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2화 > 욕구 불만 유부녀들과 19금 술게임 (5)
"누나?"
"아, 응. 지금 할게."
정말 잠시 멍하니 있었던 모양인지, 내가 재촉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중얼거린 이재경이 유은설 떄와는 달리 느릿하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 입술을 댔다.
"쪼옥.."
부드러운 입술이 목덜미에 닿아 가볍게 빨아들이는 느낌은 딱히 흥분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에 내심 웃음이 지어졌다.
"츄읏.. 하.. 됐지..?"
"저는 안 보이는데, 제대로 자국 남았어요?"
"..응. 제대로 남았어."
보는 것만으로도 창피한 듯 얼굴을 희미하게 붉히고 있는 유은설에게 묻자 살짝 뜸을 들였다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이번엔 제 차례네요. 뽑을게요?"
두 사람의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곧장 블럭 하나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뽑았다.
일단은 가벼운 미션으로 충분히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벌써 부터 블럭을 넘어뜨려 고수위의 질문이 나오게 할 수는 없으니까.
수위가 높은 질문들은 일단 가장 뽑기 힘든 가운데 부분에 얌전히 숨어 있어 줘야 했다.
[5분간 상의 탈의]
"..진짜 이런 것만 있나 보네. 그래도 재경 누나도 했으니까, 저도 시키는 대로 해야겠네요."
이런 건 내가 아니라 여자들 쪽에서 나와야 좋은 건데. 키스 마크도 내가 남겼으면 더 좋았을 테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멋쩍은 척 연기하며 입고 있던 티셔츠를 느릿하게 벗었다.
"와.."
"와아.."
벗은 옷을 옆쪽에 툭 내려놓는 순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멍하니 풀어진 감탄이 흘러나왔다.
'운동을 안 해도 몸이 유지된다는 게 사기긴 하지.'
남들은 근육을 유지하려고 매일같이 시간을 들여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근육을 조지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식단관리를 해야 하는데.
나는 그냥 여자랑 떡만 쳐도 정기가 모이고, 모인 정기로 자연스럽게 근육만이 아닌 몸 전체가 유지되다 보니 관리 자체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저렇게 남편이 있는 유부녀들이 보기만 해도 감탄을 흘릴 정도로 보기 좋은 형태로 말이다.
"너무 뚫어져라 보시는 거 아니에요?"
"아, 미, 미안.."
"그냥 하는 소리예요. 눈앞에서 벗었는데, 볼 수밖에 없죠 뭐."
"그런데.. 무슨 운동 같은 거 하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유은설은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다급하게 사과했고, 이재경은 아예 더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내 상반신을 훔쳐보며 질문한다.
말이 훔쳐본다고 할 뿐이지, 워낙 노골적으로 힐끔대고 있는 탓에 그냥 대놓고 쳐다보고 있는 유은설과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그냥 주말에만 헬스장 가서 관리하는 정도에요. 한 2년 정도?"
"와.. 그렇구나.."
실제로는 섹스 외에는 운동 같은 건 하지도 않고 지내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운동 하나 안 한다고 하기에는 말이 안 되는 몸이었으니 적당히 둘러댈 수밖에.
"그럼 이제 은설 누나 차례에요."
"으, 응. 그렇네. 그럼.. 뽑을게..?"
아직 초반인 만큼 블럭이 쌓인 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스르륵 빠져나왔다.
"아.."
[상대와 3초 동안 입술 맞추기.]
유은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키스도 아니고 그냥 입술만 맞추는 정도였으니 그렇게 거부감을 느낄 만한 미션은 아니지만, 상대가 유부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남편이 있다 보니 이런 장난 같은 행동에서도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음.. 이건.."
"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돼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혹시라도 유은설에게 걸어둔 최면이 깨지려고 하면 곧바로 회복시키기 위해 최면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최면이 깨지는 일언 벌어지지 않았지만.
"..아니야. 너랑 재경이도 했는데 뭘. 어차피 그냥 노는 거기도 하고."
