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7화 > 초조해하는 민아 달래주기 (1)
엘레나를 몽마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 건 동의를 받고 나서 이틀이 지난 뒤였다.
일단은 몽마가 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었기에 엘레나가 일하는 학원에 찾아가 개인 사정으로 휴가를 다녀온다고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최면을 걸었다.
휴가 기한은 일단 열흘로 정해놓고, [엘레나가 출근하지 않으면 기한을 일주일씩 늘린다]라고 설정을 붙여놨으니 새롭게 최면을 갱신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에 덧붙여 [휴가 중에는 연락하지 않는다], [개인 사정에 대해서는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는다]라는 최면도 걸어뒀으니 귀찮게 연락이 올 일도, 돌아간 뒤에 귀찮게 사정을 둘러댈 필요도 없도록 만들어놨다.
엘레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빈 수업을 다른 강사들이 때워주는 걸 제외하면 해가 되는 일은 없었기에 적당히 넘어갔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이제 침대를 둘 공간이 없었기에 민아네 집에 있던 빈방에 침대를 들여 거기서 일을 진행했다.
어차피 민아는 어지간해서는 집에서 나갈 일이 없었으니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따로 더 연락올 데는 없지?"
"응."
"누나도 은근 아싸였구나."
"..일부러 친한 애들만 남긴 거라니까."
남자들이 치근덕거리는 것도 싫고, 여자들 특유의 기 싸움 같은 관계가 싫어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면 아예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성격이 좋은 만큼 인간 관계가 꽤 넓을 줄 알았는데. 부모님과 직장 동료들을 제외하면 연락을 주고받는 상대가 넷뿐이라는 건 정말 의외였다.
이미 한 번 했던 말을 다시 꺼내며 놀리자 못 말린다는 듯 받아주는 것만 봐도 성격의 차이가 느껴진다.
민아라면 곧바로 발끈해서 너도 연락하는 친구 몇 없지 않느냐고 반격부터 날아왔을 것이다.
"그럼, 이제 시작할게. 지금 동의하면 정말 완전히 내 게 되는 건데. 괜찮겠어? 무르는 것도 못해."
"..응. 괜찮아."
마지막으로 확인 차 묻자 엘레나는 조금 긴장한 듯 표정을 굳히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잘 자."
괜찮다는 대답과 동시에, 엘레나를 몽마로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감각이 느껴졌고, 곧장 인사를 건네며 엘레나의 이마를 가볍게 툭 건드리자 정자세로 누워 있던 엘레나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어떻게 되려나."
여자를 몽마로 만드는 것도 이걸로 네 번째였으니 변화에 대해서는 대충 감이 잡히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서양인인 만큼 변화를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가슴이 커질 거라는 것 정도였는데. 엘레나의 사이즈를 생각하면 못해도 유서연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엘레나가 눈을 뜰 시간이 기다려졌다.
"끝났어?"
엘레나가 누워 있는 방의 불을 끄고 거실로 나오자, 실내복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던 민아가 무슨 생각인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에휴."
용건만 마치고 바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싶어 민아의 옆에 앉으며 짧게 대답하자 복잡미묘한 표정 그대로 짧게 한숨을 쉰다.
"왠 한숨이야?"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렇지. 언니는 사람도 좋던데. 어쩌다 재수 없게 너한테 걸려서.."
대놓고 사람을 쓰레기 취급하는 말이었지만 막상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말이라 그냥 픽 웃고 말았다.
민아의 말대로, 엘레나는 그냥 잘 지내고 있는데 재수 없게 나한테 걸려서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후회 안 하게 잘해줘야지."
"..흥. 말은.."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대답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민아는 이런 대답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작게 불평을 중얼거렸다.
"누나 왔을 때는 잘해주더니, 이제와서 왜 그래?"
"누가 뭐래? 그냥 언니가 안 됐다 싶어서 이러는 거지."
틀린 말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유서연, 임예진과는 달리 새로 한 명이 추가된 걸 경험하는 건 이번에 처음이었으니, 내심 초조하고 질투심도 느끼는 것이리라.
유서연 역시 임예진을 처음 데려왔을 때는 임예진이 지금도 무섭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모양이었고, 대놓고 임예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 역시 들었다.
오히려 유서연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단지 엘레나를 막 데려왔을 때의 태도와 너무 다르다 보니 이해하는 게 살짝 늦었을 뿐이었다.
"아예 안 하라고는 못 하겠는데, 그래도 너무 질투하지는 마."
"질투 아니거든..?"
"암만 그래도 내가 사람 하나 늘었다고 누군 덜 좋아하고 그러겠어?"
"..질투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니라고 말하는 것 치고는 첫 번째 부정에 비해 두 번째로 부정하는 말에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조금이지만 누그러져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질투가 아닌 초조함.
사람이 한 명 늘었으니 그만큼 자신을 소홀하게 대하지는 않을까, 애정이 식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평소처럼 대놓고 질투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은근하게 투덜거리며 불안해하는 표정 덕분에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정말이라니까."
"....흥."
최대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어르듯이 속삭이며 날씬한 몸을 부드럽게 끌어 안아주자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품에 안기면서도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알잖아.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뭐래. 언니들도 다 좋아하면서."
"그래도, 노예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내꺼 해달라고 한 건 네가 처음이었잖아."
"..이젠 두 번째도 생겼지."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도 내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매달린 것도 네가 처음이었고."
"....그럼, 거기서 당당하게 구는 게 미친놈이지."
품에 안긴 채로 새침한 고양이처럼 불평하는 민아를 조심스럽게 달래줄 때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누그러진다.
