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1화 > 자존심 센 모델은 조금씩 길들여지고 있다 (1)
최근. 이은설은 주변에서 분위기가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예시로, 학원을 통해 일을 받을 때는 강사에게 '은설 씨, 분위기가 좀 부드러워진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었고.
몇 번 일을 맡으면서 안면을 튼 고객이나 카메라맨에게는 '더 섹시해진 것 같은데요?' 같은 말을 자주 들었다.
후자는 예전 같았으면 칭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쁠 때는 성희롱이라고 생각하며 불쾌한 티를 팍팍 냈겠지만, 최근에는 불쾌하더라도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일단 참고 보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는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인상이 변한 것에 대해 칭찬하는 이들은 많았어도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이는 없다시피 했다.
학원에서는 칭찬과 함께 '요즘 뭐 좋은 일 있어요?' 같은 질문을 받긴 했지만 평소랑 똑같다며 받아넘겼을 뿐이다.
물론, 좋은 일이 없는 건 아니다.
최민석의 스폰을 통해 벌이에 비해 항상 비어있던 통장에 조금씩 잔고가 쌓이기 시작하고, 반대로 생활은 더욱 여유로워지면서 스트레스 없이 모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더해 좋은 일거리를 많이 받으면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고, 좋은 일거리를 주는 클라이언트들에게도 나름대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들과는 별개로 이은설은 항상 초조함이라는 거슬리는 감정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움.. 츄룹.. 쮸웁.. 츄웁.."
"흐음.. 오늘도 좋은데요?"
아무리 열심히, 정성껏 펠라를 해줘도 도무지 머리에 손을 올려줄 기색이 없는 최민석이었다.
턱이 뻐근할 정도의 크기도,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냄새에도 어느 정도 적응한 데다가 이런저런 기교를 공부해 펠라가 더욱 능숙해졌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건데!?'
사실, 최민석이 펠라를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커다란 기둥을 입에 물고 열심히 움직이는 이은설과 부드럽게 시선을 맞춰주고, 땀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넘겨주거나, 계속해서 기분 좋다는 칭찬을 속삭여준다.
여자가 모처럼 펠라를 해주고 있는데 천장이나 쳐다보거나, 눈을 감아버리거나, 아예 통화까지 해버리는 매너를 밥 말아 먹은 남자들에 비하면 최민석은 굉장히 매너 있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은설이 바라는 건 그런 매너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매너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고.
최민석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머리 위에 살짝 얹어져 가볍게 누르는 듯한 무게감을 느끼게 해주고, 머릿결을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기를 바란다.
얌전히 내려가 있던 최민석의 손이 위로 올라갈 때면 가슴이 쿵쿵 울려대고, 안 그래도 질척거리는 입 안으로 침이 가득 고여버릴 지경이었지만, 그게 머리카락을 정리하거나 뺨을 가볍게 쓸어주고 넘어갈 때면 아쉬움을 넘어 배신당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옵니다."
자지를 한층 더 크게 불끈대며 신호를 보내는 목소리는 여유로운 듯하면서도 은근하게 흥분이 느껴진다.
굳이 신호하지 않았더라도 자지의 불끈거림이나, 사정 직전에 부풀어 오르는 느낌만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기대해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것도 자주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나마 사정 직전에는 자지를 더 깊게 삼켜달라는 듯 머리를 꾹 누르고, 그 상태로 사정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그런 기대를 배신하고 머리에 손을 대지 않은 채로 정액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뷰르릇! 뷰릇! 뷰릇! 뷰르르릇!!
"우움.. 웅.. 꿀꺽.. 움.. 꿀꺽.. 꿀꺽.."
이제는 익숙해진 정액의 맛과 냄새는 머리가 어지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고,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 역시 자연스럽게 몸이 달아오를 정도로 흥분된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
뷰릇! 뷰르릇! 뷰릇! 뷰르르릇!!
"꿀꺽.. 꿀꺽.. 움.. 꿀꺽.."
울컥거리며 기운차게 쏟아져 나오는, 진한 젤리 같은 정액을 능숙하게 삼켜 나간다.
여전히 삼키기 힘들고 버겁다고 느끼면서도 흘리지 않고 여유롭게 삼킬 수 있을 정도로는 익숙해진 덕분이었다.
"꿀꺽.. 움.. 츄룹.."
뷰릇..! 븃..!
사정이 끝나고, 남은 정액을 목으로 넘기면서 한창 민감해져 있을 귀두를 혀로 가볍게 휘감듯 핥아주자 깜짝 놀란 듯이 움찔하며 남은 정액을 내보낸다.
"후우.."
정성껏 빨아 사정시켜준 뒤에는 언제나 들려 오는 나른하면서도 개운함이 섞인 한숨 소리.
그렇게 좋았으면 머리나 쓰다듬어줄 것이지.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자존심 때문이라도 차마 입 밖으로는 낼 수 없는 말이었다.
저번 3P 이후로 최소 주에 한 번씩은 만나고 있었지만,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준 횟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최소 한두 시간, 혹은 늦은 저녁부터 밤새도록 섹스를 하며 펠라를 해주는 횟수를 생각하면 치사하다 싶을 정도로 적은 횟수였다.
오죽하면, '초반에 머리에 손을 얹었을 때, 쳐내고 밀어냈던 것 때문에 하지 않는 걸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기분 좋았어요. 은설 씨."
"..네, 뭐."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자신에게 손을 뻗어 가볍게 일으켜 세워주면서 해주는 칭찬에도 괜히 쌀쌀맞게 대답해버린다.
