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5화 > 본격적인 관광, 그런데 야외 플레이를 곁들인 (6)
처음에는 마냥 지루하기만 했지만, 본격적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경치야 말할 것도 없고, 관광지 자체도 나름대로 볼거리가 꽤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동하는 시간이 지루했던 것 역시 우리 애들이랑 즐기는 시간으로 바뀌면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됐었고.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는 산을 내려와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숨을 돌렸다.
"으으읏..! 걸은 건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늘어지냐."
"평소에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니까 그렇지. 운동은 아니어도 매일 산책이라도 하면서 지내."
"..윽."
빨대를 쪽 빨아 커피를 들이켜고는 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켠 김민아의 말에 잔소리를 건넸더니 이런 대답을 원했던 게 아니었던 모양인지 쭉 뻗고 있던 몸을 움찔 떨며 움츠린다.
"서연이랑 예진이한테 다 들었어. 아예 일주일 넘게 집 밖에 안 나갈 때도 있다며? 그나마 쓰레기통 비울 때나 가끔 나가고."
"아니, 그거야 뭐.."
"어차피 오전에 방송 시작해서 끝나도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 저녁이라도 좀 나가서 먹던가."
"으.."
"방송 끝나면 그냥 배달시켜놓고 혼자 또 유튜브나 영화 같은 거만 본다면서. 아무리 몽마가 됐다고 해도.."
"아, 알았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잔소리를 내뱉었더니, 조금씩 몸을 움츠리던 김민아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우리 엄마도 아니고,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해?"
뜬금없이 자기 부모님 얘기를 꺼내는 걸 보니 평소에도 제법 잔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나였으면 그냥 최면으로 걱정하지 않게 해놨을 텐데. 확실히 사이좋은 가정이다 보니 잔소리도 다 들어주면서 지내는 모양이었다.
"다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렇다기엔 지금 생활이.."
"아, 좀..! 내가 그냥 노는 것도 아니고, 돈 벌면서 지내고 있잖아. 몸도 건강하고."
"돈이야 어차피 걱정할 것도 없는데 뭘. 아무튼, 앞으론 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밖에 나가고 그래."
"..알았다고. 언니들도 진짜, 그런 얘기는 뭐 하러 해요..?"
여기서 더 투덜거리면 잔소리가 길어질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약간 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대답한 김민아는 얌전히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두 사람을 향해 불평을 중얼거렸다.
"그냥 얘기하다 보니까..?"
"주인님이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시거든."
임예진이야 둘만 있을 때면 자기 쪽에서 알아서 이것저것 재잘거리는 타입이고, 나름대로 큰언니 역할을 맡고 있는 유서연에게는 가끔 다른 둘이 어떻게 지내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 물어보곤 했다.
물론 이런 대화가 이뤄지는 건 대부분 가끔 단둘이서만 욕실에 들어갔을 때나, 잠자리 중에 잠시 숨을 돌릴 때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가 내용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하아아."
반쯤은 진심을 담아 불평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스럽게 대답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 김민아는 결국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한숨만 길게 내뱉고는 몸을 축 늘어뜨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평소에 부모님한테 잔소리 좀 듣나 보네?"
"좀?"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잔소리 쪽으로 화제를 넘겼더니, 김민아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눈을 번쩍 뜨고 미끼를 덥썩 물어버린다.
"좀 듣는 수준이 아니거든? 내가 점심은 방송 켜고 먹방 진행하면서 먹는 거 알지? 그거 때문에 매번 밥 먹을 때마다 와서 뭐 먹는지 확인하시고는 실시간으로 잔소리 메세지가 날아온다니까? 요즘 너무 기름진 것만 먹는 거 아니냐, 반찬에 야채가 너무 적다, 매운 거 먹으면 몸에 안 좋다.. 진짜 매일매일.."
"근데, 아침은 제대로 챙겨 먹고 점심 먹는 거지?"
