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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511화 (511/775)

< 511화 > 첫날밤은 순번제로 돌아갑니다 (2)

유서연이 예약해둔 방은 깔끔한 나무 바닥에 다다미가 깔려있고, 가구나 창문 역시 목제로 되어 있어서 딱 일본식 여관이라는 느낌이었다.

"이런 방은 침대보단 이불이 어울릴 것 같은데."

"이불을 깔아주는 방도 있긴 한데. 침대가 더 편할 것 같아서 이쪽으로 골랐어요."

"그래? 잘했네. 침대가 더 편하긴 하지."

과연. 옆에서 곧바로 들려오는 유서연의 대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해줬다.

잘 때 느껴지는 푹신함도 그렇고, 섹스하기에도 이불보다는 침대가 훨씬 편했으니까.

"근데, 방은 왜 2인실이야? 4인실이 없었어?"

지금 이 방은 나와 유서연이 쓰는 방이었고, 바로 옆 방에는 먼저 들어간 김민아와 임예진이 짐을 풀고 있는 중이었다.

"아뇨. 4인실도 있기는 했는데, 저희끼리 하루씩 돌아가면서 주인님이랑 자기로 했거든요. 괜찮으시죠?"

"나야 뭐든 괜찮지."

얼핏 보면 자기들 좋은 대로 결정한 것 같지만, 내가 여럿이서 하는 것보다는 한 명씩, 다른 데 신경을 돌리지 않고 단둘이서 즐기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럼, 오늘은 서연이 차례야?"

"아니? 나부턴데?"

정말로 캐리어만 내려놓고 바로 온 모양인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김민아가 대답했다.

"왜, 나부터라 싫어?"

"싫기는. 당연히 좋지."

왠지 모르게 까칠한 태도였지만 그러려니 하고 웃으면서 받아주니 더는 표정이 살짝 누그러진다.

"..일단은 첫날이니까, 한 시간씩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어. 나부터 시작해서 예진 언니, 마지막이 서연 언니 순서로."

"그래?"

하루씩 돌아가면 돌아가는 거지, 왜 또 첫날은 이렇게 하나 싶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말이 일주일 여행이지, 저녁 시간대에 출발해 하루는 그냥 잠만 자는 7박 8일짜리 여행이라 최대한 공평하게 하려고 이렇게 시간을 나눈 게 아닌가 싶어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럼 전 가볼게요."

"어. 이따 보자."

짐은 여기 푸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유서연도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인사를 받아줬고, 유서연은 나와 한 번, 김민아와도 한 번 눈을 맞추고는 방을 나갔다.

탁. 가볍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조용해진 방 안을 둘러보다가, 멋쩍게 서 있는 김민아에게 성큼 다가가 손목을 붙잡았다.

숙소에 들어와서 짐 풀어놓을 시간도 없이 섹스부터 하는 건 나라도 조금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1시간 밖에 없다고 하니 일단 어느 정도는 만족시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전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었으니 기대도 했고,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지만 비행기에 타고 나서는 쭉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모처럼 다 같이 가는 여행인데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그것도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기내 한복판에서 처음 만나는 여자를 따먹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상대가 예쁘장한 스튜어디스 언니라면 더더욱 불쾌해질 수밖에 없었고.

물론 외모에서 자신이 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질투가 없을 수는 없다.

아니, 애초에 최민석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몸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서연과 임예진은?

유서연 같은 경우에는 자신보다 먼저 알고 지내던 상대였고, 섹스도 자신보다 먼저 했으니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임예진 역시, 자신이 없는 사이에 새로 만난 여자였지만 가깝게 지내다 보니 성격도 밝고 친하게 지낼 수 있어 싫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포함한 셋은 최민석이 확실하게 자기만의 울타리에 넣어놓은 여자들이었으니 좋지는 않아도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밖의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서연이 차린 에스테틱의 관리사들, 임예진이 소개해준 모델, 그 밖에도 유서연의 동생이나 영어 학원의 외국인 강사, 클럽에서, 바다에서 만난 여자들. 그 밖에도 자잘한 만남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세는 것도 힘들다.

