술이 열렸다.

“근데....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일단 먼저 양호실로 가야지. 거기 가면 투명인간을 풀리게 할 수 있는 약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양호실에는 리카 선생이 있었다. 그녀의 성격과 능력으로 보았을 때, 이미 약을 분자 단위로 연구해, 복제약 정도는 만들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교복 정도야, 남색의 파란 면과, 흰 면만 있다면 충분히 내가 만들 수 있었다.

나는 호주머니 안에 든 반짇고리 상자를 꺼내, 색색의 실과 바늘을 살피고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런 걸 왜 들고 다니냐고 의문을 가질 사람은 이제 없다 생각한다.

“그렇구나....근데, 류. 류는 어떻게 날 볼 수 있는 거야?”

“그야, 안경을 끼고 있으니까.”

“그렇구나....좋은 안경이네.”

고개를 끄덕이는 츠우미는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린 듯했다.

어느새 도착한 양호실의 문 앞, 타닥타닥 보슬비가 창문을 때렸고, 서늘해진 날씨에 한 번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회색빛이 어울리는 교내 안.

양호실의 창문 밖으로, 강렬한 파란빛이 뿜어져 나오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또 무슨 이상한 실험을 하고 있길래.’

나는 고개를 절레 젓고는 양호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예상했지만, 들려오지 않는 대답.

나는 츠우미에게 고개를 돌려 그곳에 있어라 말한 뒤, 양호실의 문을 열었다.

꿀걱

저절로 뒷걸음질 쳐지는 풍경에, 침을 삼키고 양호실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보이는 건, 산발이 된 머리로 푸른색의 인터넷 창에 미친 듯이 코드를 써 올리는 리카와 옆에 분홍색의 액체가 가득 차 있는 꽤 큰 원통형 관이었다.

그곳 안에는 슬랜더형의 여자가 들어가 있었다.

입에 연결된 검은색 관과 입술 사이로 공기 방울이 점성이 있어 보이는 분홍색 액체 위로 보글거리며 올라가는 걸 보니, 살아는 있어 보였다.

‘대충 뭔지 예상은 간다만.’

내가 으깨버린 탓에 저 모양 저 꼴이 되었겠지만, 여장하는 걸 좋아했던 걸 생각해보니. 자신의 새로운 외관에 나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저 류입니다.”

타다다다다닥-

“……”

방안을 가득 매우는 타자 소리가 그치고, 천천히 리카가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류♡”

분홍색의 하트모양 비눗방울이 그녀의 주변으로 흘러나왔지만, 나는 대충 손을 휘저어 방울을 터트리며 리카에게 향했다.

“류가 준 약 그거 어어어-엄청! 흥미롭더라고.”

나는 어느새 내 눈앞에 와, 내 손을 잡으려는 리카의 오른손을 쳐냈다. 검지의 지문 위로 미세하게 돋아나 있는 주삿바늘.

어떻게든 내게 주삿바늘을 꼽고 싶은 여자였다.

검지를 잡아채, 손가락에 붙어있는 패치를 떼어내니, 리카가 ‘쳇’소리를 내뱉고는 내 손목을 잡아끌며 거대한 원통형 관 앞으로 끌고 갔다.

“그 약, 인정하기는 싫지만, 꽤 똑똑한 녀석이 만든 약이더라고? 새로운 분자구조에, 원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가공하는 창의력!”

리카는 뜨거운 콧김을 훅훅 뿜어내다, 양팔을 펼치며 한 바퀴 뱅글 돌았다.

“하지만! 나만큼 천재는 아니지. 이미 그 분자구조부터 배합법까지 모조리 파악했다는 말씀. 외우고 이해한 뒤, 응용하라! 그 투명인간 약을 만들어 낸 놈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더 재밌게 개량을 해봤어. 자 이것 봐 류! 너와 나의 연구물을!”

딱히 리카와 함께 연구한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내 두 눈은 리카의 손짓을 따라갔다.

“짜잔! 투명인간은 너무 철 지나고 올드하잖아. 그래서 나는! 부분 투명인간을 만들었지!”

그저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던 시험관 소녀의 배꼽 아래를 보니 전생에서 한때 유행했던, 투명 물고기처럼 안의 장기가 보였다.

