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6화 > 미인 여관 주인과 함께 3P (1)
"생각보다 일찍 나와버렸네."
대절 시간이 두 시간이라고 했으니 느긋하게 꽉 채워서 쉬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온천욕보다 섹스가 본론이 되어버린 탓에 유키에의 체력을 신경 써주느라 적당히 끝내고 생각 없이 나와버렸다.
저녁이야 애들이 다 씻고 나온 뒤에 먹을 예정이고, 따로 놀 만한 게 없나 싶어 여관 곳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객실과 노천탕, 그리고 매점이 있는 휴게실 하나뿐이었다.
'..방에 들어가도 할 게 없는 건 똑같은데.'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방에 들어가서 뉴튜브나 보면서 때워야 하나. 실없는 고민을 하며 휴게실을 나서려는데.
"어? 뭐야, 벌써 나왔어?"
반대쪽에서 휴게실로 들어오려는 김민아와 마주쳤다.
나와 마찬가지로 흰 바탕에 연한 파란색 무늬의 유카타 차림을 하고 있는 김민아는 코스프레를 한 것처럼 평소와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웬일이래. 두 시간은 꽉 채우고 나올 줄 알았더니."
평소에 워낙 탕에 몸을 담그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런 말을 듣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도 원래는 그렇게 할 생각이기도 했었고.
"그냥, 주변이나 좀 둘러볼까 싶어서. 너는?"
"핸드폰 배터리가 다 돼서. 보조 배터리 챙겨서 들어갔어야 했는데, 까먹었거든. 물기까지 다 닦고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기도 애매하잖아."
그래도 혼자서 한 시간이면 꽤 오래 쉬고 나온 편이긴 했다.
"다른 애들은 아직 안나온 것 같은데, 잠깐 나가서 산책이나 하다 올래?"
"..이상한 짓 안 할 거지?"
이번에는 정말 아무런 사심도 없이 한 제안이었는데, 아무래도 낮에 반쯤 속여서 야외 플레이를 해버린 탓에 경계심이 확 올라간 모양이다.
"아직은 별생각 없는데, 보는 사람 없으면 키스 정도는 해도 괜찮지?"
"....진짜, 거기서 더 하기만 해봐."
그래도 키스까지는 싫지 않았는지, 부끄러운 듯 살짝 뺨을 붉히며 하는 대답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적당히 타협을 마치고, 함께 계단을 내려와 현관 쪽으로 와 보니 카운터에는 유키에가 아닌 푸근한 인상의 아줌마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라, 아까 계셨던 주인 분은 어디 가셨나요?"
"아, 네. 잠깐 다른 일이 있으신가 보더라고요. 두 분은, 어디 가세요?"
그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대로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자리를 교대했나 보다.
어차피 본인이 여관 주인이고, 평소에는 하고 싶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라고 했었으니 볼일이 있다고 하고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일주일 동안은 자리를 자주 비우게 될 테니, 잘된 일이었다.
"잠깐 주변 산책이나 하면서 둘러보려고요. 오면서 보니까 경치도 괜찮은 것 같길래."
"호호. 그러시구나. 그러시면, 나가서 오른쪽으로 쭉 가시다가 다리 있는 쪽에서 꺾어서 가보세요. 시냇물 따라서 만들어놓은 산책로인데. 분위기가 좋거든요."
"그럼, 그쪽으로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남자 하나가 미인을 셋이나 끼고 왔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법도 한데.
이상하단 시선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접객에 기분이 한결 편안해졌다.
잘은 몰라도, 비싼 고급 여관이다 보니 어디 돈 많은 인간들이 애인을 끼고 오거나 불륜 여행 같은 드라마 같은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후우, 그래도 이제 겨울이라고 쌀쌀하긴 하네."
현관을 열고 나오자마자, 후우 입김을 불어 하얀 김이 만들어지는 걸 확인한 김민아가 살짝 몸을 움츠리며 혼잣말을 흘렸다.
"많이 추워? 방에 가서 걸칠 거라도 하나 가져올까?"
"됐어. 그 정도는 아니니까. 여기서 오른쪽이라고 했었지?"
그래도 같이 나온 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은 모양인지, 가벼운 걸음으로 타박타박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옆으로 따라가 걸음을 맞추며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이러면 좀 덜 춥지?"
"치. 닭살 돋게."
말은 그렇게 하는 주제에.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더 올라가 부드럽게 웃음 짓는다.
그렇게 나란히 길을 따라 걷다가, 여관 직원이 말한 걸로 보이는 다리를 보고는 그대로 꺾어 산책로로 들어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음을 늦추며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감상했다.
"확실히 경치가 좋긴 하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기는 했어도, 길을 따라 가로등이 드문드문 서 있는 덕분에 주변이나 물이 흐르는 길을 보는 감상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그러게. 좋다."
나름대로 무드 있게 잡힌 분위기 덕분인지. 김민아는 흐르는 물길을 홀린 듯 바라보며 평소의 까칠한 태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제대로 감상에 빠져들었는지, 평소의 가벼운 말투와는 다르게 목소리가 잔잔하게 깔려 있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나도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후회해?"
"..조금은?"
솔직히 무슨 말을 들어도 싸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금방 후회한다는 말이 돌아오니 기분이 묘했다.
그렇다고 해서 절절하게 후회가 남았다는 느낌은 아니고, 약간 아쉬운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게 후회되는데?"
