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1화 > 여동생은 언니에게 지고 싶지 않다 (2)
유혜연과는 나름대로 자주 만나고 있었지만 따로 데이트 같은 걸 하지는 않는다.
일단 본인부터가 내가 푹 빠져있는 데다가, 최면 자체가 내 성욕을 풀어주는 역할에 맞춰줘 있으니 딱히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한 번 창피한 꼴을 당하고 나서도 유서연에게 날 빼앗으려는 걸 포기하지 않은 듯 자주 둘이서만 놀러 가고 싶다는 어필을 해왔지만, 매번 유서연을 핑계로 거절했다.
물론 정말 유서연의 눈치가 보여서 거절하는 건 아니었고, 원하는 대로 어울려줄까 하면서도 매번 거절당하면서도 한 번만 어떻게 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재밌어서 거절할 뿐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유혜연과 만날 때는 대부분 집 근처에서 식사 정도만 하고 집이나 모텔에서 섹스로 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단순하게 섹스만 한다고 생각하면 굳이 자주 만날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유혜연의 경우에는 시간을 내서 만날 가치가 있다.
오피스텔 앞에 차를 대 놓고 기다리기를 잠시. 전화를 받고 내려온 유혜연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율이 잘 맞는 게 만능은 아니라는 증거지.'
150 초반대의 작은 키.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언밸런스한 F컵의 커다란 가슴 덕분에 귀엽다고 느끼면서도 자연스럽게 성욕을 자극당한다.
사실 유서연과 똑닮은 얼굴은 귀엽다기보다는 까칠하고 기가 세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그마저도 작은 신장 탓에 귀엽게 포장되는 느낌이었다.
흰색 긴 팔 셔츠에 허리를 꽉 조여 매 몸매를 강조하는 베이지색 앞치마 형 원피스, 그리고 무릎 아래로 보이는 짙은 검은색 스타킹과 깔끔한 스니커즈.
하얀 셔츠와 나풀거리는 치마는 얼핏 보면 굉장히 산뜻하고 귀여운 느낌이 들면서도 꽉 조여든 허리와 강조하듯 굴곡이 튀어나온 가슴 덕분에 은근하게 섹시함이 드러난다.
노출은 전혀 없으면서도 본인의 외모와 신장을 확실하게 살린 코디였다.
최소한의 화장을 빼면 밋밋한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있었던 처음과 비교하면 인상이 확 달라져 있었다.
덜컥-
"오빠!"
내가 오늘의 코디에 대한 평가를 마치는 사이 차 앞까지 다가와 조수석 문을 거침없이 열고 들어온 유혜연이 밝게 인사했다.
"오랜만인데,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오랜만은. 그래봤자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뭘."
"치이, 그래도요. 안 보고 싶었어요? 저는 오빠 엄청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었냐는 말에 피식 웃으면서도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유혜연은 귀엽게 삐진 척을 하면서도 원하는 대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듯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
"그래, 그래. 보고 싶었어."
"히히. 그쵸?"
그리고 내가 못 이기겠다는 듯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자 그제서야 만족했다는 듯 웃음을 흘리고는 안전벨트를 맸다.
성욕에 솔직해지고, 당연하게 섹스하는 사이가 됐다고는 하더라도 평소에는 이렇게 밝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밖에서 만날 때는 항상 이런 분위기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인터폰 너머로 성질을 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언니의 애인을 뺏으려고 하는 성격인 만큼 이런 태도와 분위기가 연기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아무튼, 시간 없으니까 일단 출발할게."
"운전하기 피곤할 텐데.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어차피 할 거 없이 놀고 있는데. 여기저기 다니면 좋지 뭐."
평소라면 멀어도 30분 안에는 갈 수 있는 곳에서 식사를 했지만, 오늘은 유혜연이 가보고 싶은 맛집이 있다고 부탁하는 탓에 차를 타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가게로 가게 됐다.
거기에, 낮에는 친구랑 약속이 있다며 약속을 오후 7시로 잡은 탓에 더더욱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유혜연의 성격상 친구보다는 날 꼬시는 쪽을, 나와의 섹스를 우선으로 할 테니 정말 친구 때문에 약속을 늦춘 건 아닐 테고. 뭔가 꿍꿍이가 있기는 할 것이다.
'제대로 데이트를 못 하니까 식사라도 멀리서 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린다던가, 대충 그런 거겠지.'
아니면 시간이 늦었으니 모텔 같은 곳에서 아예 1박을 하고 다음 날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걸 노리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같이 심야 영화를 보자든가 등산을 하자든가, 겨울 바다를 보러 가자던가. 그런 제안에 비하면 훨씬 소박하게 욕심을 줄인 제안이었기에 속는 셈 치고 어울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
"응?"
잔잔하게 노래를 틀어놓고 차를 몰고 있는데. 조수석에 얌전히 앉아있던 유혜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따로 표정을 살피지는 않았지만, 살짝 느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에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빠도 막.. 밖에서 하고 그러는 거 좋아해요..?"
"밖에서 하는 거?"
"..네."
여전히 정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로 가볍게 되묻자, 한층 더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내게 이상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밖에서 있을 때는 19금 토크를 거의 하지 않던 유혜연이었기에 질문만으로도 대강 상황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얘한테도 보냈나 보네.'
유서연과 처음 야외 플레이를 즐긴 다음 날.
전날 찍었던 영상을 자기한테 보내달라는 유서연의 부탁에 영상을 보내줬었고, 그다음부터는 아예 촬영 자체를 유서연의 핸드폰으로 진행했다.
