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9화 > 엘레나와 집 데이트 (5)
위이이잉-
"하아.. 좋다아.."
화장대 의자에 앉은 엘레나는 뒤에서 불어오는 드라이기 바람을 맞으며 편안하고 기분 좋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머리를 말려주고 있을 뿐이지만, 여자들은 은근히 이런 서비스를 좋아한다. 그건 엘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몸을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고, 드라이기로 직접 머리를 말려준다.
주인이 노예에게 해줄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노예와 주인 관계이면서 연인 관계이기도 하고, 평소에 내가 받는 대접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서비스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정말.. 머리도 짧으면서 왜 이렇게 잘해..? 얼마나 많이 해줬길래..”
추궁하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엘레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였다.
"그냥 머리만 말려주는 건데 잘하고 못할 게 어딨어? 그냥 누나 머릿결이 워낙 좋으니까 잘 되는 거지."
"말도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구. 아주 바람둥이라니까."
바람.. 이라고 하기에는 내 여자 모두에게 허락받은 일이긴 하지만 마냥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어쨌든 여자를 많이 만나고 다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머릿결 좋은 것도 사실이잖아."
"그것도 다 누구누구 씨 덕분인데. 고마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
"누나 머릿결은 원래도 좋았어."
물론, 몽마가 된 지금이 더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 그래."
어차피 엘레나도 나한테 뭐라고 따지려고 말한 건 아니었던 만큼 듣기 좋은 말로 대꾸해주니 적당히 넘어가 준다.
최면은 아니었지만,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사실을 점점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중간중간 짧은 대화가 오가고, 드라이기 소리만 들려오기를 한참.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물기가 다 마르면서, 엘레나의 머리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 매끄럽게 찰랑거렸다.
극세사처럼 손가락을 부드럽게 스치는 느낌을 잠시 즐기다가, 드라이기의 전원을 껐다.
"자, 끝."
"하아.. 좋았는데."
딱히 이렇다 할만한 대화도 없이 머리만 말렸을 뿐이지만, 짧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는 엘레나의 목소리에는 정말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다음에 또 해줄게."
"약속한 거다?"
"뭐 어려운 거라고. 약속할게."
데이트도 아니고, 겨우 머리 말려주는 정도로 이렇게 좋아한다니. 어쨌든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 바로 약속해주자 엘레나의 웃음이 한층 밝아졌다.
"자, 영화 보러 가자."
"그래."
머리를 다 말린 엘레나와 함께 다시 거실로 나와 불을 끄고 함께 소파에 앉았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과 똑같은 헐렁한 박스티와 반바지 차림. 하지만 이번에는 안에 브라를 입지 않았는지 걸을 때마다 옷 위로 가슴이 크게 출렁인다.
티셔츠 앞으로 드러난 굴곡 위로 살짝 꼭지가 튀어나와 있는 모습 역시 장난 아니게 꼴렸다.
'진짜, 마음 같아선 영화고 뭐고..'
이대로 확 덮쳐버리고 싶다.
엘레나는 이런 내 생각을 전혀 모르는 건지. 무방비하게 바로 옆에 앉아 리모컨으로 TV를 켜고, 넷플릭스에 들어가 영화를 고른다.
최근에 개봉한 공포 영화. 나름대로 기대작인 모양인지 나도 광고 영상 정도는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였다.
"손.. 잡고 볼래?"
"무서워서 그래?"
영화를 틀기 직전. 조심스레 내뱉는 엘레나의 말에 되묻자 수줍게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손잡고 보고 싶어서.."
"뭐 어려운 거라고."
아마 엘레나 나름대로 연애에 가지고 있는 판타지 같은 부분인 것 같아 작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곧장 손바닥을 대고 깍지를 꼈다.
연인끼리 한 소파에서 손잡고 영화를 본다. 확실히 제법 연인다운 느낌이 나는 일이기는 했다.
손 정도야 데이트하고 섹스하면서 수도 없이 잡았을 텐데.
목욕을 마치고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평소보다 더 보들보들하고 따듯하게 느껴졌다.
