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6화 > 자존심 강한 여자는 섹스에서도 지기 싫어한다 (8)
"하아아.."
화장실이 급해서 들어오긴 했지만, 변기에 앉은 순간 소변보다도 먼저 긴장이 탁 풀리며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스폰이라는 이유가 있다지만, 첫 경험부터 오늘 처음 만난 남자와 몸을 섞어야 했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그에게 무시하기 싫다는 이유로 처녀인 주제에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세까지 부려댔으니 이렇게 지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라,
"기껏해야 한두 번이면 끝이라고 했었는데.."
들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아무리 예시로 들었던 상대들이 제법 나이가 있는 중년의 남자들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크기야 뭐,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 유달리 큰 편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사정하고 난 뒤에 수그러들지도, 쉴 필요도 없는 데다가, 두 번을 연달아 싸고 나서도 변함없이 커다랗고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정력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쌩쌩한 건 이상하지 않나?
핸드폰이라도 가지고 왔다면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겠지만, 핸드폰은커녕 속옷 한 장 걸치고 있지 않은 상태로 화장실에 들어왔으니 그럴 수도 없다.
어쨌든, 그래도 나이 많고 기름진 아저씨들보다는 젊은 사람이 상대니 낫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최민석과의 섹스가 너무, 첫 경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았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기분은 나빠도 적당히 어울리고 몸만 내주면서 이득을 챙길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자존심 문제가 되어버린 탓이었다.
'..최설아. 적어도 걔한테는 지고 싶지 않아.'
자존심 때문에 자신보다는 못하다고 무시하고 있었지만, 내심 그녀의 외모가 눈에 띄고, 나이도 더 어리다는 사실에 거슬림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모델로서 먼저 성공을 이룬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여자로서의 매력까지도 뒤처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녀보다 여자로서의 매력이 앞선다고 보증받을 수 있는 방법이 최민석을 섹스로 만족시켜 자신이 더 낫다고 인정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민석이 섹스를 너무 잘한다. 그를 만족시키기는커녕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고, 그나마 펠라나 잘 해줘서 인정받았을 뿐이다.
물론 잘한다는 말이나 기분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싹거릴 정도의 충족감과 함께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나마도 '처음 치고는'이라는 전제가 붙은 칭찬에 불과했다.
심지어 최설아 역시 펠라 정도는 이미 해주고 있을 테니 앞섰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아니,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뒤처지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최설아가 자신보다 몇 달은 앞서서 스폰을 받기 시작했으니까. 최민석과 몸을 섞으면서 경험이 꽤나 쌓였으리라.
"..평범하게 휘둘리기만 하면 답이 없어."
그게 이은설의 결론이었다.
그에게 몸을 맡기는 게 아닌 자신 쪽에서 이것저것 리드하면서 그를 만족시켜줘야 한다.
기왕이면 자신의 몸에 푹 빠져들게 만들 정도로, 자신이 없으면 못 살겠다고 아예 고백까지 해버릴 정도라면 완벽할 것이다.
당장은 멀기만 한 이야기였지만, 자존심 강한 이은설은 자신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만약 최민석이 정말 고백이라도 한다면..
'나름 얼굴도 잘생겼고, 돈도 많으니까..'
한 번쯤 사귀어봐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내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고 망상부터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에 한심함을 느끼며 고개를 붕붕 저어 망상을 떨쳐냈다.
그래도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면서 생각을 정리한 덕분일까.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뜨겁고 어지럽던 몸이 조금은 진정된 것 같은 기분을 받으면서 참고 있던 요의를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쪼르륵..
"흐, 흐읏..!?"
평소처럼 긴장을 풀고 요의를 풀어낸 순간. 쪼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찌릿하고 느껴지는 쾌감에 깜짝 놀라 숨을 삼키며 물줄기를 끊었다.
'뭐, 뭐야..?'
도대체 얼마나 놀란 건지, 놀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소리가 귀까지 직접 들려올 정도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 느껴버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순간 느꼈던 찌릿하고 올라오는 쾌감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처음부터 그의 손이 보지를 만질 때마다 요도구 쪽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당장이라도 나가서 따져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직접 이렇게 되라고 의도한 일도 아닐 텐데. 당신 때문에 소변을 보면서 느껴버리게 됐다는 말을 창피해서 어떻게 한단 말인가.
'..너무 오래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이미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제법 시간이 지났기에 더 초조하게 느껴진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소변, 오줌인데. 이대로 싸지 않고 나갔다가 섹스 중에 지려버리기라도 한다면 더 창피한, 아니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일단 싸야 돼.'
다른 건 몰라도, 다른 핑계를 대고 도망치는 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남은 선택지가 달리 없었다.
'그냥, 별거 아니니까..'
잠깐이지만 싸다 끊은 탓인지, 더욱 신경 쓰이는 요도구를 의식하며 다시 힘을 주고 물줄기를 내보낸다.
쪼르르륵..
"흐읏, 흐으으읏.."
쾌감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다. 하지만, 쪼르륵하는 소리가 이어지는 내내 그 얕은 쾌감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점점 안이 비워지는 시원한 느낌에 멋대로 야릇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쪼륵, 하고 물줄기가 뚝 끊긴 순간.
"하앗.."
기묘한 쾌감과 함께 느껴지는 시원한 해방감에 자신도 모르게 만족스럽게 한숨을 짧게 토해냈다.
'아, 아니..!'
뒤늦게 흠칫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붕붕 저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외면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직접 해버린 일이었으니 아니라고 거짓말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두고 봐."
너무 좋다고, 더는 못하겠다고, 한심한 소리를 내게 해줄 테니까.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은 그대로 최민석에 대한 얄팍한 원망으로, 그리고 그를 완전히 함락시켜 남자답지 못한 꼴을 보이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뒤바뀌었다.
