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6화 > 지금 밖에 손님 있는 거 알아? (3)
스트리머 유니. 본명 서윤희. 그녀는 김민아의 팬이다.
같은 스트리머끼리 팬이니 뭐니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방송을 한다고 해서 남의 방송을 안 보는 것도 아니었으니 사실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김민아는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예뻤고, 방송에서도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 게임을 주로 하는 것도 좋았다.
거기에 방송 태도나 리액션 같은 것도 너무 과하지 않고, 시청자 수나 반응도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즐기면서 방송을 하고 있다는 느낌 역시 이유라면 이유였다.
주변이 모두 공부에 미쳐 있을 고3 시기에 과감하게 스트리머가 되기로 결심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결과를 신경 쓰며 지금에 이른 자신과는 다르다.
누군가는 그런 차이에서 질투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서윤희 본인은 김민아의 방송을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는,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팬심 섞인 합방 요청을 보내 흔쾌하게 수락을 받고, 몇 번 더 합방을 하며 친해진 끝에 현실 합방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민아 언니'를 실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에 부풀어 찾아왔건만.
자신을 맞이해준 민아가 아닌 왠 낯선 남자였다.
민아 언니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으니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으읍, 흐읏, 하앙..! 하읏, 아앙..! 하으으응..!
"으.."
문 너머로 작게, 그러면서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언니가 늦잠을 자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남자 친구라는 남자가 자신을 맞이한 시점에서 상황은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커플끼리 한 집에서 아침을 맞이했다면 밤새 뭘 했을지 정도는 손쉽게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거실에 사람을 두고 저런 소리를 내 버리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쓰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커플끼리 지내는 집이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해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밖에 두고 저렇게 하는 게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이렇게 어쩔 수 없다며 모르는 척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이미 최면에 걸린 서윤희에게는 이렇게 모르는 척 잠자코 있는 자신의 행동이 조금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읍, 흐윽, 응흐으윽♥
"......"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크게. 쾌락에 절어 있으면서도 흐느끼듯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에 움찔 몸을 떨었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화끈거리는 뺨을 식혔다.
'언니도 뭐.. 성인이니까..'
방송에서는 한없이 밝고 순수해 보이는 언니였지만, 남친이 있으니 경험이 있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주에 한두 번은 자위를 하고 있는데. 남의 성욕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닌가.
민아에 대한 팬심과 호감 덕분인지.
사람을 거실에 두고 방에서 몸을 섞고 있는 상황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성욕 자체는 이상한 게 아니라며 내심 민아를 변호해 주려고 하고 있었다.
-응흐으읏♥ 흐극, 하앙, 응읍♥ 진, 짜앗♥ 항대앳♥
중간중간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면 강제로 당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쾌감 가득한 신음 소리가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히, 지금 걸로 끝이 났는지 점점 크게 새어 나오던 소리가 뚝 끊어졌다.
"후우.."
화끈거리는 열기를 내보내려는 듯 흘러나오는 한숨과 함께 어느새 잔뜩 긴장하고 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심장은 여전히 콩닥거리며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이것까지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해진 거실에서 기다리기를 잠시.
달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민아 언니와 남자친구가 함께 방에서 나왔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민아 언니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과를 건네고 있지만, 아직 열기가 다 가라앉지 않은 듯 노골적으로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표정만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달라붙어 있고, 피부 위로는 붉은 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티나 나고 있으니 모르는 척하는 것도 힘들었다.
"진짜 어제까지는 기억하고 있었거든? 근데 어제 얘가 갑자기 찾아와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짜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언니도 이쪽이 모르는 척해주고 있다는 걸 아는 모양인지 민망한 듯 허둥지둥 변명을 늘어놨지만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언니 바로 옆에 선, 남자친구의 바지 한가운데가 찢어질 듯이 불룩 튀어나온 모습을 봐버린 탓이었다.
'뭐, 뭐가 저렇게..'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 제대로 견적을 뽑을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윤곽만 본다면 저게 정말 자신이 아는 '그게'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크다.
'그러니까 소리가 그렇게..'
하지만 조금 전까지 방에서 들려오던 소리를 생각해 보면, 저 정도 크기가 되니까 그렇게 기분 좋은 듯한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오히려 납득이 되기도 했다.
AV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전부 과장이고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억누른 소리기는 해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쾌락에 빠진 소리를 들어 버렸으니까.
"..아무튼, 금방 씻고 올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미안해."
"아, 네. 괜찮으니까 천천히 씻고 오세요."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지금 바로 씻고 온다는 말인 것 같아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대답을 들은 민아 언니가 몸을 홱 돌려 욕실이 있는 것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언니의 남자친구가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간다.
'설마..'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을 겪은 탓에 확실히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야, 씨..! 왜 따라오는데..!"
그리고 그건 민아 언니도 마찬가지였는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가 당황하면서 작게 목소리로 따진다.
