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8화 > 캠퍼스의 최면 빌런 (1)
아침이다.
어제는 밖이 워낙 어둡다 보니 몰랐는데, 방이 아주 제대로 된 남향인 모양인지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창문에서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치는 느낌이 상쾌했다.
물론 침대가 좁아서 땀이 꽤 나긴 했지만 그것도 품에 안긴 여자 특유의 부드럽고 매끈매끈한 감촉 덕분에 조금도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7시가 조금 넘었다. 다행히 벽에 시계가 걸려 있어서 침대에서 일어날 필요 없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품에 안겨 있는 정혜수의 몸을 조심스럽게 천장 방향으로 눕혀놓고, 이불을 살짝 걷어 드러난 가슴을 가볍게 주물렀다.
"흐응.."
유두 쪽이 성감대라 그런지, 손바닥이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몸이 희미하게 움찔 떨리며 콧소리가 흘러나온다.
'확실히 어린 게 좋긴 해.'
스무 살. 작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던 정혜수의 가슴은 사이즈가 조금 부족하긴 했어도 느껴지는 탄력이 남달랐다.
'C컵이면 그렇게 작은 편도 아니고.'
손에 꽉 차는 느낌은 아니지만 선명하게 느껴지는 부드럽고 탄력적인, 말랑말랑한 감촉은 나쁘지 않았다.
'원래는 여기서 한 발 뽑아야 하는데.'
잠에서 깨어날 때부터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뻐근하게 뭉친 듯한 불끈거리는 감각은 몇 분 동안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음에도 가라앉을 생각을 않는다.
아니, 가슴을 주무르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애초에 아침 발기는 가만히 있어도 한참 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 되겠다.'
나 혼자 일어났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았겠지만 바로 옆에 이렇게 따먹을 수 있는 여자가 있는 데도 참고 싶지는 않았다.
"..쪽."
"흐으응.."
가슴을 주무르는 방식을 바꿔 유두를 살살 굴리고, 매끈한 볼살 위로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흥읏.. 으응.. 읏.. 흐으응.."
손가락이 유두를 가볍게 누른 채로 굴려대고, 톡톡 건드리거나 손가락 사이에 끼워 비벼댈 때마다 신음 섞인 콧소리가 흘러나오며 곱게 감겨있던 눈꺼풀이 조금씩 떨려왔다.
딱히 흥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잠들어있는 상태에서 유두만 살살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응앗.. 흐읏.. 아읏.. 흐앗..?"
결국에는 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며 손길을 피하려던 정혜수의 눈이 가느다랗게 떠졌다.
"아으.. 진짜아.. 아침부터.. 잠 좀 자자구요.."
눈을 살짝 뜬 것만으로도 사태를 파악한 정혜수는 팔을 휘적거리며 가슴 위에 올라간 손을 치워버리고는 내 품으로 파고들어 와 몸을 꽉 끌어안아 달라붙어 버렸다.
부드러운 가슴이 뭉클하게 눌리는 감촉은 좋았지만 이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야 가슴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아쉬운 대로 손을 아래로 내려 엉덩이를 주무르며 매끈하면서도 말랑거리는 복부에 불끈거리는 자지를 꾹 눌러 붙였다.
"내가 일정을 모르잖아. 시간은 괜찮아?"
"알람.. 안 울렸으니까.. 괜찮아요.. 핑계는.."
졸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와중에도 한 마디 덧붙이는 건 잊어버리지 않는다.
물론 나는 이대로 정혜수를 자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몇 시까지 나가면 되는데?"
"아홉 시.. 하읏.."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조금 더 아래로 내리고, 엉밑살을 꽉 움켜쥐며 좌우로 벌리자 몸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크게 움찔 떨려오며 얕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벌려진 구멍 안으로 미끄러지듯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찔꺽.. 찔꺽..
"응읏.. 앗.. 아읏.. 진, 짜아..!"
밤새 안에 정액이 가득 차다 못해 밖으로 흘러넘칠 정도로 싸질러둔 덕분에 안쪽은 여전히 미끈미끈한 상태 그대로였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혜수도 더는 무시로 일관할 수 없었는지 안에서 짜내듯이 짜증 섞인 소리를 냈다.
