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1화 > 신입 모델 맛보기 (3)
30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임예진에게 다시 메시지가 왔다.
[>지금 바로 여기로 오시면 돼요.]
귀엽게 하트를 붙였던 아까와는 달리 담백한 내용과 함께 모텔의 위치가 찍혀 있었다.
"에스테틱에는 안 가기를 잘했네."
사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에스테틱에 가서 봉사나 받으면서 기다릴까 생각했었는데. 그랬으면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찝찝하게 끝내고 나와야 했을 것이다.
-아, 언니이!
-아, 이상하네. 될 것 같았는데?
핸드폰 화면에서는 여전히 시끄러운 두 여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마침 이전에 민아의 집에서 했던 유니와의 합방 영상이 뉴튜브에 올라와 시간이나 때울 겸 보고 있었는데, 방송에 나오는 두 사람이 다 아는 얼굴들이라 그런지 제법 보는 맛이 있었다.
토끼 옷을 입은 이상한 캐릭터로 협동해서 스테이지를 넘기는 게임이었는데, 게임 실력은 없으면서도 자기 실력에 알 수 없는 민아가 급발진하며 트롤을 하는 게 나름대로 웃음 포인트였다.
그리고 유니의 뉴튜브도 확인을 해 봤는데. 일상에는 지장이 없도록 최면을 걸어놓은 덕분에 방송도 문제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유니 쪽은 상대 쪽에서 직접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따로 건드릴 생각은 없었기에 미련을 접고, 영상을 끄고 곧장 차를 몰아 임예진이 주소를 찍어준 모텔로 향했다.
모텔까지 거리가 그다지 먼 것도 아니라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이미 기다리고 있던 임예진이 웃는 얼굴로 쪼르르 다가와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빨리 오셨네요?"
"마침 한가했거든."
애초에 1년 365일 한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거나 에스테틱에 있었다면 조금 늦어졌을지도 몰랐다.
"새로 왔다는 애들은?"
"방 잡아놓고 기다리라고 해놨어요."
"그래? 그럼 한 번 보러 가볼까."
최설아와 이은설. 임예진이 소개해 준 두 모델은 지금도 꾸준히 만나고 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탓에 이번에도 기대가 상당했다.
"최면은 정확히 어떻게 걸어놓은 거야?"
"그러니까.. 주인님이 학원을 뒤에서 후원해 주고 있는 사람인데, 매번 신입 중에 괜찮은 애들이 있으면 직접 확인해 보고, 모델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특별히 밀어준다는 식으로 해놨어요."
"확인은 당연히 섹스로 하는 거고?"
"네. 정확히는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여자로서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후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놨으니까 걔들도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어필하려고 할 거예요."
"나쁘지 않네."
"헤헤. 그렇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짧게 설명을 듣고 임예진을 칭찬해 줬다.
사실 처음 만나는 여자를 건드릴 때는 아무래도 의무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거나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초면부터 적극적으로 날 만족시키려는 여자라면 확실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이나 프로필 같은 건 직접 볼 때의 재미로 남겨둘 생각에 일부러 묻지 않았다. 아마 임예진 역시 직접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따로 말해주지 않는 것이리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복도를 지나 제일 구석 쪽 방이 가까워지자 임예진이 한 발짝 앞서 걸어 나가더니 마치 에스코트해 주듯이 문을 열어줬다.
먼저 들어가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듯 기다리고 있는 임예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방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임예진이 뒤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철컥.
문이 다시 잠기는 소리를 들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끝에 걸터앉은 여자 둘이 내게 조심스럽게 시선을 보내다가 뒤늦게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아, 괜찮으니까 앉아있어요."
"아, 네.."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둘을 다시 앉혀놓고, 두 사람의 외모를 천천히 훑어보려고 하는데. 임예진이 의자를 가져와 두 사람 맞은편에 내려놨다.
"앉으세요."
"아, 고마워."
평소의 가벼운 태도와는 달리, 유서연처럼 차분한 태도로 건네는 서비스를 당황하지 않고 받아주며 의자에 앉자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의 눈빛이 한층 긴장으로 물드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임예진은 날 제대로 '높은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자기소개부터 해보실래요? 왼쪽 분부터."
"아, 네. 최서희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입니다."
"흠."
이름과 나이. 그 외에는 딱히 밝힐 만한 프로필이 없는지 짧게 소개를 마치며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스무 살이라.‘
지금 스물이라는 건 작년까지 고등학생이었다는 뜻일 텐데. 검은색 긴 생머리에 옅은 화장기가 느껴지는 얼굴은 예쁘기는 해도 아직 앳된 느낌이 남아 있었다.
밝은 청바지 위로 걸친 흰색의 얇은 오버핏 니트는 가슴 쪽이 V자로 살짝 파여 있어 희미하게 가슴골을 보여주면서 가슴이 제법 크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
요즘은 옷을 잘 입는 여자들이 많다 보니 이 정도 옷차림으로 모델답다느니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임예진이 내 기준으로 A급이라고 했을 만큼 눈이 즐거워지는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긴장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어서 조금 애매하지만, 뭔가 끼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지.
한창 학교 다닐 때 봤던 소위 노는 여자애들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다.
사실 학창 시절에 좀 놀았다고 해도 사회생활을 조금 하다 보면 금방 그런 분위기가 빠지기 마련이지만, 아직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물이 다 빠지지 않은 게 아닐까 싶었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처음 보는 타입이라 신선해서 좋으면 좋았지, 마음에 안 들 만한 점은 아니었기에 최서희에게서 시선을 돌려 오른쪽에 있는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오른쪽 분은?"
"..이보라라고 합니다. 저도 스무 살입니다."
