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6화 > 열심히 일한 노에에게 상 주기 (1)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상 에스테틱에는 거의 매일 찾아가는 편이지만, 그동안 카페에는 그다지 자주 찾아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카페에 사람이 강하윤 한 명뿐이다 보니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가더라도 잡담과 함께 커피나 마시고 나오는 게 일상이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새로 뽑은 알바생이 출근하는 날이었으니,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와 카페를 찾아왔다.
딸랑-
익숙한 방울 소리와 함께, 카운터에 서 있던 두 여성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어서오.. 아, 민석 씨."
"오.. 아니, 사장님!"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묶어 새하얀 목선을 드러낸 차분한 인상의 미인과, 예쁘고 앳된 인상에 백금발이 눈에 확 띄는 미인.
두 명 모두 흰색 와이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검은 앞치마를 두른 특별할 것 없는 복장이었지만 워낙 얼굴이 예쁜 탓에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카운터가 화사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오셨네요?"
흑발에 포니테일의 여성. 강하윤은 내 방문이 익숙한 듯 차분하게 인사를 건네온다.
"저 출근한 거 보러 오셨어요?"
그리고, 백금발의 여성은 아예 카운터에서 빠져나와 바로 앞까지 다가와 헤헤 웃는 얼굴로 인사 대신 자길 보러왔냐며 애교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짧은 면접과 길었던 신체검사 끝에, 강하윤은 이소연이 아닌 한예지를 선택했다.
사실 본인은 그나마 일을 더 잘할 것 같은 이소연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지만, 내가 접객 태도 쪽에서 한예지 쪽이 더 낫다고 말한 부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결과였다.
거기에 더해 자신과 인상이 비슷한 이소연과는 달리, 한예지는 외모부터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 자체가 자신과 전혀 다르니 단골을 늘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타입이 둘 있는 것보다는, 전혀 다른 타입의 미인이 둘 있는 쪽이 좀 더 여러 취향의 손님들을 붙잡아놓을 수 있을 테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겨우 종업원 얼굴이나 보자고 단골 가게를 정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일이지만, 겨우 그런 걸로 단골 가게를 정해 버리는 게 남자라는 생물이었다.
"첫날부터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니까, 확인해보러 왔지."
"피, 저는 안 그러거든요?"
애교스럽게 묻는 말에 이쪽 역시 장난스럽게 대답해주자, 한예지 역시 장난스럽게 삐진 척 표정을 바꾸며 대답한다.
그래도 어제 면접 때 나름대로 확실하게 자기 취향을 깨닫게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남자가 좋아할 만한 애교스러운 말투와 표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그동안 여러 남자를 휘어잡는 과정에서 반쯤 습관처럼 붙은 태도일 것이다.
사실 본인의 취향부터가 연상의 기댈 수 있는 남성이 관계를 리드해주는 것이었으니 딱히 이런 태도를 그만둘 이유가 없기도 했을 것이다.
애교부리고, 아양 떨고, 그런 모습을 보일수록 남자 쪽에서는 그녀와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될 테니까.
"아무튼, 마끼아또 한 잔 줄래?"
"네!"
강하윤과는 여전히 존대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한예지에게는 자연스럽게 말을 놨다.
어제 면접 도중에, 한예지가 온몸으로 엉겨 붙으며 편하게 말해달라고 스스로 부탁한 탓이었다.
카운터 밖으로 나와 주문을 받은 한예지는 다시 카운터 안으로 돌아가 이미 다 들었을 강하윤에게 '사장님이 마끼아또 한 잔 부탁하셨어요.'라고 말을 전했다.
한예지는 오늘이 첫 출근이었으니, 아직 제대로 커피를 탈 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잠깐, 그러면 오늘은 평소랑 똑같이 강하윤 혼자서 일하는 거 아닌가?‘
아니, 첫날인 만큼 한예지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야 할 테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쁠 것이다.
드디어 강하윤을 제대로 따먹을 수 있겠다 싶어 바로 찾아왔는데. 며칠쯤 기다렸다 왔어야 했던 걸지도 몰랐다.
당장 지금도, 한예지에게 내가 주문한 마끼아또를 만들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모르겠다. 나중에 또 오지 뭐.‘
어차피 두 사람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한예지는 오전부터 점심 시간대까지만 이기는 해도 두 명 모두 언제든지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상대였으니까.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며 카운터를 지나 테이블에 앉는 사이, 다른 테이블 쪽에서 몇몇 부러워하는 시선이 꽂혀 드는 게 느껴졌다.
강하윤을 보고 카페의 단골이 된 남자 손님들.
그들도 귀가 있고 간간이 나와 강하윤이 가끔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을 테니 내가 가게 사장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20대에 이런 번듯한 카페의 사장 노릇을 하고, 예쁜 여자 둘을 직원으로 부리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더 부러울 것이다.
예쁘든 아니든, 제대로 사귀는 애인이 있었다면 굳이 예쁜 여자를 보러 카페에 죽치고 앉아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마끼아또 나왔습니다!"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기를 잠시, 머그컵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다가온 한예지가 밝은 목소리와 함께 쟁반을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최근 대부분의 카페는 주문도 키오스크로 받고, 주문한 메뉴도 손님이 직접 가져가는 방식이었지만 우리 카페는 종업원의 외모가 주 무기인 만큼 주문도 종업원이 직접 받고, 서빙도 직접 해준다.
