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468화 (468/775)

< 468화 > 스토커 쫓아내기 (4)

“와, 진짜.. 뭘 이렇게 많이 찍어놨냐."

“아, 좀..! 보기 싫다고요! 기분 나쁘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정혜수와 찐득하게 모닝 섹스를 즐기고는 어제 미리 확인했던 스토커의 핸드폰 갤러리를 보여주며 정혜수를 놀려댔다.

어젯밤. 내가 경찰을 불렀다는 소리를 듣고 도망치는 스토커를 경호 업체 직원이 붙잡아 핸드폰만 빼앗아 돌려보냈다.

혹시라도 우리가 섹스하는 소리를 녹음이라도 했으면 곤란하니까, 정혜수의 도촬 사진 같은 거라도 있으면 없애야 하니까.

그런 이유로 미리 놈이 빌라에서 빠져나갈 때 핸드폰을 뺏어놓으라고 시킨 거였는데, 녹음은 하지 않았지만 정혜수의 도촬 사진은 갤러리에 잔뜩 쌓여 있었다.

그래봤자 집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해서 밖에서 돌아다니는 뒷모습을 몰래 찍거나, 확대에서 얼굴만 찍어놓은 게 다였지만 사진을 찍힌 당사자에게는 충분히 소름 끼치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상한 사진은 없어서 다행이네. 원래 치마는 잘 안 입고 다녀? 나랑 만날 때는 잘만 입더니."

“..스토커 생긴 뒤로는 안 입고 다녔죠. 혹시 모르잖아요."

“잘했네. 진짜 이상한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그냥은 안 끝냈을 텐데. 오? 이건 골반 되게 예쁘게 나왔네?"

“아, 빨리 지워요!"

결국에는 창피함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내 손에서 핸드폰을 홱 낚아채 갔다.

“으.. 더러운 새끼, 진짜..!"

그리고는 갤러리에 찍힌 무수한 자기 사진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곧장 전체 삭제를 눌러버렸다.

나야 사진이 찍고 싶으면 더 수위 높은 사진이라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었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우리도 나중에 사진이나 찍어볼래?"

“지, 진짜 찍기만 해봐요!"

“에이, 뭐 어때. 우리 사이에."

“아읏..! 억지 부려도 안 해줄 거예요!"

혹시 따로 남은 게 없는지, 메신저나 어플 같은 것들을 확인해보고 있는 정혜수를 부드럽게 자빠뜨리며 가슴을 움켜쥐고는 가볍게 주무르며 유두를 살살 굴렸다.

“흐읏..! 좀..! 들으라고요..! 찍는 건 진짜, 하응..! 싫다고요..!"

“알았어, 알았어. 찍을 때는 꼭 허락받고 찍을게."

“그래 놓고, 또 억지로..! 자, 잠깐..! 하지 마요..! 시간도 없는데..!"

허락?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받아낼 자신이 있었기에 적당히 약속하며 정혜수의 다리를 벌리고 재차 불끈 솟은 자지를 들이밀었다.

“오늘은 아침 안 먹지 뭐."

“흐아으응!"

찌거억, 하고 부드럽게 자지가 질내에 삼켜져 들어갔다.

말로는 아무리 싫다고 해도 몸은 어쩔 수 없이 자지를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질벽을 꽉 조여왔다.

“진짜아.."

결국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몸에서 힘을 빼고 얌전해져서는 새침한 표정으로 투덜거리기만 하는 모습에 만족스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

밤 11시.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이라면 정혜수와 한창 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타이밍이었지만 오늘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무인텔로 향하고 있었다.

“하아.."

“왜 자꾸 한숨이야?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할 텐데."

“그게 아니라, 오빠 취향이 너무 이상하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진짜.. 이해가 안 가.."

“솔직히 나도 좀 기분 나빴거든. 다시는 눈길도 못 주게 제대로 내 꺼라고 보여 줘야지. 너무 집착하는 건 별로야?"

“..몰라요."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힐끔 시선만 돌려 확인해보니 귀가 살짝 빨개져서는 고개를 슬쩍 돌리는 게 보였다.

남자 쪽에서 집착하거나 소유욕을 드러내는 게 어느 정도 먹힌다는 건 이미 우리 애들을 통해서 확인했으니 나름대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진짜 딱 입으로만 할 거예요. 그 이상은 절대 안 할 거예요."

“당연하지. 나도 그 이상은 보여주기 싫어. 사실 펠라 하는 것도 보여주기 싫은데, 진짜 멘탈 한번 제대로 깨놓고 싶어서 하는 거야."

