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7화 > 첫날밤은 순번제로 돌아갑니다 (8)
"방에 있다고 해서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꽤 넓네? 바로 정면으로 창문도 크게 달아놨고.. 괜찮은데?"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욕실 안으로 들어와 내부를 둘러보는 사이 가슴을 주물러주던 손길이 멈췄다.
처음 한 번은 아플 정도로 꽉 움켜쥐었지만 그 뒤로는 부드럽게 주물러주면서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내심 아쉬운 기분을 느끼며 대답했다.
어쨌든 그만큼 노천탕이 최민석의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 테니까.
"일단 몸부터 씻어야겠네."
"제가 씻겨드릴게요."
"그래. 부탁할게."
부탁한다고 말하는 동시에, 자지가 불끈 떨려온다.
노천탕에도 흥미가 있긴 하지만 일단은 자신이 평범하게 씻겨주는 게 아니라, 몸으로 씻겨주는 쪽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어깨 위에 올라간 팔이 스르륵 내려가자 약간 아쉬운 기분을 느끼면서도 욕실에 비치된 바디워시와 목욕 타올을 꺼내 거품을 만들어낸다.
이럴 때를 위해 집에서 평소에 쓰는 바디워시와 저자극 타올을 따로 챙겨왔었는데, 지금은 깜빡하고 가져오지 못했다.
두 시간이나 기다리다 보니 애가 타서 시간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탓이었다.
"조금 까슬까슬할 거예요."
"괜찮아."
익숙하게 가슴과 팔 위로 거품을 잔뜩 만들어내고는 최민석의 몸을 뒤에서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몸을 밀착시킨다.
'단단해..'
최민석의 몸 역시, 몽마가 되기 전에도 굉장히 보기 좋았지만 몽마가 된 뒤에는 정말 조각상 같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근육이 단단하면서도 매끄럽고, 딱 좋게 형태가 잡혔다.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이런 몸을 보고 두근거리지 않는 여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륵- 스윽- 슥- 스윽-.
"흐읏.. 응.. 하아.. 하아.."
거품이 가득 묻은 가슴이 단단한 등을 문지르면서, 진작에 발딱 서버린 유두가 살에 비벼지며 야릇한 쾌감이 흘러들어온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최민석의 몸을 이용해 자위하는 듯한 상황에 항상 흥분해버리곤 한다.
뒤에서 몸을 비비면서, 몸을 끌어안은 팔은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 우뚝 솟아있는 자지를 쥐고 부드럽게 훑어내며 거품을 칠한다.
자신의 손길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끈거리는 자지의 감촉 역시 흥분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였다.
밀착한 몸을 떨어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옆으로 돌아 최민석의 팔을 가슴 사이에 끼우고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파이즈리 하는 것처럼 거품을 칠해준다.
최민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혼자만 움직이는 만큼 제법 힘들고 피곤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지기도 했고,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하면서도 항상 웃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좋았다.
평소라면 조금 더 느긋하게 했을 텐데. 지금 최민석은 노천탕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조금 빠르게 진도를 나가며 상체 쪽을 다 끝내버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과 타올로 거품을 빈틈없이 칠했다.
하반신까지 몸과 가슴으로 하기에는 자세에 무리가 있어 바닥에 누워야 할 텐데. 욕실용 매트리스는 평소에도 잘 쓰지 않는 편이었다.
"물 뿌릴게요."
이번에는 대답을 듣지 않고 샤워기를 틀어 최민석의 목에서부터 시작해 몸 전체로 뿌리며 거품기를 씻어내렸다.
아무래도 같이 씻는 건 거의 매일 하는 일이다 보니 굳이 하나하나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합의를 끝낸 뒤였다.
"후우. 역시 씻겨주는 건 서연이가 제일 잘한단 말이지."
"후후. 늘 하는 거니까요."
