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1화 > 욕구 불만 유부녀들과 19금 술게임 (4)
"딱 보니까 그냥 지나가듯이 한마디 해준 정도겠네요. 진짜, 누나들이 화난 것도 이해가 가요. 연애 경험이 없는 저도 아는 걸 가지고. 눈치 없이.."
"원래 눈치가 좀 없긴 했었지.."
"우리 남편은 그 정돈 아니었는데, 결혼하고 몇 년 지나니까 눈치가 그냥 완전히 사라져 있더라고."
그거야, 본인들이 원하는 걸 몇 달째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눈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
"아무튼, 누나들도 많이 힘들겠네요. 여자라고 성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먼저 말하자니 부끄럽고, 용기 내서 말했더니 거절당하고."
"그렇다니까? 그건 진짜 너무했지."
이재경은 이미 완전히 넘어와서, 자기 쪽에서도 알맹이 없는 불평을 내뱉으면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기세 좋게 쿵 소리를 내며 컵을 내려놓는다.
'유은설 쪽도, 싫은 건 아닌 것 같고.'
이재경과는 달리 소극적으로 홀짝거리면서 마시고 있지만 어쨌든 술이 들어가고 있다는 건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들어봐아. 안 서는 것도 아니야, 가끔 아침에 보면 팬티 위로 불끈거리고 있는 것도 다 보인다니까? 그렇게 될 정도로 쌓였으면서 좀 해도 될 텐데. 그냥 핸드폰에 몰래 야동 넣어놓고 해결하고 있었다니까!?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하기야, 혼자 앉아서 손만 흔들면 되는 자위에 비하면 섹스 쪽이 체력을 압도적으로 더 많이 쓰게 되긴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재경 같은 여자를 옆에 두고 자위로 혼자 해결한다니. 역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우.. 그건 좀 깨네요. 너무 자기 성욕만 생각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치? 그치!?"
"그런데, 누나."
"응? 왜?"
"조금만 조용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들을 수도 있으니까.."
"어? 아, 앗..!?"
직접 한 소리 듣고 나서야 자기가 목소리도 줄이지 않고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 버렸다.
"마, 말려 줬어야지..!"
"아니, 나도 신경을 못 쓰고 있었어서.."
그래도 나한테 따질 생각은 없는지 유은설에게 탓을 넘기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경이 혼자 신나서 날뛰었을 뿐인 일이라 어물쩍 누구 잘못인지 정하지 않고 얘기를 묻어버렸다.
"차라리, 제 방에서 마시면서 얘기할래요? 남들 시선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방에 있는 냉장고에도 술은 좀 들어 있으니까."
"네 방에서..?"
권유하는 동시에, 두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최면을 걸었다.
[최민석의 방에 가서 얘기하는 게 편할 것 같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괜찮을 것이다.]
"누나들도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아서요."
"그럼.. 그럴까..?"
"응.. 그게 낫겠다..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진짜.. 아무튼 나만 죄인이지, 빨리 가자!"
유은설은 생각 외로 쉽게 동의한다 싶었더니, 이재경이 시끄럽게 굴었던 게 창피했던 모양이다.
유은설의 말에 움찔했다가, 부끄러움을 덮으려는 듯 벌떡 일어나는 이재경의 뒤를 따라 다 같이 수영장을 빠져나왔다.
"몇 호야?"
"네?"
"몇 호냐고. 우리도 옷은 갈아입고 가야 할 거 아니야."
"아, 그렇네요."
지금이야 흰 가운으로 덮고는 있지만 안쪽은 아무것도 없이 수영복만 입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나야 수영복 차림 그대로 따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저 둘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으니, 일단 수영복 차림으로 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1403호에요."
"바로 아래층이었네. 알았어. 옷만 갈아입고 갈게. 설아, 가자."
"아, 응."
"기다리고 있을게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에서 내리는 두 사람에게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14층으로 내려와 내 방으로 돌아왔다.
"딱히 어질러 놓은 건 없으니까 치울 만한 건 없고, 술은.. 맥주면 되겠지?"
