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4화 > 누나도 내꺼 할래? (3)
반쯤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엘레나의 주량은 정말로 반병이었다.
보통 주량이라고 하면 완전히 꽐라가 돼서 몸도 못 가누거나, 아예 술자리에서 잠들어버릴 정도의 한계치가 아니라 적당히 취해서 주사가 나오기 직전까지의 상태를 의미하는 걸 텐데.
엘레나는 소주를 반병 비운 시점에서 고개가 조금씩 까딱까딱하더니, 그 뒤로는 조금씩 눈꼬리가 풀어지며 말끝이 늘어지더니, 아예 본격적으로 술주정 모드에 들어가 버렸다.
"그러니까아, 무슨 맞선이냐고오. 사람 불편하게에."
딱히 고민을 캐낼 생각 같은 건 없었는데, 먼저 술 마시자고 얘기를 꺼내더니 이렇게 취해서 속에 있는 고민을 전부 꺼내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애초에 관심이 없는데에, 나가면 뭐하냐구우. 그냥 하루 놀다가, 그쪽 별루에여. 이러구 집에 와? 부모님끼리 아는 사이인데에?"
"그것도 그렇지. 어머님이 눈치가 없었네."
"아우.. 나 걱정되는 건 아는데에.. 그래두 맞선은 아니자나아.."
"애초에 서로 그럴 마음이 있어야 만나는 건데. 거절할 생각으로 나가서 뭐 하겠어. 괜히 무안만 주는 거지."
"그니까아.. 왜 그걸 모르냐구우.."
그냥 듣기에는 취해서 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풀어내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같은 얘기만 세 번째였기에 엘레나가 원하는 대답을 그대로 해줄 수 있었다.
"그래도 누나 걱정해서 해준 일이니까, 누나가 조금만 이해해 줘."
"알지이..! 아는데에..!"
탕.
나름 자기가 같은 얘길 몇 번이나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취해버렸는데도 난리 피울 마음은 없는 건지. 한탄하면서 책상을 내리쳤지만 작은 소리와 함께 가볍게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했단 말이야."
너무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안 들렸지만, 이 얘기도 이미 세 번째였기에 뭐라고 했는지 다시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올해 안에 애인이든 뭐든 만들테니까아! 맞선 얘기 좀 그만하라고 했다고오!"
어차피 내가 다시 물어보지 않아도 혼자 다시 말해주기도 할 테고.
"그래? 누나 남자친구 만들게?"
"아이, 쒸..! 내가 아는 남자가 어딨다고 남자 친구를 만들어..!?"
"왜, 누나 예쁘잖아. 학원에서 번호 달라는 남자들도 몇몇 있었다고 했었고."
마지막 남은 갈비 한 점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소주 대신 물로 입가심하며 장난조로 말하자 책상을 내리쳤던 엘레나의 주먹이 꽉 쥐어진 채 파르르 떨린다.
"그걸 줬겠냐구우.. 너 말고 아는 남자도 없는데.. 나 진짜 어떡해애.."
알고 있다. 엘레나 정도 되는 외모에 꼬이는 남자가 없을 리도 없고, 학원도 사회인 위주로 모이는 곳인 만큼 과감하게 들이대는 남자도 있었을 테니까.
오늘이 아니라 예전에 장난삼아 물어봤던 얘기였던지라 다시 물어볼 필요도 없는 말이었지만, 엘레나 본인부터가 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그런지 아는 걸 물어봐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없었다.
"거참. 아는 남자도 없는데 왜 그랬어?"
"아, 몰라아..! 엄마가 자꾸 잔소리하니까아, 나도 모르게 그랬다구우.."
이번에는 식탁 아래에서 구두를 신은 발로 바닥을 탁탁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평소에도 감정 표현이 확실한 성격이긴 했지만, 술이 들어가니 몸쪽에서도 리액션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그 상황에서 생각나는 건 너밖에 없구.. 근데 갑자기 사귀자고 하면 이상하니까아.. 처음엔 나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두 아닌 것 같구.. 쪽팔려 진짜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확실히 창피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들렸지만 술이 깬 뒤에 느낄 창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자기 입으로 내가 자길 좋아하는 줄 알았고, 고백하면 받아줄지 말지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까지 다 해버렸으니까.
