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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629화 (633/775)

< 629화 > 자존심 강한 여자는 섹스에서도 지기 싫어한다 (1)

"기다리셨죠?"

"......"

기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뻔뻔한 성격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기다리지 않았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기에 어색하게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시선을 피하지 않는 것이 이은설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별로.. 긴장은.."

아까처럼 이쪽을 신경 써서 해주는 말이라는 게 느껴졌지만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가볍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히 또 자존심이 상한다.

스스로가 긴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남에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 건 짜증 나는 일이었다.

웃으며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최민석은 자연스럽게 침대로 다가와 자신의 옆에, 가깝게 걸터앉았다.

"처음이잖아요. 긴장할 수도 있죠. 그래도 잡아먹고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긴장, 안 했어요."

옆에 앉아 시선을 맞추고, 다 안다는 듯 웃으며 어린애 얼르듯 안심시켜주려는 태도가 열 받아 자신도 모르게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반박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거친 대답에, 혹시라도 화나지는 않았을까 살짝 눈치를 살폈지만 최민석은 여전히 다 안다는 듯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짜증나.'

다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버무렸을 텐데. 스폰은 고사하고 섹스 자체가 처음인 탓에 도무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아닌 척 허세를 부리려고 해도, 최민석의 눈에는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게 훤히 보이고 있으리라.

"..알겠습니다."

"....?"

순간, 의미심장하게 웃은 최민석의 입에서 나온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뭘 알겠다는 걸까. 의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최민석의 몸이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살짝 돌아가더니 그대로 어깨를 붙잡고 가볍게 자빠뜨려버린다.

"꺄, 앗..!?"

순식간에 침대에 등을 기대고 풀썩 드러누운 자신의 위에서, 여전히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최민석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쿵, 쿵, 쿵, 안 그래도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던 심장이 쿵쿵 울려대는 것처럼 거칠게 뛰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해버리는구나. 경험이 없는 자신으로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분위기에 허세조차 부리지 못하고 천천히 다가오는 최민석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읏, 읍.. 우웅.."

거칠게 덮쳐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입술을 부드럽게 포개지며 입술 사이로 들어온 혀가 길을 열어달라는 듯 이빨 위를 톡톡 건드리자 반사적으로 입을 벌려 길을 열어줘 버렸다.

"우웅.. 움.. 후으웅.."

미끄덩하고, 안으로 들어온 혀가 입 안을 간질이듯 미끌거리며 휘젓고 돌아다닌다.

영화나 AV에서 남녀가 혀를 얽히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입을 맞추고 보니 어떻게 혀를 움직여야 할지 감도 잡을 수가 없어 혀를 빳빳하게 새운 채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러면 안 돼.'

키스가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남자에게 리드당하기만 하는 것. 남자 쪽에서 섹스를 주도해주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기에 이은설은 있는 지식 없는 지식을 모두 총동원해 어색하게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응.. 츄릅.. 움.. 츄릅.. 츕.. 츄읍.."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색하게 움직임이었지만, 최민석 쪽에서 다가와 혀를 얽혀주기 시작하니 어색하면서도 그럴듯하게 혀가 얽혀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분해..'

경험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런 변명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스스로 원한 일이었다지만 이 나이 먹도록 연애 한 번, 키스 한 번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창피하고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분해.. 분한데..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경험이 없는 자신으로서도 잘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민석의 키스는 부드럽고 능숙하게 자신을 리드해주고 있었다.

입 안으로 들어온 혀가 미끌거리며 뒤엉켜 혀를 성감대처럼 간질이며 질척하게 타액과 호흡을 뒤섞는다.

애인도 아닌 남자와의 키스 따위. 기분 나쁘기만 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스스로의 분함을 제외하면 불쾌함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끈미끈하게 혀가 달라붙어 간질거리는 자극이 전해져올 때마다 호흡이 가쁘게 올라와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츄릅.. 읏.. 후으읏..!?"

혀가 질척하게 뒤엉키며 머리가 조금씩 멍해지던 도중. 몸을 감싸고 있던 가운의 허리끈이 스르륵 풀리는 느낌에 번쩍 감고 있던 눈을 뜨며 흠칫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최민석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끈을 푼 손을 그대로 가운 속으로 집어넣어 허리를 스치고 올라와 부드러운 가운 위로 덮여있는 가슴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은 키스와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운 동시에 불쾌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으..'

힘을 거의 주지 않은 탓일까, 어느새 꼿꼿하게 솟아버린 유두가 최민석의 손바닥에 눌리듯, 손바닥을 밀어내는 듯한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져 이미 터질 듯이 화끈거리던 얼굴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웅.. 츄읍.. 웅.. 츕, 츄으읍.."

자신이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도 질척하게 혀가 얽히며 키스가 이어진다. 가슴을 움켜쥔 손에 희미하게 힘이 들어가며 손가락이 가슴에 파묻히고, 부드럽게 주물러지기 시작한다.

"응읏.. 츄읍.. 하앗.. 잠.. 흐읏.. 잠깐.. 이라니까..!"

