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1화 > 본격적인 관광, 그런데 야외 플레이를 곁들인 (2)
"아, 일어났어?"
"잘 잤어?"
"..잘 잤어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뒤따라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인사를 건넸다.
같이 지낸 지 꽤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말을 놓다 말다 하는 임예진과 말을 놓으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자주 볼 일이 없는 탓인지 어색하게 존댓말로 인사를 건네는 김민아.
나야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의 태도만 봐도 유서연이 여자들 사이에서는 확실하게 큰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보인다.
"알아서 눈이 떠지더라고요. 저도 깨워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두 사람의 인사는 적당히 흘려넘기고, 내 말에만 확실하게 대답해주는 것 역시 기본적인 태도부터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너무 잘 자고 있길래 깨우기 좀 그렇더라고. 잠도 얼마 못 잤을 텐데. 피곤하진 않고?"
"흐읏.. 괜찮아요."
노천탕에 발을 담그고, 그대로 어깨까지 푹 담그며 얕게 한숨을 흘리며 대답했다.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하긴 했지만, 역시 조금은 피로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밤에 어지간히 길게 즐기지 않는 이상은 최소한 5, 6시간씩은 자는 평소와는 다르게 3시간 정도밖에 못 자기도 했고, 비행기도 타고, 운전도 하면서 쌓인 피로도 무시하기 힘들 테니까.
아무리 자는 사이 정기로 체력을 회복한다고는 해도 나만큼 효율이 좋은 건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평소라면 내 오른쪽 자리를 확실히 차지했을 텐데. 오늘은 늦게 탕에 들어온 탓에 자리가 애매해진 것도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 앉을래?"
"아, 음.. 그게.."
평소라면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을 텐데. 다리를 쭉 뻗은 내 허벅지 위를 가리키며 말하자 드물게도 살짝 망설인다.
"괜찮으니까, 와서 앉아."
"..네."
그래도 내가 확실하게 말하니 곧바로 대답하고는 순순히 다가와 허벅지 위에 조심스럽게 앉아 등을 기대왔다.
물 속이라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물 안에서도 매끈매끈한 살결이 닿는 감촉이 제법 나쁘지 않았다.
"정말.. 너무 언니만 편애하는 거 아니에요?"
"피곤한 것 같아서 신경 좀 써준 거야."
옆에 달라붙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허벅지 위에 앉은 건 부끄러운 건지, 귀가 살짝 빨개진 유서연을 내버려 두고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는 임예진의 말에 대답했다.
사실 제대로 생각해보면 유서연을 조금 편애하고 있는 게 맞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제일 나한테 깍듯이 대하고, 여러 방면에서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하고, 제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정도 많이 들었는데.
"근데..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
"응? 뭐가.. 아아."
교대하듯이 반대쪽에서 들려온 김민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가,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보고는 곧장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아나 임예진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날씬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H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이즈의 커다란 가슴.
그 커다란 두 개의 덩어리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은 매번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멍하니 쳐다보게 될 정도로 시선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었다.
나나 임예진이야 매일 같이 욕조에 들어가면서 보는 만큼 익숙했지만, 따로 사는 김민아가 보기에는 아직 놀랍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니까, 나도 어디 가서 몸매로 꿇린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언니는 완전히 반칙 수준이지."
"..그러게요. 진짜 부럽다."
두 여자가 대놓고 자기 가슴을 쳐다보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유서연은 별말 없이 얌전히 등을 기대고 있을 뿐이다.
이런 화제는 익숙하기도 할 테고, 여기서 자기가 뭐라고 말해봤자 좋은 말은 못 듣는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리라.
"너희 정도면 충분하지 뭘."
"뭐래. 자기도 큰 게 제일 좋으면서."
"그거야 뭐.."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일축하는 김민아의 말에 말끝을 흘렸다.
단순히 가슴만 크면 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몸매와 얼굴이 받쳐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셋에게는 이미 의미 없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다 똑같이 크면 개성이 없어지잖아. 각자 매력이 있는 건데."
"그걸 말이라고.."
결국은 여러 개성을 즐기고 싶다는 소리인지라 김민아의 시선이 쓰레기를 보는 것처럼 싸늘해졌지만 그건 내 쪽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시선이었다.
