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3화 > 카페 알바 면접 (1)
아직 새로 여자를 만날 일이 없어 누군가에게 말해본 적은 없지만, 이제 나는 카페 사장이었다.
커피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그나마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기 위해 가게 운영하는 데 얼마가 들어가고,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도나 들어뒀을 뿐이지만 사장은 사장이니까.
종종 가게에 찾아가 커피를 맛보고 가기도 했다.
실상은 커피보다는 강하윤 쪽을 맛볼 생각으로 찾아가는 거였지만, 안타깝게도 장사가 제법 잘되는 탓에 찾아갈 때마다 사람이 있어서 방해하기가 애매했다.
잠깐 자리를 비우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느긋하게 펠라만 받더라도 10분은 필요할 텐데. 손님이 들어왔을 때 카운터가 몇 분씩 비어있으면 안 됐으니까.
결국 매번 잡담 몇 마디와 함께 커피만 마시고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다.
그래서 그런지, 알바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빨리 아무나 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가 차올랐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강하윤 정도는 그렇게까지 집착할 만한 수준의 여자는 아니었지만, 쉽게 따먹기 어렵다고 생각하니 괜히 더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냥 콜렉션을 모으듯이, 언제든지 내가 손을 뻗으면 손쉽게 따먹을 수 있는 여자로 만들고 싶다.
사람을 완전히 물건 취급하는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이미 최면을 써먹을 대로 써먹은 상황에서 양심 같은 걸 챙겨도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대우는 제대로 해주고 있으니까.'
유서연, 임예진, 김민아, 엘레나. 이 넷이야 상호 합의까지 마친 관계였으니 말할 것도 없고. 장난감처럼 다루는 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 생활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던 유부녀들에게는 죄책감 없는 섹스의 쾌락으로 외로움을 덜어줬고, 에스테틱 직원들에게는 이전 직장보다 월등히 좋은 계약 조건을, 손님들에게는 섹스의 쾌락과 미용을.. 누가 됐든 즐거움을 준 만큼의 보상은 돌려줬다.
정말 한두 번 따먹고 말았던 여자들은 예외였지만, 최소한 상처는 남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해서 최면을 걸었으니 나름대로 양심은 챙겼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최면이 풀린 뒤에는 칼을 들고 날 찌르러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최대한 위화감이 없도록, 비밀 엄수를 확실하게 하도록 해뒀으니 그럴 일은 없었다.
아무튼, 카페에서 새로 알바를 뽑는다는 소식은 유서연에게 전해 들었고, 이번에도 '면접'을 진행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 면접 시간에 맞춰 카페로 향했다.
오전 10시. 출근길에 커피를 사갈 손님도 없고, 점심시간까지도 꽤 시간이 남은 탓에 가장 손님이 없고 한적한 시간이었다.
딸랑-
"어서오.. 아, 민석 씨. 빨리 오셨네요?"
익숙한 방울 소리와 함께 강하윤의 인사를 받으면서,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보니 한적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몇몇 보인다.
여자는 없고, 죄다 남자뿐이라는 게 강하윤의 미모 덕분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사가 잘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래도 제가 사장인데, 면접 시간에 늦게 오는 것도 웃기잖아요. 면접 볼 사람은 아직 안 왔죠?"
"네. 아직이에요."
[새로 뽑는 알바생 역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강하윤에게 알바를 뽑겠다는 보고를 들은 유서연이 미리 찾아와 걸어놓은 최면이었다.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건 당연히 강하윤이 아닌 나였고, 덕분에 알바 면접이 있는 날은 내가 와야 한다는 전제 역시 당연하게 깔려 있었다.
"오늘은 두 명 보기로 했었죠?"
"네. 아무래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서.. 이력서는 일단 괜찮았는데. 잘됐으면 좋겠네요."
강하윤과 마찬가지로, 알바 역시 최저 시급보다 더 높게 급여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내 기준으로 최소한 A급은 되는 외모가 최소 통과 조건인 탓이었다.