"잠 좀 자자구요..! 안 그래도 밤새 해대서 피곤해 죽겠는데..!"
"그게 다 건강한 생활을 안 해서 그래. 아침도 잘 안 챙겨 먹지?"
"아침은 원래..! 히윽..! 손, 좀..!"
"오빠 봐. 아침도 잘 챙겨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니까 같이 밤새 해도 멀쩡하잖아."
"그건 그냥, 오빠 체력이.. 히긋..!"
실없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여 질구멍을 쑤시고 휘저어대고 있으니 정혜수 역시 점점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신음을 흘려댔다.
잠은 진작에 다 깨버린 것 같고, 지금은 그냥 자존심 때문에 튕기는 것이리라.
찔꺽, 찔꺽, 찔꺽♡
"흐윽.. 하앗..! 흐앙..!"
손가락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질척한 소리와 함께 신음 소리 역시 점점 크기를 키워나간다.
"딱 한 번만 하고 나가서 아침 먹자. 응? 괜찮지?"
"하윽..! 진짜..! 마음대로 해요..!"
"고마워."
찌걱!
"흐아앙!"
허락을 받은 순간 그대로 정혜수의 허리를 뒤로 빼고 자지를 힘껏 밀어 넣었다.
보지 안쪽은 이미 새로 흘러나온 애액으로 미끈미끈해진 상태였다.
*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한 번, 좁은 욕실에 둘이 들어가서 후배위로 다시 한번. 두 번을 즐기고 나서야 함께 밖으로 나와 백반집에 들어왔다.
"하아.. 이렇게 빨리 나와봤자 할 것도 없는데.."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같이 밥 먹으니까 좋잖아. 앞으로도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
"그냥 깨우기만 하던가. 아침부터 진 빠지게.."
"그래도 좋았잖아."
"쫌..! 기분만 좋다고 다예요..!? 잠도 몇 시간 못 잤는데, 피곤하다고요..!"
말은 저렇게 해도 지친 기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정혜수가 몽마는 아니었지만 어젯밤부터 깨끗한 새 정기를 잔뜩 집어넣어 줬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쌩쌩해질 것이다.
"진짜, 적당히 하라고요. 적당히."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건지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했지만 나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다 보니 제법 짜증이 올라온 것 같다.
그래도 아침 발기는 만족스럽게 해결했으니, 미안하게도 이쪽은 제법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먹고 어디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네. 캠퍼스 구경이나 좀 시켜줄래?"
"볼 게 뭐가 있다고 구경을 해요?"
"살면서 대학 문턱도 못 밟아 봤는데. 구경 좀 해볼 수도 있지."
"누가 들으면 돈 없어서 대학 못 간 줄 알겠네. 어차피 부모님 일 물려받을 거라 그 시간에 놀겠다고 안 간 거라면서요."
"어쨌든 어제 처음 들어가 본 건데, 구경도 제대로 못 했으니까. 괜찮지?"
"..마음대로 해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대학생이라는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쳐도 뭘 알아야 치지. 조별 과제가 아주 뭣같다는 걸 빼면 아는 게 전혀 없었으니 혹시라도 대학 생활에 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을 대비해 고졸이라는 것만큼은 솔직하게 밝혔다.
지금 세상이 아무리 학벌 위주로 돌아간다지만 돈만 많으면 고졸이라도 무시당할 일은 없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대학교로 차를 몰아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내렸다.
"학교 안에 무슨 카페가 다 있냐."
"대학생들은 카페인 없으면 못 사니까요."
안 그래도 입이 심심했는데, 마침 카페가 있길래 커피만 사서 밖으로 나왔다.
정혜수는 아메리카노, 나는 복숭아 아이스티였다. 졸린 것도 아닌데, 굳이 맛도 없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밤 새고 그러지 마. 피부 나빠져."
"오빠가 제일 방해거든요..?"
"나 없을 때도."
"..어지간히 바쁜 거 아니면 하루에 일곱 시간씩은 자요."
