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1화 > 노예가 돼도 누나는 누나다 (2)
"급하게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전화를 끊고 돌아오자마자 내뱉은 갑작스러운 말에 이은설은 순간 자기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벙찐 표정으로 되물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나와의 데이트를 위해 한껏 차려입고, 이제 식사만 마치면 호텔에 가서 몸을 섞을 일만 남았다지만 엘레나가 깨어난 이상 이은설의 차례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은설 씨한테는 계속 실례만 하게 되네요. 그래도 정말 급한 일이라서요."
"......"
이은설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자기가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게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는 눈치였다.
'입씨름하기도 귀찮으니까..'
[최민석은 지금 나에게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다. 이번 일을 관대하게 넘어가 준다면 나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것이다. 기분 나쁘지만 참아줄 수 있다.]
"..됐어요. 급한 일이면 어쩔 수 없죠. 가보세요."
급한 마음에 최면을 걸어 버리자 황당해하던 이은설의 표정이 금세 가라앉으며 차분하게 돌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 나쁜 기색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쏘아붙이지 않고 짧게 끊는 말투에서 나름대로 쿨하게 넘어가려고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꼭 보충하겠습니다."
"후우, 가보세요. 급하다면서요."
"다음에 꼭 보충하겠습니다. 아, 계산은 해둘 테니까 식사는 마저 하고 가세요. 가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미안한 척, 매너 있는 척 연기를 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곧장 레스토랑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멀리 안 나와서 다행이네."
지금 위치라면 민아네 오피스텔까지는 15분, 늦어도 20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다.
당장 오늘도 엘레나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오긴 했지만 잠에서 깨어난 엘레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되는 마음과 함께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차를 몰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오피스텔의 주차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곧장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씨구, 빨리도 왔네. 다른 여자 만나고 있던 거 아니었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민아가 빈정거리는 투로 물었지만 이 정도 투정은 얼마든지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었다.
"급한 일 생겼다고 해놓고 바로 왔지."
"신났네, 신났어."
"너 때는 여자 만나러 다니지도 않고 집에만 박혀 있었는데?”
"....흥. 누가 뭐래?"
아무리 엘레나가 급하다지만, 민아 역시 내 소중한 노예 중 한 명이었으니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어 듣기 좋은 말로 대답해줬더니 그제서야 멋쩍은 듯 슬쩍 시선을 피해 버린다.
사실 에스테틱과 영어 학원 정도는 다녔었지만, 에스테틱은 그냥 오전에 헬스장 가는 느낌으로 다녔을 뿐이고, 당시 학원에 다닐 때는 점수가 안 나와서 엘레나에게 손도 못 대고 공부만 하다 돌아왔으니까.
"누나는?"
"샤워하고 있어. 자기 몸 변한 것도 보고 싶다고 하길래.... 뭐해?"
"뭐하긴, 같이 들어가야지."
"아니.. 됐다, 마음대로 해."
엘레나가 씻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옷을 벗기 시작하자 민아는 갑자기 뭔 짓이냐는 듯 당황하며 물었지만 내가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하자 따지기도 귀찮았는지 대충 넘겨버렸다.
"누나는 오늘 막 깼잖아. 니가 좀 참아줘."
"..누가 뭐래? 둘이서만 하는 건 뭐라고 안 하겠는데, 듣고만 있는 것도 고역이니까 제대로 할 거면 모텔 가서 해.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샤워실에서 가볍게 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마음대로 해."
"고마워."
허락을 받자마자 바지와 함께 팬티도 한 번에 벗어 욕실 문 옆에 대충 던져놓는다.
자기가 보고 있건 말건 당당하게 옷을 벗어버리는 모습에 민아가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달래줬다 싶어 곧장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응? 무슨 일.. 미, 민석아..?"
뒤돌아선 채로 몸을 씻다가 내 쪽을 돌아본 엘레나의 몸이 순간 흠칫 굳어지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몸이 작게 움찔거리며 눈동자가 떨려오고, 순식간에 뺨이 붉어지며 숨이 가쁘게 올라온 듯 숨소리가 커진다.
일종의 각인 효과라고 해야 할지.
몽마가 된 뒤에 날 처음 보게 되면 이런 식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내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걸 의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라는 모양이었다.
엘레나가 각인 효과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욕실 문을 제대로 닫으며 엘레나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다.
"누나."
"으, 응..?"
그냥 가볍게 부르기만 했는데도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놀라고 말까지 더듬어가며 대답한다.
긴장하다 못해 겁먹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가녀리고 귀여운 모습에 결국 자지 쪽에도 불끈하고 힘이 들어가 우뚝 솟아올라 버렸다.
하지만 발기한 하반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엘레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가녀린 양쪽 어깨를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누나 이제, 내 꺼 맞지?"
"그, 그게.."
"아니야?"
"아, 아니.. 맞기는 한데.."
"뭐가 맞는데?"
"내가.. 네꺼.. 라는 게.."
당황하는 사이에 밀어붙이는 건 조금 치사하지 않나 싶기는 했지만, 눈앞의 아름다운 금발 미녀가 내 것이 됐다는 생각에 신경도 쓰지 않고 당당하게 밀어붙였다.
