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4화 (4/54)

19 EP.12 청춘은 사랑과 우정(2)

#011화. 청춘은 사랑과 우정(2).

탁탁탁탁, 송!

기분 좋은 도마 소리, 나는 자리에 앉아, 요리하는 어머니를 지켜봤다. 오늘도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어머니.

얼마만의 편안한 아침일까.

한 번씩, 새하얀 엉덩이를 드러내고 알몸 에이프런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행복할 뿐이었다.

“흐응흐응흠~아들, 밥 드세요.”

기분 좋은 콧노래와 함께 어머니가 천천히 식탁으로 걸어와 끓인 된장찌개를 내 앞에 가져다 놓았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이 세계에 전생한 뒤로 딱 하나 못 끊는 게 있다면, 바로 된장국. 김치는 수입을 해올 테니 비쌌고, 다행히 된장 정도는 넉넉지 않은 우리 집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 우리 아들 말 딱딱하게 한다. 정말! 요즘, 아들! 재미없어.”

툴툴거리면서, 내 컵에 물을 따라주는 어머니. 삶이 항상 재미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는 그녀는 너무나도 짜릿한 삶을 보내왔었다.

넘쳐버린 물컵.

“어머, 내 정신을 좀 봐. 미안해, 아들. 금방 닦아 줄 테니까.”

하필이면 그 물이 내 바지춤으로 향했다는 것이었고.

“후우….”

나는 내 자지 위로 올라오려는 손목을 잡아챈 뒤, 스스로 젖은 바지춤을 닦아냈다.

슬쩍 미도리의 머리를 살피니, 뿌리 염색은 제대로 된 듯했다. 정말로 놀라는 표정을 봐서는 아마 무의식적으로 한 일인 것 같았다.

“아, 미안해. 아들. 정말, 요새 엄마가 칠칠찮아 졌다니까.”

“괜찮아요. 그냥 물이고, 얼른 밥 먹어요. 어머니.”

괜찮은 된장찌개와 에그 후라이,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마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는 미도리. 나름 괜찮은 아침 식사. 요즘 따라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잘 풀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저기! 물건을 훔치면 안 돼요!’ 그랬잖니. 그건 그렇고 새 학교는 어때?”

“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호를 그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어왔다.

“괜찮은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아들 학교 얘기하면서 그렇게 밝게 웃는 거 못 봤다구.”

나는 천천히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봤다. 입술은 그녀의 눈처럼 호를 그리고 있었다.

“네, 정말 마음에 드는 거 같아요.”

“우리 류가 기분 좋아하니까, 엄마도 기분 좋네. 그런데 류, 언제 집에 친구를 데려올 거니? 엄마는 항상 걱정이야. 류가 친구를 잘 만나고 있는지. 학교생활은 어떤지.”

“아마, 곧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부드럽게 그녀와 같이 눈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요리하느라 땀을 흘렸던 어머니의 얼굴이 더웠는지, 붉게 상기되어갔다.

*

“류, 가기 전에 뽀뽀해 주고 가야지!”

신발장 앞에서 서, 나를 마중하는 어머니.

오늘은 뿌리 염색도 제대로 되었으니 입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는 것쯤은 괜찮을 듯싶었다.

나름, 화목한 가정에서는 나이가 차도, 엄마와 입에다 뽀뽀하는 아들들도 더러 있다니 이 정도는 평범함 속에 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쭈우우우욱-♥

“그으만, 너무 길어요.”

정말, 주책에 스킨쉽을 너무 좋아하는 어머니다. 그래도 어쩔  수는 없다. 최면으로 사람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전부를 바꿀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 잘 다녀오세요.”

덜컥

문이 열리고, 기분 좋은 봄의 꽃향기가 코에 맴돌았다.

‘오늘은 정말 더 평범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거 같은데!’

탁-!

문을 닫고 나오며 나는 상쾌한 아침의 공기를 깊게 들이쉬었다.

아침에만 맡을 수 있는 달달 하고, 향긋한 꽃향기와 그리고 그 속을 뚫고 나오는 살짝 비릿한 여자의 애액 냄새…

나는 안경의 브릿지를 고쳐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우....정말 이세계는 여유를 안 준단 말이야.”

우리 아파트는 일자형 복도를 가지고 있었다. 한 층이 쭉 복도로 연결된 구식 아파트.

찌걱, 찌걱, 찌걱

“하아, 흐으읏! 이거 당장 빼란 말이에요!”

옆집의 아줌마 미츠키였나 그랬을 것이었다. 흰 피부에 100cm는 넓은 것 같은 엉덩이. 남편은 단신 부임을 하는 딱 노려지기 좋은 여자였다.

거근에 꿰뚫려 버려, 어떻게든 일어나려는 거 같지만.

“그렇게 말씀해도, 크흑. 먼저 갑작스레 넣으셨으면서.”

