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9화 > 본격적인 설득은 몸으로 (11)
"흐읏..♥ 읏..♥ 흐으읏..♥"
힘없이 침대에 몸을 눕힌 엘레나는 눈가에 손등을 얹어놓은 채 신음 신음 섞인 숨소리를 가쁘게 토해냈다.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지만 최민석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최민석은 자신이 '자기 것'이 되었다면서 기뻐했지만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정신이 없어 물어보지 못했다.
안 그래도 지친 상태에서 분위기를 타서 한 번 더 몸을 섞어버린 탓이었다.
'이건.. 진짜..'
몽마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쾌감이다.
몸이 붕 뜨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고, 피부는 뜨겁고 민감해져 화끈거리고, 몸 안에서는 여전히 쾌감이 남아 소용돌이 치며 몸을 움찔거리게 만든다.
"자, 물마셔."
"..고마워."
다시 침대 위로 올라온 최민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눈가에 얹어뒀던 손을 치우고 차가운 생수병을 받아들었다.
화끈거리는 손바닥 위로 차갑게 닿는 느낌이 기분 좋다.
생수병은 이미 뚜껑이 벗겨져 있다. 그냥 받았으면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열기 힘들었을 텐데. 최민석은 항상 무심한 듯하면서도 이런 부분에서는 은근히 배려심이 있었다.
생수병을 입가에 대고 조금씩 마시기 시작하자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조금 뜨겁다 싶을 정도로 화끈거리던 몸이 조금은 식으며 몸 안에서 맴돌던 쾌감 역시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것도.. 몽마라서.. 그런 거야..?"
"어느 정도는?"
애매한 대답이다. 최민석은 그렇게 생각한 걸 읽기라도 한 것처럼 곧장 설명을 덧붙였다.
"나한테 안에 사정 당하거나 정액을 마시거나 하면 몸에 내 정기라는 걸 같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걸 주기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나중에는 몸쪽에서 내 정기를 원하게 되고, 몸이 더 쉽게 달아오르고 흥분하게 되거든."
"..뭐야 그게."
"그거 말고도 페로몬이라고 해야 하나. 내 몸에서 나오는 체취 같은 것도 몸을 달아오르고 흥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데. 거기에도 정기가 조금 섞여 있어서 관계를 자주 할수록 효과가 강해지기도 하고."
"......"
담담하게 내뱉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확실히 최민석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몽마'라는 사실이 실감된다.
처음 밝혔던 최면에 비하면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둘 다 조금 더 민감하고 흥분하기 쉽게 해주는 정도일 뿐이고. 결국은 크기나 테크닉이 받쳐줘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는 최민석의 목소리에는 은근하게 당당함과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생각해봐. 흥분하고 몸이 민감해졌다고 해도, 자지가 안쪽까지 아예 안 닿으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읏...."
최민석의 질문을 듣자마자 '그거야 당연히..' 라고 대답이 떠올라버려 괜히 창피한 기분이 들어 흠칫 몸을 떨엇다.
단단하고 굵은 기둥이 속살을 힘껏 벌리며 안으로 들어와 자궁을 짓뭉개듯 꾸욱 눌러주는 쾌감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는 자신으로서는 저 말에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거야."
테크닉에 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최민석이 섹스를 잘 한다는 것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여자가 제대로 젖지도 않았는데도 그냥 삽입해 버린다거나 아무 말도 없이 혼자 허리만 실컷 흔들어대다가 멋대로 싸버리고 끝내버린다거나.
의외로 그런 남자들도 많다는 모양이니까.
그에 반해 최민석은 항상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잡아주며 키스와 함께 가슴을 주무르거나 질내를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애무하며 삽입 전부터 몸을 제대로 달아오르게 만들어준다.
가끔은 애무만으로 가버릴 정도로 몰아붙이거나 미칠 듯이 애태우며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
섹스하는 도중에도 손을 쉬지 않고 귀나 목 뒤, 옆구리, 허벅지 같은 곳을 은근하게 자극하며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니 남자 경험이 없더라도 잘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제 필요한 얘기는 대충 다 끝났고. 제일 중요한 얘기만 남았네."
"..아직도 뭐가 있어?"
오늘은 이미 놀랄 만큼 놀랐고, 더 당황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잘한 얘기도 아니고, 제일 중요한 얘기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누나가 결정만 하면 되는 일이야."
"뭔데 그래..? 괜히 불안하게."
"누나가 동의하기만 하면.. 누나도 몽마로 만들어줄 수 있거든."
"....뭐?"
순간 스스로 들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되물었다.
최민석이 몽마라는 건 믿고 있었지만 크게 실감되지는 않았다.
생긴 것도 잘생기고 몸 좋은 걸 빼면 이상한 점은 없었고, 평소 성격이나 행동거지 역시 평범했다.
그리고 지금도 평소와 전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몽마'라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잠깐만.. 얘기가 왜.."
"설명해줄게."
일단 당황하면서도 이유를 물어보려고 하자 최민석 쪽에서 차분하게 말을 끊으며 말했다.
"사실 굳이 몽마가 될 필요는 없어. 이것도 누나가 싫다고 하면 안 해도 돼."
"그래..?"
시작부터 확실하게 못을 박아준 덕분인지, 짧게 한숨이 흘러나오며 당황이 조금 가라앉았다.
"몽마가 되면, 말 그대로 완전히 내 게 된다는 뜻이거든. 하기 싫은 일이라도 내가 '명령'하면 억지로 들어야 하니까."
"......"
아무렇지도 않게 가벼운 말투로 내뱉은 것과는 달리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어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몽마가 된다고 해서 억지로 뭘 시키고 그런 건 없어. 다른 애들한테도 아직 한 번도 그런 적은 없기도 하고."
