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2화 > 간호사 코스프레와 컨셉 플레이 (8)
욕조에 함께 들어와 머리와 턱을 동시에 쓰다듬기를 몇 분.
이만하면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에 턱에서 먼저 손을 떼고, 꾹꾹 눌러 쓰다듬던 머리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옳지, 착하다."
"......"
칭찬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은설의 얼굴은 이미 홍당무처럼 새빨개져 있었고, 머리에서 손을 내리고 나서야 슬며시 눈을 뜨고 짓는 표정은 분한 듯하면서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은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이은설 스스로도 얼굴이 빨개졌다는 정도는 아는 모양인지, 어떻게든 열기를 가라앉히려는 듯 작게 심호흡하며 다시 언짢은 표정을 연기했다.
'아니, 언짢은 것 자체는 진짜려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모자라 개처럼 턱까지 쓰다듬는 걸 받아들여 버렸으니, 겨우 지키고 있던 자존심마저도 크게 금이 갔을 테니까.
언짢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표정과 함께 잔뜩 힘이 들어간 두 눈이 내 쪽을 째릿 노려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쓰다듬는 게 좋다는 건 알겠는데, 턱까지 그러는 건 너무 변태 같은 거 아니에요?"
이제는 열기가 조금 가라앉았는지. 후우, 하고 짧게 한숨을 쉬며 표정과 마찬가지로 언짢음을 감추지 않는 목소리로 따지고 든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태도와 비교하면 말투도 조심스럽고 언짢아하고 있을 뿐 제대로 화내고 있다고 할 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미안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은설 씨도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기도 했고.."
"..그래도 적당히 해야지, 머리 쓰다듬는 것 정도면 몰라도 턱까지 쓰다듬는 건 완전 개 취급하는 거잖아요!"
이은설은 자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늘어놓으니 순간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이내 다시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한층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은설 씨가 너무 귀여워서.."
"귀엽든 뭐든 간에요! 그리고, 전 귀엽다는 말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미안해요. 그래도 귀엽다는 건 진심인데.."
"..아무튼요!"
이번엔 귀엽다는 말 정도로는 넘어갈 수 없었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끊은 이은설의 말에 다시 한번 사과하면서도 재차 귀엽다는 칭찬을 밀어붙이니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고 있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자존심이 상했든 말든, 이미 내 말 한마디에 감정이 흔들리고, 제대로 화도 낼 수 없는 수준까지 조교 당해 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앞으로 은설 씨랑 할 때는 턱 쪽은 안 건드리게 조심하겠습니다."
"흥. 정말...."
눈치채지 못하면 또 최면을 써야 하나 싶었는데.
깔끔하게 물러나며 약속하는 말에 만족한 듯 풀어지던 표정이 뭔가 거슬린다는 것처럼 다시 희미하게 굳어지며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 쪽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설아 씨는 싫다고 안 해요? 아무리 그래도 턱까지 쓰다듬으면.."
크게 관심 있는 일은 아니라는 듯 툭 내뱉는 듯한 투로 물으며 말끝을 살짝 흐리고, 힐끗하고 내 반응을 살핀다.
저렇게 자존심 세고 경쟁심도 강한 성격이었으니, 자신과 할 때는 하지 않겠다는 말에서 곧바로 최설아의 존재를 떠올린 것이다.
"아직 설아 씨한테는 안 해봤어요. 저도 갑자기 해보고 싶어서 한 거라.. 그래도 해보고 나니까 마음에 들어서 설아 씨한테 부탁해 보려고요. 설아 씨도 싫다고 하면 안 하겠지만, 아마 싫다고는 안 할 거예요."
예상했던 대로. 아예 대놓고 최설아에게 부탁하겠다고 말하니 내 쪽을 흘겨보는 눈초리가 살짝 더 가늘어졌다.
"....안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네?"
"설아 씨 성격이야 저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싫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속으로는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한다는 인상이기는 했어도 말을 잘한다는 인상은 없었는데.
매번 자존심을 지키려고 이런저런 변명을 떠올리게 만든 탓인지 이제는 즉석에서 떠올리는 핑계도 제법 그럴듯했다.
물론, 최면을 걸어놓고 속내를 다 알고 말하는 날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아마 안 그럴 거예요. 설아 씨는 제가 귀여워해 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자기 쪽에서 먼저 쓰다듬어 달라고 할 때도 많고요."