“......"

나름대로 솔직하게 본심을 털어놓은 거였는데, 돌렸던 고개를 살짝 되돌리며 흘겨보는 눈빛은 영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아무튼, 적당히 자잘한 얘기를 하면서 차를 몰아 목적지인 무인텔에 도착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은 뒤에 함께 미리 연락받은 호수로 찾아가니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문 앞에서 우릴 맞이해줬다.

“안에 있어요?"

“예. 확실히 묶어뒀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납치에 감금. 이미 반쯤 불법인 수준을 넘어 확실하게 불법이라고 해야 할 일이었지만 경호 업체 직원들은 이미 확실하게 최면에 걸려있는 탓에 당연한 일을 하는 듯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고생하셨네요. 그럼, 이따 부르겠습니다. 들어가자."

“......"

정혜수는 이런 상황이 낯설고 불편한지, 내 팔짱을 꽉 낀 채로 살짝 고개만 끄덕이며 직원을 뒤로하고 함께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넓은 침대 맞은편에 안대로 눈이 가려진 남자가 손발이 묶인 채로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이 보여 나도 모르게 흠칫해버렸다.

“..어우."

“읏.."

내가 시킨 일이긴 했지만, 정말 범죄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건 아니지 않나?' 같은 생각을 떠올렸고, 정혜수 역시 살짝 불안해진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야 최면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는 만큼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저, 저기요..?"

눈이 가려진 남자 역시, 방에 사람이 다시 들어왔다는 걸 알고는 불안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어왔다.

“가만있어봐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당히 말을 끊어놓고 정혜수와 함께 남자가 무릎 꿇고 있는 맞은편에 침대 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남자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남자에게 최면을 걸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 무섭다. 최악의 경우에는 불구가 되거나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이놈이 그런 짓까지 당할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어차피 겁만 줄 생각이었으니 수위는 아무리 높아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확실하게 겁먹게 하려면 이 정도는 하는 게 나았다.

애초에 지금 상황 자체가 워낙 일상과는 동떨어진 무서운 상황인 만큼 최면은 아주 쉽게 들어갔다.

최면이 들어가고 잠시 후, 안 그래도 불안한 듯 고개를 움직이고 있던 남자의 몸이 달달 떨려오기 시작하는 걸 보고 입을 열었다.

“저기요."

“네, 네..!"

그냥 가볍게 말만 걸었을 뿐인데도 몸을 흠칫 떨며 다급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최면이 제대로 들어갔다 싶어 한층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일단, 본인이 지금 왜 이런 상황에 처한 건지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직접 말해보실래요? 모르면 제가 알려드리고요."

“아, 압니다! 제가 그, 그쪽.. 여자 친구분을 스토킹해서..!"

“알긴 알고 있네. 어제는 그렇게 열받아서 문에 대고 쾅쾅 쳐대더니. 오늘은 왜 그렇게 겁먹었어요?"

“죄, 죄송합니다!!"

망설이지도 않고, 무릎 꿇은 채로 상체를 푹 숙이고 고개를 처박으며 큰 목소리로 사죄한다.

하기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이렇게 사죄부터 하고 볼 것이다.

“예, 뭐. 일단 사과는 받아줄게요. 좀 열 받긴 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여자 친구랑 오붓하게 시간 보내고 좋았으니까."

“네, 네.."

이건 정혜수를 의식해서 친 멘트였는데. 말하면서 힐끔 표정을 살펴보니 조금은 긴장이 풀어졌는지 표정이 괜찮아져 있었다.

“일단, 저도 좀 알아보긴 했는데. 철학과 3학년 박형식. 맞죠? 나이는 스물셋이고. 나보다 동생이시네."

“맞.. 습니다."

이쪽에서 자기 신상까지 조사했을 줄은 전혀 몰랐는지, 어깨를 흠칫 떨었다가 목을 울리며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스토킹은 왜 한 거예요? 아니, 얘가 예쁜 건 알겠는데. 그냥 첫눈에 보고 반해서 그런 거예요? 혜수는 댁이랑 얼굴 마주친 적도 없다고 하던데."

“그, 그게.."

“뜸 들이지 말고 바로바로 대답해요.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새롭게 최면을 걸자 박형식의 어깨가 재차 흠칫 떨려오더니 곧바로 우물쭈물하던 입이 열렸다.

“신입생 MT 때 저희 학과랑 같이 술 마셨었는데, 그때 고백을 했었.. 거든요.."

