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2화 > 누나도 내꺼 할래? (1)
엘레나 로빈슨.
타고난 성격 자체가 남을 돌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탓인지 학원 선생님이라는 직업과도 잘 맞고, 남과 싸우는 일도 거의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짜증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진짜. 갑자기 무슨 맞선이야?"
[갑자기가 아니라, 전부터 얘기했잖니. 엄마 친구 아들이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전부터 얘기는 있었으니까..]
"그때도 싫다고 했었잖아. 요즘 세상에 누가 맞선 같은 걸 보냐고."
[네가 하도 소식이 없으니까 엄마도 불안해서 이러는 거지. 어디 못난 것도 아니고, 다른 집들처럼 연애를 못 하게 막은 것도 아닌데. 연애는 고사하고 알고 지내는 남자도 없다니까..]
20대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부모님이 자신의 연애에 신경 쓰고 간섭하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끈질긴 느낌이다.
아니, 이전에 맞선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긴 했지만 잠깐 그러고 말겠지 하고 대충 넘어간 게 실수였다.
"..그냥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래. 연애에 별 관심도 없고."
어느 정도 진심이 섞인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순간 나도 만나고 있는 남자 정도는 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애써 참아내고 평소처럼 받아넘겼다.
만나고 있는 남자.. 라고 부모님에게 소개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관계였으니까.
[너도 내년이면 스물아홉이잖니. 1년만 더 지나면 서른인데. 당장 결혼하라고는 안 해도 연애 정도는 해보는 게..]
"맞선으로 만나서 무슨 연애야?"
[그냥 가볍게 만나만 보라니까. 그쪽도 막 결혼할 생각으로 나오는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아, 됐어. 부담스러워서 싫어. 내가 알아서 할게."
[네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애면 엄마도 이런 걱정 안 했을 텐데. 매일 학원이랑 집만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남자 만날 일이나 있겠니?]
"아, 진짜! 내년에는 누가 됐든 알아서 만날 테니까 그만 걱정해!"
[..정말이니?]
실수다.
홧김에 되는대로 내뱉기는 했지만, 이렇게 말하고 나면 당장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약속을 못 지켰을 때 할 말이 없어지는데.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응? 정말이야? 내년에는 연애라도 해볼 수 있겠어?]
"....할 수 있다니까."
이제와서 말실수라고 둘러대는 것도 모양 빠지고 책잡힐 것 같아 또 되는대로 대답해버렸다.
[알았어. 우리 딸이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1년만 더 기다려 볼게. 그렇다고 아무 이상한 남자들 막 만나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알지?]
"..알고 있으니까 잔소리좀 그만해."
[그래, 그래. 그만할게. 그럼, 우리 딸 믿고 끊을게?]
"..끊어요. 잘 자고."
[그래. 우리 딸도 잘 자고.]
뚝-.
어째서인지 처음보다 밝아진 목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
"....어쩌지?"
통화가 끊기고, 바탕화면으로 돌아온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툭 혼잣말을 내뱉었다.
저질러버렸다.
처음 말실수를 내뱉은 뒤에는 흐름상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별로 관심도 없던 연애를 1년 안에 시작해야 한다는 미션이 생겨버린 상황.
게다가 실패했을 때는 군말 없이 엄마의 친구 아들이라는 남자와 맞선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벌칙까지 붙어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맞선은 아니잖아.."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연애에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고, 맞선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막상 그게 자신의 일이 되어버리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것도 생판 남도 아니고 부모님의 친구 아들이라니. 마음도 없이 사귀기도 불편하고, 거절하기도 불편한 상황이었다.
"남자.. 어떡하지.."
평소에 혼잣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지만, 오늘만큼은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탓인지 속마음이 자꾸만 혼잣말로 새어 나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남자가 없는 건 아니다.