'....이건 아니야.'
결심과 함께 변기 옆에 있는 비데의 버튼을 누르려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사용하면 큰일이 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옆에 걸린 휴지를 꺼내 조심스럽게 음부를 닦는다.
"읏.. 진짜.."
부드러운 휴지가 금세 축축하게 젖어서, 애액과 정액이 조금씩 흐르는 질구멍과 요도구를 스치고 지나가자 몸이 멋대로 움찔하며 다시 한번 쾌감이 느껴져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성욕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한심하게 느껴져 자위조차 거의 하지 않고 지냈었는데. 스스로가 이렇게 돼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곧장 변기에서 일어나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오셨어요?"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침대 등받이에 베개를 세워놓고 편히 앉아있던 최민석이 반갑게 말을 건네온다.
밖으로 나왔는데도 아무런 시선도 주지 않는 것도, 말 한마디 없이 보기만 하는 것도 싫었지만 저렇게 태연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는 것도 짜증 난다.
뭔가, 좀 더 배려심 있는 말을 해줄 수는 없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도 어떻게 말하는 게 정답인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최민석의 태도가 불만스러운 것만큼은 확실했다.
물론, 그 불만을 직접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어쨌든, 최민석을 제대로 만족시켜주겠다는 목적이 생긴 이상 이런 쓸데없는 이유로 싸울 필요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지금은 남자를 홀리기 위한 웃음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웃는다는 건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웃는 것보다는 직접 행동하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
"미안해요, 중간에.."
"아니에요. 급하면 그럴 수도 있죠. 그럼, 계속할까요?"
그냥 말없이 넘겨도 괜찮았을 텐데.
어울리지 않게 사과부터 하는 이은설의 모습에 내심 왜 이러지 싶으면서도 적당히 대답해주고, 침대 위로 올라온 이은설을 안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잠깐만요."
"네? 왜.."
"이번에는, 제가 위에서 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은설 씨가요?"
"네. 괜찮을까요?"
살짝 놀라 되묻는 말에, 다시 한번 괜찮냐고 묻는 눈빛에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의욕이 가득 담겨있다.
'최면이 잘 먹히긴 했나 보네.'
원래부터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었으니, 자존심을 키워드로 최면을 걸어둔 만큼 화장실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날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욕을 충전해서 나온 것 같았다.
어쨌든, 나로서는 상대가 먼저 위에 올라타 봉사하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야 좋긴 한데, 은설 씨는 처음이라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상관없어요. 그래도 제가 스폰 받는 입장인데, 가만히 해주는 대로 받기만 하는 것도 싫고요."
얼핏 들으면 받은 만큼 해주겠다는 기특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자기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건 이유가 있으니 말리지 말라는 뜻이리라.
아마 내가 거절하면 자길 뻔뻔한 여자로 아냐는 둥 빌미를 붙여 밀어붙일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부담 갖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아무튼,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이라 잘 못할 수도 있어요.“
당당하게 해보겠다고 말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미리 핑계를 대두는 모습이 귀여워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은설 씨랑은 그냥 하기만 해도 좋았는데요, 뭘. 부담 갖지 말고 해보세요."
더는 망설일 필요도 없겠다 싶어 베개에 등을 기대고 있던 자세를 살짝 낮춰 비스듬하게 누우며 말하자 이은설은 살짝 어색한 듯 머뭇거리면서 허벅지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내려 이은설을 기다리는 사이 힘이 빠져버린 자지를 말없이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
남자 경험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고, 처음에도 내가 멋대로 자기 몸을 주무르며 발기시켰으니 이렇게 서지 않은 자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애매한 모양이었다.
이미 허벅지 위에 올라왔으니 다시 뒤로 빠져 입으로 빨기에도 애매할 테고.
잠시 말없이 망설이던 이은설은 허벅지 위에 올라탄 자세 그대로 아래로 양쪽 손을 뻗어 한쪽 손으로는 기둥을, 반대쪽 손으로는 한쪽 불알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주물러온다.
'그래도 눈치는 있네.'
사실 나도 직접 삽입을 시작하기 전에 자지가 서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이렇게 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알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기둥을 훑어주는 손길이 제법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신선한 느낌 덕분에, 힘이 빠져있던 자지에 금세 불끈하고 힘이 들어가 우뚝 솟아올랐다.
..꿀꺽.
자신의 손안에서 우뚝 솟아오른 자지를 내려다보는 이은설이 조금 놀란 표정과 함께 작게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이즈가 너무 크고 흉악한 형태 탓에 한두 번 보는 정도로는 익숙해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으니, 새삼 이상한 반응도 아니었다.
그래도 어디서 본 건 있는 모양인지, 금세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세워 몸을 띄우면서 우뚝 솟아오른 기둥을 쥐고 귀두를 균열 사이에 가져다 댄다.
"제대로 안 적셔놓으면 아플 텐데.."
"....젖어있으니까 상관없어요."
내 말은 자지를 제대로 적셔놓지 않으면 젖어있더라도 삽입이 조금 뻑뻑할 텐데 괜찮냐는 뜻이었는데, 이은설은 내 질문이 다 알면서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그대로 허리를 내렸다.
찌거억..
"읏, 흐읏..!"
역시나, 이은설을 기다리는 사이 그나마 조금 묻어있던 침까지 다 말라 삽입감이 꽤나 뻑뻑하다.
이은설 역시,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는지 표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미간을 좁히며 힘겨운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이내 안쪽에서 정액과 뒤섞인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와 귀두와 기둥을 타고 흐른다.
덕분에 뻑뻑한 삽입감이 조금 줄어들며 허리가 조금 더 매끄럽게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