마냥 네네, 하는 대답만 듣는 것보다야 이렇게 튕기는 맛도 있는 게 좋기도 했고.
"아무튼, 너희 셋 다 서연이 정도로 컸으면 좀 별로였을 것 같다는 거지."
"흐읏.."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팔을 뻗어 물 위에 뜬 양쪽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자 유서연의 어깨가 흠칫 떨려왔다.
탕에 있는 동안은 이럴 생각이 없었는데, 가슴 쪽으로 화제가 흐르다 보니 주무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주무르면서 할 소리야?"
"맞아요. 안 그래도 부러운데.."
"뭐 어때. 다들 예쁘면 된 거지. 딱히 서연이보다 안 예쁜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가면 너희들도 반칙 수준으로 예쁘고 몸매도 좋은 수준이잖아."
손바닥이 뭉클한 감촉으로 꽉 차다 못해 손가락이 푹 잠겨 들어가고, 매끈하게 착 감기면서 주물러지는 감촉에 자연스럽게 자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양옆에 다른 여자를 둘이나 끼고도 모자라서, 허벅지 위에 한 명을 앉혀놓고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상황이 묘하게 흥분을 부추긴다.
평소에도 둘을 끼고 욕조에 들어오는 만큼 한 명이 늘어났을 뿐인데, 그 한 명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신선하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탓이었다.
'나중에 네 명, 다섯 명이 되면..'
이렇게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도 자리가 모자랄 텐데.
욕조는 목욕탕처럼 아예 넓게 만든다고 쳐도 내 몸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누군가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서연아."
"읏.. 네..?"
가끔 희미하게 몸을 움찔거리면서도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던 유서연이 얕게 신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하자고 재촉하는 건 아니고, 슬슬 다른 데로 이사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얘기가 나왔었거든."
"이사요..?"
"너랑 예진이도 벌써 1년 넘게 같은 방에서 지내고 있는데, 자기 방 정도는 있는 게 좋잖아."
"그렇긴.. 하죠."
평소 같으면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거나 내 뜻대로 하겠다는 대답만 돌아왔을 텐데. 유서연도 이사에 관해서는 제법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다른 아파트로 들어가도 상관없기는 한데, 예진이는 주택으로 가고 싶은 모양이더라고. 욕실도 아예 목욕탕처럼 제대로 넓게 만들고, 사우나 같은 것도 할 수 있게 해두고. 어떻게 생각해?"
"..괜찮네요. 이왕 이사할 거면 아파트보단 주택 쪽이 여러모로 인테리어 하기에 좋으니까요. 이웃이나 소음 문제도 편할 테고요."
이사 얘기로 확실하게 스위치가 들어온 모양인지. 내가 계속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데도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준다.
물론 내 쪽에서 손에 별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주무르기만 하고 있는 탓에 쾌감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이웃이나 소음 문제에 관해서는 생각도 안 했었는데.
소음 피해를 받는 쪽이 아니라 피해를 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주택이 낫겠다 싶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도 나름대로 방음이 잘 되기도 하고, 옆집만이 아니라 위층과 아래층에 소음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최면을 걸어두긴 했지만 그렇게 할 바엔 아예 주택에서 사는 편이 깔끔할 테니까.
"나랑 너랑 예진이랑, 이렇게 셋이 쓸 방에, 따로 살기는 해도 민아 방도 하나 챙겨놓으면 괜찮을 것 같고."
"나중에 제대로 견적을 뽑아봐야겠지만 이사 자체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사 가는 건 확정이네요?"
얘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끝나려고 하자, 옆에서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임예진이 들뜬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기는 한데, 그래도 가끔 제 방이 있으면 좋겠다 싶긴 했으니까요."
"자세한 건 여행 끝나고 돌아가서 얘기하자."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냥 가볍게 나왔던 얘기였는데.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밀어붙이길 잘했다 싶었다.
