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7화 > 자존심 강한 모델에게 봉사 받기 (9)
'또..'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까는 기분이 좋아서 대충 손을 치우는 정도로 넘어갔었지만, 이렇게 머리에 손을 얹어놓는 행동 자체가 자신을 자기보다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것처럼 느껴져 불쾌했다.
'말없이 치웠으면 싫어하는 거라고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끔 사소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하기는 해도, 눈치 없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자신이 고개를 뒤로 빼는 걸 막으려고 급하게 손을 뻗었다지만, 그 뒤에도 계속 손을 얹어두고 있는 건 무슨 의도일까.
"..은설 씨가 이렇게 빨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흥분돼서요. 계속해주실래요?"
입은 이미 자지를 물고 있으니, 눈을 살짝 치켜뜨며 눈빛으로 불만을 표시하려고 하자, 최민석은 변명하듯 설명하며 계속해달라고 부탁해온다.
'내가.. 해주고 있어서..'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최민석이 제법 여자 경험이 많다는 건 데이트 때 보여주는 태도나 잠자리에서의 능숙함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최민석이 '네가 해주고 있어서 흥분을 참을 수가 없다.'라고, 흥분을 못 참고 실수해 버렸다고 자기 입으로 자백해버린 상황이다.
실제 의도야 어쨌든 간에, 자존감 높은 이은설의 귀에는 최민석의 말이 그렇게 해석됐고, 듣기 좋은 말과 함께 최면이 어우러져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진다.
그나마 체력을 회복한 덕분에 여전히 눈에 힘을 주고 있을 수는 있었지만,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이고 있어서,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여 표정을 감추며 펠라를 이어 나갔다.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는데 뭐..'
그런 걸로 일일이 타박하는 것도 너무 속 좁아 보이지 않겠는가.
조금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딱히 뭔가 신체적으로 힘들거나 불쾌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머리를 가볍게 눌러주는 느낌이 뭔가 안정되는 것 같아 굳이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이대로 머리를 쓰다듬기라도 했으면 바로 화를 냈겠지만, 아무래도 정말 자기도 모르게 손을 얹어놓은 채로 두고 있는 건지 최민석은 끝까지 머리에 얹어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은설 씨, 슬슬.."
알고 있다.
조금 전부터 자지가 점점 더 크게 불끈거리며 떨려오고, 혀로 기둥에 도드라진 핏줄이 꿈틀거리는 움직임까지 하나 느껴지고 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우움.."
편하게 사정을 받아내려고 한다면 고개를 살짝 뒤로 빼야겠지만, 남자가 기분 좋게 사정하기 위해서는 자지를 조금 더 깊게 물고 입 안을 부드럽게 조여줘야 한다.
이렇게 남자를 위해 하나하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내심 자존심 상했지만,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걸 감수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매력 없는 여자라고 생각되는 건..'
참을 수 없다.
당연히 비교 대상은 최설아다.
최설아가 최민석과 어떤 분위기로 만남을 갖고, 어떤 식으로 몸을 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민석의 반응으로 봐서는 자신이 최설아보다 여러모로 뒤처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경험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런 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뷰르릇! 뷰릇! 뷰릇! 뷰르르릇!!
"응웁.. 움.. 꿀꺽.. 웁.. 꿀꺽.. 꿀꺽.."
이제야 한계에 이른 듯, 기둥 전체가 크게 불끈거리며 정액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데일 듯 뜨거운 열기와 아찔할 정도로 어지러운 냄새에 생각이 뚝 끊어진다.
그리고는 마치 그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목을 울리며 정액을 삼켜나간다.
자지를 입 안 깊숙이 물고, 점막을 조이고 있던 상태에서 정액이 마구 쏟아져 나오니 뺨이 조금씩 부풀고 있었지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냄새가.. 맛이.. 너무..'
뷰릇! 뷰르릇! 뷰르릇! 뷰르르릇!!
"꿀꺽.. 꿀꺽.. 꿀꺽..♥"
정액이 젤리처럼 진하게 뭉쳐있는 탓에 삼키기 힘들어 멈칫거리던 것도 잠시. 한 번 목으로 넘기기 시작하니 막힘없이 넘어가기 시작한다.
최민석의 정액은 맛과 냄새도 자극적이지만, 목으로 넘기는 이 느낌이 또 참을 수가 없다.
정액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아무리 경험이 없었다고는 해도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정액이 이렇게 중독적인 맛이 났다면 여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럼, 최민석의 정액이 유독 특별한 걸까?
모르겠다.
애초에 다른 남자의 정액을 먹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쪽으로는 알아본 적도 없었기에 적당히 머릿속을 비워버렸다.
"움.. 츄웁.. 쯉..♥"
뷰릇..! 뷰릇..! 븃..!
사정이 기세가 줄어드는 타이밍에 맞춰 귀두에 혀를 문지르며 부드럽게 빨아주자 뷰릇, 뷰릇, 하고 남아있던 정액이 기둥을 움찔거리며 귀엽게 빠져나온다.
"츄웁..♥ 움.. 쮸웁..♥ 츄웁..♥"
"후우.."
사정 후에도 지치지 않고 불끈거리는 자지를 입 안의 점막으로 부드럽게 조이고, 흥분을 달래주듯이 천천히 훑어주자 최민석의 입에서 또다시 만족스러운 듯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머리 위에 얹어진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 정수리를 가볍게 눌렀지만 이것 역시 기분 좋은 탓에 무심코 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가 줬다.
"츄읍.. 하아.. 이쪽도, 실례할게요."