최민석에게 듣는 칭찬은 분명 기분 좋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상투적으로 내뱉는 느낌의 칭찬에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그다지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더. 진심을 담은 칭찬이나 말을 꾸밀 틈도 없이 감탄하듯 흘러나오는 칭찬이 아니면 만족할 수가 없다.
"그럼, 들어가기 전에 한 번 하고 들어갈까요?"
"..언제는 안 했다고. 마음대로 해요."
언제나처럼 조금도 지치지 않고 단단하게 우뚝 솟아 있는 자지를 불끈대며 묻는 말에 귀찮다는 듯,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투로 대답한다.
속옷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보내고, 그중 괜찮다 싶은 걸 골라 입고 왔으니, 당연히 입은 채로 한 번은 즐긴 뒤에 욕실에 들어가는 건 이제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안 된다고 하실까 봐 불안해서 그러죠. 매번 이렇게 섹시하게 입고 와주시는데, 이대로 안 해보면 너무 아깝잖아요."
"참나.. 알았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이번 칭찬은 조금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가 살짝 씰룩거렸지만 익숙하게 표정을 관리하며 다시 한번 새침하게 대답했다.
"그럼, 어디.."
이제는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온 최민석의 손이, 보라색의 얇은 끈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는 거침없이 질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끈팬티라고는 해도 성인용품점에서나 팔 법한, 아랫부분까지 전부 끈으로 된 팬티는 아니었지만, 허리를 감싸는 옆부분을 끈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노출 면적이 늘어나고, 섹시함을 강조할 수 있다.
어째 최민석과 만남을 거듭할수록 속옷의 면적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찔꺽♥
"흐읏.."
검지와 중지. 굵은 손가락 두 개가 애액에 미끄러지며 질내로 들어오는 감촉에 허벅지가 작게 움찔 떨리며 얕게 신음이 흘러나온다.
이제는 충분히 섹스에 익숙해진 만큼 이 정도 반응은 참으려면 충분히 참을 수 있었지만, 참지 않고 그대로 반응을 드러냈다.
그래야 최민석이 더 흥분할 테니까.
어차피 섹스 중에 미치도록 느끼고, 신음을 쏟아내고, 절정한 끝에 의식이 끊기는 모습까지 다 보여줬으니 새삼 이 정도로는 부끄러울 것도 없기도 했다.
찔꺽, 찔꺽, 찔꺽♥
"흐읏.. 읏, 하아.. 응읏.. 하앗.."
그렇다고 해서 너무 대놓고 신음을 흘리는 건 또 자존심 상해서. 대놓고 앙앙거리지는 않도록 참고 있었지만.
"은설 씨는 어째 만날 때마다 더 섹시해지는 것 같아요."
"아응.. 정말.. 말은.."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요즘, 섹시해졌다는 말 안 들어요?"
"......"
듣기는 했다. 그것도 꽤 자주.
하지만 그들에게 들었을 때는 성희롱이나 괜히 잘 보이려고 아부한다는 식으로 들렸던 말이 지금은 다시 입꼬리가 멋대로 움찔거릴 정도로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또 뭔가 대놓고 뻐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원래부터 자존감이 높았고, 최근에는 안 그래도 높았던 자존감이 더 높아져 버린 그녀였지만, 최민석에게는 어째서인지 그런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자존감이 높은 것과, 쓸데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건 다른 문제였다.
후자자 쪽은 자존감이 높다기 보다는 오히려 자존감이 낮고 없어 보이는 행동이었으니까.
"준비는 충분히 된 것 같네요."
사실 최민석이 손가락을 집어넣기 전부터, 자지를 빨고 정액을 삼키는 사이 준비는 진즉에 끝나 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니 그저 최민석의 애무에 얌전히 몸을 맡겼을 뿐이었다.
"그럼.."
찌긋..♥
자연스럽게 자신의 뒤로 돌아간 최민석이 허벅지 사이로 뜨겁게 불끈대는 기둥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균열 사이를 비비며 질구멍에 귀두를 맞추고,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
찌거억♥
"흐으읏..!"
이번에 낸 소리는 스스로 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낸 소리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온 소리였다.
분명, 섹스의 쾌감에는 꽤나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기둥이 질벽을 밀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올 때면 숨이 턱 막혀오는 감각에 이렇게 힘겨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와 버렸다.
"하아, 하아.."
그리고, 자궁까지 거침없이 밀고 들어온 자지가 질벽이 조여오는 압박감을 즐기듯 잠시 멈출 때면, 분명 삽입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숨이 가빠져서 이렇게 숨소리를 크게 내며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은설 씨 보지, 진짜 좋아요. 어떻게 할 때마다 더 좋아지는 것 같지?"
"흐읏..♥"
펠라 때와는 달리, 정말 기분 좋다는 듯 나른하게 한숨을 내뱉으며 경황이 없는 것처럼 혼잣말처럼 감탄하는 말에 반사적으로 질벽이 꽈악♥ 조여들며 몸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래. 적어도 이 정도 칭찬 쯤은 되어야 만족할 수 있다.
이렇게 삽입 후에 듣는 칭찬 역시 매번 듣는 상투적인 멘트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목소리에 담긴 감정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허리를 움직이기 전에 이쪽 먼저 확인해봐야겠다는 듯 브라 안으로 들어온 두 손이 가슴을 움켜쥐고는 가볍게 주무른다.
"하읏.. 으응.."
아주 부드럽게, 마치 꽉 쥐면 가슴이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가슴의 모양을 바꿔가며 과감하게 주무르는 손길에 야릇한 한숨과 함께 작게 신음이 새어 나온다.
'이렇게 뒤에 딱 붙어 있으면 속옷은 보이지도 않을 텐데.' 따위의 생각이 떠올랐던 것도 잠시. 이제는 최민석이 빨리 자지를 움직여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