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8화 > 질투했어? (1)
늦은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옆에 누워 잠들어 있던 정선화를 깨워 질펀하게 모닝 섹스를 즐기고, 침대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로 느긋하게 정소 펠라를 받고 있었다.
"하움.. 츄웁..♡ 움.. 쯉..♡ 쮸웁..♡"
"후우.. 교수님 혀 쓰는 게 점점 좋아지는데요?"
"츄읍.. 응.. 파하.. 네가 자꾸 시키니까.."
"에이, 교수님도 좋아하시잖아요."
"으읍.. 움.. 츄룹.. 쮸웁..♡"
이런 칭찬은 아직도 부끄러운지 잠시 입을 떼어내고 변명하려는 정선화의 머리를 다시 가볍게 눌러 자지를 입에 물렸다.
정혜수라면 기분 나쁘다는 눈빛으로 노려보거나 한마디 하려고 억지로 고개를 들었을 텐데.
이렇게 자신을 물건처럼 다루는 행동에 눈살도 찌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시 펠라를 이어 나가는 모습이 기특해 그대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
이렇게 여자들을 애완동물처럼 다룰 때마다 정말 내가 뭐라도 된 듯한 정복감이 느껴지곤 했다.
"쮸읍.. 하아.."
"잘했어요."
"정말.. 연상한테 그러면 안 된다니까.."
말과 표정으로는 곤란한 척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쳐내지 않고 얌전히 받아들인다.
정선화를 만나기 바로 전에 머리 위에 손만 올라가도 눈꼬리를 치켜세우는 정혜수와 밤새 즐겼던 탓인지 이런 차이가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괜찮아?"
"음.. 아슬아슬하게 하면 한 번 더하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 안 돼. 지각하면 어쩌려구."
정선화에게는 오늘 알바 면접이 있어서 일찍 한 번만 하고 가겠다고 말해뒀다.
아무리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섹스만 하고 가버리면 그것도 너무 정 없는 행동이라 뭐라도 이유를 붙였을 뿐이지만 이렇게 걱정해주니 기분 좋긴 했다.
"알았어요. 일어날게요."
"잘 생각했어."
오히려 자기 쪽에서 기특하다는 듯 칭찬해주는 건 살짝 기분이 묘했지만, 연상과 있을 때는 가끔 있는 일이었다.
결국은 벗어뒀던 옷을 입고, 방에서 나오자 함께 얇은 실내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정선화가 현관까지 따라 나왔다.
"그럼, 가볼게요."
"그래. 일 열심히 하고."
그렇게 끈적하게 몸을 섞었는데도 헤어질 때는 표정에서 별다른 미련도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게 보내주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럼 마무리로..'
[지치고 피곤할 때는 자기 전에 자위를 해고 자야 개운하게 잘 수 있다.][자위를 할 때는 항상 최민석과의 섹스가 떠오른다.][최민석과의 관계는 섹스 프렌드이므로 창피하기는 해도 내 쪽에서 최민석을 불러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날 잊지 못하도록 제대로 최면을 걸어뒀다.
계속해서 내가 생각나도록, 나와 만나고 싶어지도록.
한 번 만나고 말 상대라면 굳이 이럴 필요가 없었지만, 섹스 후에 정말 만족스럽다, 나중에 또 만나도 좋겠다 싶은 상대에게는 항상 이런 식으로 최면을 걸어두곤 했다.
물론 상대 쪽에서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은 내가 생각날 때나 찾아가는 관계에 불과하겠지만 모처럼 찾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그냥 풀어놓기도 아까웠으니까.
최면을 걸어놓고, 마지막으로 정선화와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고는 현관을 빠져나와 문을 닫았다.
"시간은.."
오전 9시가 조금 넘었다.
집에 가면 누가 있을까.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는 생각에 곧바로 단톡방에 메세지를 올렸다.
[최민석 : 지금 집에 사람 있어?]
[유서연 : 저는 지금 밖에 있어요.]
[임예진 : 저도요.]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타기도 전에 답장이 올라온다.
그리고 다른 둘 보다 한 박자 늦게, 김민아도 메세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올렸다.