최설아와는 평범한 플레이만 즐기고 있었으니 그런 일은 전혀 없었지만, 이은설로서는 알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뭐.. 그럼.. 괜찮겠지만...."
괜찮다는 말과는 달리 이은설의 표정은 여전히 언짢은 상태 그대로다.
하지만 이은설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 얘기는 여기서 끝이라는 듯 몸에서 힘을 빼고는 다리를 쭉 뻗으며 쭉 기지개를 켰다.
"으읏..! 아무튼, 이제 은설 씨도 쉬세요. 쉬자고 들어온 건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했네요."
"......"
내가 완전히 휴식 모드로 들어가 버리자,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짓던 이은설은 다시 내 옆으로 다가와 슬며시 어깨를 기대며 앉았다.
"은설 씨?"
"..왜요?"
평소에는 내가 일부러 품에 가둬놓지 않는 이상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쉬었을 텐데.
지금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왜 그러냐는 듯 뻔뻔한 태도로 되묻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여전히 언짢다는 기색이 풀풀 풍기는 게 빨리 자기한테 관심 가져 달라고 시위하는 고양이 같은 태도였다.
'..원래 성격은 고양이 타입이었으니까.‘
자존심 세고, 지기 싫어하고, 뻔뻔하게도 상대가 다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라는 성격.
그런 성격의 여자를 강아지처럼 다루고 조교 해 버린 탓에 이제는 조금씩 개냥이 같은 태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 쉬실 거예요?"
"..조금 나른해서 어깨 좀 빌리려고요. 싫어요?"
"설마요. 저야 오히려 환영이죠. 편하게 기대세요."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조심스럽게 지적하니, 오히려 뻔뻔하게 싫냐고 묻는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내 허락을 받은 이은설은 한층 더 몸을 밀착시키며 달라붙어 앉았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금방 또 침묵이 흘렀다.
이젠 몸을 섞은 기간이 제법 길어진 만큼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은설 본인의 성격이나 태도도 상당히 둥글어졌다지만, 관계를 주도하는 건 대부분 나였으니까.
아마 본인 쪽에서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니 어색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와의 관계만 그런 게 아니라, 살아오면서 만난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대화를 트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성격이었으니,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아무 생각도 없는 척 멍하니 쉬고 있다가, 중간중간 이은설의 표정을 힐끗 쳐다보며 눈을 마주칠 때마다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거리고 있는 덕분에 침묵이 지루하지도 않았다.
"....쓰다듬어도 돼요."
"네?"
이은설이 한참을 고민하다 대뜸 내뱉은 말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척 고개를 돌리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머리, 쓰다듬어도 된다고요. 좋아하잖아요."
"아니, 뭐.. 좋아하기는 하는데.."
"말했잖아요. 이제 머리 쓰다듬는 것 정도는 상관없다고. 진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하고 싶으면 해도 상관없어요."
"그럼, 조금만.."
"마음대로 해도 돼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아니더라도 속내가 다 보이겠다 싶을 정도로 뻔한 연기였지만, 이런 반응을 보고 싶었던 굳이 지적하지 않고 어울려 주며 이은설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그대로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흣.."
그저 정수리에 가볍게 손을 얹었을 뿐인데도 기대고 있던 몸이 움찔하고 작게 떨려온다.
이미 완벽하게 내게 조교 당한 우리 애들이라고 해도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는 이렇게 반응하지 않을 텐데.
최면을 이용해서 하는 조교는 역시 효과부터가 달랐다.
아무래도 머리를 꾹꾹 눌러 쓰다듬는 건 자극이 너무 강한 것 같아 평소처럼 가볍게 머릿결을 따라 쓰다듬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기대고 있던 몸이 가늘게 파르르 떨려왔다.
"후우.. 하아.."
정확히 무슨 의도로 머리를 쓰다듬으라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진정부터 하려는 듯 천천히 숨을 고르는 모습에 작게 웃으며 손길을 이어갔다.
그렇게 다시 1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천천히 숨을 고르던 이은설이 말을 꺼냈다.
"....설아 씨는, 애교가 많은 편인가 보네요? 자기 쪽에서 막 쓰다듬어 달라고 할 정도면."