도수가 센 술을 잔뜩 먹여서 헤롱헤롱하게 만들어놓고 따먹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영 취향이 아니다.
아무래도 취하지 않고 제정신일 때 보여주는 반응이 더 생생하고 꼴리는 맛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방 한구석에 대충 방치해둔 캐리어를 열어서, 미리 준비해 놓은 물건을 확인하고 적당히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편하게 갈아입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핸드폰을 만지면서 기다리다 보니 현관 쪽에서 가볍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어요?"
"응. 실례할게."
"실례할게."
곧바로 문을 열어주고 가볍게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해주자,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문을 닫았다.
"술은 맥주로 괜찮죠?"
"취해서 뭐 하겠니. 맥주면 충분하지."
테이블 위에 세팅해놓은 맥주병과 컵을 확인한 이재경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각자가 자리에 앉아 다시 술자리가 시작됐다.
막상 제대로 불평을 들어준다고는 했지만, 애초에 그녀들이 가진 불만이라고는 남편과의 섹스리스 단 하나가 전부다.
그렇다 보니 불만의 레파토리가 적을 수밖에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의 화제가 그냥 적당히 야한 화제를 놓고 떠들어대는 쪽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귈 때는 남편분 쪽에서 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는 거네요."
"그렇다니까? 결혼한 뒤에도 그냥 매일 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고, 임신하는 동안에는 아주 죽을려고 했었는데. 설이는 남편 성욕이 너무 세서 힘들다는 얘기까지 했었어."
"와.. 진짜에요?"
"그때는.. 그랬지. 하아아.."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지고 분위기도 어느 정도 화기애애하게 풀어진 덕분에, 유은설도 이제는 우울한 기분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당당하게 땅이 꺼져라 한숨까지 쉴 정도로 긴장을 풀어버렸다.
'이제 충분하겠네.'
그렇게 한숨을 쉬는 유은설을 보면서,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최대한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렇게 술만 마시는 것도 심심한데, 다른 거라도 하면서 놀지 않을래요?"
"다른 거? 어떤 거?"
자기도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고 싶었는지, 이재경보다 먼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은설 쪽에서 먼저 대답이 돌아왔다.
"별건 아니고, 해수욕장에서 헌팅에 성공하면 방에서 놀면서 쓰려고 젠가를 가져왔거든요. 할래요?"
"젠가? 한 번 해볼까?"
"별로 재밌을 것 같진 않은데.. 그냥 술만 마시는 것보단 낫겠네. 해보자."
유은설과 이재경 모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젠가를 하자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캐리어에 넣어뒀으니까, 가져올게요."
젠가라고는 해도, 그냥 평범하게 블럭이나 빼고 마는 젠가는 아니다.
"응..? 이게 뭐야, 러브 젠가..?"
"저도 처음 해보는 건데, 술자리 같은 데서 게임용으로 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젠가 블럭을 하나 빼면 거기에 미션이 적혀있는데, 그걸 실행하거나 못 하면 벌칙을 받는 거죠."
평범한 젠가와는 달리, 보관용 박스에서부터 분홍색에 하트가 그려져 있었기에 질문을 유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을 떠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였는데, 마침 해수욕장에서 여자를 꼬셔다 방으로 끌고 올 생각이었으니, 한 번 해볼 생각으로 가져온 물건이었다.
"그런데 왜 러브 젠가야?"
"보통 남녀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쓰는 거거든요. 왕게임 같은 거 있죠? 그런 느낌인데, 왕한테 정말 아무 명령이나 내리게 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도 있으니까, 아예 놀이 쪽에서 멍령을 정해주는 거예요."
"흐으응.. 요즘은 정말 별 게 다 있네."
"그러게. 재밌겠다."
아직 젠가의 블럭에 적힌 미션이 어떤 건지 짐작조차 못하는 두 사람은 그냥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관 박스를 뒤집어 깔끔하게 세워진 타워를 보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벌칙부터 정할까요?"
"그래. 뭘로 할까?"
"그냥 재미로 하는 거니까 쉬운 걸로 해요. 넘어뜨린 사람은 맥주 한 컵 원샷. 어때요?"
