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7화 (7/54)

19 EP.15 반장으로서의 무게

#014화. 반장으로서의 무게.

점심시간.

아침에 챙겨온 도시락을 챙겨, 타케시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는 중. 창문 밖이 심상치 않았다.

복도 위의 조명이 없었다면, 한낮에 커튼을 쳐 놓은 것만 같이 어두웠을 것이다.

“류! 남자라면, 비를 맞으면서 도시락을 까는 것도 로망이겠지!”

빗물에 밥을 말아 먹고 싶어 하는 타케시를 대충 말리고, 녀석을 끌고 반으로 향했다.

이 학교가 좋은 점이 ‘ㅁ’자 형태로 되어있는 학교 내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날씨를 보니 한바탕 쏟아질 것 같으니 말이다.

“으윽....류, 비 따위는 남자의 뜨거운 열정을 물리칠 수 없다고!”

대체 어디서 자존심이 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케시는 내게 목덜미 부분을 잡혀 질질 끌려오는 상태에서도 손을 앞으로 흔들어 댔다.

“남자 답지 않은 게 아니라. 비에 음식이 젖으면, 싱거워지잖아.”

“아하! 그렇군!”

손바닥을 펼쳐 그 위로 주먹을 올린 타케시가 깨달은 표정을 하며, 그제야 내 옆으로 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류는 매일 그렇게 도시락을 싸 오는 거야?”

옆에서 빵 봉투를 입에 물고 있는 타케시가 물어왔다.

이곳의 학생들은 대부분 매점에서 빵을 사서 먹었지만, 전생 한국인인 나로서는 점심을 빵으로 때운다?

그것은 나의 위장에 대한 모욕이다.

“쌀을 먹어야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역시, 강한 남자는 쌀을 먹는다....메모....”

덜컥

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가니, 날씨가 심상치 않은 걸 느낀 반 학생들도 대부분 반 안에서 빵이나 싸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문제는 저 갸루.

내 책상이 제 자리라도 되는지, 또 내 책상 위에 앉아있었다.

나는 점점 더 강하게 내게 돌진을 해오는 그녀를 보고 난감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지만, 나는 나무가 아니었다. 발목에 도끼가 찍히면, 화가 나는 인간이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무슨 읍토미 세상의 변태남들처럼 불알을 터트려 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교칙에 위반되게 야하게 입고 다니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 의자는 네 발 받침대가 아니다.”

나는 곧바로 의자를 뒤로 당겨, 손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냈다. 곧바로 자세를 숙여 의자 위에 혹시 먼지가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흰 장갑을 낀 뒤, 손가락으로 의자를 닦아 검지를 살펴봤다.

깨끗하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 앉아, 내 책상 위에 앉아있는 마오를 바라봤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드러난 허벅지가 책상의 모서리에 눌려, 옆으로 퍼져있는 모습.

은근슬쩍 천천히 다리를 벌려대는 모습에 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 무릎을 조신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이이익! 하아…, 진짜! 힘만 세서. 여자한테 그렇게 힘을 쓰면 실.례라고 류.”

“네가 내 책상 위에 앉아있는 것도 충분히 실례야.”

내가 금태양이던 시절은 꿈도 못 꿀 광경이었다. 내 책상 위에 엉덩이를 올리고 있다니. 아마 이 광경을 본다면, 나와 같은 반이었던 녀석들은 졸도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여자가 내 앞에서 허벅지를 벌려대는 것도, 한 달 전만 해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했지.’

금태양은 기본적으로 따먹히는 자가 아닌, 따 먹는 자.

포식자였다.

여자들이 바보같이 내게 협박거리를 보여주거나, 내 눈빛에 오줌을 지리며 상상임신을 했어도, 이렇게 내게 먼저 다가오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나의 핑챙 어머니도, 은근히 방 안에 들어와. 먼지 한 톨 없는 내 방에서 열심히 풍만한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의미 없는 걸레질을 해댈 뿐이었다.

심지어 미도리는 이 세계관의 최강 걸레라고 부를 수 있는 전직 핑챙이었었다.

이런 페이크 빗치가 아니라.

그렇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한 번도 여자들에게 이런 적극적인 대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필이면, 인생 처음으로 받는 대시가 이런 갸루라니.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NTR남, 그리고 변태들의 불알만 으깨는 것에 익숙한 나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깔끔하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

‘불알 대신 보지를 발로 차야 하나?’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어 얼른 그 폭력적인 생각을 날려버렸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린다는 말.

이 읍토미 세상 속의 괴물들과 일평생을 싸워오다 보니, 내가 괴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하…, 알았어. 안 벌릴 테니까. 놔줘, 류.”