"......"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 거였는데. 아무래도 아침도 거르고 늦은 아침 겸 점심에 저녁만 먹으면서 생활하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정기를 자주 못 받는 편인데. 생활 패턴이 너무 건강하지 못하다 보니 조금은 진심으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게으르기로는 나도 만만치 않지만, 나름대로 매일 외출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제 아침도 먹고 산책도 할 테니까 이 얘긴 끝내."
"나중에 불시에 가서 확인할 거야."
"..알았다니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김민아가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면 좋은 거고, 지키지 않았다면 벌을 준다는 핑계로 색다른 플레이를 시켜볼 수도 있을 테니 어느 쪽이든 내겐 좋은 조건이었다.
"그럼, 민아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다음에 또 갈 데 있어?"
"너무 오래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일 것 같아서, 한 군데만 더 들렀다 가려고요."
얌전히 커피 향을 음미하며 마시던 유서연이 대답했다.
"어딘데?"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에요. 인연 맺어주는 신사인데. 조금 돌아가면 갈 수 있거든요. 아, 별로 관심 없으시면.."
"아니야, 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구경 정도는 해 봐야지."
신사라고 하면 아마 우리나라의 절 같은 곳일 텐데. 지루한 것과는 별개로 그런 고풍스러운 건물이나 분위기를 싫어하지는 않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허락했다.
애초에 이번 여행은 그동안 우리 애들한테 너무 소홀했다 싶어 온 여행이기도 했고, 가능하면 다 원하는 대로 맞춰줄 생각이었으니까.
카페에서 느긋하게 30분 정도 배가 꺼질 때까지 쉬다가, 택시를 잡고 신사로 이동했다.
"여기도 어디서 본 것처럼 생겼네."
신사 입구에서부터 빨간색 기둥을 세워 만든 입구를 보자마자 감상을 내뱉었다.
내가 저걸 어디서 봤더라 싶었는데, 무슨 일본 공포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기억이 짧게 떠올랐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애들 역시 주변 경치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느라 말없이 조용했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네?"
그래도 산 정상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꽤 있었는데. 신사에 들어와서는 걷는 동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서너 무리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 장소는 아니니까요. 특별한 날이나 뭔가 축제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만 사람들이 몰린다더라고요."
"흐음.. 그래?"
나야 붐비는 것보다는 조용한 쪽을 선호하니까 아무래도 좋았지만, 이렇게 조용한 신사를 돌아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산에 갔을 때 절에서 했던 야외 플레이가 떠올랐다.
인적이 드문 구석진 건물 뒷편에서 유부녀 둘을 동시에 따먹었었는데, 나름대로 스릴 있고 잔뜩 긴장한 상대를 따먹는다는 상황이 꽤나 흥분됐었다.
'..여기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다른 곳도 아니고 굳이 절이나 신사에서 이러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난기 비슷한 느낌이 올라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음.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겠어.'
절도 그렇고 신사도 그렇고. 주변이 산이나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덕분에 조금 구석진 건물 뒤로만 가면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장소가 여기저기 보였다.
"여기서 참배를 올리면 좋은 인연을 만나거나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깊어진다고 해요."
"그래?"
이미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탓인지, 유서연의 설명에 조금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기도 같은 거야 다 미신이고, 몽마가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 것도 웃긴 일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할 생각도 없었으니 다 같이 적당히 유서연이 하는 것처럼 박수를 치고 소원을 빌었다.
'따먹는 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꼴리는 여자들이나 더 많이 만나게 해주십쇼.'
기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껄렁한 말투였지만 애초에 진심이 아닌 만큼 적당히 속으로 읊조렸을 뿐이었다.
"일단 참배는 했는데, 뭐 또 볼만한 건 있어?"
"인연 맺어주는 부적 같은 것도 팔고, 운세도 볼 수 있기는 한데.."
"별로 관심은 없구나?"
"어차피 다 미신이니까요."