최민석. 원래는 자신이 학원에서 가르치던 수강생이었고, 자신이 만들어놓고 잊고 있던 학습 의욕 증진 프로그램 탓에 몸을 섞는 관계가 됐다가, 확원을 그만둔 지금도 주기적으로 만나며 관계를 나누는 사이가 된 남자.
하지만 지금 자신과 최민석의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연인 관계라고는 할 수 없었고, 썸이라고 하기에도 데이트 같은 건 일절 없이 가벼운 저녁 식사와 섹스 정도만 즐기는 관계일 뿐이다.
이런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섹스 프렌드..’
평생 입에 담을 일조차 없었을 것 같은 단어를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의 관계에서는 그 외의 다른 말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최민석이 자신을 좋아하지만 먼저 고백하긴 부끄러워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렇다기에는 뭔가 서로 좋아하는 남녀 관계 특유의 간질간질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연애는커녕 그 흔한 썸조차 타보지 못한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진짜.. 어떡하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는 남자는 최민석 단 한 명뿐.
하지만 자신 쪽에서 먼저 사귀자고 제안하거나, 그런 기분이 들도록 들이대고 유혹하는 건 도저히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맞선 쪽은 말만 들어도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데 반해 최민석과 사귄다는 전제에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만 고민하고 있다.
이런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 그녀의 마음이 기울어 있다는 증거였지만 당장은 거기까지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다른 남자랑 사귀는 것보다야..’
쉬울지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최민석의 속을 떠볼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사고의 방향이 굳어진다.
마침 최민석도 친구들과 간다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고, 이틀 뒤. 금요일 저녁이면 평소처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찌걱..! 쯔걱..! 쯔걱..!
"하으읏..! 아앙..! 아읏..! 하앙..! 앙으읏..!"
배개에 등을 기대 비스듬하게 눕고, 양손에 깍지를 끼운 채로 위에 올라타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여자의 모슴을 느긋하게 감상한다.
여자는 다리 사이, 자지가 들락날락하는 접합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미 부끄러움조차 잊을 정도로 쾌락에 빠져든 상태였다.
"확실히, 조임은 괜찮게 유지되고 있네요. 가르쳐드린 대로 잘하고 계셨나 보네요."
"흐읏, 하아응..! 네에..! 가르쳐주신대로, 매일..! 아앙..! 하으응..!"
사실 매일 자위 하라고 하지는 않고 몸 관리만 잘하고 있으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최혜선은 매일 자위했던 사실이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처럼 허리를 멈추지도 않고 대답하며 계속해서 열심히 허리를 들썩인다.
처음 손님으로 왔을 때만 해도 사람을 깔보고 못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봤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내 마사지가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고분고분한 손님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안쪽 조임은 조금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한데.. 잠깐 멈춰보시겠어요?"
"흐, 읏.. 네에.."
내 말 한마디에 열심히 움직이던 허리를 우뚝 멈춰 세우고, 입술을 잘근 깨물며 아쉬운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일단, 끝까지 내려보세요. 천천히요."
"읏.. 하으.. 흐으읏..!"
위로 올라가다 어중간하게 멈췄던 허리가 다시 느릿하게 아래로 내려가며 귀두 끝이 자궁 입구에 닿아 말캉하고 눌린다.
동시에 최혜선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가, 잘게 파르르 떨려왔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음. 확실히 안쪽은 전보다 더 잘 조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요..?"
처음에는 그렇게나 조임을 신경 썼으면서, 이제는 그런 건 됐으니 빨리 움직이게 해달라는 듯 안달 난 시선만을 보내오고 있다.
사실 이전 조임이 정확히 어땠는지, 이보다 덜 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애 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적당히 한 말일 뿐이었으니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었다.
"자, 이대로 한 번 힘줘서 조여보실래요?"
"응, 읏..! 이, 이렇게요..?"
이번에도, 착실하게 시키는 대로 힘을 줘 질벽을 꽈악♥ 조여오는 압박감에 자지가 호응하듯 불끈 힘이 들어간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아도 관리한 것에 비하면 조임이 미묘하다고 평가했던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제법 나쁘지 않다는 정도로 평가를 수정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느낌 좋아요. 지금 조인 상태 그대로 천천히 움직여보세요."