바에서 쓰던 대형 컵과는 달리 평범한 사이즈의 컵이라 마시기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만 많이 마시게 해두면 클럽에서 겪었던 것처럼 실금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 거고.
"그래, 그러자."
두 사람 역시, 맥주 한 컵 정도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흔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에게 다시 새로운 최면을 불어넣었다.
[게임이라고는 해도 하기로 했으니 확실하게 규칙을 따른다. 따르기 부담스러운 미션이 나오더라도 이렇게까지 스트레스가 쌓이게 자신을 방치한 남편의 잘못이니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아예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방향으로 최면을 걸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죄책감을 아예 느끼지 않게 하는 것보단 남에게 떠넘기게 하는 쪽이 위화감이 줄어들어 효율적이기도 하고, 이건 좀 아니다 싶어 하면서도 받아들이는 쪽이 더 꼴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순서 정해요. 가위바위보 해서 꼴찌 한 사람이 제일 나중에 뽑기. 자, 시작합니다? 가위, 바위, 보!"
어차피 순서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이번에는 최면을 써서 뭘 낼지 유도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게나 내 버렸다.
"내가 1등이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유은설보다는 과감하게 행동할 것 같은 이재경이 1등. 그리고 두 번째 순서에서는 내가 2등으로 뽑게 됐다.
"그럼, 한 번 뽑아볼까?"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더니, 이재경은 벌칙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벌써 재밌다는 듯 웃으며 조심스럽게 중간에 있는 블럭 하나를 뽑아냈다.
"어디, 뭘 시키려.. 어..?"
자신있 게 뽑아낸 블럭에 적힌 미션을 읽어내리던 이재경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더니, 이내 당황으로 물들었다.
"무슨 미션인데요?"
"아니, 그게.. 이런 게.. 나와서.."
[상대 목덜미에 키스 마크 남기기]
"아, 이건.."
"저도 사놓고 한 번도 안 해본 거라 내용은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수위가 세네요. 그래도.. 모처럼 시작한 건데, 그냥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그냥 게임이잖아요."
"음.. 그럴까..? 그냥 게임.. 이니까..?"
최면을 제법 세게 걸어둔 덕분인지, 살짝 망설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봤자 직접 입을 맞추는 것도 아니고, 목에 키스 마크만 남기는 거였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이 정도 미션은 그렇게 수위가 높은 편도 아니다.
무슨 19금이니 29금이니, 심지어 그보다 더 수위가 높은 게 있다길래 그냥 전부 사서 내 마음에 드는 미션만 모아놓은 거였으니까.
물론 그런 미션들은 초반에는 쉽게 나오지 않도록 빼기 힘든 한가운데 부분에 모아놨으니 한 번 탑이 무너진 뒤에야 나올 것이다.
"그럼.. 누구한테 하지?"
"두 사람 다 하는 걸로 해요. 안 그러면 저만 왕따 당할 것 같거든요. 괜찮죠?"
"..그것도 그렇긴 하네. 그래도 일단은.. 설이한테 먼저 할게?"
"그러세요."
"그럼.. 설아? 잠깐 고개 좀.."
"아, 알았어."
첫 고비를 넘기니 가볍게 흔들리던 최면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고, 이재경은 살짝 머뭇거리면서도 유은설의 목덜미에 파고들어 소리 없이 입을 맞췄다.
"쪼옥.."
"읏.."
그리고 가볍게 살짝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려온 순간, 유은설의 어깨가 작게 흠칫 떨려오더니 희미하게 숨 삼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 정도를 붙어있다 떨어지고 보니, 이재경의 입술에 닿아 있었던 부분에 희미하게 붉은 자국이 남아 있는 게 보였다.
"하아.. 창피해.."
"나, 나도 그렇거든..?"
"..몰라, 이제 민석이 네 차례니까 목 대."
"이렇게 하면 돼요?"
이재경이 파고들기 쉽도록, 고개를 슬쩍 들어 올리자 동시에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릴 뻔한 걸 간신히 참아내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재경의 행동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