사실 자신이 가장 잘한다기보다는 가슴이 제일 크다 보니 가장 마음에 드는 거겠지만 뭐가 됐든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서 웃어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내가 씻겨줄게."
"혼자 씻어도 괜찮은데.."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평소라면 샤워를 마친 최민석이 먼저 들어가고, 자신이 몸을 씻고 뒤따라가는 식이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최민석 쪽에서 직접 씻겨줄 때도 있다.
이것 역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유서연에게는 가끔 있는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자, 타올 줘봐."
"..네."
새로 바디워시를 짜 넣은 타올을 건네받은 최민석이 떨어졌던 몸을 뒤에서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다시 밀착해온다.
'닿고 있어..♥'
엉덩이 위로, 우뚝 솟은 자지가 꾸욱 눌려 불끈불끈 떨려오는 게 느껴진다.
"흐읏..♥"
타올과 거품이 묻은 손이 쇄골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지나가자 몸이 움찔 떨려온다.
평소에는 무심하고 강압적인 듯하면서도 이렇게 몸을 씻겨줄 때면 손놀림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느껴진다.
아프지 않으면서도 나부 약하지 않게 살갗을 부드럽게 누르고, 간지러운 부분에서는 더 힘을 빼주고,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는 목이나 어깨, 배, 옆구리 같은 곳을 천천히 돌다가 마무리로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고 주무르며 거품을 묻혀나간다.
"하읏..♥ 앗..♥ 하아..♥ 아읏..♥ 하아앗..♥"
거품으로 미끌미끌해진 손가락이 가슴 안으로 파묻히듯이 꾸욱, 주물렀다가 미끄러지며 빠져나가 계속해서 모양을 바꿔나갈 때마다 흥분과 쾌감을 참지 못하고 신음이 흘러나온다.
침대 위에서, 섹스 도중에 주물러지는 것과는 다른 마사지처럼 가슴을 풀어주는 듯한 감촉은 단순히 성적인 쾌감만이 아니라 몸이 풀어지는 듯한 편안함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평소라면 자신이 봉사해야 할 최민석에게 이런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뒤에 닿고 있는 자지가 더 기운차게 불끈거리는 것만으로도 최민석이 자신의 가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역시 느낄 수 있었고.
"하아응..!"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다가, 아래로 내려온 손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와 미끈미끈해진 보지를 꾸욱 누르며 쓸어올리는 감촉에 몸 전체가 움찔 떨려온다.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싶어..'
지금은 본방까지 들어갈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몇 번 문질러 거품만 묻혀줬을 뿐이지만 그 몇 번이 너무 기분 좋으면서도 감질나게 느껴져 욕구가 펄펄 끓었다.
하지만 최민석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지나 무릎, 종아리, 발목과 발닥까지 전부 얌전하게 거품만 칠하고 지나갔고, 물을 뿌려 거품을 깔끔하게 씻어내렸다.
"들어가자."
"..네."
그래도 이 정도면 탕에 들어가서 금방 가라앉힐 수 있을 정도다.
원래는 목욕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최민석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자신 역시 반신욕에 취미를 붙이고, 혼자 있을 때도 3, 40분씩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정도로 좋아하게 된 덕분이었다.
"흐읏.."
"후우.."
함께 노천탕에 발을 담그자 서로 다른 한숨 소리가 짧게 흘러나왔다.
최민석은 온도가 딱 좋은지 편안하게 한숨을 흘렸고, 자신은 몸이 달아올라 살갗이 살짝 민감해져 조금 힘이 들어간 탓이었다.
둘이 함께 다리를 쭉 뻗고 앉아 몸을 푹 담그고, 후끈후끈한 열기에 몸을 늘어뜨리며 정면에 있는 커다란 창문을 올려다봤다.
"햐. 탕에서 이렇게 달도 볼 수 있고. 확실히 평소랑은 다른 느낌이긴 하네."
"그러게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께에 팔을 걸치며 하는 말에 최대한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연이 덕분에 이런 데도 와보고. 호강하네."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이네요."