어차피 카페 같은 곳에서 잘 생기거나 예쁜 알바를 쓰는 건 흔한 일이었기에 강하윤 역시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예쁜 여자만 받는다]라는 최면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력서는? 결정이야 하윤 씨가 하는 거지만, 나도 이력서 정도는 봐두고 싶은데."
"휴게실 테이블에 올려뒀어요. 먼저 들어가서 보고 계세요."
"그래요. 수고하고, 알바생 오면 면접 진행해요."
"네."
강하윤의 깔끔한 대답을 뒤로하고, 카운터를 지나 휴게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저번 면접 때 들어와 보고 처음 들어온 곳이라 그런지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여기도 결국 내 구역이었기에 눈치 보지 않고 소파에 앉아 이력서를 확인했다.
[이소연]
[나이 : 24]
[학력 : 정운 대학교 재학중 ? 4학년]
[한예지]
[나이 : 20]
[학력 : 은명 대학교 재학중 ? 1학년]
"이제 1학년이면, 새내기인 건가."
대학 이름이야 유명한 곳이 아니면 들어볼 일도 없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고, 1학년에 4학년. 나이에서부터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
기왕이면 어린 쪽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네 살 차이 정도는 그렇게 크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이제 막 스무 살이면.. 조금 다르려나?'
미성년자를 벗어나 막 성인이 된 나이인 만큼 대학생활, 사회생활에 익숙해진 여자들과는 다른 맛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혜연이야 성격이 워낙 제멋대로에 막 나가는 타입이었으니 예외로 치고.
이전에 따먹었던 이지은과 최근에도 종종 만남을 갖는 정혜수. 두 단짝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갓 성인이 된 여자들은 나름대로 풋풋한 맛이 있었다.
이소연은 유서연과 같은 깔끔한 중단발에 검은 머리, 사진만 놓고 봤을 때는 예쁘지만 평범한 인상이다. 그에 반해 한예지는..
"좀 놀던 애인가..?"
사진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릴 정도로 눈에 확 띄는 외모다.
얼마나 기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긴 생머리를 과감하게 밝은 금발로 염색했고, 인상도 상당히 밝아 보였다.
어쨌든, 대학 새내기가 이렇게 눈에 띄는 금발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는 뜻이었다.
면접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보통은 10분이나 5분쯤 전에는 도착할 테니 이제 곧..
벌컥-
"면접 보는 학생이 왔는데.."
"신경 쓰지 말고 들어와요. 어차피 기본적인 면접은 하윤 씨가 진행하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자, 들어오세요."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강하윤에게 가볍게 대꾸해주자, 그대로 안으로 들어온 강하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사진으로 미리 인상을 파악해놓은 덕분에 안으로 들어온 여자가 누구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소연.'
기대하던 쪽은 이소연이 아니라 한예지 쪽이었지만, 이소연도 엄선해서 고른 만큼 외모가 상당하다.
아무래도 보는 눈이 다른 탓인지 유서연이 직접 고른 에스테틱 직원들이나 강하윤에 비하면 외모가 조금 딸리는 느낌이었지만 아슬아슬하게 A급은 줄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벗겨놓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와 옅은 남색의 셔츠 위로 드러난 몸매가 상당하다.
'가슴은 그럭저럭 C컵 정도는 되는 것 같고.. 골반도 꽤..'
이제 막 얼굴만 봤을 뿐이지만 빨리 벗겨보고 싶은 몸매였다.
"가게 사장님이에요."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이소연의 시선이 힐끗 내 쪽으로 향하며 시선이 마주치자, 강하윤이 먼저 나서서 소개해줬다.
"편하게 앉으세요. 일단 면접은 제가 아니라 하윤 씨가 진행하는 거니까."
"아, 네."
마침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딱 셋이었으니, 내가 상석 쪽으로 옮겨 앉으며 말하자 강하윤과 이소연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로 맞은편에 앉았다.