잠시 힘을 꽉, 줘서 깍지 낀 손의 감촉을 확인한 엘레나는 살짝 뺨을 붉히며 후후, 웃고는 반대쪽 손으로 리모컨을 눌러 영화를 재생시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팔에 몸을 기대온다.
확실히, 밖에서 하는 데이트와는 다른 근질근질한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엘레나는 조금씩 고조되는 분위기에 긴장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혼잣말처럼 한마디씩 말을 걸어오고, 몸을 움찔하며 놀라는 무방비한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나 역시, 나름대로 영화에 집중하려고는 했지만, 엘레나가 놀라며 몸을 움찔 떨 때마다 티셔츠 위로 흔들리는 가슴의 윤곽에 올라오는 성욕을 참는 쪽이 더 고역이었다.
"후아.. 재밌었다. 그치?"
"결말이 조금 뻔하기는 했는데, 재밌었어. 다들 많이 볼 만하네."
적당히 대답하기는 했지만, 내 나름대로 솔직하게 내뱉은 감상이었다.
"나도 결말이 살짝 아쉽긴 하더라. 제대로 무섭게 하려면 거의 다 죽고 한 명만 겨우 탈출하거나 다 죽는 쪽이 더 찜찜하고 오싹한 느낌이라 좋은데."
"..그렇긴 하네."
저렇게 예쁘게, 생긋 웃으면서 말하기에는 너무 과격한 발언이 아닌가 싶긴 했지만, 어차피 영화 얘기일 뿐이었으니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나름대로 공감 가는 말이기도 했고.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목마르네. 뭐 마실 거 줄까?"
중간중간 딴생각에 빠졌던 나와는 달리 엘레나는 완전히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는지 목이나 이마 주변이 땀으로 희미하게 젖어있는 게 보였다.
"마실 건 됐으니까, 이리 와봐."
"어, 응..? 꺄앗!?"
냉장고로 가려는 건지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엘레나의 손을 깍지 낀 상태로 놔주지 않고 살짝 잡아당기고는, 왜 그러냐는 듯 몸을 돌리는 엘레나의 어깨를 밀쳐 그대로 소파에 눕혀버렸다.
"영화도 봤으니까,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깜짝 놀란 듯 귀엽게 비명을 지르는 엘레나를 위에서 덮쳐 내려다보면서 내뱉자 희미하게 땀으로 젖은 뺨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다.
"아, 아니.. 일단 물 좀 마시고.. 방에 가서.."
"안 돼. 한 번 하고 나서 마셔."
"잠깐이면.. 흐읏.. 되는데에.."
단호한 대답과 함께 몸을 포개듯이 달라붙어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자, 엘레나는 흠칫 몸을 떨면서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항의한다.
하지만 말만 저렇게 할 뿐 이미 몸은 내 욕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는 것처럼 저항조차 하지 않고 얌전히 힘을 뺀다.
"스읍, 하아.."
"자, 잠깐마안.. 땀, 흘렸으니까.. 흐읏.. 냄새는.."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봐."
몽마 특유의 은은한 복숭아 향 같은 체취가 땀에 섞여 한층 더 찐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불쾌하기는커녕 그 짙은 냄새에 바지 안에서 순식간에 자지가 불끈 솟아오를 정도였다.
츄릅- 츕- 스읍- 츄읍-
"흐읏.. 하아.. 읏, 하아.. 간지럽다니까아.."
한쪽 손으로는 티셔츠 위로 커다란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계속해서 목덜미를 핥고 체취를 빨아들이니 엘레나도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지 움찔거리는 반응과 함께 조금씩 달뜬 한숨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가슴을 주무르는 손바닥 한가운데서, 옷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두가 꼿꼿하게 서는 게 느껴진다.
그 감촉에 더는 참지 못하고 손을 아래로 내려 티셔츠를 확 끌어올려 커다란 가슴을 밖으로 드러냈다.
"꺗..!"