강하윤에게 들은 바로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오피스 거리나 번화가에 있는 가게와는 달리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주택가라 가능한 방식이라는 모양이었다.
손님의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에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 가는 게 대부분이었고,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배달 주문이 대부분이라 홀은 여전히 한산하다는 것 같았고.
그나마 점심 시간대에나 근처 사모님들이 몰려와서 티타임과 수다를 즐기느라 홀이 바빠진다는 게 지금 가게의 상황이었다.
"고마워. 잘 마실게."
"어차피 점장님이 타 주신 건데요, 뭘. 며칠 뒤에 오면 제대로 배워서 제가 직접 타드릴게요."
"기대할게."
"헤헤.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주세요."
한예지는 그래도 나름대로 종업원으로서 눈치는 있는 모양인지, 테이블에 눌러붙지 않고 깔끔하게 물러나 카운터로 돌아갔다.
늦은 오전에 카페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티타임, 이라고 하기에는 평소에도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10분, 20분이나마 색다른 방식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도 제법 괜찮다.
평소에는 휴식이라고 해 봐야 게임이나 목욕 정도가 다였고, 나머지는 여자들과의 데이트와 섹스로 시간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여유롭게 노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아예 피로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커피 맛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쉽게 만들 수 있는 아메리카노 같은 메뉴 말고도 강하윤이 직접 로스팅해주는 커피도 메뉴에 있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굳이 마실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맛이었다.
핸드폰도 보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막과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컵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빈 컵과 쟁반을 카운터로 직접 가지고 가 내려놨다.
"그냥 두고 가셔도 저희가 치울 텐데."
"나가는 길에 가지고 오는 건데요, 뭘. 그보다, 하윤 씨. 지금 바빠요?"
"지금은.. 안 바쁘기는 한데.."
"그럼, 잠깐 안에서 얘기 좀 해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잠깐 정도는."
오픈 첫날을 제외하면 아직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탓인지, 강하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럼 들어가서 얘기하죠."
"네. 예지 씨, 잠깐 카운터 좀 보고 있어요. 필요한 일 있으면 바로 부르시고요."
"그럴게요. 그런데, 안에서 무슨 얘기 하시려구요?"
"그냥 일 얘기에요."
전혀 의심하지 않는 강하윤과 달리, 둘이 휴게실에서 뭘 할지 신경 쓰인다는 표정으로 묻는 한예지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고는 강하윤과 함께 휴게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휴게실 소파의 상석 쪽에 앉았고, 강하윤은 비어 있는 옆쪽 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하실 얘기라는 게.."
"별건 아니고, 아직 몇 시간 안 되긴 했지만, 하윤 씨가 보기에는 어때요? 예지 씨. 괜찮은 것 같아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정리한 강하윤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일은 열심히 배우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민석 씨 말대로 접객 태도가 정말 좋더라고요. 웃는 것도 자연스럽고 목소리도 밝아서 가능하면 계속 일해줬으면 하고 있어요."
나야 외모와 섹스만으로 평가를 내렸지만, 의외로 강하윤의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계속 일해줬으면 한다는 말에서 얼마 못 가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쨌든 당장은 나쁘지 않다는 거네요."
"네. 일단은."
무조건 단정 짓지는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강하윤의 신중함이 느껴졌다.
아마 이전에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일할 때 금방 알바를 그만두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쌓인 불신 때문이리라.
"뭐, 갑자기 그만두는 거야 저희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치고. 원래는 주에 한두 번은 접객 태도 검사를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바빠서 아예 못 하고 있었죠?"
"아, 네에."
한예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짧게 끝내고, 곧바로 본론을 꺼내자 차분하게 힘을 빼고 있던 강하윤의 몸이 흠칫하고 작게 떨리며 긴장한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만, 잠깐 사이에 뺨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검사하기에는 예지 씨가 일을 제대로 배운 게 아니라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검사를 더 미루는 것도 애매해서, 오늘은 일단 약식으로 펠라만 확인해볼 겁니다. 펠라 정도면 도중에 일이 생겨도 바로 나갈 수 있으니까, 괜찮으시죠?"
"..괜찮겠네요."
내 질문에 짧게 계산을 마친 강하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섹스라면 하던 도중에 나가면 숨도 거칠고 몸도 달아올라서 티가 나겠지만, 펠라만이라면 크게 티가 날 일은 없을 테니까.
모처럼 기대를 품고 왔으니, 커피만 마시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기분에 펠라라도 받고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바로 해보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짧은 대답과 함께, 소파에서 일어난 강하윤이 내 앞으로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항상 어두운 계열의 청바지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강하윤이었기에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청바지라면 그냥 일어나서 무릎을 몇 번 털기만 해도 원래대로 깨끗해질 테니까.
강하윤은 면접 때처럼 살짝 긴장한 듯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내 바지를 벗기기 시작한다.
벨트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고, 허리춤을 붙잡아 내리는 손길에 맞춰 엉덩이를 살짝 띄워주자 바지가 걸리는 곳 없이 무릎 아래까지 스르륵 내려갔다.
그리고는 다시 손이 위로 올라와, 팬티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끌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