[김민아 : 심심하면 우리 집이나 오든가.]
"얘가 웬일이래."
평소에는 만나자고 하기는커녕 먼저 말을 거는 일도 거의 없던 김민아가 이렇게 놀러 오라고 하니 오히려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최민석 : 뭐야, 무슨 일 있어?]
[김민아 : 다음에는 내가 불러달라며. 왜, 싫어?]
[최민석 : 나야 좋은데, 방송은?]
[김민아 : 하루 쉬지 뭐. 여태 하루도 안 쉬었는데.]
방송까지 쉬면서 나랑 놀고 싶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최민석 : 알았어. 1시간 안에 갈게.]
확실하게 답장을 보내놓고, 곧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김민아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를지 초인종을 누를지 잠시 고민하다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클래식한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바로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김민아는 매번 봤던 대로 얇은 하얀색 티셔츠와 검은색 돌핀 팬츠 차림이었다.
실내복으로도 좋긴 하지만, 여러모로 꼴리는 복장이라 매번 똑같이 입고 있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맨날 그냥 열고 들어오더니, 이번에는 웬일로 초인종을 눌렀대."
"맨날이라고 해봤자 이제 네 번째 오는 거잖아."
"..뭐든 간에. 처음 올 때 빼면 하지 말래도 매번 그냥 열고 들어왔잖아."
뭔가. 그냥 찾아오기만 했을 뿐인데 눈빛이나 목소리가 묘하게 날이 서 있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그냥 이러고 싶어서 누른 거야. 앞으로는 그냥 들어올게."
"..얘기가 왜 그렇게 돼?"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서?"
그래도 살짝 떠보기 겸 농담을 던져주니 눈빛이 풀어지며 평소처럼 가볍고 어이없다는 투로 대답이 돌아왔다.
"하여튼, 이렇게 먼저 불러주니까 좋네.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지? 뉴튜브에 올리려고 몰카 같은 거 찍고 있다던가."
"널 집에 부르는 걸로 몰카가 되겠냐? 올리지도 못할 텐데."
듣고 보니 그렇긴 했다.
어디 놀러 나가지 않는 이상은 내가 이렇게 찾아와서 할 일이라고는 섹스밖에 없었으니까.
너무 맞는 말이라 뭐라고 대답도 못 하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픽 웃는 사이, 바로 곁까지 다가온 김민아가 내 옷에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냄새나. 아침부터 또 거하게 하고 왔나 보네."
"그야 뭐.."
집주인은 침실에 내버려 두고 혼자 씻기도 뭐하고, 같이 씻자니 또 신나게 해버리면서 이제 가야 한다는 소리를 두 번 하게 될 것 같아 집에서 씻을 생각으로 그냥 나온 탓이었다.
"걔야?"
"응?"
"니가 이번에 스토커 잡아준다고 갔던 애 있잖아. 스무 살짜리 대학생 애. 걔랑 하고 온 거야?"
묘하게 따지는 듯한 말투. 이것만으로도 김민아가 왜 간만에 보자마자 날이 선 듯한 눈빛과 말투를 보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걔 말고 다른 사람. 우연히 만난 사람인데, 대학 교수더라고."
"흐응.. 그래..?"
최대한 태연한 척 받아들이려는 것 같지만 은근하게 힐끗거리는 눈빛에서 '그건 또 누구야?'라고 묻고 싶은 티가 팍팍 난다.
"좋았겠네. 스무 살짜리 어린애랑도 하고, 대학 교수랑도 하고."
은근히 긁는 듯한 말투.
유서연이나 임예진이 이런 식으로 날 긁어댔다면 곧바로 혼을 냈겠지만, 김민아는 그 둘 보다는 프리한 관계였기에 혼낼 이유가 없었다.
아마 김민아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은 이번에 만난 상대가 자기보다 어린 '스무 살'이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냥 대학생이라고 말하거나 한 번만 말해도 될 걸 굳이 두 번이나 스무 살 짜리, 어린 애 같은 말을 쓸 이유가 없었으니까.