긴장하고 있는 건 이쪽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옆에서 자기소개하는 걸 미리 본 탓에 조금 더 매끄럽게 자기소개가 흘러나왔다.
옅은 갈색 긴 머리에 살짝 펌을 넣어 어깨까지 늘어뜨린 이보라는 하늘하늘한 흰색 블라우스 아래에 검은색 짧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어 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머리색도, 헤어스타일도, 옷차림도 대비되는 두 사람이었지만 단 하나, 분위기만큼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얘도 좀 놀았던 것 같은데.‘
놀았던 것 같다고는 해도 그냥 첫인상일 뿐이니 실제로는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을 수도 있고, 조금 놀았다고 해도 누굴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길에서 흔히 보이는 평범한 여자애들과는 다르게 보자마자 '얘 좀 노는 애구나' 싶은 분위기만큼은 둘 모두에게서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럼, 최서희 씨랑 이보라 씨.. 편하게 서희 씨, 보라 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아, 네.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내가 자기소개를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탓에 조금씩 더 긴장하고 있던 두 사람은 내가 다시 말을 걸어 주고 나서야 긴장이 풀린 듯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단 두 분 다 외모 쪽은 괜찮은 것 같네요. 아,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쪽 업계가 외모는 다들 어느 정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곳이라 기준이 조금 높거든요. 여기, 예진 씨만 봐도.. 대충 이해가 가죠?"
""......""
'괜찮은 것 같다'라는 애매한 평가에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아주 살짝 굳어졌지만, 적당한 변명과 함께 옆에 말없이 서 있는 임예진을 가리키며 묻자 진심으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 둘이 아무리 예쁘다고는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예쁜 여자가 표본처럼 떡하니 서 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기죽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외모가 중요하기는 해도, 또 예쁘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모델이라는 게."
사실 나도 모델로서 성공하기 위해 외모 말고 중요한 게 또 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 어렵겠지만, 적당히 있어 보이는 척 떠들어대는 건 익숙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사람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 말을 이어 갔다.
"일단 기본적인 것들은 학원에서 다 가르쳐줄 테니까 괜찮고, 지금 두 분한테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는 외모 말고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느냐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남들한테 없는 자기만의 매력 같은 거죠."
이렇게 말로 떠드는 건 쉬운 일이지만, 듣는 이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 들릴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내가 자신들에게 중요한, 높은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기로 한 건, 두 분한테 그런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가 목적입니다. 진행 방식은.. 예진 씨한테 들으셨죠?"
"..네."
"..들었습니다."
그래도 자기소개를 할 때는 긴장하면서도 나름대로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더니, 지금은 긴장해서 뺨을 희미하게 붉히며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그래도 머뭇거리지 않고 확실하게 대답했으니 그런대로 합격점을 줄 만했다.
"그럼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서희 씨?"
"네."
"키랑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요? 가슴은 컵 사이즈만 말해주시면 됩니다."
"..키는 167cm고, 가슴은 C컵입니다."
최서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금방 마음을 다잡고 확실하게 키와 가슴 사이즈를 말해준다.
'C컵이라.‘
옷 위로 봤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D컵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꽉 찬 C컵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보라 씨는요?"
"..171cm에 D컵입니다."
167cm에 171cm. 둘 다 모델치고는 크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한 수준은 됐다.
가슴은 둘이 크기가 비슷해 보였는데, 아마 이보라가 신장이 더 큰 만큼 가슴 사이즈에서도 앞서는 모양이었다.
키는 몰라도, 가슴은 확실하게 클수록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요인이었기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이보라의 점수를 조금 더 높게 매겼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테스트를 시작할 건데. 이번 테스트는 두 분이 직접, 스스로의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거, 알고 계시죠?"
""네.""
이 부분은 미리 최면을 걸어놓은 상태였기에 긴장하는 표정과는 별개로 대답이 확실하게 돌아왔다.
"일단 저는 이대로 앉아있을 테니까. 두 분이서 자유롭게 자기 매력을 어필해보세요."
"직접.."
"이요..?"
뜬근없는 요구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은 두 사람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섹스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날 제대로 만족시켜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겠지만 정확히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몰랐을 테니 당황할 만도 했다.
"모델이라는 직업 자체가 직접 자신이나 의상의 매력을 어필하는 일이니까요. 각자 따로 하셔도 괜찮고, 같이 하셔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어떤 부분으로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지도 확실하니까, 어느 정도 감이 있으시면 어렵지 않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당연한 일인 것처럼, 가볍게 내뱉은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흠칫 떨려왔다.
지금 내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이렇게 주제가 확실한데도 자기 매력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감이 없는 거다'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테니까.
"저기.. 잠깐 저희끼리 얘기 좀 해봐도 괜찮을까요..?"
"두분이서요?"
실제로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아주 길었을 침묵을 끊고 이보라 쪽에서 내뱉은 말에 짧게 되물었다.
"네. 저희끼리 각자 하거나 둘이서 같이 해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저희는 아직 합의가 전혀 안 된 상태니까요. 일단은 저희끼리 조율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흠. 괜찮네요. 그럼 10분만 기다려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냥 3P를 할 건지, 아니면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할 건지를 고르라는 식으로 뱉은 말이었지만, 내 얘기를 뭔가 다르게 해석한 것 같아 재밌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허락했다.
"그럼, 잠깐 화장실에 가서.."
"예. 다녀오세요."
"..다녀오겠습니다."
나름대로 자기 의견을 내면서 흐름을 주도한 이보라와는 달리 최서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직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보라가 살짝 눈치를 주니 금방 정신을 차리고 함께 욕실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애들이 귀엽네."
"그러게요."
달칵하고 욕실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살짝 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임예진도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