"음.. 아무래도 조금 그런 편이죠. 애교라기보단 응석 부린다고 해야 하나? 첫인상이랑은 성격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최설아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 건 좋아해도, 비교당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 주제에 대놓고 최설아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지만 일단은 당황하지 않고 태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사실, 최설아는 이은설의 말대로 애교스러운 부분이 더 많았지만, 이은설을 자극하기에는 이렇게 말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렇게는 못 해요. 성격상 안 맞아서."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은설 씨는 은설 씨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굳이 설아 씨처럼 하려고 할 필요는.."
"그것도 알고 있어요. 제가 하려는 말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말을 술술 내뱉는가 싶더니, 잠시 말끝을 늘이며 망설인다.
하지만 그렇게 망설이는 것도 잠시,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피하고 있는 채로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저도 스폰 받고 있는 입장이니까, 받은 만큼은 만족 시켜주고 싶다는 거예요."
"그거야 아까도.."
"그러니까, 턱도.. 쓰다듬어도 상관없어요."
이제는 아예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있어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귀가 완전히 새빨개져 있었다.
자기 입으로 정색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던 걸 최설아 얘기를 듣고 곧바로 철회해 버렸으니, 부끄러울 만도 했다.
"솔직히 개 취급받는 것 같아서 조금 짜증 나기는 했는데. 머리 쓰다듬는 것처럼 금방 익숙해지겠죠, 뭐. 그런 것보다 저랑 하면서 제대로 만족 못 하는 게 더 자존심 상하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최설아에 대한 경쟁심과 질투심에 대한 부분이 빠지기는 했지만, 기분 나쁘더라도 참겠다고 뜻을 밝혔다.
자기 입으로 직접, 날 만족시키기 위해 자존심을 접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어중간하게 배려받는 게 더 자존심 상하니까, 그냥 마음대로 해요."
그리고, 내가 다른 말로 빼지 못하게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는 것까지.
턱을 쓰다듬을 때도 느꼈지만, 몸도 마음도 점점 내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실감이 확 밀려들어 정복감에 가라앉아 있던 하반신에 피가 몰리며 순식간에 불끈 솟아올랐다.
"은설 씨가 그렇게까지 말하시면.."
"흐읏.. 바, 바로 할 거예요..?"
아직 내 하반신이 불끈거리는 건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의미로 긴장하고 있는 이은설의 표정을 보며 한층 더 흥분이 차올라 밀당도 하지 않고 곧바로 본심을 내뱉었다.
"쉬고 있는 중이라 죄송하긴 한데, 지금 바로 하고 싶어져서요. 일어나서 엎드려 보실래요?"
"무슨.."
"빨리요, 빨리."
"꺗..!"
지금 당장 이은설의 안에 박고 싶은 마음에,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벌떡 일어나 이은설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지금 이거, 불끈거리는 거 보이시죠? 은설 씨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빨리 협조 좀 해주세요."
"제가 뭘 했다고.."
"너무 귀여운 게 잘못이죠. 아무튼, 안 해줄 거예요? 방금 마음대로 하라고 했었는데.."
"아, 알았다고요. 누가 싫대요? 갑자기 그러니까 놀라서 그런 거지.. 자, 마음대로 해요."
조금이라도 빨리 박고 싶은 마음에 한 번 더 자존심을 건드리며 재촉하자, 이은설은 살짝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욕조 맞은편 모서리를 붙잡아 엎드리고는 엉덩이를 뒤로 내밀며 역으로 자기 쪽에서 빨리하라는 투로 재촉한다.
조교가 다 끝났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자존심이 남아있는 모습에 흥분해 자지를 껄떡이며 이은설의 뒤로 다가가, 그대로 균열 사이로 자지를 힘껏 밀어 넣었다.
찌거억!
"하으윽!!♥♥"
물에 젖은 바깥 부분과는 달리 안쪽은 여전히 미끈미끈한 상태 그대로라, 순식간에 질벽을 가르고 자궁구까지 삽입해 들어가자 곧바로 쾌감에 찬 신음이 터져나왔다.
다음에는 정말 강아지 코스프레라도 시키고 따먹어 볼까.
이은설이 들으면 정색을 할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면서, 허리를 내키는 대로 거칠게 움직이며 욕구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욕실에서 나온 뒤에도 이은설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몰아붙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욕구를 마음껏 쏟아내기에는 자존심 센 여자가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