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8화 (8/54)

19 EP.16 반장으로서의 무게(2)

#015화. 반장으로서의 무게(2).

“야, 일로 패스!”

“나이스, 류!”

츠우미는 봄바람에 휘날리는 커튼이 자신의 볼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꼈지만, 간지러움을 느끼질 못할 만큼 창밖의 풍경에 매몰되어있었다.

어느새 희고 가녀린 목이 창문 틈 사이에 걸렸음에도, 그녀의 몸은 조금 더, 조금 더 그녀가 바라보는 것에 가까이 가고 싶을 뿐.

‘류.....행복해 보여....’

그녀의 I컵의 가슴이 벽을 꾹꾹 눌러대는 탓에 더는 다가가지 못해, 츠우미는 안타까울 뿐이었다.

‘또 커졌어.’

매일같이 하는 다이어트에 고구마와 채소밖에 안 먹는 그녀였다. 도대체 어디서 영양분을 받아 성장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을 꽉하고 쥔 손이 떨려댔다.

그녀에게는 이 큰 가슴이 마치 다른 세포의 영양분을 게걸스럽게 빨아먹어 스스로를 죽이는 암과 같이 느껴졌다.

‘이런 천박한 몸 따위 류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안경 안으로 그녀의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사실 류는 그녀와 같이 남미의 미녀처럼 폭발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좋아하기는 했었다.

다만, 이세상이 너무 흉악하고, 음탕해.

믿고 거르는 것일 뿐.

이 사실을 모르는 츠우미는 계속해서 천박해지는 자신의 몸뚱어리가 싫을 뿐이었다.

어느새 학교의 의자에도 맞지 않게 커져 버린 엉덩이가 삐죽 튀어나온 것도 그녀는 싫었다.

“꺄악, 류 멋있어! 대단해!”

“근데, 옆의 타케시도 좀 남자답게 생겨서 괜찮지 않아?”

“걔는 너무 바보 같잖아. 깬다구. 하하.”

츠우미는 쌈바 춤을 추며, 공을 몰고 가는 류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멋있어.....이러니까 다들 류를 좋아하는 거겠지?’

이 반 안의 여자애들은 다들 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소심한 그녀로서는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류에게 꼬리를 쳐대는 마오도.

츠우미는 가슴이 커져 버린 탓에 팽팽해진 단추를 내려다봤다. 빳빳해진 면에 저절로 벌어진 단추 사이의 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봤다.

큰 가슴이라 어쩔 수 없이 땀이 고일 수밖에 없는 구조. 그녀는 손가락을 끈적하게 감아오는 유압과 부드러운 살결을 느꼈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절대 좋아할 수 없는 몸이었다.

변태 같은 아저씨들이나, 길가는 개구쟁이 꼬맹이 녀석들이 젖보지라며 놀려대기 좋아할 만한 가슴이었다.

‘나도 마오처럼 칠칠치 못하게 입고 다니면, 류가 신경을 써줄까?’

전철에서 치한 당하던 자신을 구해준 뒤, 츠우미는 아직 류와 얘기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그런 추잡한 꼴을 보여줬으니 당연히 정이 다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저런 천박한 갸루도 류와 말을 섞지 않는가?

츠우미는 뒤를 살짝 돌아봤다.

천박하게 다리를 오므릴 생각도 없이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는 마오는 츠우미의 시선을 느꼈는지, 비릿한 비웃음을 츠우미에게 보여줬다.

츠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들거렸다.

‘류는 반장이니까, 네 천박한 행동을 교정해주는 것뿐이라고!’

다 류가 너무 성실한 반장이라서, 그런 것이었다. 류가 딱히 저 갸루를 좋아해서 챙겨주는 게 아니란 말이다!

츠우미는 안 그래도 창백한 피부가 더 희게 변할 때까지 주먹을 쥔 채 입술을 깨물어댔다.

사실은 츠우미도 그런 작은 관심이라도 받고 싶었다. 그녀가 천천히 류에게 말을 걸려고 가면.

-류....

-류, 축구 하러 가자고! 남자는 축구!

어느새 타케시가 류를 채가고. 아니면-.

-류....

-류, 이것 봐라? 나 오늘 팬티 무슨 색 입었게?

-으엑...

대구르르 굴러가, 말을 걸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자신의 모습을 츠우미는 떠올렸다.

그녀가 말을 걸려고 하면, 저 갸루가 은근슬쩍 자신을 밀쳐대고 천박한 옷으로 류의 관심을 끌어댔다.