강하윤은 본인이 면접을 진행하는 입장이 돼서 그런지 다소 긴장하고 있던 처음과는 달리 편안하게 긴장을 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이소연은 면접을 보는 입장인 만큼 살짝 긴장하고 있다는 게 표정이나 자세에서 드러났다.
"일단.. 이소연 씨."
"네."
"4학년이면 이것저것 바쁠 때인데. 시간이 괜찮으시겠어요?"
"강의 시간대가 오후에 몰려 있어서 오전 시간대에는 문제없습니다."
강하윤은 짧은 잡담도 없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고, 이소연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대답한다.
대학생이야 아직 방학 중이니 일하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개강하고 나면 바빠질 텐데. 오전만이라도 확실하게 일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애초에 오전 시간대라고 전제를 깔아둔 걸 보면 알바 모집 자체를 오전 시간대로 정해놓은 것 같았다.
"음.. 편의점이랑 PC방 알바는 꽤 길게 하셨는데. 이번에는 굳이 카페 쪽으로 지원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편의점이랑 PC방은 다 야간으로 일했었는데, 생활 패턴이 너무 불규칙해지길래 이번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정상적인 패턴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면접이니 당연히 미리 준비해왔겠지만, 미리 준비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깔끔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강하윤은 무표정한 상태라 무슨 생각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딱히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카페는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라도 알바를 길게 했다면 아예 아무 일도 안 해봤을 한예지보다는 일을 가르치기가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내가 뽑을 것도 아니지만.'
강하윤의 시선이 잠시 이력서로 내려갔다가, 다시 이소연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다.
이것저것 다른 질문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강하윤의 질문은 그걸로 끝이었다. 정확히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원래라면 바로 합격..을 드려도 괜찮을 텐데. 면접 과정이 하나 더 남아서요. 괜찮을까요?"
"네? 괜찮기는 한데.. 뭘.."
지금이다.
"저희 매장에서는 알바생을 뽑을 때도 [신체검사]를 진행하거든요. 진행은 여기, 사장님이 해주실 테고.."
강하윤이 차분하게 늘어놓는 설명에 맞춰, 실시간으로 이소연에게 최면을 건다.
[서비스직 업계에서는 면접 과정에 '신체검사'라는 과정이 포함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체검사'는 서비스직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외모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으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알려져서 좋을 게 없는 일이기에 비밀 엄수를 기본으로 한다.]
['신체검사' 도중에는 면접자의 지시에 따라 신체 부위를 공개해야 하며, 다소 성적인 행위 역시 허가된다.]
['신체검사'는 조금 부끄럽지만 상식에 어긋나거나 이상한 일은 아니므로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신체검사]를 원하지 않으시면 이대로 그냥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으음.."
강하윤의 설명을 듣는 사이, 최면에 걸린 이소연은 면접이 시작하기 전보다 조금 더 긴장해서는 내 쪽을 힐끗 쳐다보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마,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건 나인 만큼 이제는 내 쪽 역시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저기.. 신체 검사는 어떤식으로.."
"가게마다 진행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저희 가게는 규정대로 확실하게 진행할 테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강하윤 대신 내가 끼어들어 대답하며 내 말을 믿도록 추가로 최면을 걸었다.
['신체검사'가 규정대로 진행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최면을 많이 걸기는 했지만, 결국 다 하나로 이어지는 최면인 데다가 면접이라는 상황에 나름대로 맞물리는 최면이었기에 큰 위화감 없이 잘 먹혀드는 것 같았다.
"그럼.. 받아볼게요. 신체검사."
최면을 통해 불안감을 지워졌다고는 해도 남자 앞에서 몸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었으니 거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소연은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꽤 컸는지 망설이면서도 신체검사를 받겠다고 확실하게 대답했다.
만약 싫다고 거부했다면, 그대로 순순히 보내줬을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나로서도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