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6화 (6/54)

19 EP.14 청춘은 사랑과 우정(4)

#013화. 청춘은 사랑과 우정(4).

“류, 이쪽이야. 이곳으로 패스!”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앞을 달려가는 타케시. 나는 달리느라 살짝 내려간 안경을 고쳐 쓰고, 강력한 발길질에 부메랑처럼 휘어진 축구공을 45도 각도로 받아내 천천히 땅에 떨구었다.

-완벽한 퍼스트 터치야!

-와아아아! 류, 대단해!

나의 친구 타케시에게 공을 그대로 뿌리고 싶지만, 열정이 과했는지 이미 오프사이드를 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골대 안에서 패스를 달라는 건, 그것은 슈팅일까 패스일까.’

그대로 몸을 옆으로 틀어, 앞을 향해 공을 몰고 달려간다.

타다닥, 탁

공과 마치 한 몸이 된듯한 유려한 드리블.

그 모습은 마치.

「신구합일(身球合一)」

삐끗

이 말을 뱉자마자, 컨트롤 미스가 나고, 드리블을 순간 너무 길게 쳐버렸다.

생각을 해보니 무협용어를 쓰기에는 이 축구라는 것은 그 나라와 어울리지 못했다.

축구에서 무공을 쓰는 것 보다, 축구경기를 보는 티비를 무공으로 부수는 게 익숙한 무림인들을 떠올리다니.

‘실수다.’

곧바로 올라와 긴 드리블을 자르려고 하는, 상대편의 윙백, 아슬아슬하지만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던 나였기에 먼저 공을 터치할 수 있었다.

“너, 범생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축구 잘하잖아!”

자세를 한 것 낮추고 내 주발을 경계하며, 대각선으로 몸을 틀어 나를 견제하는 자세를 보니 쉽게 재칠 수는 없어 보였다.

이번에 축구부로 들어간다는 녀석이었던가.

확실히 기본은 되어있는 친구였다.

주변을 빠르게 살피니 다들 오프더 볼이 무엇인지 모르는지, 이미 전부 대인마크가 되어있는 상황. 고작 학교 체육시간의 축구경기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됐다.

그렇다면-.

뚫어낼 수밖에!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려면 더 뛰어난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법. 1대 1 대치에서 가장 스킬이 뛰어나고, 탈압박 능력이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브라질’

그렇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바로 브라질의 혼이 담긴 춤.

「쌈바」

나는 곧바로 골반을 비틀어대며,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손을 휘저으며 녀석의 눈을 교란하고 흔들리는 골반으로 끊임없이 페이크를 주며, 양발로 공을 툭툭 쳐대며 전진한다.

“대단해! 드리블을 마치 춤을 추듯이 하잖아. 그런데 저 춤이 뭐지?”

“으그, 만화도 안 봤냐? 쌈바 잖아!”

녀석의 눈동자가 쉼 없이 흔들려간다. 놈의 눈에는 왼쪽, 오른쪽으로 나아가려는 내 발이 환상처럼 스쳐 갈 것이 분명했다.

페이크에 반응해 점점 더 내려가는 녀석의 무게 중심.

끝이다.

왼쪽으로 골반이 틀리는 순간, 녀석의 어깨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툭툭

곧바로 왼쪽으로 칠 듯하며, 오른쪽으로 공을 길게 쳐 앞으로 순식간 튀어나간다.

“아아-안-돼!”

내 체육복을 잡아끄는 녀석, 옐로카드와 골을 교환하고 싶은 듯했다. 영리한 플레이 하지만. 나는 안경을 고정 중인 손을 내려 그대로 어깨를 잡고 있는 손등을 쳐냈다.

“미안하지만, 좋은 승부였다.”

펑-!

페널티 에어리어, 그 꼭짓점에서 곧바로 공을 감아 차올렸다.

날아가는 공.

축구장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가 쏘아 올린 공을 따라간다. 날아오른 골기퍼의 손끝을 지나, 회전하는 공이 천천히 코너를 그리며 골라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툭-!

골대 라인 안에서 헤딩을 한, 타케시가 열정적으로 공중에 어퍼컷을 날리며, 소리쳐댔다.

“류! 대단해! 역시 나이스 어시스트야!”

골대 라인 안에서 골을 만져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걸 내 친구는 알고 있을까?

녀석은 이 읍토미 세상에서 다른 의미로 나사가 빠진 듯했다.

뭐, 덕분에 이 완벽 안경남 컨셉 탓에 나와 친해지기 어려워하던 남자 학생들과의 벽도 허물어졌으니 이 정도 접대는 해주어야겠지.

“나이스, 골이다. 타케시.”

-삐익, B조 승리!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뿌려지는 땀방울.