나는 마오의 말에 잡고 있던 양 무릎을 놔주고, 마오의 엉덩이 옆에 분홍색 땡땡이 보자기로 싸놓은 도시락을 놓았다.

“그럼, 우리 같이 도시락 먹을까?”

“저기, 그럼...나도...도...으엑.”

‘방금 누가 말을 건 거 같은데?’

방금 서 있었던 누군가가 존재감 없이 반 친구들에게 밀려 사라졌다.

“류, 우리도 같이 먹자고!”

“응, 나도, 나도!”

왠지 얼굴에 A, B가 쓰여 있는 것 같은 친구들. 작가가 얼굴조차 그리기 귀찮아하는 그런 류의 엑스트라들로 보였다.

대충 광대 위로 핑크색 선이 대충 찍찍 그어져 있는 게 무엇을 바라는지 예상이 간다.

“미안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나는 헤벌레 웃고 있는 타케시 쪽으로 눈길을 준 뒤, 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 마오의 골반을 틀어쥐었다.

“꺅!”

곧바로 책상 위에서 마오를 뽑아낸, 나는 내 책상 옆으로 그녀를 내려놓았다.

“오오오!”

“이건, 뷰지 도장!”

안 그래도 습한 날씨라 뿌연 수증기가 그녀의 엉덩이 모양과 둔덕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자에대한 관심이 터져 나올 나이 때라지만, 고작 저런 걸 보면서 헥헥 거리다니.

이 녀석들은 건강한 성관념이라는 게 없는 걸까.

슈슈슈슈숙

책상 위의 이물질이 사라지고, 책상 위로 흐르는 것은 오직 광택뿐.

「번쩍!」

“으아아악! 눈부셔.”

“깔끔해, 너무나도 깔끔해. 도대체 내 마음은 얼마나 더러웠던 걸까! 당장 마음을 비워야겠어. 부끄럽다.”

열반에 든 것 같은 엑스트라 B가 언제 밀었는지 깔끔해진 머리를 뽐내며 A를 끌고 갔다.

내 옆에 남은 것은 오직 마오뿐.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부각해댔다.

나는 안경을 바로 하고, 천천히 도시락을 싼 보자기를 풀어헤쳤다.

“더는, 용건이 없다면 밥 먹으러 가지?”

“알고 있다고! 정말…,나처럼 예쁜 여자가 같이 밥 먹어준다는 게 흔한 기회인 줄 아나 봐? 베에-”

쿵.쿵.쿵-

자존심이 단단히 상했는지, 마오는 팔을 쭉 뻗은 채, 주먹을 단단히 쥐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말 밥 한번 먹기 힘들다.

“타케시 얼른 밥 먹자고.”

타케시는 우리 둘의 모습을 어색한 미소로 우리를 보고 있다, 내 말에 천천히 빵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그런데, 류. 같이 밥 먹는 게 뭐가 문제야? 내 생각에 마오는 너랑 친해지고 싶은 거 같은데 말이야.”

이 순진한 녀석.

내 책상에 마구 뷰지도장을 찍어대고, 다리를 벌려대는 게 고작 친해지고 싶어서 하는 거로 생각하는 걸까?

“타케시, 내가 말했었잖아. 갸루는 거르는 거라고.”

“류!”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변해버린 타케시. 녀석의 얼굴에는 굵은 선으로 ‘나 진지해요.’라는 음영이 얼굴에 뒤덮였다.

왠지 모르게 턱이나 얼굴 골격이 남자답게 선이 굵어진 녀석이 입을 열었다.

“류가 갸루나 그런 걸 안 좋게 생각하는 거 알겠어. 하지만! 나도 한때는 괴롭힘이나 당하는 소심한 애였잖아. 그때, 류가 내게 손을 내밀어주고, 나를 변화 시켜줬었어.”

타케시는 척하고 내게 엄지를 내밀었다.

“그러니까, 마오도 류가 손을 내밀어주면, 긍정적으로, 열정적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아는 류는  친구를 혼자 두지 않는 남자 중의 남자니까!”

*

“자, 오늘은 43페이지. 우리의 꿈이라는 시를 배워 보겠다.”

끼익, 탁.

칠판 위에 쓰여 있는 시를 내 필기 노트에 옮기면서도, 오늘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아까 전 타케시가 꺼낸 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려왔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 강력한 핑챙이었던 나의 어머니도 바꾼 나였다.

그런 내가 고작 페이크 빗치를 평범하고 올바른 삶으로 이끌지 못할까?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 마오를 바라봤다.

나를 보더니 한쪽 입가를 틀며, 다리를 그대로 활짝 벌리는 마오.

오늘은 핑크색 속옷을 입었군.

‘아, 이게 아니라.’

하지만, 바꾼다고 해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나는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꺼내 봤다.

