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649화 (649/775)

< 649화 > 자존심 강한 모델에게 봉사 받기 (1)

최민석과의 데이트가 도중에 끊긴 이후.

이은설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해보고 있었지만, 벌써 일주일째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왜 연락이 없는 건데!?"

그렇게 데이트를 끊어놨으면 최소한 나중에 다시 미안하다는 연락이나 언제 다시 만나자는 메시지 정도는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갑작스럽게 일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당시에 확실하게 고개까지 숙여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쾌한 건 불쾌한 거다.

상대가 여자라면 몰라도, 적어도 남자에게는 호의 어린 시선과 함께 좋은 대접만 받고 살아왔기에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그날 최민석은 자신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고, 내심 그에게 빚을 재워두면서 관계를 유리하게 이끌어가자고 계산으로 쿨하게 보내줬다.

하지만, 이렇게 일주일이 넘도록 연락이 없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름대로 알고 지내는, 스폰을 받는 모델에게 조심스럽게 떠본 내용에 따르면 스폰 하는 상대와는 보통 주에 한두 번, 많으면 서너 번씩도 만나는 게 보통이라고 하는데.

자신은 처음 관계 이후로 벌써 2주가 넘게 지났다.

물론 저번 주에 한 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때 데이트는 중요한 순간에 파토가 나버렸고, 그 이후로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에는 아예 연락조차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오죽하면 '내가 뭔가 실수라도 했나?' 같은, 자존심 강한 그녀로서는 쉽게 떠올리기 힘든 의문까지 가지고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랄 만한 일은 저지르지 않았었다.

사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임예진이나 최설아에게 최민석의 근황을 묻는 거겠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스폰을 해주기로 한 상대가 첫 잠자리 이후로 연락을 주지 않는다.' 같은 말을 자존심 상해서 도대체 어떻게 꺼내란 말인가.

심지어 그 상대가 스폰을 주선해준 사람과 같은 상대에게 스폰을 받고 있는 여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

"....짜증 나."

저번에 약속을 잡은 뒤로 아무런 내용도 없는 메시지 창을 노려보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툭 던져 내려놓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을 벗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참을 더 핸드폰을 노려보면서 최민석에 대한 불만을 불태우고 싶었지만, 오늘은 오전부터 촬영이 있었기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옷을 전부 벗어놓고 욕실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알몸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본다.

평범한 여자들과는 달리, 이은설 같은 현직 모델들은 몸이 곧 자산이고 자신의 가치였기에 이런 식으로 꾸준히 자기 몸매를 체크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없어.'

평소와 마찬가지로 꾸준하고 전문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로 만들어진 자신의 몸매는 흠잡을 곳 없이 훌륭했다.

이은설이 남들보다 자존심과 자신감이 과한 타입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점에서 내린 감상이었다.

실제로 최민석도, 자신의 몸매에 대해 훌륭하다고,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다고, 몇 번이고 칭찬을 건네지 않았던가.

"으읏.."

순간, 최민석과의 잠자리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머릿속으로 떠올리자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 떨려왔다.

최민석과의 잠자리는 처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고, 그에게 듣는 칭찬은 다른 남자들에게 듣는 상투적이고 지긋지긋한 느낌이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인정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정말로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오죽하면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쾌감을, 칭찬해주는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움찔 떨려올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겠는가.

고작 남자가 해주는 칭찬 몇 마디에 이렇게 좋아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그에게 여자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목표를 세운 이상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마친 상태였다.

"....하아."

그에게 들었던 칭찬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도 잠시. 이내 다시 기분이 가라앉으며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면 피부에 안 좋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다.

그렇게 칭찬을 받았으면 뭐 하겠는가. 그와 잠자리를 가진 건 겨우 한 번뿐이었고, 이제는 연락도 오지 않고 있었는데.

일거리가 많아진 건 좋다.

원래는 학원을 통해 들어오는 일거리는 달에 서너 개 정도가 끝이었고, 나머지는 여기저기 올려놓은 프로필을 통해 컨텍을 받거나 구인 글에 직접 연락해 일거리를 구하는 게 보통인데.

지금은 학원에서 알선해주는 일거리만 해도 주에 서너 개씩은 됐고, 하나같이 페이가 높거나 제법 규모가 되는 곳에서 들어오는 일이었기에 오히려 따로 연락이 오는 일거리는 거절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 최민석에게 스폰을 받아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하면, 스스로는 인정하고 있지 않았지만 짜증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개중에는 스폰을 해준다고 해놓고 한 달만 몸을 즐긴 뒤에 연락과 지원을 끊어버리는 남자도 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생긴 불안이었다.

'그건 절대 아니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자신의 몸매와 얼굴은 상위 1%에 들 정도로 예뻤으니까.

고작 하룻밤 몸을 섞고 질려버렸을 리는 없다.

심지어 최민석 장본인도 몇 번이고 정말 좋다면서 칭찬을 해줬으니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최설아보다 별로라고 생각해서 만나지 않는 거라면?

항상 자신보다 급이 떨어지는 상대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내심 그녀의 외모를 인정하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었던 만큼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시간이 없어서 빨리 씻으러 들어와 놓고는 거울 앞에 멍하니 서서 불안한 생각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짜증이 나 샤워기를 확 틀어 온몸으로 물을 맞았다.

'아니, 잠깐만.. 분명..'

그렇게 곧바로 몸을 씻으려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다시 멈칫하고 생각에 빠져 가만히 물을 맞는다.