"음.."
그렇다면 다행이다. 애초에 아직은 받아들일 마음도 없었지만, 최민석이 정말 자신을 노예처럼 다루려고 마음먹었던 거라면 정말 상처받았을 것이다.
한 번쯤은 최민석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해볼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최민석의 말은 모두 진심이다. 의심하지 않는다]는 최면에 걸려 최민석의 말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 탓에 의심으로 마음이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워지는 일은 없었다.
"그냥.. 내 쪽에서 누나가 내 소유라고 확실하게 도장 찍어두는 절차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도장.."
자기도 모르게 최민석이 내뱉은 도장이라는 말을 따라서 작게 중얼거렸다.
이것도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지만 이렇게 또 다르게 말하니 뭔가 싫지 않은 느낌이라 기분이 복잡했다.
"그리고, 누나한테 좋은 점도 있어."
"..나한테도?"
"응. 어쨌든 나랑 똑같이 몽마가 되는 거니까. 일단 최면을 쓸 수 있게 되거든."
"음.."
뭔가.. 내키지 않는다.
최면이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운 능력인지는 알겠지만 당장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생기면 어떻게 써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해봐도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다.
아니, 누군가에게 최면을 걸어 이득을 취한다고 생각하니 찜찜한 기분이 들어 오히려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미용 효과라고 해야 하나? 더 예뻐지는 것도 있고."
"..예뻐진다고?"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되물은 게 아닌 말을 듣자마자 혹해서 진지하게 되물어버렸다.
"기본적으로는 피부나 머릿결이 좋아지고, 몸매가 조금 바뀌기도 해. 유서연. 처음에 사진 보여줬던 애 기억하지?"
"그야.."
방금 봤으니까. 그리고 자신보다 가슴이 크다는 점에서 약간의 충격과 몸매에서 졌다는 은근한 질투와 패배감 같은 기분을 느낀 탓에 더더욱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었다.
딱히 자랑하고 다닐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외모와 몸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알고 있었기에 늘상 자연스럽게 깔고 들어가고 있던 자신감이 깨진 기분이었다.
"원래는 누나보다 가슴이 조금 작은 정도였거든. 근데 몽마가 되면서 저렇게 된 거야."
"나보다 작았다고..?"
아까 사진으로 봤던 유서연이라는 여자의 가슴은 못 해도 자신보다 한두 치수는 더 커 보였다.
가슴 외에는 몸매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으니 자신과 비슷하게 잡는다면 최소 G컵, 아니 H컵은 될 것이다.
자신도 가슴이 큰 편이긴 했지만 H컵이라니.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이즈는 놀랍다기보다는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수술 같은 것도 아니라 티도 전혀 안 나고 자연스러워. 애초에 자연적으로 그렇게 된 거니까 당연한 거지만."
"음.."
최민석이 혼잣말처럼 덧붙인 말에 기분이 살짝 더 복잡해진다.
최민석은 순수하게 사실만을 전달해줬을 뿐이지만 저 말은 결국 유서연이라는 여자의 가슴이 그만큼 예쁘다는 칭찬이기도 했다.
아마 크기만이 아니라 탄력도 좋고 모양도 굉장히 예쁠 게 분명했다.
"만약에.."
"응?"
"정말 만약에, 내가 몽마가 되면.. 나도 그렇게 커지는 거야..?"
지금보다 가슴이 커지는 건 아무래도 조금 불편하고 남들 시선도 더 많이 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최민석의 취향을 생각하면 큰 편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스스로도 뭘 원하는지 모르는 채로 질문했다.
"..일단 더 예뻐지는 건 확실한데. 몸매 쪽은 나도 정확히 어떻게 된다고 확신을 못 하겠네. 일단 다른 둘도 몽마가 되면서 가슴이 더 커지기는 했는데 서연이처럼 확 커진 건 아니거든."
최민석은 이번에도 중얼거리듯 설명하며 짧게 설명을 덧붙였다.
"다들 키도 조금 커졌고, 전체적으로 비율도 좀 좋아졌던 것 같네."
키가 커지고, 가슴이 커지고, 비율이 좋아지고.
여자라면 당연히 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온갖 노력에 더해 사람에 따라서는 온갖 수술까지도 불사할 일을 아무런 노력도, 부작용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준다니.
어느 쪽이 더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최면 쪽이겠지만, 여자라는 입장에서는 최민석이 하는 말들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한테 정기만 꾸준히 받으면 피부나 몸매도 관리할 필요 없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괜히 몽마가.."
"자, 잠깐만."
뭔가, 최민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최면에 걸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조건 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긍정적으로 느껴져 다급하게 말을 끊고 짧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니까.. 네가 말한 셋은 다.. 몽마가 된 거지..?"
"맞아."
최민석의 담담한 대답에 내심 '어쩐지' 하고 납득해버렸다.
엘레나 역시 어디 가서 외모로 꿇리는 수준은 아니었고, 지금까지 어지간한 연예인이나 모델 같은 이들을 보면서도 스스로 외모에서 밀린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최민석과 함께하는 여자 셋은 모두 자신보다 조금 더 예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였던 탓에 오히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제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기분도 들었다.
결국, 그 셋은 몽마가 되면서 그렇게 예뻐졌으니 자신도 몽마가 되지 않는 이상 그녀들과 같은 선에 설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이제 계속 설명해도 돼?"
"어? 아, 응.."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잠시 멍하니 있자 얌전히 기다리고 있떤 최민석이 계속해도 괜찮냐고 물었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전히 몽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일단 뭐가 좋고 나쁜지 정도는 들어둬도 나쁠 게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