엘레나가 술 마신 뒤에 필름이 끊기는 타입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민에 대해서는 본의 아니게 들어버린 만큼 나 역시 리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안 가져가면 다른 남자 만나러 다닐 텐데. 그 꼴은 절대 못 보지.'
당장 그럴 필요가 없어서 행동하지 않았을 뿐. 엘레나 정도면 아예 내 노예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한 외모였고, 성격도 좋아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최면을 상식과 어긋나게 걸어둔 만큼 김민아 때처럼 무슨 반응이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것 정도.
그래도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최면으로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는 있었으니 한 번 찔러는 볼 생각이었다.
"아으.. 그냥 나랑 확 사귀면 안 돼..?"
"그 얘기는 나중에 제대로 술 깨고 하자."
"그냥 좋다구 하면 되잖아아.."
"아무튼. 대리 불렀으니까 내려가자."
"치이.. 알았어.."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엘레나 본인도 나랑 사귄다는 전제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사귀는 것과 노예가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기는 해도 어느 정도 호감도가 쌓여 있다는 뜻이었으니 생각 외로 잘 풀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도 당장 대답을 듣겠다고 떼쓰지 않고 넘어가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산을 마치고 휘청거리는 엘레나를 부축해 차로 돌아왔다.
"하아.. 추워.."
"히터 틀어놨으니까 금방 따듯해질 거야. 자, 이리 와봐."
어차피 운전석에는 대리 기사가 앉을 테니, 아예 뒷좌석에 함께 타서 몸을 밀착시키고 엘레나를 어린애처럼 품에 안았다.
"읏.. 그래도 차가운데에.. 아읍.."
맨살이 아니라 옷 위로 얼굴을 비빈 탓에 차갑다며 고개를 뒤로 빼려는 엘레나의 턱을 잡고, 가볍게 들어 올려 그대로 입술을 덮쳤다.
"응.. 읍.. 츄릅.. 하아, 읍.. 츄읍.."
술에 취한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혀를 얽혀오며 상체를 기대오는 걸 받아주며 옷 위로 가슴을 움켜쥐고 가볍게 주무른다.
"하읏, 읍.. 응읍.. 츄릅.. 하앗, 으읍.. 츄릅.. 움.. 츄릅..♥"
숨이 찬 듯 고개를 뒤로 빼며 숨을 들이키려고 할 때마다 고개를 내밀어 쫓아가며 계속해서 입을 틀어막았더니, 결국 입으로 숨을 쉬는 걸 포기하고 혀를 얽히며 코로만 어색하게 숨을 쉰다.
그렇게 조금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며 키스를 주고받는 사이, 틀어놓은 히터 덕분에 공기가 조금씩 따듯하게 풀어지고, 유키에의 몸에서도 조금씩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끼며 입을 떼어냈다.
"하앗.. 하아.. 여기서.. 할 거야..?"
의미심장하게 묻는 말투와는 달리 표정과 눈빛은 이미 흥분과 기대로 잔뜩 달아올라있다.
술 때문인지, 얼굴도 평소보다 조금 발갛게 물든 모습이 꼭 당장 해달라며 대답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좀 있으면 대리 기사 올 거라 안 돼."
"으.."
하지만 내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잠시 흠칫하더니 얌전히 입을 다물고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얕게 한숨을 흘린다.
취했다고는 하지만 주사 자체가 완전히 이성이 날아가는 정도는 아니고, 자제심이 조금 사라지거나 욕구에 솔직해지는 정도인 모양이었다.
물론 아예 제대로 취하게 만들어버리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 기다리기 힘들면.. 잠깐 올라와 볼래?"
"응..?"
"됐으니까, 와봐."
"꺄, 으읏..!?"
이번에는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기에 곧장 몸을 숙여 엘레나의 무릎 아래로 팔을 집어넣고, 등을 받쳐 몸을 번쩍 들어 올려 그대로 내 다리 사이에 앉혔다.
그리고는 뒤에서 손을 뻗어, 옷 위로 커다란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하앗.. 읏.. 하읏.. 뭐야아.."
옷 위로, 브라 위로 주무르는 탓에 반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기분이 좋기는 한 모양인지 몸을 작게 움찔거리며 등을 기대 몸을 맡겨온다.