"부족해. 한 시간씩 더 자."
"학점은 누가 챙겨주고요?"
딱히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별다른 알맹이도 없는 자잘한 대화였지만 확실히 커플이라는 느낌이 확 드는 대화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으면서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가끔 지나치는 여자들의 시선을 받고, 나 역시 여자들의 외모를 스캔했다.
아침 시간대라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가 영 보이질 않았다.
"확실히 볼 게 없긴 하네."
"그렇다니까요."
"아까 오다 보니까 도서관도 있던데, 나도 들어갈 수 있나?"
"아마.. 출입증만 받으면 가능할걸요? 가보게요?"
"어차피 시간도 남는데. 한 번 가보자."
"마음대로 해요."
독서에는 그닥 취미가 없지만 애초에 책이 목적이 아니니 상관없다.
대학교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따먹을 만한 여자를 찾을 생각뿐이었기에 가능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녀 볼 생각이었다.
출입증을 받는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고, 금방 도서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사람이.. 없네."
"이제 문 열었을 텐데 사람이 있겠어요?"
"그런가? 아, 그래도 저기 사람 한 명 있네."
"..사서 언니잖아요. 당연히 있어야죠."
사서 언니라. 제법 듣기 좋은 호칭이다.
여자치고는 꽤 큰 키에 날씬한 체형, 정혜수와 마찬가지로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묶은 머리가 인상적이다.
베이지색 얇은 가을 니트에 치마가 아닌 회색 정장 바지를 입었다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서연이는 맨날 치마만 입으니까.'
인상은 딱히 뭐라고 꼬집기 애매하게 평범한 느낌이었지만 얼굴은 그럭저럭 예뻐서 나쁘지 않았다.
'70점.. 보다는 좀 낫나. 75점 정도..?'
어쨌든 정혜수를 제외하면 캠퍼스에서 본 여자들 중에 가장 예쁜 얼굴이었기에 캠퍼스에 들어와서 먹는 첫입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조용하고 괜찮네. 너 수업 받는 동안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읽을 만한 게 있으려나."
"소설 같은 것도 있긴 했던 것 같은데. 알아서 찾아 봐요."
"그럼 일단은 여기서 시간 때워 보기로 하고,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밖이나 좀 더 돌아다니자. 강의실까지 데려다줄게."
"..됐어요.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먼저 들어가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혼자 갈게요."
"응? 그래도 내가 데려다주는 게.."
"눈에 띄기 싫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어제 오빠랑 있던 거 본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이상한 소문 나기 싫단 말이에요."
이상한 소문? 기껏해야 남자랑 같이 좀 있는다고 그런 게 생기나?
희미하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 말을 끊고 하는 말에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정혜수 쪽에서도 짧게 한숨을 쉬며 설명을 덧붙였다.
"하아.. 오빠 얼굴 좀 생각해 봐요. 눈에 안 띄는 게 이상하지. 아까 잠깐 같이 돌아다니면서도 다들 쳐다봤는데, 강의실까지 가면 얘기가 안 나오겠어요?"
"그런가?"
하기야, 아무래도 밖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사이다 보니 별것 아닌 일로도 소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뿐만 아니라 정혜수 쪽도 상당히 눈에 띄는 외모였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스토커를 잡으려면 최대한 같이 다니면서 눈에 띄고 소문이 퍼져주는 쪽이 고맙겠지만, 아직 그쪽은 준비가 안 됐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갔다 올 테니까 알아서 시간 보내고 있어요. 질리면 뭐, 다른 데 가서 시간 보내도 괜찮고요. 점심 먹을 때 전화할 테니까."
"알았어. 아, 도서관 앞까지는 같이 나가도 괜찮지?"
"..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리였지만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현관 앞까지 같이 걸어 나갔다.
정혜수도 이렇게 더 붙어 있으려고 하니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고, 정혜수가 떠나는 걸 확실하게 확인해야 마음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와."
"..흥."
현관 앞에서 새침하게 등을 돌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정혜수를 잠시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다시 안으로 들어와 아까 봤던 사서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