무슨 생각으로 최면을 받아들였나 했더니, 나와 유재경은 성실하게 벌칙이나 다름없는 미션을 수행했는데, 자기만 빼는 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그럼, 재경이랑 먼저 할게?"
"..이건 나한테도 벌칙 아니야..?"
"은설 누나 목에도 키스 마크 남았는데요 뭘."
"에휴.."
"나도 하기 싫거든..?"
남자인 나랑 하는 것보다야 덜하겠지만, 여자끼리 입술을 맞추는 건 다른 의미로 또 거부감이 드는 일일 테니까.
그래도 장난 섞인 말투로 투닥 거리는 걸 보니 거부감이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츄읏.."
"응.."
결국은 눈을 감은 두 사람의 입술이 닿으며 살짝 눌러졌다. 두 사람의 생각이 어떻든간에, 눈은 제법 즐겁다.
예쁜 유부녀 둘이 다소곳하게 눈을 감고 입을 맞추고 있는 광경이라니.
여자끼리 키스를 하거나 애무를 하게 하거나, 그런 걸 시킬 수는 있지만 3P를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나로서도 제법 신선하게 느껴졌다.
"제가 숫자 셀게요."
그냥 내버려 둬도 둘이 알아서 3초를 세고 떨어지겠지만, 1초라도 더 구경하기 위해 내가 직접 끼어들어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1초씩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거였으니까.
"하나.. 둘.. 셋."
"하아.."
"후우.."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벌어도 3초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내가 숫자를 전부 세자마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뒤로 당겨 입술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아직 내 차례도 남았으니까. 겨우 3초밖에 안 될 테니 감질나기만 할 게 뻔하지만 일단은 자연스럽게 유은설과 눈을 마주쳤다.
"그럼.. 이젠 민석이랑 해야겠네.."
"전 괜찮은데.."
"나도 괜찮으니까, 자 눈 감아봐."
"..알았어요."
내가 가볍게 한 발짝 빼자, 오히려 자기 쪽에서 더 단호하게 말하는 유은설의 말투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척 대답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키스하면서 내가 눈을 감았던가 안 감았던가. 감을 때도 있었고 안 감을 때도 있었는데, 뭘 기준으로 그걸 결정했던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별 의미도 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입술 위로 유은설의 입술이 닿아 말캉하게 눌리는 감촉이 전해져왔다.
"숫자는 내가 셀게. 하나, 둘, 셋."
아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기 위해 천천히 숫자를 셌던 나와는 달리 이재경은 가차 없이 숫자를 세 버린 탓에 정말 순식간에 유은설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버렸다.
"후우.."
눈을 뜨자마자, 어느새 자기 의자로 돌아가 앉은 유은설이 살짝 붉어진 뺨을 가라앉히려는 듯 길게 한숨을 쉬는 게 보인다.
흥분이든 부끄러움이든, 몸이 열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다시 내 차례지? 뽑는다?"
유은설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멘탈을 추슬렀는지, 이재경이 처음보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하며 젠가 쪽으로 손을 뻗어 블럭을 뽑았다.
[다음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상대방과 한 손 깍지 끼기.]
"후우.. 그래도 이번 건 좀 낫네."
"그러게요."
"..나도 이런 것 좀 걸리면 좋을 텐데."
마치 별것 아닌 미션이 걸렸다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그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 게 아니라도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가는 용도로 넣어놓은 미션이 몇 개 있긴 했지만.
"두 명이니까 양손 다 잡아야겠네? 자, 둘 다 잡아."
방금까지 목덜미에 키스 마크를 남기고, 옷을 벗기고 입을 맞추고, 온갖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해나가던 도중에 이런 게 나왔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는 것도 당연하다.
유은설은 아예 대답조차 안 하고 당연하단 듯이 이재경의 손에 깍지를 끼웠고, 나는 손바닥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정기를 씌워놓은 채로 이재경의 손을 향해 뻗었다.
"그럼 실례할게요."
"괜찮으니까, 편하게.. 읏..?"
가볍게 손바닥을 맞대고,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끼워 꽉 붙잡은 순간 이재경의 몸 전체가 흠칫하고 작게 떨려왔다.
