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7화 > 성감 마사지 VIP 코스 (1)
최혜선의 아침은 늦는 편이다.
오전 9시에 알람 소리와 함께 기상해서, 느긋하게 샤워와 세면을 마치고 가정부가 차린 아침을 먹는다.
"남편은요?"
"출근하셨어요."
가끔은 다른 용무로 나갔다는 얘기도 듣긴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매일 이렇게 출근했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애초에 자신이 기상 시간을 늦춘 이유가 남편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으니, 이 질문은 편하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확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좋지도 않다.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적어도 최혜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일 때문에 바쁜 남편, 섹스리스 부부 정도는 흔한 것 아닌가.
물론 남편이 잠자리를 원한다면, 기분 좋고 좋지 않고를 떠나 거부할 마음 같은 건 없다.
재벌가, 까지는 아니지만 부잣집 사모님답게 집안일도 전부 가정부가 해주는 마당에 그런 것까지 거부해버리면 그건 부부가 아닌 그냥 남남이 아닌가.
최혜선의 입장에서 그건 아내로서의 의무가 아닌 상식의 영역이었다.
그 외에 하는 일이라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제법 재력이 되는 이웃집 사모님들과의 친목 정도일까.
적어도 주변에 사는 이웃들과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남편과 사이좋은 척 연기를 하는 일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여자로서 미모를 가꾸기 위해 열심히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남편이 일하는 도중에 다른 가끔씩 여자를 만난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조금. 아주 조금일 뿐이다. 고작 그런 걸로 길길이 날뛰고, 상처받은 것처럼 행동하기에는 스스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대신, 아내의 의무라고 생각하던 것들을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애초에 자신은 잘 사는 남편에게 취집한 운 좋은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집안 역시 남편의 집안에 꿇리지 않을 정도로 잘 살았으니까.
밖에서는 적당히 사이 좋은 부부 관계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서로가 원하는 대로 살기로 했다.
항상 다니던 피트니스의 트레이너와 불륜관계가 만들어졌다.
죄책감? 그런 게 있을 리가. 자신이 잠자리를 거부한 것도 아닌데 섹스리스라는 상황을 만들고, 다른 여자를 만난 것은 남편 쪽이었으니까.
대신에, 남편과는 다른 젊고 체력 넘치는 남자와의 섹스에서 오는 육체적 쾌락과 불륜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약간의 배덕감을 즐길 수 있었다.
'..하필 왜 그딴 남자를 골라서는.'
불륜 행위 자체에 대한 후회가 아닌 남자를 잘못 고른 것에 대한 후회였다.
그냥 얼굴도 적당히 잘생기고, 몸도 좋고, 자지도 남편보다 크길래 남편이 하는 것처럼 용돈 좀 적당히 쥐어주고 관계를 즐겼을 뿐인데.
몸의 상성이 좋지 않아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돈을 받았기 때문이리지만, 매번 누나라고 부르면서 동생처럼 귀엽게 굴고, 너무 조인다고, 너무 좋다고 하던 것들이 연기를 넘어서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었을 줄은 몰랐다.
당연히 그 관계는 성감 마사지를 받은 다음 날 바로 끊어버렸다.
그렇게 용돈을 받아놓고도 아직도 용돈이 고픈지 포기하지 못하고 질척거리길래 여러 방면으로 위협해서 적당히 겁을 주고, 확실하게 연락을 끊었다.
당연히, 피트니스도 다른 곳으로 옮겼고.
거기까지 생각하면 깔끔하게 상황이 정리됐다고 생각한다.
몸 상태가 나빠진 것? 성감 마사지를 통해 회복하면 그만이었다.
처음에는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건지 살짝 의심하고 있었지만, 마사지를 받은 바로 다음날 평생 겪어본 적 없는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기에 이제는 확실하게 신용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약간의 근육통 정도는 느낄 수 있었겠지만,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던 최혜선은 그마저도 없었기에 더더욱 좋게 느껴졌다.
이제는 자신의 몸을 봐줄, 조임 같은 걸 느껴줄 남자 같은 건 있지도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고 자존심이었다.
아무튼, 불륜 관계도 끊어졌고, 몸도 회복할 수 있을 테니 모든 게 올바르게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흐읏..♡"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에요."
밥을 먹다 말고 찌릿하고 올라오는 감각에 작게 신음을 흘리자 설거지 중이던 가정부가 홱 돌아봤지만 최대한 아무 일도 없는 척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참기 힘들 정도로 끓던 성욕은 분명 가라앉았는데, 유독 유두 쪽만은 사흘이 지날 때까지 민감한 상태였기에 가슴이 흔들리고, 브라 안에서 조금씩 스칠 때마다 꼿꼿하게 서서 쾌감이 느껴지는 탓에 보통 곤란한 게 아니었다.
당연히 매일 밤에는 두 번, 세 번씩 자위를 하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고, 민감한 게 가라앉은 뒤에도 계속해서 섹스, 아니 마사지의 쾌감이 떠올라 아차 하는 순간 몸이 달아오를 정도였다.
'..너무 길었어.'
살면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졌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일주일은 정말 길었다.
에스테틱에 가는 건 주에 두 번. 평소에는 미용과 힐링을 위해 가는 곳이었지만 저번에 갔을 때는 관리받는 내내 몸이 달아오르고 안달이 나서 괜히 힘들기만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성감 마사지, 그것도 VIP 코스의 예약일이었다.