계속 이런 식이면, 잊혀져 버릴 거야!

그녀가 읽던 만화 속 25번째 히로인처럼 공기화가 되어버릴 게 분명했다.

츠우미는 불안했다. 항상 무리밖에 동떨어진 그녀였기 때문에, 항상 관심과 사랑에 굶주렸던 그녀였다. 타케시를 볼 때는 따뜻했던 눈빛이 자신을 바라볼 때는 그저 무감정이었다.

그런데 마오는?

짜증 섞인 눈이지만은 그래도 관심을 주었다.

미움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과감해져야 했다.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마오처럼, 적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는 법!

츠우미가 자주 보던 만화 속의 무사님처럼.

‘하지만, 어떻게?’

그녀는 자신의 육체에 전혀 자신감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천박한 가슴이나 자신의 치마 속을 보여준다면 류의 눈이 상할까 봐 더 걱정하는 그녀였으니 말이다.

‘마오는 솔직히 같은 여자가 봐도, 완벽하지.....’

츠우미는 왼쪽 귀 옆에서 자신의 얼굴을 달고 있는 악마가 ‘뿅’하고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너, 그때 주운 약이 있잖아. 천천히 익숙해지는 거야. 어차피 류는 보지도 못한다고?

그때 양호실에서 주운 약.

호기심에 하나 먹어 봤었던, 츠우미였다.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에, 투명인간이라니?

아마 B급 감성의 마케팅, 비타민제거나 약처럼 생긴 과자인 줄 알았던 그녀였다.

그렇게 약을 먹어 봤던, 츠우미는 정말로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목격했었다.

오른쪽 귀에서는 왠지 성스러운 목소리가 츠우미의 귀에 속삭여 댔다.

-안돼요. 츠우미. 츠우미는 착한 아이잖아요? 학교에서 알몸으로 돌아다닌다니? 어멋, 남사스러워라.

그때, 투명한 상태로 교복만 입고 있었던 그녀 탓에 여자 화장실이 한 번 난리가 났었다. 투명인간인 상태로 류에게 가려면.

꿀걱

‘알몸으로.....류의 앞에.....’

츠우미는 혼란스러운 양 귀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등했다.

*

며칠 후.

가라앉은 츠우미의 기분을 더 가라앉게 만드는 우중충한 날씨.

“으엑.”

츠우미는 어김없이, 땅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며 넘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탱탱볼 같이 탄력이 넘치던 그녀의 몸 덕분에 전혀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시퍼런 멍이 들어, 더 멍이 들 곳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었다.

‘나도 류랑 같이 점심 먹고 싶었는데!’

“꺅!”

류의 손이 마오의 골반을 잡아들어, 책상 옆으로 내려놨다. ‘이익.’거리며 여자답지 못하게, 발이나 쿵쿵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마오를 보며 츠우미는 속이 쓰라렸다.

‘나도, 나도. 류가 날 만져 줬으면.’

츠우미는 사고로 류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순간을 기억했다. 눈앞의 빛이 번쩍하며, 순간 몸 안에 번개가 내려쳐 쾌감이 온 신경을 타고 사지로 뻗어 나갔던 쾌감을.

아, 위험하려나.

또 류의 앞에서 조수를 뿌려대는 것은 너무 심각한 민폐였다.

2번까지는 괜찮아도, 3번째부터는 삼진 아웃이 아닐까?

‘그래도 요즘은 집에서 자주 하니까. 골반 만져지는 정도로는 괜찮지 않을까....’

요즘 츠우미는 매일 같이 이불보를 젖게 만들고, 새벽녘에 일어나 이불보를 빨아대는 게 일상이었다.

슬쩍

습관대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으려던 츠우미는 치마 춤에 걸리는 딱딱한 물체에 정신을 차렸다.

‘비참해.’

땅바닥에 엎드려, 변태 같이 자위를 하려는 그녀나,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손길 한 번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마오를 엎드려 바라보는 그녀, 그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츠우미는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손을 막은 딱딱한 물체를 꺼냈다.

「투명피린」

‘그래, 아무도 못 봐. 이건 단지 연습이니까.’

츠우미는 류의 시선을 따라 마오를 바라봤다.

분홍색 티팬티를 자랑하는 그녀를 보고 츠우미는 결심을 굳힌 듯, 약을 꼭 쥔 손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과감해지는 거야!’

*

스윽스윽

츠우미는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천천히 단추를 풀자 면에 쪼여있던 가슴이 답답했는지 곧바로 흰 와이셔츠를 뚫듯이 튀어나왔다.