미츠키는 남자의 골반 모양에 맞춰져 찌그러진, 엉덩이를 힘겹게 올리다, 그대로 넓은 귀두에 아이를 낳은 거라고 믿기지 않는 듯한 조임을 가진 보지가 ‘턱’하고 걸려버렸다.

쯔븝━

“흐으아아아앙, 호옥, 엑, 너무 커, 나도 그냥 발이 미끄러져서 넘어진 거였는데, 남편 미안해!”

정말 미안하기는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쾌락에 쩔어 녹아버린 얼굴이었다.

‘대충, 럭키 스케베인가.’

럭키 스케베, 만화속 주인공이 모서리를 지나갈 때, 갑자기 여주인공이 모서리에서 튀어나와 함께 넘어진다. 전혀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주인공의 손이 가슴에 가 있거나, 엉덩이로 주인공의 얼굴을 깔고 앉는 다거나.

변태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였다.

물론 이세계에서는 고작 그 정도로 넘어가지 않는다. 기본이 펠라, 길을 가다 넘어졌는데, 보지에 발기가 된 자지가 그대로 꼽혀 버리는 세상.

대체 이세계의 지구작가는 개연성이라는 걸 신경을 쓰는 걸까!

“윽, 움직이지 마세요. 이러다 저, 곧!…”

나는 이렇게 사람이 앞에 있는데도, 추잡하게 박고 박아대는 그들을 바라봤다.

대개 이런 럭키 스케베가 일어나는 남자들의 경우는, 주술사들에게 부적이나, 행운의 상징 같은 것을 받았을 때 일어났다.

「그런고로」

나는 쥐고 있는 넥타이를 내린 뒤, 남자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낚아챘다.

남자의 목에서 곧바로 끊어지는 목걸이.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 안에는 부적이 들어있었다.

‘역시.’

찍-

그 부적만을 뽑아 간단하게, 찢어버리면 된다. 산산조각이 나 흩뿌려지는 부적 쪼가리들.

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부녀에게 다가가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흐윽, 잠시, 지금 이대로 빼버리면 나!”

쯔으읍-

“가아아아아아앗!”

천박하게 다리를 벌려대며, 조수를 뿌려대는 여자를 벽에 기대게 만든 뒤 나는 손을 털어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왠지 모르게 아쉬운 얼굴이었다.

나의 딸력으로 예측해봤을 때, 이 남자는 그저 운 좋게 주술사에게서 부적을 산 것일 뿐일 터.

‘불알을 터트릴 거까지는 없나.’

“히-끅”

내 눈빛을 읽었는지, 몸을 부르르 떨어대는 놈을 지나쳐 나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럼 오늘도 평화로운 학창 생활을 즐겨볼까.’

*

미도리는 출근 전, 항상 하는 대로 집 앞을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왔다.

“어머, 누가 여기다 쓰레기를 이렇게 버려댔데?”

그녀는 현관 앞에 흩뿌려진, 노란색의 종잇조각들을 쓸어 담았다.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그녀에게 성취감을 주는 일.

미도리는 뿌듯한 얼굴로 쓰레기가 먼지와 종잇조각들이 들어간 쓰레받기를 내려다봤다.

‘이렇게 작은 성취감을 쌓여서 건강한 마음을 만든다고….’

미도리는 제 아들이 얘기한 것들을 곱씹었다.

“정말, 언제 저렇게 의젓해져서. 이제는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라고 해도 되겠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은 미도리는 자연스레 오늘 아침밥을 먹을 때, 부드럽게 눈웃음 보이던 아들을 떠올렸다.

콩닥콩닥

기분 좋은 떨림이 그녀의 가슴에 울렸다.

“정말, 나도 중증 아들 바보라니까.”

고개를 뒤흔드는 미도리. 자연스럽게 흔들려 버린 쓰레받기에서 종이 조각하나가 빠져나와, 공기의 흐름을 타고 천천히 날아갔다.

노란색의 종이에 붉은 글자로 쓰여 있는 한자.

그 종이는 천천히 공기의 흐름을 타고, 정갈한 서체가 걸려 있는 방문 아래 틈으로 ‘쏙’하고 들어갔다.

먼지 한 톨도 없는 방 안.

종이 위에 한자가 얕게 빛이 났다.

「淫」

*

“그거 알아? 어제 여자 화장실에서 귀신이 나왔었데…….”

“에? 정말?”

“응, 여자 교복을 입고 있는데....그 교복 안에 아무것도 없었데.”

“꺄악, 대박이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였지만, 여자 학생들은 의외로 공포물을 좋아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미사코나, 팔 척 귀신과 같은 것들.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아는 나로서는 저런 소녀들의 가십 거리도 함부로 귀를 흘릴 수는 없다.

‘저건, 그 녀석이겠군.’