'촬영이 끝날 때마다.. 사진을 보낸다고 했었지..?'

최민석과의 데이트 도중에, 툭 내뱉듯이 나왔던 말.

'설아 씨는 촬영이 끝날 때마다 사진을 보내주시거든요.'

아마 모델이 촬영하는 걸 직접 본 적은 없다고, 자신이 촬영하는 걸 직접 보고 싶다는 얘기 도중에 잠깐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말하는 투로 봐서는 최민석이 직접 요구한 것 같지는 않았고, 최설아가 알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리라.

애초에 최설아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면 자신에게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했고.

당시에는 스폰해주는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고, 내심 최설아를 비웃고 가볍게 넘어갔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스폰이라는 관계 자체가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거래 관계라고 생각하는 만큼 고맙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최민석을 통해 얻은 일감이었으니 결과물 정도는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원래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불안감에 반쯤 떠밀리듯 생각해낸 자기 합리화가 섞인 결론이었지만 지금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해보자.'

마지막까지 자존심 때문에 망설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지내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확실하게 마음을 결정하고,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몸을 씻고, 본격적으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

까톡-!

"..흐읏!?"

침대 위에서, 갑작스럽게 울리는 소리에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던 여자 쪽이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다.

동시에 질벽이 꽈아악♥ 조여들며 떨려오는 걸 보니 지금 걸로 살짝 가버린 것 같았다.

"잠깐 문자 좀 확인할테니까, 계속해주실래요?"

"하앗.. 네에..♥"

찌거억.. 찌거억.. 찌거억..

내 위에 올라타 있던 여자. 하연수는 몸을 작게 움찔거리며 숨을 가라앉히다가, 내 말을 듣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통 다른 여자와 관계하는 도중에는 연락이 오더라도 무시하고 나중에 확인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렇게 에스테틱에서 '마사지'를 받는 동안은 상대를 크게 배려해줄 필요가 없었다.

지금 상황은 내가 손님이고, 에스테틱의 관리사들이 내게 서비스를 해주는 상황이었으니까.

마사지 도중에 핸드폰을 보거나 짧게 잠드는 사람이 흔한 것처럼, 섹스라고는 해도 마사지의 한 종류라고 생각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핸드폰을 보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찌거억.. 찌거억.. 찌거억..

"아흣.. 아응.. 아앙.. 하아읏..♥"

특별한 일과가 없는 한은 매일 첫 일과로 에스테틱에 찾아와 서비스를 받곤 했었고, 직원들은 당연히 나와의 섹스에서 쾌감을 느끼고 정기를 받으며 점점 내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약간의 호의나 사심이 섞인 시선을 보내오던 직원들의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욕과 애정이 섞여 끈적하게 변해 갔고, 그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큰 게 현재 지점장을 맡고 있는 성하연과 성하연 다음으로 섹스 횟수가 많았던 하연수였다.

성하연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최대한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는 하지만 자기 역할을 잊고 쾌락에만 빠져드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리고 하연수는, 여전히 가식이 섞인 애교를 부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다른 욕망이 아닌 다음에도 자길 골라서 따먹어달라는 의도로 애교를 부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기둥이 하연수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보지에 삼켜졌다 빠져나오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베개 옆에 대충 던져뒀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은설..? 갑자기 웬일이래..?'

이은설과는 일주일 전 데이트 도중에 갑자기 엘레나가 깨어나는 바람에 섹스도 하지 않고 레스토랑에서 헤어졌었다.

그렇게 미안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나중에 적당히 보충해줘야지 하는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었는데.

엘레나에게 하루, 유서연, 임예진, 김민아와 돌아가며 데이트를 하느라 사흘, 그리고 유혜연이 보고 싶다면서 자위하는 영상을 보내주길래 다시 하루를 빼앗기는 사이 반쯤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한테 먼저 연락할 성격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첨부된 사진 몇 장과 함께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하."

나도 모르게 입가가 벌어지며 짧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일단 민석 씨 덕분에 받은 일이니까, 결과물 정도는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읽기만 해도 최대한 내게 아양 떠는 느낌을 없애려고 쓴 것 같은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다섯 장이나 와 있다.

각각 다른 스타일의 속옷을 입고 있는 이은설이 모델처럼, 아니 실제로 모델이긴 하지만 섹시하게 포즈를 잡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일단, 진짜로 나한테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어서 보낸 건 아닐 테고.'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정도의 여자였다면 내가 그런 식으로 가지고 놀지는 않았을 테니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이 사진을 보고 꼴렸으면, 빨리 다시 만나자고 연락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보통은 스폰 상대가 일이 바빠 부르지 않는다고 하면 좋아하겠지만, 이은설에게는 나와 제대로 섹스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최면이 걸려있었으니까.

첫 관계 이후 2주나 섹스를 하지 못하고 연락도 못 받았다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몸이 달았을 만도 했다.

'아무튼, 빨리 따먹어달라 이거지.'

일반인 중에서는 탑 티어에 들 만한 외모와 몸매, 그리고 상대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존심 가득한 표정과 말투가 떠오르니 이미 하연수의 질내에서 기분 좋게 쾌감을 즐기고 있던 자지가 더욱 뻐근해지며 불끈거리기 시작한다.

"으, 읏..!?"

순간적으로 자지가 거칠게 불끈거리자 하연수가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찔 떨었지만, 지금은 이은설에게 답장을 보내는 게 먼저였기에 올라온 성욕을 억누르고 어떻게 답장을 보낼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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