특히 유서연의 동생이나, 엘레나라는 외국인 강사는 외모도 굉장히 특출난 편이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이라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셋이나 데리고 있으면 됐지. 나쁜 새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셋도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안다. 이건 질투다.

최민석이 자신에게 성처리 서비스라는 웃기지도 않은 최면을 걸어 펠라를 시키고 처음을 빼앗아가고, 몇 번이고 자신을 따먹어댄 일은 지금 생각해도 열 받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토까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일마저도 덮어버릴 정도로 최민석이 좋아진 상태였고, 섹스도.. 너무 좋았으니까.

이제 와서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건 상상도 안 가고, 하고 싶지도 않다.

자신은 이런 상태인데,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니까..

"읏..!?"

그 짧은 사이에 속으로 잔뜩 불평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손목을 붙잡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럼, 갈까?"

"..맘대로 해."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왔으니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질투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도 있지만, 애초에 성격 자체가 남자 앞에서 헤실헤실 웃고, 솔직하게 애교 부리는 성격이 못 되는 탓이다.

유서연이나 임예진처럼, 같은 여자가 봐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야릇한 표정을 짓고, 주인니임♥ 하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애교를 떠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으..’

그 두 사람처럼 애교를 떠는 자신의 모습을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으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모, 몰라."

대뜸, 최민석 쪽에서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의 표정을 살피려고 하길래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어가며 잡아뗐다.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찰싹 달라붙고, 애교를 부려대는 두 사람이 내심 부럽긴 했지만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최민석과 함께 침대 위로 올라갔고, 평소처럼 최민석 쪽에서 먼저 몸을 밀착시키며 입을 맞춰온다.

"읍.. 읏.."

입술이 가볍게 닿고, 부드럽게 눌렸다가 떨어지는 프렌치 키스.

차라리 시작부터 혀를 집어넣고 질척하게 혀를 섞어버리면 성욕에 몸을 맡겨버릴 수라도 있을 텐데.

이렇게 가볍게 분위기부터 잡고 시작하니 괜히 속이 간질거리고 부끄럽기만 하다.

이미 섹스에 질내사정까지 다 끝내고 최근에는 엉덩이에까지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는 와중에 뭐가 부끄럽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였다.

'이게 다.. 맨날 섹스만 해서 그래..’

자신과 최민석의 관계가 평범한 건 아니었지만, 보통은 가벼운 데이트부터 시작해 손도 잡고, 가볍게 키스도 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섹스라는 골인 지점으로 들어가는 게 평범할 텐데.

시작부터 펠라, 섹스로 이어진 자신과 최민석의 관계에서는 오히려 그 평범한 과정이 더 부끄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코, 절대로. 자신이 남들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게 아니었다.

"또 딴생각하네."

"아니.. 읍..!"

마치 정신 차리라는 것처럼, 조금 전과는 다르게 입술을 확 덮치며 입 안으로 혀가 밀고 들어오더니 곧바로 자신의 혀를 미끌미끌하게 비벼대며 뒤엉키기 시작한다.

"읍, 응..♥ 츄릅.. 움.. 츄읍..♥"

그러자 자신의 혀도 기다렸다는 것처럼 움직이며 뭐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입 안을 휘젓는 혀와 얽히며 질척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진짜.. 미쳤나 봐..’

본방까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키스만 했을 뿐인데도 자연스럽게 몸이 달아오르며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몸만큼은 최민석에게 확실하게 길들여졌다는 느낌이 들어 괜히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뭔가가 충족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해져 버린다.

결국에는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생각들을 다 털어내고, 굳어있던 몸에서 힘을 빼고는 최민석에게 완전히 몸을 기대버렸다.