여태까지는 내가 만났던 여자 중에서, 그리고 몽마가 된 셋 중에서도 자기가 가장 어렸으니 그걸 나름대로 자기만의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긴 했지. 그래도 민아 니가 더 예뻐."
"..가, 갑자기 뭐래?"
"질투하는 것 같길래 하는 말이지."
"질투 안 했거든!?"
당장 저번에 클럽에 갔을 때도 질투하고 있다는 티가 팍팍 났었는데.
대놓고 질투나 짜증스러운 감정을 드러내는 정혜수와는 달리 김민아는 감정을 숨기는 것 자체를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티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진짜로 니가 더 예뻐. 대학에서 만난 여자들 다 합쳐도, 너랑 비교도 안 된다니까."
"여자들..?"
"응. 한 여섯 명쯤?"
"이, 씨.."
애초에 내가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는 부분에 관해서는 숨길 생각 자체가 없었기에 그냥 당당하게 밝혀버렸다.
이런 부분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인정받고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쯤 되면 바람둥이를 넘어서 대놓고 쓰레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이미 김민아가 날 떠날 일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아무튼, 캠퍼스 구경도 할 겸 한참 돌아다녔었는데, 너보다 예쁜 애는 한 명도 없더라."
"별.. 그걸 칭찬이라고.. 그런다고 내가 좋아할.. 야, 야..! 안지 말라고!"
"에이, 뭐 어때 오랜만에 만난 건데. 좀 안고 있자."
저번에 바다에 다녀와서 얼굴 한 번 보고 그 뒤로는 못 만났으니 거의 한 달 가까이 됐을 것이다.
애초에 같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여기저기 다른 여자들을 만나러 다니다 보니 원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안 만나긴 하지만 이렇게 끌어안을 핑계로는 충분했다.
"좀..! 냄새난다고..!"
그래도 옷을 챙겨가서 매일 갈아입고 빨래도 했으니 냄새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을 텐데. 차 타고 오면서 에어컨 바람에 거의 빠지기도 했을 테고.
김민아는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살짝 진심을 섞어 버둥거린다.
평소라면 별로 힘을 안 줘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시늉만 했을 텐데. 오늘은 조금 힘을 줘서 안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그럼 같이 씻을까?"
"난 아침에 씻었단.."
"너랑 같이 씻고 싶으니까 그렇지. 응? 같이 들어가주라."
"으.."
고민하고 있다.
결국은 삐지고 질투해봤자 이렇게 조금만 자세를 낮추고 부탁하는 투로 말하기만 하면 화를 누그러뜨리고 고민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정도 질투는 오히려 귀여운 수준이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응? 괜찮지?"
"..그러던가. 냄새나니까 팔이나 풀어."
이 정도는 억지로 밀어붙였다고 하기에도 창피한 수준인데. 김민아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투로 허락해준다.
"고마워. 사랑해."
"뭐래.. 딴 여자나 만나고 다니면서."
"그래도 특별한 건 너희들밖에 없는 거 알잖아."
"..흥."
그래도 유서연과 임예진과는 확실히 사이가 좋아진 덕분에 '너희들'이라는 부분에는 아무런 트집도 잡지 않았다.
김민아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채로 욕실 앞으로 와 옷을 벗었다.
그리고, 괜히 머뭇거리며 또 버티고 있는 김민아의 옷도 내 손으로 직접 벗겨줬다.
정혜수도 어린 만큼 피부가 하얗고 매끈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몽마가 된 김민아의 살결을 보니 수준이 다르다는 생각부터 든다.
"진짜, 살결부터 다르다니까. 매번 보면서도 신기하네. 어떻게 이렇게 매끈거리지?"
"모, 몽마니까 그런 거잖아. 그만 만져."
돌핀 팬츠와 함께 팬티까지 확실하게 벗겨주고,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팔목을 붙잡고 감촉을 확인하는 척 몇 번 문지르자 그만하라고 말하면서도 얌전히 팔을 잡힌 채로 내버려 둔다.
물론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정말로 도자기처럼 매끈하면서도 딱 적당하게 촉촉한 느낌이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기에 칭찬만큼은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