방금 막 참배를 올렸으면서도 시큰둥하게 미신이라고 말하는 유서연도 참 대단하다 싶었지만 다들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모양인지 별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 뭐, 구경도 잘했고 참배도 했으니까 이만 갈까?"
"나는 찬성.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해. 좀 늘어지고 싶어."
"저도 좋아요. 어차피 관광은 적당히 하고 느긋하게 쉬려고 온 거니까요."
김민아와 임예진이 각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마지막으로 유서연과 눈을 마주치니 마찬가지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전에 구석에서 잠깐 즐기고 가자고, 그렇게 운을 띄우려고 했는데. 유서연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가기 전에,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 저도요."
"..다녀와."
유서연과 함께, 임예진도 화장실을 가겠다고 빠져버린 탓에 김민아와 단둘만 남아버렸다.
"넌 안 가?"
"볼 일도 없는데 뭐 하러 가? 왜, 나랑 둘만 있기 싫어?"
그냥 생각 없이 툭 던진 질문에 까칠하게 대답이 돌아오자 나 역시 김민아를 당장 괴롭혀주고 싶다는 욕구가 확 올라왔다.
김민아야 그냥 평소처럼 대답했을 뿐이겠지만, 마침 야외 플레이를 시작해야겠다는 타이밍에 이런 대답을 들어버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좋지. 뭘 당연한 걸 물어봐? 서연이랑 예진이 오기 전에 둘이 좀 더 돌아보고 있을래?"
"..맘대로 해."
김민아가 지금 보이는 까칠한 태도는 기분이 나빠서가 아닌 갑자기 둘만 남은 상황이 돼서 어색하고 부끄러운 기분을 감추기 위해 나오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까 보니까, 저기 뒷쪽에도 뭐 있던 것 같은데. 저기로 한 번 가보자."
"..어디 말하는 거야?"
"저기. 저쪽 건물 뒤에 무슨 석상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 그럼 뭐.. 한 번 가보지 뭐."
사실 저 건물 뒤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진하게 거짓말에 넘어간 김민아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함께 건물 뒤로 향했다.
내가 갑자기 자기 손을 꽉 잡아주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더더욱 흥분을 부추기는 건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게. 분명 뭐가 있었던 것 같은데."
모퉁이를 돌아 건물 뒷편을 확인하고는 멈춰선 김만아의 말에 능청스럽게 대답하면서, 뭔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잡은 손을 이끌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김민아도 얌전히 뒤따라 걸어온다.
예상했던 대로, 건물 뒤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산밖에 없었고, 낙엽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보아하니 전혀 사람이 오지 않는 장소처럼 보였다.
당연히, 모퉁이를 돌아 안쪽을 확인하기 전에는 남들 눈에 우리가 보일 일도 없어 보였고.
"둘러본다고 뭐가 나오겠어? 잘못 봤나 보지."
"쯧. 그런가 보네."
"언니들 오기 전에 빨리 가기나 하자."
확실하게 아무것도 없다고 확인 사살을 하는 김민아의 말에 아쉬운 척 혀를 차면서 대답하자 김민아도 빨리 가자며 잡힌 손을 가볍게 잡아당긴다.
하지만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가 주지 않고, 오히려 내 쪽으로 팔을 가볍게 잡아당겨 방심하고 있던 김민아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겨 안았다.
"꺗..! 가, 갑자기 뭐야..!"
"주변에 보는 사람도 없는데. 키스 한 번만 하고 가자."
"뭐..?"
갑자기 몸을 확 당겨져 놀란 표정을 짓다가, 내가 한 말이 너무 뜬금없었는지 품에 안긴 자세 그대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본다.
애초에 김민아는 밖에서 한다는 일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기가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겠지만 가볍게 꼬드기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다.
"이렇게 남들 안 보는 데서 몰래 꽁냥거리는 거.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섹스가 아니라 보통 커플이 하는 애정행각처럼 적당히 포장해주면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