어제 짓밟아 버린 그 투명인간 녀석. 여자 교복을 입는 취미를 가진 변태였다니. 이세계에도 보추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정말 여자 옷을 입혀놓으면 저게 여자인가, 남자인가 구별이 되지 않는 인종들이었다.

나는 그 토메이가 여자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잠시 상상했다,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위험했어.’

어쨌든 그 보추나 여장남자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사는 자들이니, 마주칠 일이 없었다. 혹시나 마주친다 해도 빠르게 ‘돔황차’하는 게 상식.

아무리 완벽 안경 컨셉남이라고 그런 걸 이길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나는 책을 꺼내 들고 곧바로 예습을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은 학교에 올 생각을 안 하는 건가?’

나는 비어있는 옆자리를 바라보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대충 수업을 시작하기 10분 전.

이제 들어올 학생들은 다 들어올 시간대였다.

“저기, 류. 좋은.....아침.....”

소심하게 곧바로 아침 인사를 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츠우미나.

“류, 어제는 내 방까지 데려다 달라니까.”

또 단추를 명치까지 풀어 재치고, 내게 가슴을 들이미는 마오도. 교칙 위반을 볼 수 없으니 빠르게 단추를 채워준 뒤, 손을 휘저어줬다.

”너.무.해”

“그, 계속 그렇게 하면. 류가 부담스러워하니까.....”

“앙? 네가 뭔데.”

어제 하교길, 전철에서부터 투덕거리던 방식대로 내 책상 앞에서 만담을 펼쳐대는 여자들.

어제는 저 만담 덕분에 귀찮지 않게, 딱히 말을 섞지 않고 전철에서 혼자 교과서를 읽을 수 있었지만,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는 민폐였다.

“이제, 돌아가. 쉬는 시간은 자리에 앉아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야.”

“응, 류...그럴게.”

“에에, 그런 거 지루하다고. 류 나랑 같이 옥상에 가서….”

“돌아가도록, 처녀 빗….”

“우아앗, 바로 갈 테니까.”

이 읍토미 세상에서는 반장의 말에 권위가 담겨있는 법. 안경을 한 번 ‘반짝’해주니, 갸루답게 반항하던 마오도 깨갱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한번 옆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수업 시작하기 5분 전.

하지만 아직도 비어있는 옆자리.

‘흐음, 오늘 학교에 마치고 선생님에게 물어서 집으로 한 번 찾아가야 할까.’

어쨌든, 반장이니. 학우들을 책임지고, 학교의 품으로 데려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 완벽의 안경이 귀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 ‘반장’이라는 책무를 맡은 이상.

전력으로 반장의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문제아가 될 여지가 많은 나의 짝궁의 자리를 바라보다.

덜컥-!

문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 일찍 들어오셨나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와중. 내 눈에 새빨간 붉은 머리에, 코 위에 붙인 반창고. 그리고 눈동자에 불씨를 담은 듯한 정열적인 눈이 들어왔다.

곧바로 칠판 위로 터벅터벅 걸어간 그 녀석은, 남자다운 호쾌한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분필로 그려댔다.

그대로 분필을 내려놓은 열정남.

“친구들, 반갑다고! 나, 남자 중의 남자 타케시! 앞으로 일 년 동안 잘 부탁한다고!”

-하하, 웃긴 녀석이 왔네?

-그러게....생긴 건 멀쩡해 보이는데. 저러니까 깬다, 야.

그러니까, 저 녀석이 앞으로 일 년 동안 내 옆자리에 앉을 녀석이라는 건가.

열혈남자 캐릭터.

나의 딸력으로 보았을 때, 저런 형식의 캐릭터는 이 세계에서 단 두 개의 운명을 타고난다.

하렘을 꾸리거나, NTR당해 폐인이 되어버리거나.

터벅터벅

빈자리를 찾은 타케시는 상남자는 걷는 법이 따로 있다는 듯이, 크게 발걸음 소리를 내며 내 앞으로 와 섰다.

“반갑다! 나는 타케시. 앞으로 일 년간 잘 부탁한다고! 친구!”

뻗어진 손가락에서, 회오리 어묵에 들어가는 골뱅이 문양이 지문에 박혀있는 것이 보였다.

강렬한 오글거림.

녀석의 기백에 밀려 내려간 안경을 고치려는 데, 이미 손가락이 흐물거려져 있었다.

하지만 안경을 고치려는 완벽 컨셉남의 집념은 열혈의 오글거림도 막지 못하는 법.

“흡!”

집념으로 말랑거리는 손가락의 뼈를 세운 나는, 안경을 고쳐매고 타케시와 손을 마주 잡았다.

“반갑다, 나는 이 반의 반장. 류다.”

“류━! 오랜만이라고!”

곧바로 내 손을 잡아끌어 어깨를 부딪치며, 반가워하는 타케시를 나는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아는 녀석인가?’

내 기억 속에서는 ‘아니’라는 글자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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