물론 장기 모두가 보였으면, 오늘 미도리가 싸준 도시락의 내용물을 쏟아 냈을 것이다.

단지, 이세계에 걸맞게 자궁과 난소, 그리고 질을 반 잘라 놓은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

“하아….”

저절로 머리가 아파온다. 이세계의 지구작가는 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인 건가?

읍토미에서 자주 보던, 자궁과 질 단면과 같은 모양새였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온다. 도대체 왜 이세계인들은 이 엄청난 하이테크놀로지를 변태적으로밖에 쓰지 않을까.

“어때, 류?”

내 턱밑에서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깜박거리는 리카. 얼굴을 본지 벌써 7년째였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네, 멋지네요. 잘 하셨습니다. 선생님.”

“하아앗! 칭찬, 언제 들어도 짜릿해♡”

리카는 두 손으로 제 볼을 비벼대며 눈을 까뒤집었다.

터벅

나는 리카와 한 발자국 더 멀어졌다.

“그것보다 선생님, 제가 준 약. 보관을 어떻게 했길래. 다른 일반 학생 손에 들어간 겁니까?”

“응? 별 신경 안 썼는데? 여기가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걸 누가 먹어?”

네, 그런 사람이 제 반의 부반장입니다.

“있으니까, 문제죠. 이곳에 해독제 남는 거 있습니까?”

“아니. 실험한다고 다 썼는데?”

“해독제를 다시 만든다면요?”

리카는 빨간색 네일이 칠해진 검지로 턱을 두어 번 치더니 대답했다.

“재료 시키고, 제조도 해야 하니까. 빨라도 오늘 새벽쯤?”

“하아…. 그럼, 내일 아침까지 보내주세요. 아직 배달용 드론 있으시죠?”

리카는 내 말을 듣고는, 가슴을 손가락으로 벌린 뒤, 그곳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류. 우리는 솔직히 거래 관계잖아? 나 우리 류의 정액을 받고 싶은데.”

소변 컵 비스무리한 것을 내 눈앞에 내미는 리카였다. 내 정액을 받으면, 그것으로 내 클론을 만들거나.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내 새끼가 생길 게 분명했다.

“싫습니다. 그리고....선생님이 똑바로 관리 못 해 생긴 일이니 책임을 지시죠. 두 번 다시 양호실에 발도 안 들이기 전에.”

“히익! 그건 안 돼. 우리 류가 없으면, 어디서 그런 실험체를 받아. 류는 실험체를 끌어당기는 블랙홀 같은 거란 말이야.”

나는 곧바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리카선생을 대충 털어내고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 아침까지입니다.”

내일 아침까지는, 츠우미는 투명인간으로 지내야 했다. 그리고 여러 투명인간과 만난 경험으로 투명인간은 돌아다니기 매우 위험했다.

전생의 고라니보다 많이 죽어 나가는 게 투명인간일 것이다.

‘혼자 보내면,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드르륵

양호실의 문을 여니, 벌서듯 손가락 세 개로 양 유두를 가리고 있는 츠우미가 보였다.

“부반장.”

향냄새는 맡기 싫었다.

“약은 못 구했어. 일단 집에 가자. 데려다줄 테니까.”

“응.....”

비가 와, 소리가 쉽게 울리는 복도에 또각또각 두 명의 구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마오가 양호실에서 나온 류의 등 뒤를 쫓아간 뒤, 시라베는 혼자 복도에 남겨졌다.

여자화장실에서 나온다는 투명인간이 1학년 3반의 부반장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조사도 끝.

그녀는 조사일지를 꺼내 ‘투명인간의 정체는 1학년 3반의 부반장이었다.’를 적었다.

‘다음 조사 목록은…’

「양호실에서 시험관에 잠긴 여자를 본 거 같아요.」

시라베는 고개를 끄덕인 뒤, 조사일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천천히 양호실에 다가가려는 순간.

드륵-

문이 열리고, 커다란 천막을 친 무언가를 구루마에 올린 리카가 그것을 끌며 걸어갔다.

“정말, 류. 완전 짠돌이야. 고작 정액 정도 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매일 1억 마리나 생기는 게 정자인데. 아-, 류의 정자로 처녀 수정 시험관 아기 만들고 싶다. 클론 만들고 싶다.”