깍지 낀 손에 꽉,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지시하자 최혜선은 힘을 주느라 살짝 굳어진 표정 그대로 허리를 들어 올린다.
쯔거억..
"흐, 으읏..!"
꽉 조여 달라붙은 질벽이 움직이며 기둥 전체를 느릿하게 훑어내며 올라간다.
쯔거억.. 찌거억.. 찌거억.. 찌거억..♥
"응, 하앙..! 하으응..! 앙으으읏..!"
"잘하고 있어요."
제대로 힘을 주고 움직이느라 느리기는 해도, 의식해서 힘을 주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도로 질벽이 꿈틀거리며 달라붙는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져 제법 만족스럽다.
더욱이, 나이에 맞지 않는 힘을 주고 낑낑대며 애쓰는 표정이나, 매달리듯 깍지 낀 손에 꽉꽉 힘을 주는 느낌 역시 은근하게 가학심과 정복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제 힘 빼셔도 괜찮습니다."
"하읏..! 흐아앙!♥"
힘을 줘서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내 지시가 들려오자마자 힘을 빼며 허리를 깊게 푹 내린 최혜선의 입에서 쾌감 가득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찌거억! 찌거억! 찌거억!
"하으읏! 아앙! 앙! 아읏..! 하우응! 아아앙! 좋아앗..!♥"
순식간에 절제를 잃어버리고, 오히려 더 힘을 주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녹아내린 표정으로 쾌감 가득한 신음을 끝없이 쏟아낸다.
조임은 살짝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눈썰매를 타듯 질벽이 빠르게 미끄러지며 지나가는 느낌 역시 나쁘지 않았다.
'딱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한데, 계속하다 보면 좋아질 테니까.'
그보다는, 내가 따로 찾아다니거나 손을 쓰지 않아도 엄선된 여자들이 알아서 몸을 내주러 온다는 에스테틱의 구조 자체가 만족스러워 불평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자, 손 놓으시고, 팔은 목에 감아주세요."
"하으, 읏..!"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내 지시에 따라 허리의 움직임을 살짝 늦추며 깍지를 풀고, 상체를 숙이며 목에 팔을 감아온다.
20대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매끈한 살결이 몸에 스치는 걸 느끼면서, 한쪽 팔로는 날씬한 허리를 감싸고, 반대쪽 손으로는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고 주무르자 최혜선도 다시 허리를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앙..! 하읏! 하앙! 앙! 하아으응..!!"
'좋다, 좋아.'
이것저것 핑계를 붙일 필요 없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모습에 만족하면서 말캉거리는 가슴의 감촉을 만끽하고, 조금씩 차오르는 사정감에 작게 한숨을 토해낸다.
'엘레나랑 만날 시간까지는 네 시간 남았으니까..'
연장을 하더라도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슬 본격적으로 최혜선을 천국으로 보내주기 위해 가만히 쉬고 있던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한다.
쯔걱! 쯔걱! 쯔걱! 쯔걱!
"하아앙!? 앗, 항..! 아읏! 아앙! 잠, 하아앙! 하앙! 앙! 흐아아앙!!♥♥"
움찔! 움찔!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면서도 어떻게 가지 않고 버티던 최혜선의 몸이 순식간에 절정의 쾌락에 움츠러들며 움찔움찔 떨려온다.
동시에 의식해서 힘을 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꽈아악♥ 조여오는 질벽을 느끼면서, 올라오는 사정감을 한층 더 억누르고 계속해서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엘레나랑도 간만에 만나는 거니까, 제대로 풀어둬야지.'
자신과의 섹스를 다른 여자를 만나기 전에 하는 준비 운동 정도로 생각한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기쁘게 앙앙거리는 최혜선의 자궁 안으로 거침없이 정액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