사실 엘레나의 경우에는 대놓고 최면을 걸었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침착하게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고, 금방 용서해준 덕분에 욕먹을 일 자체가 없었다.
거기에 분위기가 편하게 흐르는 만큼 저자세로 매달릴 필요 없이 천천히 결정해도 된다는 이야기도 꺼낼 수 있었던 것뿐이고.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대략적인 흐름으로만 전해 들은 민아로서는 내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이런 부분은 모르는 만큼 '정말로 그런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이렇게 위로해주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이 오가는 걸 보니 우리 애들에게도 완전히 솔직할 수는 없겠구나 싶었지만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기에 스스로 관대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미안해. 내가 쓰레기라서."
"..그래도 알긴 알고 있네."
"그래도 좋아한다는 말만큼은 진심이야. 정말로."
"..누가 아니래?"
"믿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흥."
..쪽.
결국은 좋아한다는 말을 까칠하면서도 순순하게 받아주는 민아의 귓가에 대고 다시 한번 사랑을 속삭이고, 돌리고 있던 고개를 살짝 당겨 입을 맞추자 피하지 않고 얌전히 받아들인다.
그래도 아직은 분위기를 잡아야 할 타이밍이었기에 곧장 혀를 섞지 않고 가볍게 소리만 내고 입술을 떼어내며 잔잔하게 시선을 마주쳤다.
"사랑해."
"..알았다니까 그러네."
눈을 맞춘 채로 재차 사랑한다고 속삭이자 희미하게 뺨을 붉히고, 부끄러운 듯 먼저 시선을 돌려버리는 모습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혀를 밀어넣었다.
"응.. 츄읍.."
민아 역시,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슬며시 길을 열어 혀를 받아 들여주며 천천히 혀를 얽혀준다.
"츄읍.. 응.. 츄릅.. 하아.. 응.. 츄읍.."
다른 곳은 일절 터치하지 않고, 가느다란 몸을 부드럽게 껴안은 채로 말없이 키스만을 주고받는다.
조용한 거실을 서로의 숨소리와 혀가 얽히고,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가득 채우며 느리지만 확실하게 흥분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응.. 츄읏.. 하아.."
그렇게 살짝 숨이 차오르고 나서야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고, 얕게 한숨을 토해내는 민아와 다시 한번 지긋이 눈을 마주쳤다.
"하여간.. 분위기 하나는 잘 잡지.."
다 알면서도 당해준다는 듯, 솔직하지 못하게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해주는 말에 몸을 껴안은 팔에 살짝 힘을 줘 꾸욱 안았다가 다시 힘을 빼고 살짝 거리를 둔다.
하얀색 얇은 끈 나시에 검은색 돌핀 팬츠. 겨울이기는 해도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탓에 민아의 실내복은 여름처럼 얇다.
가느다라면서도 매끈한 허벅지와 잘록한 골반, 얇은 허리 위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슴까지.
대놓고 남자를 홀리려는 듯한 옷차림과 몸매에 흥분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말없이 나시를 끌어올리자 민아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새하얗고 탐스러운 가슴을 드러내준다.
"브라 안 했네?"
"..집이니까 그렇지."
"가슴도 예뻐."
"됐거든..? 흐읏.."
브라가 없어도 조금도 처지지 않고 훌륭하게 탐스러운 물방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슴을 진심으로 칭찬하며 고개를 살짝 내밀어 꼿꼿하게 선 유두를 가볍게 빨았다.
츄릅- 쪽- 츄릅-
"......"
유두만을 입에 문 채로 혀로 살살, 부드럽게 굴리며 가볍게 빨아줄 때마다 민아의 몸이 희미하게 움찔하고 떨려온다.
자극이 강하지 않은 만큼 소리는 참을 수 있지만, 이미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만큼 멋대로 움찔거리는 반응만큼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잠시 유두를 빨아주다가, 양손으로 가슴을 받치듯 가볍게 감싸 쥐고, 천천히 주무르며 반대쪽 가슴으로 옮겨가 다시 한번 유두를 부드럽게 빨아준다.
"하아.. 읏.. 하아.."
자극이 강하지 않도록, 애태우다 못해 살살 간질이듯 힘을 빼고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에 쾌감 대신 안타까움 섞인 한숨이 얕게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깨는 게 싫은 건지, 아니면 자기 입으로 더 세게 해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은 건지.
아무런 말도 없이, 팔조차 얌전히 내려놓은 채로 가슴만 내밀어 애무에 몸을 맡기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져 빨리 만족시켜주고 싶은 동시에 더 괴롭혀주고 싶어진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하는 섹스인 만큼 길게 애태우지 않고, 가슴에서부터 갈비뼈를 천천히 핥으며 아래로 내려가 배꼽에서 멈춰 혀를 뾰족하게 새우고 살살 후비듯 핥아준다.
"야, 야아..! 뭐하는, 건데에..!"
괴롭히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배꼽은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다급하게 팔을 뻗어 머리를 밀어내길래 버티지 않고 그대로 밀려나며 아래로 내려갔다.
"알았어, 거긴 안 할게."
"진짜.. 적당히를 몰라.."
"알았으니까, 허리 좀 들어줄래?"
"..흥."
그래도 버티지 않고 곧바로 물러나준 덕분인지, 민아는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허리를 띄워준다.
허리와 함께 엉덩이가 살짝 공중에 뜨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돌핀 팬츠와 함께 팬티를 잡고 조심스럽게 끌어내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쾌감은 아주 얕게 느낄 정도로만 애무했는데도, 통통한 보짓살이 맞물려 일자로 깨끗하게 다물어진 균열 사이에서 희미하게 물기가 묻어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