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1화 > 자존심 강한 모델에게 봉사 받기 (3)
약속 시간 5분 전. 카페에 도착해 안쪽을 둘러보니 웬일로 먼저 도착한 이은설이 테이블에 커피를 올려놓은 채로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일부러 딱 맞춰서 오더니.'
첫 번째 데이트 때도, 두 번째 데이트 때도 정확히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던 걸 생각하면 분명 의도했던 행동이었을 텐데.
오늘은 왜 5분보다 더 빨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고, 몸이 달아서 기다리기 힘들어 빨리 나왔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후자 쪽이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오늘은 먼저 와계셨네요?"
"..방금 도착했어요."
엘레나의 맞은편에 의자를 빼고 앉으며 말하자, 짤막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도착해서 앉아있던 거지, 오래 기다린 건 아니다.
그런 투로 말하는 것 치고는 여전히 뜨겁게 김이 나오고 있는 커피가 반 이상 줄어들어 있었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겼다.
"저는 또, 저랑 빨리 만나고 싶어서 먼저 오신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쉽네요."
"......"
이번에는 대답해주지 않고, 말없이 커피를 홀짝이는 걸 보아하니 어느 정도 몸이 달아있던 것도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커피를 홀짝이는 이은설의 모습을 얼굴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훑어내린다.
무릎 조금 위쪽까지 내려오는 흰색에 가까운 베이지색 폴라 원피스에 옅은 검정 스타킹, 그리고 겨울용이라기에는 조금 얇아 보이는 코트까지.
당장은 코트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고 있었지만, 스판 재질의 베이지색 원단이 몸에 착 달라붙어 잘록한 허리와 평균보다는 확실히 큰 가슴의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출은 적지만 몸매를 워낙 강조하는 탓에 싸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취향에 한해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옷차림이었다.
"오늘도 예쁘시네요. 원본이 워낙 예뻐서 그런가, 옷이 더 사는 것 같아요."
"..그래요?"
이은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외모에 대한 칭찬을 시큰둥하게 받아넘기며 다시 한번 커피를 홀짝였지만, 그 짧은 사이에 입꼬리가 움찔 떨리고,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아마 기분 좋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저렇게 커피 맛에 집중하는 척 눈을 감고 대답하는 것이리라.
"그저께 촬영은 어떻게, 잘하셨나요?"
"평소랑 똑같죠, 뭐. 그냥 평소처럼 촬영하고 끝났어요."
"평소처럼 하셨으면 잘하셨다는 뜻이네요. 요즘 일은 잘 들어오고 있나요? 아무래도 학원 쪽에 말만 전달해놓고 확인을 안 했다 보니까, 직접 듣고 싶어서요."
"..잘 들어오고 있어요. 일도 다 괜찮은 곳에서 오는 것들이고, 나쁘지 않아요."
나쁘지 않다라.
최설아는 일이 잘 들어와서 너무 좋다고, 생활도 편해지고 하루하루가 충실해지는 기분이라고 아주 좋아했었는데.
똑같이 스폰을 받고도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저번에는 제가 실례를 저질렀으니까 제대로 사과드리고 싶은데. 당장은 은설 씨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시는지 잘 모르니까, 일단은 같이 옷부터 보러 갈까요?"
"..잠깐만요."
이은설의 손에 들린 잔에 커피가 얼마 남지 않은 걸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자고 운을 띄우려는데, 이은설이 갑작스레 기분이 상한 듯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흐름을 끊었다.
"네?"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민석 씨한테 미리 약속한 지원 외에는 뭘 받을 생각 없어요. 이미 제가 생각하는 제 가치만큼 스폰을 받고 있는 상태고, 그런 상태에서 뭘 더 뜯어내려고 할 정도로 뻔뻔한 성격도 아니에요."
'....이걸 잊고 있었네.'
처음 만났을 때. 이은설이 꽤나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짐작하고 나한테 인정받기 전에 선물을 받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최면을 걸어뒀었다.
정작 똑같이 스폰을 받는 최설아에게는 데이트 때마다 옷 한두 벌 정도는 비싸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선물해주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은설이 이렇게 가지고 놀기 좋은 상대란 걸 몰랐기에 선물까지 주기에는 아깝다며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아니, 여전히 아깝기는 한데..'
최면에 걸려 있다고는 하지만, 최설아는 내게 받는 스폰의 결과에 진심으로 만족하고, 고마워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애교도 자주 부리다 보니 귀여워서 잘해주고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은설은 쓸데없이 자존심 세고, 자존감도 높아 기본적으로 내게 고마워하는 마음 같은 건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단순하게 자신의 몸과 내가 해주는 지원을 바꾸는 거래 관계 정도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애교도 없고, 오히려 자기 쪽에 자꾸만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물론 그런 면이 가지고 놀기에 좋다는 거지만, 그래도 최설아처럼 날 좋아해 주는 여자와 비교하면 그다지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냥 내가 가난이 덜 빠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당장 이은설에게 평품 옷이나 구두, 핸드백 따위를 선물해주더라도 크게 아까울 일은 아니다.
유서연이 이미 자신의 가족만이 아닌 친척들에게까지 전부 최면을 걸어 돈을 끌어올 수 있게 해놓은 덕분이었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그냥 이은설에게는 돈을 쓰기 아깝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주고 싶은 기분이니까.'
저번의 이은설을 두고 간 일이 미안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니다.
스스로도 뭐라고 확실히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이왕 주기로 마음먹었으니 마음을 바꾸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가 사죄의 뜻으로 드리는 거니까,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도...."