물론, 안 그래도 붉어진 뺨을 귀까지 붉히며 대답하는 엘레나의 표정에서는 싫다는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몸을 씻으러 들어온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깨끗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씻지 않았으니 최민석이 오기 전에 깨끗하게 몸을 씻어두고 싶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제대로 확인해두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런 이유로 민아와의 대화를 적당히 끊고 욕실을 빌려 들어오자마자 든 생각은,
"진짜 커졌네.."
가장 알기 쉽게 변화가 드러난 자신의 가슴에 대한 감상이었다.
원래도 평균보다 아득하게 큰 가슴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는데.
이전의 사이즈가 잡지 같은 곳에 나오는 그라비아 모델 같은 몸매였다면, 지금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커다란 두 개의 덩어리가 중력을 거스르고 둥그렇고 예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정도면.. 서연.. 언니랑 비슷한 수준이려나..?'
여전히 유서연을 언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게 느껴져 속으로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조금 망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지리라.
그보다 중요한 건 가슴 크기다.
대충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당장은 유서연의 벗은 몸을 본 적이 없으니 누가 더 크다 작다를 판단할 수가 없다.
장메서 막 깨어났을 때만 해도 유서연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조금만 더 커서, 최민석이 더 좋아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피부도..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몸매만이 아니라 피부나 머릿결도 더 좋아진다고는 들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만져보니 충격적이다.
남의 몸도 아니고 자기 몸을 직접 만지는 건데, 아무런 보습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보다도 더 부드럽고 촉촉해진 감촉에 자연스레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머리도.. 방금 일어났는데 엄청 찰랑거리고.."
피부나 몸매만큼 열심히 관리한 게 머릿결이라지만, 지금은 스스로 봐도 찰랑거리는 머릿결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살다 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예뻐서 감탄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스스로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람이 아닌 몽마, 서큐버스. 그런 생물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날 정도의 미모였다.
"민석이도.. 좋아해주겠지..?"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움찔 올라가며 기대 어린 웃음을 지어버린다.
이렇게나 예뻐졌으니 최민석도 더 좋아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대감에 웃음이 지어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변한 자신의 몸을 본 최민석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참지 못하고 달려들려고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뱃속에서 열이 오르며 보지가 희미하게 젖는 게 느껴진다.
어찌나 흥분되는지 당장이라도 본격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질 정도였지만 그건 최민석이 해줄 일이었기에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워기를 틀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 전체에 거품을 칠해 물로 씻어내고, 아예 머리까지 감아버릴까 고민하는 사이, 뒤에서 벌컥,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무슨 일.. 미, 민석아..?"
민아가 무슨 할 말이 있나 해서 문을 열었나 싶어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하던 도중.
전혀 예상치 못하게 최민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철렁 가라앉을 정도로 놀라 말까지 더듬어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뭐, 뭐야..'
쿵! 쿵! 쿵!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거칠게 쿵쿵 뛰어대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터질 듯이 화끈거린다.
아니, 얼굴만이 아닌 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라 화끈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지, 진정.. 해야.. 그치만..'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미리 들어서 알고 있다.
몽마가 된 뒤에 최민석을 처음 보게 되면 상대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것처럼 가슴이 뛴다고. 그런 설명을 들었었다.
하지만 말로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게 전혀 다르듯이,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스스로가 예상하고 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유서연, 임예진이 도대체 왜 최민석을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스스로를 노예라고 자처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자신 역시, 자신이 완전히 최민석의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최민석이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해버릴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의 입으로 주인님이라고 불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복종하고 싶어지는 이 감정은 도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서 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입술만 벙긋거리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응이었다.
"누나."
"으, 응..?"
달칵, 열려있던 욕실 문을 닫고, 한 발짝 다가오며 자신을 부르는 최민석의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고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침착하지 못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창피해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뜨겁게 느껴져 도망조차 칠 수 없었다.
자신의 대답에 최민석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자신은 저 표정을 알고 있다.
겉보기엔 평범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표정에 불과하지만, 굉장히 만족스럽고, 흥분될 때. 그리고 자신을 미친 듯이 쾌락에 녹여버리기 직전에나 보여주는 그런 표정이었다.
"누나 이제, 내 꺼 맞지?"
"그, 그게.."
말없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최민석이 자신의 양쪽 어깨를 붙잡으며 묻는 말에 어버버하며 대답을 망설였다.
"아니야?"
"아, 아니.. 맞기는 한데.."
하지만 재차 되묻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해버리고.
"뭐가 맞는데?"
"내가.. 네꺼.. 라는 게.."
확실해 말하라는 듯 다시 한번 묻는 말에 안 그래도 화끈거리는 얼굴이 목과 귀까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대답했다.
스스로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부끄러운 대답이었지만, 부끄러운 동시에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질 것처럼 떨릴 정도로 행복하고 충족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못 무르는 거 알지? 이제 진짜 내 게 된 거야."
"아, 알았어..♥"
어깨를 잡은 손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가 강하게 붙잡히는 느낌에 움찔하며 흥분해버리고, 아무런 불안조차 느끼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기쁘게 대답했다.
동시에,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내려가 이전보다 더 커진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흐앗..!"
그 갑작스러운 손길에 당황하면서도, 찌릿하고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움찔하며 한숨인지 신음인지 모를 미묘한 소리를 흘려보냈다.
그리고는 남은 한 손을 아래로 내려 허리를 끌어당겨, 뜨겁고 불끈거리는 기둥을 배 위로 눌러 붙이는 감촉에 보지가, 아니 자궁이 미칠 듯이 쿵쿵 울려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