옛날 동전처럼 중앙이 뚫려있는 동전 목걸이.

최면을 쓰던 녀석의 불알을 부숴주고 챙겨 온 목걸이였었다. 이 목걸이로 금태양 컨셉에 영향은 받아도, 잡아먹히지 않게 내 자아를 보호할 수 있었었고.

갈색 머리로 변한 미도리가, 자신이 암타하며 벌여왔던 일들을 깨닫고, 갑작스레 밀려온 죄책감에 정신이 붕괴했을 때-.

이 동전을 가지고 너덜너덜한 마음을 꿰매어 이어줬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미도리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람을 세뇌해서, 사람의 인격과 마음을 내 입맛대로 바꾸다니. 그것은 끔찍한 범죄였다.

괴물과 싸운다고 해서, 내가 괴물이 될 수는 없다.

이 읍토미 세상에서 알맞은 조교. 아니, 지도 편달을 할 방법이 무엇일까.

끄적끄적.

어느새 내 필기 공책에 미국 서부에서나 굴러다닐 법한 회전초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반장. 저기 빈 자리는 뭐지?”

선생님의 말씀에 반사적으로 일어난 나는 완벽한 차렷 자세를 보여주고 빈자리를 바라봤다.

“츠우미는 몸이 안 좋다고 점심시간에 양호실에 갔습니다. 선생님.”

“그, 그래. 근데 반장?”

“네.”

“항상 그렇게 너무 예의 바를 필요는 없다고?”

“과찬이십니다. 선생님.”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타케시를 바라봤다. 코로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는 녀석.

이 녀석 때문에 괜히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연필을 들어, 녀석의 콧물 방울을 터트려줬다.

탁!

“에, 에. 열정, 열정적으로 공부. 남자는 노력!”

“입에 침이나, 닦아. 타케시.”

다시 눈에 불을 켜고, 교과서를 통째로 필기 노트에 옮겨 적는 녀석이었지만, 다시 잠이 들 게 뻔했다.

똑, 똑

갑작스레 들려오는 노크 소리.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이 문을 열어 봤지만 아무도 없었는지. 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복도를 둘러보다, 문을 닫았다.

“에잉, 어떤 놈이야. 누가 장난을 치는 거 같은데.”

손을 털고 다시 교탁에 선, 선생은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남들이 보면 열심히 선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시선은 교탁에서 한 발짝 앞에 고정되어있었다.

쿨럭

당황스러움에 나오는 기침. 손수건을 들어 입을 닦으니, 붉은 반점들이 새하얀 손수건에 찍혀 나왔다.

“류! 이거 피 아니야?”

당황하는 타케시에게 대충 손을 흔들고, 다시 품속에 손수건을 집어넣는다.

“괜찮아. 가벼운 지병이니까. 목 안에 점막이 약해서 그런 거뿐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

“크흑.....역시 류가 그 많은 근육을 잃은 것도. 젠장, 나는 친구가 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빗속에서 뜨겁게 도시락을 까자고....나는 바보야, 바보라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뜨거운 눈물을 흘려대는 타케시의 오해를 고쳐주고 싶었지만, 나에게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하아....하아.....”

완벽 안경남의 컨셉이 아니라면, 잡아내기 힘든 미약하게 달뜬 숨소리. 그리고-.

쯔븝

끈적하게 달라붙은 무언가를 억지로 갈라놓는 소리. 나는 습한 날씨에 수증기를 내뿜어대는 것을 바라봤다.

「번쩍!」

음탕할 정도로 거대한 가슴과 쏙 들어간 허리, 자궁 탓에 어쩔 수 없이 볼록 올라온 아랫배. 그리고 무거운 엉덩이 탓에, 잘 발달 된 허벅지가 번개 빛에 깊은 음영을 드리웠다.

쿠구구구구궁━!

“꺄아! 방금 번개 쳤나 봐!”

“야, 정전인가 봐. 정전.”

“자, 다들 진정하고 선생님이 불 켤 테니까.”

띵띵 소리를 내며 다시 켜진 형광등. 다들 눈을 비벼대며 갑작스레 밝아진 눈앞에 적응할 때-.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선명한 분홍색의 보지가 벌려져, 드러난 구멍 속 안과 질질 흘려대는 끈적한 애액들이었다.

제 잘못을 아는지, 벌벌 떨려대는 주름 가득한 질 안.

“훗.”

작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에, 긴장을 놓은 것이었다.

뜨겁고 질척이는 보지 구멍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에 김이 서린 안경을 닦아냈다.

‘그래, 이세상은 원래 이런 세상이었던 거야.’

안경을 다시 쓰고, 중지로 안경을 고정시키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내가 얼마나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알기에.

‘반장으로서….’

지도 편달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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