갑자기 옷이 확 벗겨져 버리자, 엘레나가 깜짝 놀란 듯 다시 짧게 비명을 질렀지만, 목덜미와 마찬가지로 땀에 희미하게 젖어 촉촉해진 살결과 출렁이며 탐스럽게 흔들리는 두 개의 살덩이를 보니 아무래도 좋다 싶었다.
그대로 목덜미에서 쇄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젖무덤에 고개를 파묻고 꼿꼿하게 선 유두 위로 입술을 댄다.
"츄릅, 츄읍- 쮸읍, 쯉, 츄릅-"
"아응.. 하앗.. 으응, 아앗.. 하아, 하앗.."
입에 문 유두를 혀로 살살 굴리며 일부러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대기 시작하자 흘러나오는 소리가 한층 더 야릇하게 변한다.
"누나, 몸.. 진짜 맛있는 거 알아?"
"정말.. 그냥 살인데 무슨 맛이 난다고.. 햐흣..!"
잠시 엘레나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주려다가, 역시 말로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생각에 유두를 이빨로 살짝 깨물어주자 가녀린 어깨가 흠칫하고 작게 떨려왔다.
무슨 맛이냐고 물어보면 나도 확실하게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여자마다 살에서 나는 맛도 은근하게 차이가 있다.
옅고, 부드럽고, 진하고.. 아무튼 여자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다.
한쪽 손으로는 가슴을 주무르고, 반대쪽 가슴을 입에 물고 한참을 물고 빨아대다가, 그대로 옆구리를 핥으며 아래로 내려가 반바지를 벗겨낸다.
엘레나는 이제 완전히 상황을 받아들였는지, 순순히 허리를 띄워 바지를 벗기기 쉽게 도와줬다.
"팬티는 입었네?"
"다, 당연히 입고 있지..!"
"브라는 안 했길래 여기도 안 입었을 줄 알았지."
"그거야 뭐.. 방금 씻고 나왔고.. 곧 잘 건데.. 땀 차니까.."
이미 볼 건 다 본 사이에 새삼 노브라를 지적당한 게 부끄러웠는지 살짝 목소리를 떨며 웅얼거리듯 변명하는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팬티까지 끌어 내렸다.
이번에도 역시, 부끄러워하면서도 허리를 살짝 띄워주는 모습에 자지가 점점 더 뻐근해지는 게 느껴졌다.
'섹스 횟수 자체는 이쪽이 더 많을 텐데..'
보통은 익숙해질수록 흥분이 덜해지는 게 정상일 텐데. 이상하게 우리 애들과 할 때는 그런 상식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흥분이 과하게 끓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도 땀 많이 흘렸네. 스읍-"
"야, 야아..!"
뽀얗고 매끈한 허벅지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애액이 아닌 땀으로 젖어 매끈해진 보지 둔덕을 보며 짧게 숨을 들이켜자, 엘라나가 화들짝 놀라 목소리를 높이며 팔을 뻗어 머리를 힘껏 밀어냈다.
물론, 이 정도 힘으로 밀려날 내가 아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며 목덜미와 가슴보다 더 진하게 풍기는 냄새를 만끽했다.
"맡지, 말라니까..! 진짜 창피하단 말이야..!"
"뭐 어때. 한두 번 빠는 것도 아니고.."
"지, 지금은 그게 아니라 땀 냄새잖아! 창피하니까 그만 맡아!"
내 태연스러운 대꾸에 엘레나는 슬슬 진심으로 창피해지는 모양인지 제대로 목소리를 높여 항의한다.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놀려대는 건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냄새는 정말로 흥분됐었지만.
"알았어, 알았어. 제대로 할게."
"햐응..!"
엘레나의 항의에 일부러 소리 내서 숨을 들이켜는 걸 멈추고,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허벅지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보지를 활짝 벌리자, 잔뜩 긴장하고 힘주고 있던 허벅지가 움찔 크게 떨려왔다.
빛이라고는 크레딧이 끝난 화면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 적은 불빛만으로도 활짝 벌려진 균열 사이가 희미하게 젖어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