영상을 찍어서 어디다 쓸 거냐고 물어보니, 다른 애들한테 자랑하려고 한다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애들만이 아니라 유혜연에게도 영상을 보내고 있던 것이리라.
'보낸 이유야 뭐..'
아마 유혜연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평소에도 유서연에게서 날 빼앗아 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이벤트처럼 코스프레 의상 같은 것도 입을 정도였으니 질투심을 유발하면 지금까지보다 더 노력할 테니까.
그리고 지금 질문은 내가 유서연의 취향에 마지못해 어울려주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도 좋아서 하고 있는 건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일 것이다.
"음.. 혹시, 영상 봤니?"
"언니가 보내줘서.."
내가 민망한 척하며 묻자 유혜연 역시 불안한 척, 그러면서도 유서연에게 은근하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대답을 돌려준다.
사실 영상을 보낸 건 유서연이 맞고, 유혜연은 받은 영상을 확인해봤을 뿐이니 유서연의 잘못이 맞기는 했지만, 유혜연의 성격을 다 아는 탓에 자꾸만 이런 쪽으로만 생각이 흘렀다.
"서연이가 하자고 해서 했던 건데. 좀 창피하긴 하네."
"괘, 괜찮아요! 어차피 언니 때문에 한 거니까..!"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나도 조금 즐기고 있거든. 그래서 그래."
"아..."
이미지 관리상 야외 플레이 자체는 유서연의 탓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나도 조금은 즐기고 있다고 대답하니 황급히 변호해주려던 유혜연도 할 말을 잃고 말을 멈췄다.
"다 서연이 탓으로 돌리기는 조금 미안하니까, 솔직히 말해야지. 나도 처음에는 그런 게 왜 좋나 했었는데, 서연이가 밖에서 벗고 있는 걸 보니까 엄청 흥분되더라고. 밖에서 하니까 조금 스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더 흥분됐고."
"그, 그렇구나...."
담담한 척 대답하고는 있지만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잠시 눈만 힐끗 돌려 확인해보니 고개는 창문으로 돌리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귀가 잔뜩 빨개져 있었다.
아무리 유혜연이 성욕이 강하고, 욕구에 솔직하게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순진하고 보수적인 면이 남아있는 만큼 야외 플레이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저렇게 부끄러워하면 괜히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지금의 유혜연을 밖으로 끌고 나가 벗겨놓는다면 유서연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밖에서 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떼를 쓸 수도 있고, 죽을 만큼 부끄러워하면서도 마지못해 옷을 벗으며 혹시 누가 보지는 않을까 긴장하며 벌벌 떨지도 모른다.
사실 시작부터 야외 플레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던 유서연과는 다르게 유혜연 쪽이 진짜 제대로 야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상대일지도 몰랐다.
상대가 노출에 흥분하는 것도 좋지만, 괴롭히는 쪽에서는 겁먹고 부끄러워하는 쪽이 더 흥분되는 게 당연했으니까.
"아무튼, 서연이한테는 내가 잘 말해둘게. 많이 놀랐을 텐데. 괜히 미안하네."
"아, 아니에요. 이미 본 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리고 조금.. 놀라기는 했어도 이해할 수 있어요.. 취향이야.. 다양한 거니까 뭐.."
도대체 뭐가 아니라는 건지.
말을 두서없이 횡설수설 늘어놓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민망한 것 같았다.
하기야,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다고는 해도 친언니와 애인이 밖에서 섹스하는 영상을 보고, 직접 밖에서 하는 게 흥분되고 좋았다는 설명까지 들었으니 아무렇지도 않은 게 더 이상했다.
아쉽게도 이 대화를 끝으로 유혜연은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말이 없었고, 중간중간 내 쪽에서 말을 걸어도 정신이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처럼 횡설수설하는 대답만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충격받을 일인가?'
성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살아온 것도 그렇고, 최면에 걸려 언니의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게 된 것도 그렇고.
최면에 걸린 여자들이 성적인, 상식적인 면에서 조금씩 이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유혜연의 경우에는 그게 심한 편이었기에 뭐라고 확실하게 진단을 내리기가 애매했다.
그리고, 유혜연의 이상한 상태는 본인이 가고 싶다던 가게에 도착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후우, 잘 먹었다. 혜연이도, 맜있게 먹었어?"
"네? 네에. 맛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와 잠시 바람을 쐬면서 상태를 살폈지만, 유혜연의 상태는 여전했다.
"뭐야, 혜연이가 오고 싶다고 부탁해서 온 건데. 반응이 영 시원찮네?"
"아, 아니에요! 진짜 맛있었어요."
"그럼 다행이고."
"......"
식사는 정말로 만족스러웠지만, 식사뿐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데이트를 나와서 잔뜩 움츠러들어만 있으니 나도 조금은 답답하고 귀찮은 기분이었다.
이것도 유혜연의 설계라면 설계겠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대로 근처에 모텔을 찾아 섹스라도 제대로 즐겨야 기분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 모텔을 찾으려는데.
"..오, 오빠."
"응? 왜?"
"가기 전에.. 조금만 걸을래요..? 조금 체한 것 같아서.."
"..그래, 뭐. 조금 걷고 오자."
속으로는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얼굴이 깡패라고 얼굴이 살짝 빨개진 채로 머뭇거리며 부탁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가요."
"그래."
내 대답을 듣자마자 슬쩍 시선을 피하며 걸음을 옮기는 유혜연의 뒤를 천천히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