고개를 들어 입에서 자지를 빼내고, 처음과 마찬가지로 우뚝 솟아 불거진 핏줄을 꿈틀거리는 기둥을 바라보며 다시 고개를 숙여 뿌리보다 더 아래, 불알 쪽에 달라붙는다.
이곳 역시, 단순한 펠라 이상으로 건드리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최민석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아움.. 웅.. 츄릅..♥"
다른 의도는 없다.
어디까지나 최민석을 만족시키고, 여자로서의 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일일 뿐이었다.
'그냥.. 그래서 하는 거니까..'
정액이나 애액 냄새는 조금 덜하지만, 그만큼 최민석의 체취가 진하게 묻어나는 부분을 입에 물고 혀로 부드럽게 굴리며 속으로 들을 사람도 없는 변명을 중얼거렸다.
"후우.."
그렇게 불알까지 정성스럽게 청소를 마치고 나서야, 여전히 화끈거리는 열기를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몸을 일으켜 세우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조금 더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첫 번째 시도는 몸이 너무 달아오르고 민감해진 탓에 뭘 제대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버렸다.
원래라면 기승위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이것저것 테크닉을 시도하며 연습해볼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처음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기에 조금 더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고 만전의 상태에서 제대로 기승위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땀을 너무 흘려서 조금 그런데, 욕조에서 조금만 쉬지 않을래요?"
"네? 벌써요?"
벌써라니, 최민석은 정말 아무런 의도도 없이 물어본 것처럼 보였지만, 이은설에게는 저 '벌써?'라는 반응이 황당하게만 느껴졌다.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입으로 한 번, 그 뒤에 후배위로 한 번, 욕실에 들어가서 후배위로 다시 한번, 욕실에서 나와 자신의 기승위로 또 한 번, 그리고 방금 펠라로 또 한 번.
벌써 다섯 번이나 사정해 놓고서는 저렇게 쌩쌩한 모습이라니.
저 정도면 정말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체력과 정력이었다.
남자는 한 번 사정할 때마다 기가 엄청 빠진다고 하던데, 최민석에게만큼은 그런 이야기가 통용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땀이 너무 나서 찝찝해서 그래요. 잠깐.. 숨 좀 돌리고 싶은 것도 있고."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시원한 물로 샤워만 하고 나오면 될 일이었기에 결국 조금이나마 피곤하다는 티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들어가죠."
그래도 역시, 크게 고집이 없는 성격인 만큼 살짝 피곤한 티를 내니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서 내려간다.
성격도 모난 곳 없고, 얼굴도 잘생겼고, 돈도 많고.. 역시, 짐승 같은 정력만 아니라면 애인 삼아도 괜찮을 정도로 좋은 남자기는 했다.
아니, 사실 평범한 애인 관계였다면 정력이 강한 것 역시 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지금으로서는 도무지 좋게 봐줄 수 없는 부분이었다.
"후우.."
최민석과 함께 욕실로 들어와, 미리 물을 채워놓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다리를 쭉 펴자 목뒤로 가볍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편안하게 몸이 늘어진다.
잠깐이지만 옆에 최민석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당기며 눈을 감고 몸을 늘어뜨릴 정도였다.
물론, 옆에서 최민석이 쉴 틈을 주지 않고 말을 걸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죄송합니다."
"네..? 뭐가요..?"
"제가 체력이 너무 세다 보니까, 만나는 여자마다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그래서 연애도 잘 안 하고 이렇게 스폰으로 여자를 만나게 된 것도 있고요."
"......"
솔직히, 듣자마자 그럴 만도 하다고 수긍해버린 탓에 제대로 대답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기분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매번 할 때마다 진이 다 빠져버릴 정도로 느껴버리고, 체력마저도 끝이 없으니 힘든 게 당연하다.
자신도 제대로 말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오늘만 해도 이미 몇 번 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아예 제대로 된 운동선수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빡세게 운동으로 몸을 관리한 자신도 이 정도라면 평범한 여자는 절대 최민석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말에 수긍하며 힘들다고 화내는 건 사실상 자신이 모자라다는 걸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됐어요. 뭘 그런 걸로 사과까지 해요?"
"음.. 그래도 은설 씨도 꽤 힘드신 것 같아서.."
"별로, 안 힘들어요. 아니, 조금 지치기는 하는데. 나름대로 기분도 좋고 못 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괜히 미안해하고 그러지 말아요. 제가 더 불편하니까."
이럴 때는 오히려 대범하게 넘어가는 쪽에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별로 안 힘들다는 것도, 조금 지치는 정도라는 것도, 나름대로 기분이 좋다는 것도, 전부 허세였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만큼은 진심이기도 했다.
"은설 씨.."
자신이 의도한 대로, 최민석은 자신의 말에 조금 감동했는지 살짝 무겁게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이렇게 말 몇 마디로 최민석이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된다면 자신으로서는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섹스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신체적인 쾌락만이 아닌 정신적으로 얼마나 흥분하느냐 역시 중요했으니까.
그보다는, 최설아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을 꺼냈을까? 그 부분이 신경 쓰인다.
지금 최민석이 꺼낸 말은 결국 자신이 힘들다는 티를 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최설아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냐고 묻는 건 너무 최설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티가 나는 행동이었으니까.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물어볼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제대로 쉬고 나가서 확실하게 만회해야겠어.'
지금 당장, 욕조 안에서 최민석의 위에 올라타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괜찮겠지만, 그런 건 충분히 섹스에 익숙해지고 나서 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리 호감을 쌓더라도, 섹스 그 자체로 최민석을 만족시켜줄 수 없는 이상은 제대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