툴툴거리며 지나가는 리카를 따라간 시라베. 어느새 학교 후문, 폐기물 처리장 앞에 온 세리카는 문을 열고 나가는 리카를 바라봤다.

「양호선생님 머리에는, 우산이 숨겨져 있다.」

‘...메모.’

대충 손을 털고, 천막에 덮여있는 것을 발로 찬 리카. 빗물에 웅덩이가 고여있는 곳에 분홍색의 기름 덩어리 같은 게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철컥

문이 열리고, 리카가 양호실로 돌아간 뒤, 벽 뒤에 숨어있던 시라베는 두두두두 뛰어 학교 후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기 전, 비를 맞을 필요도 없이 누군가가 천막을 대신 걷어주었다.

“흐음, 딱히 류를 노린 것도, 아니고. 간 보기로 넣은 녀석이었는데, 너무 쉽게 당했네요. 닥터가 실망할 텐데.”

검은 정장에 금발의 의문의 여인이 열린 뚜껑에서 흘러나온 알몸의 소녀를 보며 말했다.

그 뒤를 잇는 남자의 목소리.

“나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류, 그 자식은 한때 세계최강의 남자.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고작 저딴 한심한 놈한테 빈틈을 보일 리가 없잖아.”

“역시 그런가요?”

“그래, 이제 내가 나서도 되겠지? 이 학교에 성적도 안 되는 나를 욱여넣는다고 돈 좀 썼다며.”

“네, 그렇게 하죠. 대신 죽이면 안 돼요?”

“크흐흐흐, 노력하지.”

오직 실험체에만 관심이 있는 시라베의 눈에, 분홍색의 액체와 함께 떠밀려 나왔던 여자가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쿨럭, 여기는?”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양호 선생의 실험체를 향해 명함을 내밀었다.

“저번에 저희 뵀었죠? 주 세이텐카입니다.”

“그, 그 안경잽이가 내 불알을 으윽, 잠깐만 없, 어, 없어? 내가 고자? 고자라니이이이━!”

중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폐기물 처리장 안. 시라베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이미 조사일지에 적힌 의뢰는 마무리했기 때문에-.

「양호실의 실험체에 대한 소문은 사실이다.」

조사완료.

하루에 2가지 조사를 완료한 시라베는 기분이 좋았는지, 경쾌한 발걸음으로 도도도도 뛰어 자신의 부실을 향해 뛰어갔다.

*

“에츄-!”

누가 내 얘기라도 하나, 재채기도 엄근진하게 마친 나는 옆의 츠우미를 바라봤다.

우산도 없이 추워 보이는 모양새.

옷을 만들어 입히려 해도, 교복만 입은 채로 속은 비어있는 여자를 보게 된다면 거리가 난리가 날 것이었다.

몸을 덜덜 떨어대고 있었다. 새하얀 발을 자신의 종아리에 비벼대는 게, 만지지 않아도 얼음장 같을 터.

나는 가방에서 우비와 아기 띠를 꺼내 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한 듯 물어오는 츠우미.

“류....왜...아기띠를 들고 다니는 거야?”

“반장이니까.”

“그렇구나....”

나는 츠우미에게 걸어가, 곧바로 츠우미를 들어 올렸다.

“흐에에에, 류? 갑자기, 왜?”

“비 맞으면서 걸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너를 부반장에 어울리게 개조한다는 말. 지금부터 시작하자고.”

“흐아, 류. 왜...이런 자세로.”

나는 오금 사이로 띠를 넣어 츠우미를 다리를 건 뒤, 츠우미가 앞을 보도록 내 품 앞에 고정했다.

“부, 부끄러워....”

뻑하면 조수를 뿌려대는 데, 나를 보는 방향으로 엎을 수 없지 않은가.

츠우미는 아이의 오줌을 싸는 것을 도와주는 자세로 류의 앞에 매달렸다.

그렇다.

그녀는 알몸으로 다리를 벌리고, 오줌싸는 자세를 취하는 중이었다.

“올바른 부반장이 되기 위해, 오늘의 목표는 최대한 절정참기.”

“절정참기.....응.....열심히 해볼게....”

두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츠우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우비와 우산을 쓴 뒤, 운동장으로 한 발 내디뎠다.

철퍽

프슈우우욱━

츠우미가 올바른 부반장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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