숨을 쉬게 해주려는 듯 입술이 슬며시 떨어지자마자 급하게 숨을 토해내고는 여전히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손길에 최민석의 몸을 황급히 밀어냈다.

"어..?"

덮쳐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최민석의 몸은 아무런 저항조차 없이 가볍게 밀려나고,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손 역시 스르륵 떨어져 나갔다.

덕분에 가슴을 덮고 있던 가운이 들춰지며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맨가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당황스러운 탓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했다.

"나름 천천히 한다고 한 건데, 너무 급했나요?"

"아, 아니.. 그게.."

자신을 밀어냈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불만도 없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떠올리지 못하고 횡설수설해버린다.

하지만 이대로 쪽팔린 모습만 보여줄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일까, 이은설은 이내 어떻게든 당황을 수습하며 눈을 치켜뜨며 최민석을 노려봤다.

"맞아요..! 그렇게 갑자기, 덮치듯이 해버리니까, 당황했잖아요..!"

"흠.."

"그리고..! 할 거면 침대에서 제대로 해야죠!"

이게 맞는 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은 채로 몸을 겹치고 있었던 탓에 허벅지 아래 두 다리는 침대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그렇네요.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한다고 한 건데, 제대로 신경을 못 써드렸네요."

"..조심해주세요. 분명, 처음에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달라고 했었잖아요?"

"주의하겠습니다."

어느새, 자신이 우위에 선 것처럼 타박을 주고 있는 상황이 되자 당황스러웠던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갑작스럽고 강압적이기는 했어도 보통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할 분위기였지만, 경험이 전혀 없는 이은설이었기에 할 수 있는 지적이었다.

"그럼, 올라가서 마저 할까요?"

"..알겠어요."

조금은 침착함을 되찾았지만, 상황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다.

결국 자신은 이대로 최민석과 섹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잊고 있던 긴장감이 다시 밀려들었지만 뒤로 물러날 수 있는 타이밍은 한참 전에 지나가 있었다.

최민석과 함께 넓은 침대 한가운데로 올라와서, 조용히 시선을 교환한다.

최민석은 여전히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여유로운 표정이었지만 자신은 정반대로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자존심이 상해 자기도 모르게 최민석을 째려보고 있었다.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부드럽게 해요. 거칠게 하는 건 싫어하니까."

사실 부드럽게 하는 것도, 거칠게 하는 것도 겪어본 적은 없었지만 최대한 그럴듯하게, 고압적으로 말을 내뱉었을 뿐이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거칠게 해주는 게 좋다느니, 거칠게 자기 멋대로 하는 건 최악이라느니 하는 의견이 갈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칠게 당하는 걸 좋아하는 쪽보다는 싫어하는 쪽이 낫겠다 싶은 계산이 무의식중에 깔린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나긋한 대답과 함께 최민석의 몸이 다시 한번 천천히 다가온다.

"읏.."

키스보다도 먼저 가볍게 몸을 감싸안고, 조심스럽게 침대에 몸을 눕혀준다.

이제[ 더는 거칠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에 분한 기분이 들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거칠게 안 할 테니까, 긴장 풀어요."

"......"

또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눈에 힘을 주면서도, 지긋이 내려다보는 시선이 부끄럽게 느껴져 결국 슬그머니 시선을 피해버렸다.

평소의 이은설이었다면 찔리는 게 있더라도 절대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응읏.. 읍.. 우움.."

처음보다도 더 부드럽게. 입술을 아주 가볍게 살짝 대기만 하고, 그대로 살짝 더 밀어붙여 입술을 포갠다.

그러면서 천천히 혀를 밀어 넣는 감촉에 결국 다시 한번 자동문처럼 길을 열어주며 혀를 받아들여 버렸다.

"움.. 츄릅.. 웅.. 츄읍.. 츄릅.."

키스 자체는 아까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자신이 뭘 할 필요도 없이 최민석 쪽에서 입 안을 휘젓고, 질척하게 혀를 얽혀주며 어색한 키스를 그럴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능숙하게 리드해준다.

여자로서의 본능은 이미 눈앞의 경험 많은 수컷에게 이대로 몸을 맡겨버리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자존심이 그를 원치 않아 이성과 본능의 줄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최민석의 커다란 손이 가슴을 가볍게 감싸 쥐고는 주무르기 시작한다.

"후읏, 읏, 하앗.."

"이 정도면, 괜찮나요?"

"뭐, 뭐어.. 괜찮아요..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저도 뭐.."

가슴을 주무르는 동시에 입술을 떼어내고 묻는 말에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말을 내뱉는다.

어쨌든, 경험이 없다고 해서 무시당하는 것만큼은 절대 싫었다.

"아프시면 바로 말해주세요. 저도 아프게 하는 건 싫어하거든요."

자존심을 세운 대답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넘긴 최민석은 엷게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낮춰 손이 닿지 않은 반대쪽 가슴까지 가볍게 감싸 쥐며 고개를 들이민다.

"..쪽."

"읏..!"

그리고는 꼿꼿하게 선 유두 위로 작게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춘다.

분명 별것 아닌 가벼운 자극이었을 텐데. 순간 찌릿하고 희미하게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반사적으로 콧소리가 섞여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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