사실 자신이 아니더라도, 최면이라는 능력이 있는 이상 이런 곳쯤은 오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여행만이 아니라, 지금 사는 아파트나 에스테틱의 직원과 손님들, 자동차나 옷 같은 사소한 금전적 지원 역시 다른 잘 사는 사람 한 명만 최면으로 길들이면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요컨대. 자신은 우연히 눈에 최민석의 주변에 있어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 운 좋게 선택받았을 뿐이지 최민석에게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몽마가 된 지금은 완벽하게 최민석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이것도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였을 뿐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도 도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 선명하게 보이는 달과 드문드문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머릿속은 최민석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생 관심도 없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
비록 평범한 연인 관계는 아니었고, 시작은 성욕에서 비롯된 관계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연인 관계와는 달리 갈등이 생겨서 싸울 일도 없이 한결같은 관계가 유지되니까.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었으니까.
다른 두 사람이 그렇듯이, 독점욕이라는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유서연 같은 경우에는 자신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최민석의 주변에 여자 한둘쯤은 더 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따먹는 것 정도는 최민석이 좋아한다면 오히려 찾아서 바칠 정도로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결국에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밤하늘에서 시선을 돌려 어느새 편하게 눈을 감고 있는 최민석의 옆모습을 슬그머니 감상했다.
'좋아, 좋아, 좋아..♥ 너무 좋아..♥'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긴 얼굴에 몸도 좋고, 자지도 크고, 정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의외로 배려심이 있고 모난 곳도 없다.
여자를 만난 경험이 많아지면서 기본적인 배려심만이 아니라 여심을 파악하고 맞춰주는 것 역시 능숙해졌다.
재력만 제외한다면 이렇게 조건이 좋은 남자가 있을가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솔직히 말해서 최민석과 어떻게 잠자리만 가지게 됐다면 최면이 없더라도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전부 의미 없는 가정에 불과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행복했다.
굵고 탄탄한 목선과 어깨, 팔뚝.. 물 위로 드러난 몸을 천천히 훑어내리다가, 여자처럼 뽀얗고 깨끗한 몸 위로 툭 튀어나온 젖꼭지에 시선이 꽃혀들었다.
'하아..'
차분하게 가라앉은 표정과는 별개로, 마음속에서는 한숨이 길게 흘러나온다.
펠라나 불알을 빠는 것도 그랬지만, 남자에게 봉사해주는 일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하지만 그 상대가 최민석이라면 다르다.
몸 어디든 간에 마구 핥고, 빨고 싶다. 그곳이 최민석이 기분 좋아질 수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빨고 싶다.
남자도 젖꼭지로 얼마든지 쾌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자신에게 봉사 받으면서 기뻐하는 최민석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아쉽게도 최민석은 자신이 개발 당하는 것 같다며 젖꼭지를 빠는 건 거부감이 든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빨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최민석의 불알을 빨아줬을 때처럼, 처음 느껴보는 낯선 쾌감에 한숨을 쉬면서 자지가 껄떡껄떡 움직여댈 정도로 기뻐했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주인님 젖꼭지가 빨고 싶다고.."
문득 들려온 질문에 생각을 거치지 않고 흐르는 대로 대답했다가, 깜짝 놀라 흡하고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제 와서 입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했던 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순간 가슴이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철렁 가라앉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래..?"
아무리 볼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라지만 이런 대답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멋쩍은 듯 어색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가슴이 한 번 더 철렁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숨기는 게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좋아하는 만큼 부끄럽고 숨기게 되는 사실 역시 있는 법이었다.
입을 덮었던 양손이 스르륵 올라가 얼굴을 덮어버렸지만, 목에서부터 귀까지 터질 것처럼 화끈거리는 탓에 이미 가리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빨개졌다는 게 느껴졌다.
'죽고 싶어..'
드물게도, 유서연이 부끄러움이 아닌 창피함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