드디어 다시 그 쾌감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흐으읏..♡"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뱃속 깊은 곳에서 찌르르 울리는 쾌감에 보지가 젖고 몸이 목덜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몸이 떨려왔다.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하고 몇 년 뒤에도 스스로 성욕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마사지의 부작용 같은 걸지도 모른다. 오늘 마사지사를, 최민석을 만나면 확실하게 따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약 시간인 오후 2시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남짓. 그 짧은 시간이 여태 보내온 일주일 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
이번 일주일 동안, 자신의 몸이 성감 마사지의 쾌감을 잊지 못하고 발정 나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VIP룸에 들어온 순간.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각이야말로 '진짜' 발정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아마 이전에 말했던 '특제로 제작된 침대'로 보이는 것.
집에 있는 사이즈도 퀸사이즈로 나름 넓은 침대인데. 눈앞에 있는 침대는 사람 대여섯 명은 편하게 드러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방 한구석에는 간이 샤워 부스처럼 보이는 공간이 있었고, 바로 그 옆에는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욕조가 자리하고 있다.
평소에 이용하던 마사지실과는 달리 마사지 용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방 한구석에 제법 큰 수납장이 있었는데, 저 안에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커다란 침대에서 시작된 창문 하나 없는 방의 구조는 최혜선의 욕구와 상상력을 마구 부채질해대고, 몸이 활활 타는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번에도 그렇게 좋았는데, 여기서는 도대체 얼마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다리가 떨릴 정도로 흥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떨리는 몸을 느끼며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며 최민석이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여태 서 계셨어요? 앉아서 기다리시지."
"아뇨.. 괜찮.. 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네는 최민석과는 달리 자신의 태도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색하다.
남편과 첫 경험을 했을 때도 이렇기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자꾸만 숨이 가쁘게 흘러나오려고 하고, 혀끝이 떨리는 걸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자, 자. 앉으세요."
"아, 네에.."
멍하니 서 있는 자신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이끌어주는 최민석의 손길에 끌려가 침대맡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리고, 최민석 역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옆자리에 앉아 몸을 살짝 틀어 자신과 시선을 마주쳐왔다.
"딱 일주일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그게.. 읏.. 네.. 잘.. 지냈어요.."
이 화끈거리는 느낌만 조금 가라앉아도 차분하게 행동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차분하게 행동하기는커녕 자꾸만 허벅지를 달싹이거나 자세를 고쳐 앉고, 어깨를 움찔 떨며 정신 사납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음.. 마사지 이후에 특이사항은 없었고요?"
"특이사항.."
"사소한 거라도 괜찮으니까, 평소랑 몸 상태가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시면 됩니다."
이 질문은 마사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질문일 것이다.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게.. 몸이 뜨거웠던 건 다음날 가라앉았는데.. 며칠 동안은 그.. 유두 쪽이 너무 민감해서.. 몸이 다시 뜨거워지고.. 성욕이.. 올라와서.."
아까는 몸이 너무 뜨거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은 수치심에 자꾸만 말을 망설이게 됐다.
"성욕이 심하게 느껴지셨나요? 아니면 조금 거슬리는 정도로만?"
"조금.. 심하게요.."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거나 성욕이 강하신 분들은 마사지를 받으면 한동안 성욕이 더 강하게 올라오곤 하니까요.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부끄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가요..?"
안 그래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상대라 정말 변태같이, 걸레처럼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최민석은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넘어갔다.
'후우..'
속으로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움츠러들었던 몸을 조심스럽게 폈다.
"그 외에 다른 이상은 없으셨고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하고 몸이 달아오르는 탓에 정신이 없기도 했고, VIP 마사지가 너무 기다려져서 반쯤 정신을 놓고 일주일을 보냈던 탓이었다.
"그럼 일단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거네요. 그럼, 성욕 쪽은 어떻게 하셨나요?"
"네, 네..?"
"조금 심하게 성욕이 올라왔다고 하셨으니까요. 혹시 다른 남자분이랑 하신 건.."
"아, 아니에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가, 당황해서 흠칫 몸을 움츠렸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꼭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서요."
"아니에요.. 조금 당황해서.."
"괜찮습니다. 워낙 예민한 질문이라 그럴 수도 있죠. 아무튼, 다른 남성분과 성관계는 없었고, 자위로 해결하신 건가요?"
"..네."
저렇게 태연하게 자위했냐고 물어보니 너무 창피했지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대답해버렸다.
"자위는 어떻게 하셨나요? 가끔 도구 같은 걸 써서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소, 손으로만..“
이번 질문도 너무 적나라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일단 도구를 쓰지 않으신 건 다행이네요. 사실 로터나 딜도 같은 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닌데, 개중에는 질내에 상처가 나기 쉬운 것들이 있거든요."
"아, 네에.."
어차피 도구 같은 건 관심도 없었으니 얘기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리는 됐으니까 마사지나 하라고 말을 끊어버렸을 텐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그렇게 행동할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자위로 해소하신 건 잘하셨습니다.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어서 먼저 말씀드리지는 않지만, 스스로 욕구를 푸는 건 저희 쪽에서도 권장드리는 방법이거든요."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난 남자에게 자위를 했다고 고백하고, 잘했다는 말까지 듣는 상황이 너무 창피하게 느껴져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몸이 화끈거린다. 특히나 얼굴 쪽이.
"하지만, 자위도 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오늘은 잠깐 자위하는 법부터 제대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네, 네..!?"
설명은 언제 끝나고, 언제 마사지가 시작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이야기를 흘려듣던 최혜선은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자위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오래는 안 걸릴 테니까, 마사지 시작하기 전에 한 번만 해보도록 하죠."
싫었지만, 결국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