"츄릅.. 움.. 츕..♥ 하아, 읍..♥ 응.. 츄릅..♥"

그러자 이번에는 최민석 쪽에서 힘을 빼고는 끈적하게 움직이던 혀를 천천히 움직이고, 아래쪽에서 손을 뻗어 옷 위로 가슴을 가볍게 움켜쥔다.

"후읏..!"

그래봤자 브라에 감싸져서 쥐어지는 감촉이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는데, 자신도 모르게 몸 안에서 찌릿하고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들며 허리가 움찔 떨려 버린다.

"츄읍.. 응..♥ 후응..♥ 읍.. 츄릇..♥ 응읍..♥ 츄으읍..♥"

옷 위로 가슴을 꽈악, 꽈악, 주무를 때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흥분과 함께 몸 안에 가득 차 있던 열기가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간다.

안 그래도 달아오른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기분에 키스하는 와중에도 자꾸만 입 안에서 뜨거운 숨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응.. 흐읏..♥ 하앗..♥"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자 서로의 입술 사이로 투명한 은빛 실이 가느다랗게 이어진다.

그 광경이 너무 야릇하게 느껴져서, 김민아는 은빛 실이 끊어질 때까지 숨까지 참아가며 멍하니 풀어진 눈으로 바라봤다.

"기분 좀 풀렸어?"

"..뭐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짜증이고 뭐고 떠올리지도 못한 채로 키스에 빠져들었으면서도, 최민석의 말 한마디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닌 척 잡아뗀다.

애초에 기분이 나빴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미안해."

"..흥."

이런 데서는 또 자존심도 없어서, 이렇게 먼저 사과해버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아까 사과했으면 됐지 뭘 그러냐고 뻔뻔하게 나오기라도 했다면 더 화라도 냈을 텐데.

자기 멋대로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철저하기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게 느껴진다.

'얼마나 여자를 많이 만났으면..’

분명 자신과 만났을 때만 해도 자신을 괴롭혀대던 유서연을 제외하면 여사친은커녕 여자와 말을 섞은 경험도 없는 수준이었으면서.

그사이에 여자를 얼마나 많이 만났으면 이렇게 능숙하게 기분을 맞춰줄 수 있게 됐나 싶다.

물론 유서연과 임예진, 자신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닐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만나고 다닌 여자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혔다.

하지만 정말 하룻밤, 한 번 즐기고 마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말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스스로 밝혔기에 정확하게 몇이나 되는 여자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아, 저번에 보니까 그거 좋아하던데. 또 해줄까?"

"그거?"

그거, 라고 말해도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최민석과 하는 섹스는 전부 좋았고, 끝에는 최민석이 봐주지 않는 이상 진이 다 빠져 의식이 끊어져 버릴 정도로 느껴버리는 탓이었다.

굳이 특별히 좋아하는 플레이가 있다면 펠라치오나 실신할 때까지 봐주지 않고 퍽퍽 쑤셔주는.. 그런 플레이겠지만 둘 다 늘상 하는 거라 '해준다’라고 말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는데.

"허리 들어봐. 해줄게."

"아니, 뭔지나 말하고.. 읏.. 진짜.."

뭔지는 몰라도 이미 해주기로 결정이 난 모양인지, 최민석은 제대로 대답도 해주지 않고 바지의 단추를 풀어버리고는 그대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그 대놓고 밀어붙이는 행동이 싫으면서도 흥분되고 두근거려서, 결국에는 못 이기는 척 허리를 살짝 띄우자 팬티와 함께 바지가 스르륵 벗겨져 내려간다.

'으..’

이렇게 대놓고 하반신을 훤히 드러내는 일 역시.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도 불구하고 매번 민망하고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 올라가 봐."

"뭘 하려고.."

창피한 기분에 잠시 주춤한 사이, 최민석의 재촉에 따라 침대 가장자리까지 올라가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뻗는다.

그제서야 최민석은 만족한 듯 살짝 몸을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자신의 반대쪽, 침대 끄트머리까지 내려갔고, 그대로 엎드리듯이 자세를 낮추고는 자신의 발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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