곧바로 흔들리는 시야와 함께, 푸르른 하늘이 보였다. 항상 꼴도 보기 싫었던 화창한 하늘. 이 만화적 세계에는 중간이 없었다.

화창하거나, 노을 지거나, 비가 내리면, 밤이라도 된 것처럼 구름이 빽빽하거나.

그런데 지금은 이 화창한 날씨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류, 대단하다고. 우리가 이겼어. 네가 다 한 거라고!”

“상대편에는 축구부에 들어가기로 한 애들이 3명이나 있는데.”

“정말, 멋진 승부였어!”

헹가래를 쳐주는 반 친구들의 환대에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공중으로 날아올랐음에도, 내 몸은 흐트러질 생각조차 못 했지만 말이다.

이게, 인간다운 삶이지.

*

흐르는 땀방울조차, 무지갯빛이나는 몸을 가진 나, 그렇다고 해도 이 땀이 찝찝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타케시와 함께 천천히 학교운동장 트랙으로 향했다. 그 너머에 음수대가 있으니 말이다.

“류, 내가 넣은 골 봤어? 진짜 다 류 덕분이야. 순간 나 집에 택배가 온 줄 알았다니까?”

타케시는 아까 전 자신이 마지막 골을 넣었다는 착각이 여전한지 웃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열혈남은 바보다라는 클리세를 넘지 못한 녀석이었지만, 친구로서는 좋은 녀석이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들어온 사립고교가 명문은 아니라 할지라도, 골라인 안에서 골을 넣었다 착각을 할 수 있는 바보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한국식 사회생활을 아는 내가, 기뻐하고 있는 녀석의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봤지. 훌륭했다. 타케시.”

“하하, 뭐. 다 류 덕분이지. 그런데 걱정했다고, 나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류가 중학교 다닐 때 모습도 봤었단 말이야. 어디 몸이 안 좋아서 근육이 다 빠져버린 건가 싶었는데....”

확실히 몸이 반쯤 줄어버리기는 했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 몸도 평범한 성인 남자와 비교했을 당시에는 건장한 편이었다.

‘금태양이었을 당시에는, 사람보다 괴물의 모습에 가까웠다랄까.’

“그런데 날 어디서 봤지?”

타케시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한 인터넷 사이트를 내게 보여줬다.

「읍본 최강의 남자 랭킹」

이건 또 무슨 사이트일까?

내 의아한 눈빛을 읽은 타케시가 코 위의 반창고를 긁으며 수줍게 웃어왔다.

“류, 너는 몰랐겠지만, 너 엄청 유명했다고! 지금은 실종 처리돼서 랭킹에 내려가 있지만, 한때는 네가 1등이었으니까. 커뮤니티 사람들도 네가 고등학교로 올라간다면, 전국구를 넘어서 세계를 제패할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어.”

이 녀석이 대충 어떤 부분의 오타쿠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전생에서도 무슨 무슨 구 대장부터, 연예인 싸움 순위까지. 남자들은 ‘강함’으로 서열을 세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런가? 다 옛날이야기지, 이제는 우리 모두 다 애들이 아니잖아?”

“그렇지....뭐, 아쉽기는 하지만, 류의 말은 항상 다 옳으니까! 근데 류는 축구부에 들어갈 거야?”

그러고 보니, 내 앞을 막던 녀석이 내게 악수를 청하며, 축구부에 오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기는 했었다.

“아니.”

“왜-! 그렇게 축구를 잘하는데?”

축구부, 야구부, 수영부 딱 이름만 들어봐도 음탕한 냄새가 질질 흘러 대는 곳에 내가 들어갈 리가. 이상하게 남자만 있는 남자 축구부의 여자 매니저.

‘분명히, 무슨 운동관리, 아니면 운동에 집중해주기 위해 성욕을 관리해준다고 난교를 벌여대겠지.’

“딱히, 흥미가 없어서.”

“그렇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특별부도 들어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적당히 읍토미에서 노출 빈도가 적은 부에 들어가면 될 듯했다. 한마디로 인기가 없는 부로.

“그럼, 너는?”

“아, 나는 미카 누나가 있는 부로 가려고. 주짓수부야.”

미카 누나라면, 이 녀석의 소꿉친구였었나. 어렸을 때 동네 골목 대장으로 기억을 하는데, 체육계일 법했다.

그렇게 타케시와 얘기하는 와중, 인조잔디가 끝나고 말랑한 트랙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이는 하얀색의 수건.

“저기.....류, 땀....땀 많이…, 으엑.”

조금만 더 말을 빨리했다면, 말을 마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밀려나 데구르르 굴러가는 츠우미를 바라봤다.

“있었는데? 없어졌어!”

잘 넘어지는 성격답게 육덕진 스타일이라 딱히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류, 땀 많이 흘렸잖아. 뭐, 땀 많이 흘린 류도 섹.시하지만?”