그 뒤에는 적당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다 같이 욕실을 나왔고, 가볍게 옷만 갈아입고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흰 쌀밥에 생선구이와 몇 가지 반찬, 그리고 눈앞에서 찜기에 채소를 쪄주는데 확실히 화려하다기보다는 깔끔하고 보기 좋은 느낌이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하진 않네. 오히려 깔끔한 느낌?"
"아침 식사라 그런 거 아니야?"
테이블에 차려진 식사를 보고 나와 비슷한 감상을 내놓은 임예진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하긴, 저녁에는 스키야키랑 같이 이것저것 화려하게 나온다고 했으니까. 벌써 기대되네."
"그래?"
거기에 김민아가 끼어들어 설명을 덧붙이는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여행 준비는 나를 빼고 여자 셋이서만 준비했기 때문에 나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스키야키라고 하면 샤브샤브 비슷하게 전골처럼 끓여서 고기를 담가 먹는 요리일 것이다.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저녁 식사는 제법 기대가 됐다.
"그래도 맛은 있네."
유서연과 지내게 된 뒤부터는 외식도 아무 데서나 하지 않고, 비싼 가게도 제법 다니게 되면서 입맛이 제법 비싸졌는데도 불구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걸 보니 확실히 비싼 값는 하는구나 싶었다.
'어제 그 사람은 없나?'
밥을 먹으면서, 식당 안을 가볍게 한 번 둘러봤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주방에 있는 남자 요리사 한 명과 내 기준에서는 한참 아웃인 나이 든 아줌마 직원 한 명뿐이다.
어제 봤던 예쁜 직원은 식당 쪽 담당이 아닌 모양인지 보이지 않았다.
"너, 어제 봤던 여직원 생각하고 있지."
"..아니, 뭐.."
그냥 주변만 살짝 둘러봤을 뿐인데. 귀신같이 눈치채고 눈꼬리를 치켜세우는 김민아의 눈빛에 멋쩍게 대답했다.
내가 다른 여자를 따먹고 다니는 거야 진작에 합의가 끝난 일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내가 누구를 따먹을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건 다른 문제기도 하고, 같이 여행을 와서 한눈을 파는 것도 매너가 아니라는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는 탓이었다.
"네 차례에는 안 데려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흥. 끝까지 안 한다고는 안 하는 거 봐."
"그래도 거짓말은 안 하고 솔직하게 말했잖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주일이나 지내게 될 여관에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 여자가 있는데 손대지 않고 넘어가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제 차례에는 데려오셔도 괜찮아요."
물론, 유서연 만큼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차례에 데려와도 괜찮다고 말해준 덕분에 마음 편하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러면 꼭 내가 속 좁은 것처럼 보이잖아. 안 그래요? 언니."
"음.. 글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유서연의 태도에 김민아가 살짝 기가 죽어 임예진을 끌어들였지만 임예진의 태도 역시 영 미지근하다.
"뭐야, 언니도 상관없어요?"
"나야 뭐.. 주인님이랑 둘이서만 자는 게 좋긴 해도 주인님이 하시겠다고 하면 셋이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으.. 진짜.. 내가 정상인 건데.."
몽마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몽마가 된 뒤에도 유서연에게 별다른 터치도 받지 않고 얼마 안 있어 혼자 지내게 된 김민아였기에 유서연에게 이런저런 교육을 받은 임예진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게 편해. 어차피 이번 여행 끝나면 안 볼 사람이잖아?"
"아무리 그래도요.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랑 같이 한다는 거잖아요. 처음 본 사이에 어떻게.."
"그것도 뭐.. 여행 끝나면 안 볼 사람인데 뭐 어때."
"아으.. 난 몰라. 아무튼 난 싫어요."
결국은 아예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김민아 쪽에서 대화를 끊어버렸다.
"마음대로 해. 어지간하면 싫다고 하는 일은 억지로 시킬 생각 없으니까. 서연이도 예진이도. 하기 싫은 게 있으면 싫다고 하고."
"그럴게요."
"네에."
둘 다 잘 알아들은 것처럼 대답하긴 했지만, 결국 이번 일이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초기에 워낙 확실하게 길들여놓은 탓에 내가 허락해준다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싫다고 대답하더라도, '어지간하면'이라고 전제를 붙여놨으니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밀어붙여도 상관없을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