“어?"

나도 정혜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정혜수가 놀란 얼빠진 소리와 함께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모른다더니. 기억났어?"

“아니.. 뭐.. 네.."

스토킹을 할 거면 차라리 고백을 하라고 놀렸었는데, 정혜수가 기억을 못 했을 뿐이지 이미 고백하고 차였던 모양이다.

“찬 건 잘하긴 했는데, 고백한 걸 차 놓고 아예 기억도 못 하고 있던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심지어 얼굴이랑 이름, 학과까지 다 알려줬는데. 이건 나라도 상처받겠다."

“아, 아니..! 잔뜩 취해서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다 꼬인 발음으로 고백하는데, 누가 그걸 진지하게 받아요..! 그냥 다른 과 선배가 취해서 진상부리나 보다 하고 거절했는데, 기억 못할 수도 있죠!"

“으음.. 그러면 뭐, 그럴 수 있지."

내가 대학 생활을 해본 건 아니지만, 술자리에서 다 취해서 비틀거리는 선배가 다 꼬인 발음으로 고백을 했다고 한다면 나 역시 정혜수와 똑같이 생각할 것 같았다.

“혜수는 그렇다는데, 맞아요?"

“..네."

“아니, 쪽팔리게 술 취해서 고백한 걸 고백했다고 쳐요? 진심으로 고백한 거예요?"

“그게.. 네.. 도저히 용기가 안 나서.. 어떻게 해보려다가.."

대놓고 상대를 한심한 놈 취급하는 말투였지만 이미 제대로 겁먹은 박형식은 기분 나쁜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우물쭈물 대답한다.

“그래서, 차인 거에 대한 복수로 스토킹. 뭐 그런 거예요?"

“그, 그런 건 아닙니다..! 진짜 첫눈에 반했던 거라.. 그래도 잊고 지내려고 했는데.. 우연히 집이 근처인 걸 알게 돼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기야, 복수하려고 했다면 진작에 했지, 몇 달이나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복수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 뭐. 사정은 대강 알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어쨌든 스토킹을 하긴 한 것도 맞고, 우리 혜수 겁먹어서 울었던 거 생각하면.. 아,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죄, 죄송합니다! 진짜로..!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겠습니다!"

실제로 정혜수가 울었던 건 아니지만 적당히 분위기를 내기 위해 없는 말을 지어내니 정혜수도 무슨 소리냐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핸드폰 갤러리 보니까, 사진도 더럽게 많이 찍어놨던데. 어디 따로 더 저장해놓은 거 없어?"

“어, 없습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게 전부입니다! 정말입니다!"

최면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거짓말일 리가 없다. 애초에 핸드폰에는 문제 될 만한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도 없었지만,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진짜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아니, 애초에 무슨 생각으로 고백을 한 거야? 뭐 집에 돈 많아요?"

“아, 아뇨.. 그냥 평범한.."

“그럼,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머리야 둘 다 같은 대학이니까 비슷비슷.."

“사범대가 더 빡세요."

“..어. 그래. 아무튼 머리도 혜수가 더 좋고."

이런 부분에는 뭔가 자존심이 있었는지 대뜸 끼어드는 말에 말을 바꿨다.

“아무튼, 급이 안 맞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백한 건지 모르겠네."

“......"

이렇게까지 갈궈대는데도 불평 한마디 못 하는 걸 보니 이제 충분하다 싶어 잠시 몸을 일으켜 박형식의 눈에 덮여있던 안대를 벗겨냈다.

“아, 안대는 왜.."

여전히 무릎 꿇은 그대로 불안한 듯 떨리는 눈빛으로 묻는 박형식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돌아와 정혜수의 옆에 걸터앉았다.

이번에는 정혜수 쪽에서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제 파악 좀 하고 살라고요. 예? 대학 잘 갔으면 머리도 좋을 거 아니야. 여자들은 그쪽처럼 찌질한 남자는 안 좋아한다고요. 혜수야."

“..알았어요."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더 이상 겁줘봤자 할 것도 없으니, 이제 멘탈이나 깨 놓고 보내자는 생각에 신호를 보내자 정혜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침대 아래로 내려와 조심스럽게 내 바지를 벗기기 시작한다.

즉석에서 이런 걸 시키려면 한참을 투닥거려야 했을 텐데. 미리 얘기를 끝내놓은 만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르는 모습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기하지 않은 자지가 밖으로 나온 순간 박형식의 눈동자가 공포와는 다른 의미로 크게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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