그렇게 조금 답답한 듯 흘러나오는 신음을 들으며 가슴을 주무르다가, 한쪽 손을 내려 치마 사이로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히읏..!"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몸이 움찔 떨려오는 걸 느끼며 그새를 못 참고 조금씩 물기가 느껴지는 팬티 위로 균열을 쓸어올리자 조금 더 풀어진 신음이 흘러나온다.
"앙.. 읏.. 하아.. 좋앗.. 아응.. 하앗.."
손가락으로 균열 위를 쓸어올릴 때마다, 몸과 함께 허벅지가 움찔하며 움츠러들었다 풀어지고, 작게 느껴졌던 물기가 점점 넓게 번져갔다.
"손으로 해주니까 좋아?"
"으, 응.. 좋아.. 하으.. 아앙.. 흐읏..! 클리, 더 해줘엇.."
균열 위로, 볼록 튀어나온 클리를 톡톡 건드리자 이번에는 허리 쪽이 움찔거리고, 더 해달라는 말에 살짝 눌려 문질러주기 시작하자 몸 전체를 파르르 떤다.
워낙 반응이 좋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물이 나와 넓게 번져나가는 게 생생하게 느껴지다 보니 애무하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느긋하게 신음소리와 몸의 떨림을 즐기며 애무를 이어 나가다 보니 금세 팬티 밖으로 애액이 새어 나와 스타킹과 허벅지까지 적실 정도가 돼버렸고, 엘레나의 신음소리 역시 점점 애달프게 흘러나온다.
다행히도, 그 이상 애태우기 전에 차 운전석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모텔 갈 거니까 조금만 참고 있어."
"하으.. 너무해애.."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미련 없이 손을 떼버리고, 다시 엘레나를 들어 옆자리에 앉혀놓으니 잔뜩 애가 타서 칭얼거렸지만 대답하지 않고 뒷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었다.
"대리 기사 맞으시죠? 운전석 비워놨으니까 타세요."
"아, 네. 목적지가.. 청운 모텔 맞으시죠?"
"맞습니다."
술을 마실 줄 알았으면 적당히 근처 공용 주차장에 세워놨을 텐데. 괜히 가게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놔서 시간을 뺏겨버렸다.
그래도 덕분에 엘레나를 애태우고 귀여운 모습도 봤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얕게 하악거리며 푹 익은 숨을 토해내는 엘레나의 어깨를 끌어안고 차가 모텔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애초에 조금이라도 음주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모텔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했는데요."
"수고하셨습니다. 키 꽂아두고 가세요."
"예. 감사합니다."
결제는 미리 어플로 마쳐놓은 덕분에 시간 끌 필요 없이 기사를 먼저 보내고, 시동을 끈 뒤에 엘레나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가자."
"응.. 빨리.."
잠깐 숨 돌릴 틈을 주긴 했지만 한 번 달아오른 몸이 그 정도로 가라앉을 리는 없었고, 오히려 더 애가 타는 모양인지 오히려 자기 쪽에서 내 팔을 잡아끌며 주차장을 가로질러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장소를 무인텔로 고른 덕분에 남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로비에서 빈방을 적당히 고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잡은 방으로 들어왔다.
"하아..! 빨리, 해줘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엘레나 쪽에서 몸을 꽉 끌어안아 덮쳐온다.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면 못 해주는데? 일단 옷부터 벗고, 씻으러 가자. 씻으면서 하면 되니까."
"으, 응. 빨리.."
어지간히도 몸이 달았는지, 내 말을 듣자마자 몸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한 발짝 떨어지더니, 신발을 벗어 현관에 대충 던져놓고 방 안으로 들어가 거침없이 옷을 휙휙 벗어버린다.
평소에 옷을 벗을 때는 조금이나마 수줍은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다급함만이 느껴졌다.
"너, 너도 빨리 벗어..!"
"알았어, 알았어."
평소와는 다르게 다급하게 옷을 벗는 모습을 감상하다가, 엘레나가 이쪽을 홱 돌아보며 재촉하고 나서야 신발을 벗고 들어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취해서 그런 건지, 미리 애태워놔서 그런 건지는 조금 애매하지만, 오늘의 엘레나는 평소보다 적극적인 느낌이라 나 역시도 벌써부터 기대와 흥분이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