"그냥, 너무 쉽게 수락했다는 점?"
"..무슨 뜻이야?"
애초에 셋밖에 없긴 했지만, 진실을 밝혔을 때 반발이 가장 크게 돌아온 상대가 김민아였기에 이번에는 진심으로 궁금해져서 되물었다.
"받아들이기 전에.. 그냥 언니들 다 버리고, 나만 사랑해줄 순 없냐고 물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그건.."
"알아, 안 된다고 했겠지. 최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겠어. 나라도 그랬을 텐데. 그냥, 알면서도 한번 말해봤으면 좋았을 거라는 거지. 조건만 보고 쉽게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잖아."
"음.."
사실, 내가 걸었던 조건이 크게 한몫하긴 했을 것이다.
자신이 최면에 걸려 멋대로 성욕 해소 대상으로 쓰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멘탈이 장난 아니게 깨질 텐데, 그런 조건도 없이 애인 중 한 명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백이면 백 거절했을 것이다.
평생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주고, 몽마가 되면서 더 예뻐지고, 최면이라는 특별한 능력까지 생긴다는 조건은 그만큼 크고 매력적이었으니까.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냥 딱 그 정도만 후회하고 있다는 거니까. 후회하는 기분 이상으로 더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기도 하고. 거절했다고 해서 후회가 안 남았을 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평소라면 내가 했을 법한 위로를 역으로 듣게 되니 확실히 기분이 묘했다.
잠깐 기분이 묘해진 사이 한 방 먹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지. 김민아의 입장에서는 내 기분이 편해지도록 배려해준 거겠지만 그냥 기분이 그랬다.
김민아가 정말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면 아주 조금, 조금 정도는 죄책감을 느끼겠지만, 내 성격상 결국 당당하게 어차피 양심 같은 거야 진작에 버렸는데 뭐, 하고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 못 무르는 거 알지?"
"흥. 누가 무르기나 한대? 뽕 뽑을 건 다 뽑으면서 놀아야지."
살짝 진지해진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장난스럽게 묻자 김민아도 장난스럽게 코웃음 치며 대답해준다. 그리고는.
"아, 또 하나. 진짜 후회되는 게 있긴 해."
"뭔데?"
"화났을 때 눈 돌아가서 싸대기 한 방은 날렸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네. 지금 해봐도 돼?"
"..안돼."
김민아가 정말로 화가 났다면 한 대쯤 맞아줄 의향도 있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대신, 앞으로 누군가를 몽마로 만든다면 주먹이나 따귀가 날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마음속 깊이 새겨뒀다.
다른 둘에 비해 김민아의 반응이 정상적이긴 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다짜고짜 눈이 돌아가서 손부터 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쪼잔하긴. 내가 때려봤자 얼마나 아프다고."
"따귀는 누구한테 맞아도 다 아프거든..?"
하물며,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이기는 해도 몽마가 되면서 건강의 극을 달리는 김민아의 손이라면 어지간한 여자들이 날리는 따귀 이상으로 매울 게 분명했다.
"안 되겠다. 이리 와 봐."
"아읏.. 뭐, 뭐야. 이렇게 갑자기?"
느릿하게 걷던 김민아의 몸을 확 끌어당겨 품에 안아놓고, 살짝 풀어주며 고개를 들게 만들자 김민아도 곧바로 내 의도를 읽고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러다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기분 좀 풀어주려고. 괜찮지?"
"..푸흣. 뭐래. 마음대로 해. 아, 키스만 하는 거다? 진짜, 진짜 이번엔 밖에서 안 할 거야."
"알았어."
장난스럽게 무드를 잡는 내 말에 풋 웃음을 터트리며 수긍했다가, 갑자기 긴장한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하는 말에 마주 웃으며 대답하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으응.. 츄읏.."
공기는 차가웠지만 김민아의 양팔이 내 목을 감싸 안으며 온몸으로 밀착해오는 덕분에 한결 더 따듯해진 느낌이다.
나 역시 김민아의 등을 조금 더 힘을 줘 꽉 안아주고는, 기다리지 못하고 내밀어오는 혀를 맞이하며 질척하게 얽혀나갔다.
중간에 또 밖에서 해버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화낼 것 같은 느낌에 키스만으로 참고 끝냈다.
여자한테 휘둘리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역시 내 여자들한테는 어느 정도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
"아으읏..! 좋다아..!"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온 임예진은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하는 것처럼 뛰어들어 풀썩 드러눕고는 양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본인이야 아무런 자각도 없이 하는 행동이겠지만, 내 여자 중에서는 가장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는 임예진이 유카타를 입고 몸을 쭉 뻗으니 유카타의 옷감이 착 달라붙어 가슴과 허리, 골반의 라인이 매끈하게 강조되는 것처럼 보인다.
평소라면 가슴이나 허리 쪽으로 시선이 갔을 텐데. 지금은 유독 잘록하게 튀어나온 골반과 순산형의 매끈한 엉덩이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문을 닫고, 임예진의 뒤를 따라 침대 위로 올라와 몸을 눕히며 임예진을 덮치듯이 품으로 끌어당겼다.
"꺄앗!"
임예진은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일부러 과장되게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지 않고 품에 안겨 온다.
"정마알..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에."
그리고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하기 싫은 척, 뻔히 보이는 연기를 해댄다.
물론 내 눈에는 자기도 이제는 못 참겠으니 빨리 따먹어달라고 아양을 떠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