지이이익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목까지 올라가 집업의 속이 드러났다. 새하얀 반팔티에 붉은색의 부르마.

‘정말, 이세상은 어디까지 천박할 생각일까.’

실제 일본에서도 더는 부르마같은 걸 입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나였다.

얇은 흰 체육복에 드러나는 강렬한 빨간 브레지어와, 위에는 입었으면서 아래 속옷은 입지도 않았는지. 딱 달라붙은 부르마 탓에 고간 중앙이 얼마나 선명하게 갈라져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얼른 세수나 하러 가자고, 타케시.”

나는 코피를 ‘푸슈우우욱’ 뿜어대며, 엄지를 내밀고 있는 타케시의 어깨를 대충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저 갸루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며칠째 저 난리였다. 이제는 처녀 빗치라는 말을 꺼내려 해도 약발이 떨어졌는지, 도망쳐대지를 않았다.

오히려 내 약점을 알아내 버린 마오.

그것은-

“아, 류. 땀 닦아 주려고 했었는데.”

수건 대신 체육복 셔츠로 닦아 주려 했다는 것을 광고라도 하듯이, 마오는 부르마 안에 넣어둔 흰 셔츠를 꺼내면서 매끈한 복부를 드러냈다. 더 올라가다가는 붉은색 브레지어까지 보일 게 분명했다.

저 갸루라는 컨셉에 잡아먹힌 처녀 빗치라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브라를 이 운동장에서 까발릴 것이었다.

“하아….”

‘정말. 반장으로서 볼 수가 없군.’

나는 브릿지로 중지를 눌려, 구겨진 표정을 피고 마오에게 다가갔다.

“아, 우리 성실한 반.장은 이런 거 못 참더라? 그치?”

마오는 흰 셔츠를 위아래로 펄떡거리며, 혀를 내빼고는 눈웃음 지어댔다.

“교내에서 상의 탈의는 교칙 위반이야.”

나는 마오의 셔츠를 잡아 바로 밑으로 내려주었다. 그런 내 손등을 은근히 쓰다듬는 그녀는 긴 체육복 집업의 소매로 내 땀을 툭툭 눌러 닦아 주기 시작했다.

“그런가…, 나는 몰랐네?”

“내가 교칙을 잘 지키라고 말했을 텐데? 처녀…”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 마오는 까치발을 들고 내 어깨에 턱을 얹졌다.

얕게 속삭이는 목소리.

“처녀라고 말하면, 확 여기서 브루마 벗어 버린다? 나, 아무것도 안.입.었.거.든.”

곧바로 내 손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살짝 부르마를 내린 그녀가 새하얀 장골을 내게 보여줬다.

“올려.”

그 말에 ‘헤헤’ 웃으며 부르마 속 고무줄을 튕긴 마오가, 붉은 립스틱을 선명하게 바른 입술을 천천히 움직여댔다.

“그거 알아? 내가 입은 브래지어, 중간에 갈라져 있다?”

유두 쪽에 손을 올리며, 브이 자를 그려 옷을 팽팽하게 만들었다. 흰 셔츠 안으로 비치는 분홍색의 빛깔.

지이이익!

“적당히 하도록.”

안타깝게도 교칙에는 브래지어 중앙이 뚫려있는 속옷을 입지 말라는 것은 없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에 침을 뭍여 곧바로, 마오의 입술을 닦아냈다.

“연한 화장은 괜찮지만, 진한 화장은 교칙 위반이다.”

진한 쌍꺼풀에 길게 그린 아이라인이 아니라면 귀여울 것 같은 눈동자가 껌벅거렸다.

왠지 굳어있는 갸루를 내 버려두고, 나는 빨리 타케시에게 향했다. 저 갸루와 있다면 계속해서 귀찮은 상황이 끝없이 찾아올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정말, 평온한 삶을 보내고 있는데.’

이래서 저런 갸루와 꼬이기 싫었다. 겉모습이 아름다우면 뭐하겠는가, 하는 꼴이 저래서는 미래의 퐁퐁남 제조기나 되겠지.

암, 행동과 마음이 아름다워야지.

“저기.....류....저런 거, 좋아해?”

얘는 또 뭐라는 건지.

전생이었다면 좋아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읍토미에서는? 내 마음속에 점수를 계속해서 깎아 먹는 행위일 뿐.

“미안하지만, 빨리 세수를 하고 싶어서.”

저 늘어지는 말을 받아주기에는, 내 청춘에 들어온 얕은 태클에 내 기분이 좋지 못했다.

“....나도…벗…할까...”

나는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기다리고 있는 타케시에게 뛰어갔다.

“아, 오래기다렸지 미안. 빨리 땀 닦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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