작게 말해도 다 들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언니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상이라는 사실에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안심하는 것도 잠시.
언니의 남자친구가 언니의 귀에 대고 뭐라고 짧게 속삭이자, 순간 흠칫하며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 쪽을 힐끔 쳐다보고, 말없이 문을 열고 욕실로 홱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언니의 남자친구 역시 언니의 뒤를 따라 욕실에 들어갔고, 덜컥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진 거실에 다시 혼자 남아버렸다.
"뭐야.."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멍하니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자신의 의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마치 기대했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욕실 안에서 물소리와 함께 작게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민아와 함께 거실로 나와보니, 유니는 예상대로 얼굴이 확 붉어져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에 맞춰 민아 역시 민망해 죽겠다는 듯 어깨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모습이 굉장히 재밌었다.
그리고 민아가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는 사이, 유니의 시선이 내 하반신 쪽으로 향했다가 흠칫 몸을 떨며 안 그래도 붉게 물든 얼굴이 한층 더 빨갛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민아는 그것도 눈치 못 채고 변명을 늘어놓고는 겨우 할 말을 다 끝내고 씻고 오겠다며 몸을 홱 돌려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뒤를 따라가자,
"야, 씨..! 왜 따라오는데..!"
왜 따라오냐며 작게 줄인 목소리로 확 짜증을 낸다.
"그럼, 밖에서 쟤랑 둘이서만 있어?"
"......"
하지만 내가 귀에 대고 장난스럽게 한마디 속삭이니, 고개를 살짝 돌려 유니 쪽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내 쪽을 째릿 노려보고, 말없이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서 문을 닫지 않은 게 민아 나름대로의 대답이다 싶어 말없이 뒤를 따라 욕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변태 새끼.."
"그러게 누가 까먹고 늦잠 자래?"
"씨..! 너 때문이잖아!"
욕실 문을 닫자마자 들려오는 말에 장난스럽게 툭 한마디를 돌려주니 또 씩씩대며 짜증을 낸다.
물론 나도 할 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미 상당히 짜증이 올라온 상태에서 괜히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기에 대충 넘기고 민아에게 다가가 티셔츠를 벗겨준다.
"야..!"
"일단 씻기는 해야 할 거 아냐. 가만있어봐."
"진짜.."
이렇게 아닌 척해도 티는 다 나겠지만, 일단은 다른 생각이 없는 척 담담하게 말하니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팔을 들어 옷을 벗기기 쉽게 도와준다.
땀도 제대로 닦지 않고 나온 탓에 땀으로 매끈매끈해진 가슴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탐스럽게 흔들렸다.
어차피 씻을 생각으로 대충 겉옷만 걸치고 나온 거라, 속옷도 입지 않은 상태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자, 바지도."
"..진짜 짜증 나."
벗긴 티셔츠를 벽에 걸린 빨래 바구니에 던져넣고, 자연스럽게 바지를 벗기며 말하자 또 발을 살짝 들어주며 투덜거린다.
이미 욕실까지 같이 들어 와 버린 시점에서,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 다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그동안 같이 어울리며 휘둘린 경력이 있으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같이 욕실에 들어왔다면 민아가 바보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했을 것이다.
아예 팬티도 입지 않고 온 민아의 바지를 벗겨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어놓고, 나도 옷을 휙휙 벗어 알몸이 됐다.
민아는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불끈대는 하반신 쪽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한마디 툭 내뱉는다.
"..진짜 한 번을 안 지치네."
이제는 짜증을 내기도 지쳤다는 듯 기운 없는 말투였다.
"새삼 이제와서 뭘 그래."
사실 이렇게까지 지친 티를 내면 한 번쯤은 물러나 줄 수도 있지만, 노예 계약을 할 때부터 섹스에 관한 부분은 철저히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신경 쓰지 않고 웃어넘기며 샤워기를 틀었다.
물론 민아가 정말로 싫다고 하는 건 하지 않기로 말해두기도 했지만, 본인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 이야기를 들먹이며 날 말렸을 테니 지금은 괜찮다는 뜻이라고 내 멋대로 해석했다.
쏴아아-
벽에 걸린 샤워기에서 잠시 차가운 물이 나오다가, 온도를 맞춘 대로 적당히 따듯해지자 민아의 몸을 샤워기 아래로 밀어 물을 맞게 했다.
"읏.."
따듯하다고는 해도 갑자기 몸에 물이 닿은 탓에 민아의 몸이 잠시 흠칫하고 움츠러들었지만 이내 힘을 빼며 온몸으로 샤워기 물을 맞는다.
그리고 나도, 자연스럽게 민아의 뒤로 달라붙어 뒤에서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고, 물이 흐르는 엉덩이골 사이로 불끈대는 기둥을 꾹 눌러 밀어붙였다.
아까와는 달리 밖에서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얌전히 몸을 맡기는 모습이 기운 빠진 목소리에 조금이나마 식으려던 흥분을 다시 달아오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