물론 대놓고 발정이 날 정도로 강하게 쓰지는 않았지만 워낙 욕구가 많이 쌓여있기도 하고, 몸에 열이 올라와 있던 만큼 예민하게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그럼, 이번에는 제 차례네요. 이러면 왼손으로 해야 하는데, 그냥 해야겠네요."
이재경이 손을 빼지 못하도록 한 번 더 꽉 힘을 줬다 빼며 말하고는 왼손으로 블럭 끄트머리를 톡톡 쳐대며 조심스럽게 빼냈다.
[상대방 귀에 바람 5번 불기.]
"으음.."
"이 정도면 뭐.."
야릇하다면 야릇하지만 신체적인 접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둘 다 그냥 '이 정도면 무난하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일단, 은설 누나 먼저 할게요. 괜찮죠?"
"응. 괜찮아."
유은설도 확실히 긴장이 풀려서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고는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겨 바람을 불기 쉽도록 귀를 드러냈다.
확실히 유부녀답게 성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평범한 여자들과는 다른 섹시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한 손은 여전히 이재경과 깍지를 끼고 정기를 흘려보내면서, 몸을 일으켜 유은설이 앉은 의자 곁으로 다가가 자세를 낮추고 귓가로 천천히 다가갔다.
"..후우."
움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더니, 귓구멍 안으로 바람을 살짝 불어넣은 것만으로도 어깨가 움찔 떨려왔다.
"호오오-."
움찔..!
이번에는 조금 더 가늘고 길게 바람을 불어넣자 조금 더 크게 움찔하고 떨려온다.
잠깐 숨을 멈추고 확인해보니, 목덜미가 살짝 붉어져 있는 게 보였다.
'남편한테 먼저 섹스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니까, 상당히 쌓여 있겠지.'
역시 여기까지 온 이상 공략이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닐 거라는 뜻이다. 그렇게 내심 확신을 가지며, 유은설의 움찔거리는 반응을 즐기며 마저 바람을 불어넣고 자리로 돌아왔다.
"뭐야아. 너무 야하게 하는 거 아니야?"
"누나가 움찔거리는 게 재밌어서요. 괜히 장난치고 싶더라고요."
"아, 안 그랬어."
"아니이. 그랬거든? 민석이가 바람 불 때마다 움찔움찔 떨긴 하더라. 맨날 잘 못 느끼는 척하더니, 귀가 민감했나 보네?"
"아, 아니라니까..?"
이재경은 자신의 몸이 더 민감한 상태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는지, 짓궂게 웃으며 유은설을 놀려댄다.
그 모습에 곧바로 이재경에게도 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엔 재경 누나 차례죠?"
"응. 그래. 편하게 해."
유은설이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라면, 이재경은 살짝 갈색빛이 맴도는 웨이브 진 머리를 로우 포니테일로 묶어둔 덕분에 머리카락을 넘길 것도 없이 목선과 귀가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차피 양손이 다 깍지를 끼고 있어 손을 쓰지도 못하겠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덕분에 이재경은 고개만 살짝 돌리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럼.. 후우-."
"흐, 힛..!?"
움찔!
세게 자극할 것도 없이, 그냥 귀에 대고 가볍게 바람을 불어넣은 순간 유은설 이상으로 크게 움찔하는 반응과 함께 깜짝 놀라 신음이 될락 말락 한 비명소리가 짧게 튀어나왔다.
유은설이 그냥 '움찔'하는 반응 정도였다면 이재경은 '움찔!'하고 느낌표가 붙을 정도로 크게 몸을 떤 수준이었다.
"치, 자기는 소리까지 내고 있으면서."
"아, 아니이.."
"후-."
"히, 히익..!"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리는 유은설의 말에 뭐라고 반박하려는 이재경의 귀에 다시 한번 바람을 불어넣자 이번에는 소리를 내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어 겨우 참아낸다.
그래봤자 몸이 움찔거리는 반응도 참지 못했고, 소리도 방에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들린 뒤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