싫다고. 그렇게 대답하기 전에 곧바로 가볍게 최면을 덧씌운다.
[이번에는 최민석의 사과의 뜻으로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상황이니 거래 관계와는 무관하고, 선물을 받는다고 해서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선물을 받지 않으면 최민석이 자신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여길 가능성이 크다.]
"..아니, 알겠어요. 미안해서 뭐라도 주고 싶다는데. 그것까지 거절하는 건 조금 그렇긴 하네요."
최면이 걸리자마자, 잠시 말을 멈추고 침묵하던 이은설이 곧장 태도를 바꿔 말했다.
"그래도 받아주신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네요. 그럼, 일단 옷부터 보러 갈까요?"
"가요."
이은설은 말없이 의자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테이블에 놓인 빈 커피잔과 쟁반을 챙겨 제대로 반납하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이제는 나름대로 경험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한참 걸리는 쇼핑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은설이 옷 갈아입는 모습을 패션쇼처럼 감상하다 보니 어떻게든 시간이 흐르기는 했다.
그렇게 명품 옷 몇 벌과 구두 한 쌍, 귀걸이까지 하나 사주고 보니 돈 수백이 단 몇 시간 만에 날아가 버렸다.
물론 하나만 사도 몇백, 천 단위로 돈이 나가는 제대로 된 명품에 비하면 비싸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부담 되는 지출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돈이 휙휙 나가는 걸 보니 내심 다시 한번 아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언제쯤 진짜 부자들처럼 물 쓰듯이 돈을 쓰고도 아까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돈은 쓸 만큼 썼으니 뽕도 제대로 뽑아야겠지.'
남의 돈으로 마음 편하게 쇼핑을 즐기면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표정이 살짝 더 좋아진 이은설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쇼핑만 하고 돌아다녔는데도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서, 멀리 가지 않고 백화점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여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곧장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평소 만나는 여자들과는 시설이 좋은 고급 모텔에 가지 호텔에 가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었지만, 이은설은 딱 봐도 돈 많고 돈 잘 쓰는 남자를 좋아할 것 같았기에 원하는 대로 상대해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돈 없고, 돈 쓰기 아까워하는 남자를 무시한다고 해야 할까.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이를 생각하다 보니 괜히 이은설이 더 꼴리게 느껴져서, 빨리 저 몸을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슴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객실에 도착해 문을 닫고 들어오자마자.
"은설 씨."
"네? 읏, 잠.. 으읍.. 읏.."
현관에서 신발을 벗기도 전에, 천천히 객실을 둘러보는 이은설을 불러 고개를 살짝 돌리게 만들어 그대로 입술을 덮치며 몸을 끌어안았다.
"응읏.. 츄릅.. 후읏.. 읍.. 츄읍.. 츕.."
이은설은 내 갑작스러운 키스에 당황하며 몸을 긴장시켰다가, 이내 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 허리를 팔로 감싸 안으며 자기 쪽에서도 혀를 얽혀온다.
나름대로 섹스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은데, 키스만큼은 연습할 상대가 없는 만큼 여전히 혀를 얽는 움직임이 어색해서 귀엽게만 느껴졌다.
"츄릅.. 읏.. 츄읏.. 읍.. 하앗.. 읍.. 츄릅.. 하앗, 하아앗..!"
그렇게 몇 분을 말없이 키스를 주고받고 나서야, 이은설의 숨이 거칠어진 걸 느끼며 천천히 입을 떨어뜨리자 이은설은 겨우 살았다는 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하지만 키스만으로도 몸이 제법 달아올랐는지, 하얗던 뺨이 살짝 붉게 물들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관리하려 하는 모습이 잔잔하게 가학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들어갈까요?"
"하앗, 하아.. 들어가요.."
이은설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 복잡한 눈빛을 보내면서도 담담한 척 대답하며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아, 코트는 이리 주세요."
"......"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은설의 코트를 받아 의자에 적당히 걸어두고, 다시 이은설에게 다가간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입으로 한 번만 해주실래요?"
"...."
뭔가 말을 꺼내려는 이은설의 말을 가볍게 자르고, 곧바로 입으로 한 발 빼달라고 요구하자 이은설은 작게 움찔하며 희미하게 표정을 굳힌다.
하지만 내게 인정받고, 날 만족시켜주고 싶다는 욕구에서부터 최설아에게는 밀리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최면까지 걸어둔 탓에 내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요. 그냥 씻고 하면 될걸.."
불평 없이 받아주는가 싶더니 곧바로 뒤에 작게 불평을 중얼거리고, 그러면서도 바닥에 얌전히 무릎을 세워 앉으며 내 바지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려준다.
그리고 바지와 함께 팬티를 잡고 조심스럽게 끌어내린 순간.
불끈!
이은설과 키스하는 사이 완전히 준비를 마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자지가 밖으로 빠져나와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기분 좋다는 듯 불끈거렸다.
"읏.."
이은설은 그런 자지의 모습에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움찔하며 몸을 살짝 뒤로 뺐다가, 이내 내가 다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떠올리고 다시 표정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되돌리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단단해진 기둥을 조심스레 감싸 쥐고, 배꼽 방향으로 우뚝 솟아오른 기둥을 정면 방향으로 끌어내리며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다.
"하웁.. 츄웁.. 움..”
입을 크게 벌려 귀두를 한입에 입에 물어버리고,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자지를 삼켜나간다.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지는 않는 걸 보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 것 같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