수수한 흰색의 브라를 벗은 뒤, 복숭아를 뒤로 뒤집어 놓은 것만 같은 엉덩이를 뽐내며, 츠우미는 완전히 옷을 벗었다.

제 성격답게 이 상황에서도 옷을 예쁘게 개어 놓은 츠우미는 안경까지 벗어 변기 위, 커버에 올려두었다.

“후우.....할 수 있어. 어차피 아무도 못 봐.”

츠우미는 거울을 바라봤다. 반투명하게 보이는 여자의 몸. 안경을 벗어 희뿌옇게 보인다지만, 가까이 붙으면 선명하게 보였다.

안 좋은 눈 보다 거슬리는 것은 눈 밑까지 내려 기른 답답한 앞머리였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그녀라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츠우미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사람 머리통보다 큰 젖가슴에, 유두라기보다는 세로로 속 들어가, 젖보지라고 부르기에 더 알맞은 함몰 유두.

그녀의 콤플렉스였다.

츠우미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 양 유두를 가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류가 봤다면, 아니 유두를 가릴 바에는 보지를 가리는 게 정상적이지 않냐!라고 기함을 터트릴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유두가 부끄러웠다.

똑, 똑

“후욱....후욱.....”

몰아치는 긴장에, 숨을 몰아쉬는 츠우미. 문이 열리고, 윗머리가 비어 옆머리를 끌어와 덮은 국어 선생의 고릴라 같은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흡!”

황급히 입을 틀어막는 츠우미의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리기 바빴다.

그 출렁이는 가슴만큼, 그녀의 가슴도 크게 뛰어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국어 선생을 따라 들어간 그녀의 작고 하얀 발이, 교실 바닥을 천천히 밟다 그 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보이는 교실의 모습을 바라봤다.

‘반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내 천박한 몸을 다 드러내고 있어.’

츠우미는 온몸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수치심이든, 고양감이든 무엇이든.

그녀는 기분이 묘했다.

평생 몸을 꽁꽁 감싸며 살아온 츠우미. 그녀는 마치 저 창문 밖에 벚나무에 앉아있는 참새처럼 자유로워진 것만 같았다.

‘아무도 내 몸을 보고 비웃지도, 변태처럼 음탕한 눈길을 보내지도 않아.’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항상 수업에 집중하는 류의 눈빛이, 츠우미는 마치 자신을 바라보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를 보고 있는 듯한 그 눈빛에 츠우미는 슬쩍 공부하는 학생의 얼굴에 바로 앞에 손을 흔들어 봤다.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열심히 그림만 그려대는 반 친구.

‘괜찮아, 나는 지금 투명인간이니까.’

츠우미는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저 뒷자리에 앉아있는 마오처럼 류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예행연습이었다.

벗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기 위해 하는 연습!

그녀는 아직도 류가 그녀를 구해줬을 때가 눈앞에 그려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류가 잡아줬을 때도, 류가 그녀를 업고 양호실에 데려다줬을 때도.

투명한 그녀의 허벅다리에, 조금은 불투명한 애액이 흘러내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공간이 생긴 보지와 달라붙은 사타구니에서 조그마한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을 순식간에 질척한 애액이 채워냈다.

류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츠우미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간다.

“헤엑, 헤엑.”

두근! 두근! 두근!

귀의 고막이 심장이 뛸 때마다 파르르 떨려댔다. 츠우미의 육덕진 허벅지가 비벼질 때마다 끈적한 액체가 비벼지며 찌걱찌걱하는 소리를 내어댔다.

츠우미는 혹시나 류가 자신의 천박하고 짐승 같은 숨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두꺼운 허벅지에, 우스꽝스럽게 다리를 오다리로 만들고 걸은 츠우미는 곧바로 무거운 한쪽 가슴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쓸데없이 큰 가슴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생각하며.

츠우미는 류의 책상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항상, 외톨이였다.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었다. 오직 자신의 몸을 음탕하게 바라보는 변태들이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츠우미’가 아닌 천박한 가슴 정도.

츠우미는, 그녀는 스스로를 투명인간과 다른 바 없다. 생각해왔다.

그런 투명인간을 류는 처음으로-

도와줬었다.

구해줬었다.

관심을 가져줬다.

‘그러니까, 류….’

쯔읍-

츠우미는 남은 한 손으로 보지를 벌려, 자신의 모든 것을 류에게 드러냈다.

‘제발 나 좀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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