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5화 > 유부녀든 뭐든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1)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마지막 역인 부산역에..]
"헤웁..♡ 츄릅.. 츄릅.. 쮸웁..♡"
천장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한지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청소 펠라를 즐겼다.
처음 섹스한 뒤로는 기차가 10분, 20분 단위로 정차해서 펠라만 받고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막판에 30분이 넘게 여유가 생겨 다시 한번 질내사정까지 끝마친 뒤였다.
"쮸읍..♡ 하아..♡ 청소.. 끝났습니다..♡"
한 번 몸이 발정 난 상태에서 계속해서 펠라를 시키고 정액을 삼키게 하고, 다시 섹스까지 해버린 탓에 완전히 쾌락에 녹아내린 듯 숨을 고른 뒤에도 목소리가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쉬면서 올 수 있었네요."
섹스가 끝난 뒤에는 항상 칭찬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한지수에게 건네는 칭찬은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정말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원래라면 심심하게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면서 보냈을 시간을 정말 제대로 즐기면서 보낼 수 있게 해줬으니까.
나름대로 시간을 신경 쓴 덕분에 열차가 멈추기 전에 바닥 청소까지 깨끗하게 끝났고, 열차가 멈추기 시작하며 시체처럼 조용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안대를 벗고 이어폰을 뽑으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으.. 진짜 제대로 쉬면서 왔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확 밀려들어 조금 찝찝했지만 여러모로 개운한 상태라 그런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호텔부터..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구나."
역에서 나와 유서연이 잡아놓은 호텔의 위치를 검색해 보니, 해수욕장 바로 근처가 나와 고민을 접고 곧장 택시를 잡고 출발했다.
택시 기사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였고, 기차 때와는 달리 최면을 써도 지루함을 달랠 방법이 없어 그냥 핸드폰이나 보며 1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호텔 앞에 내릴 수 있었다.
"..이번엔 또 얼마를 쓴 건지."
이놈의 서민적인 감각은 도저히 사라질 생각을 안 해서, 외관에서부터 광이 번쩍번쩍 나는 듯한 호텔 건물을 올려다보니 금액 쪽이 또 신경이 쓰였지만, 적당히 묻어두고 호텔 정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머릿속에 있는 호텔의 이미지라고 하면, 들어가자마자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짐을 들어주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느낌밖에 없었는데.
로비가 워낙 넓기도 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좌석과 테이블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느낌이 딱 카페 같은 인상이라 부담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었다.
"최민석으로 예약했는데요."
직원들이 서 있는 카운터에 찾아가 이름만 밝히니 알아서 확인 절차도 끝마쳐주고, 남자 직원이 다가와 짐을 들어주겠다며 캐리어를 넘겨받고는 방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돈이 좋긴 좋다니까."
직원에게 건네받은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 방 내부를 살펴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감탄이 흘러나와 기분 좋게 중얼거렸다.
스위트 룸이라더니, 혼자 지내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넓고 깔끔하다.
거기에, 현관 정면에서 보이는 창문 너머로는 푸른 하늘과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것도 좋았다.
고향이 인천 쪽이라 월미도 정도는 가봤었지만, 이렇게 해변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건 처음이라 눈도 즐거웠다.
여기서 잠만 자도 힐링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오히려, 기차에서 만족스럽게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창밖으로 넓게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의욕이 차올라서, 곧바로 옷만 갈아입고 호텔을 나섰다.
"어우.. 뭔 사람이.."
의욕이 가득 차서 내려온 것까진 좋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는 달리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해변을 보니 살짝 질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뭐, 여자도 많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바글거리는 인파들 사이로 당당하게 비키니만 걸치고 돌아다니는 여자들이 보여 시선이 정신없이 휙휙 돌아갔다.
'..저쪽은 얼굴은 괜찮은데 몸매가 영 아니고, 쟤는 가슴은 끝내주는데 나머지가 다 별로네.'
파라솔도 깔지 않고 무작정 인파 사이를 돌아다니며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을 빠르게 스캔해 나간다.
일행도 없이 혼자 놀러 온 탓에 수영이나 물놀이가 땡기지도 않았고, 애초에 한다고 해도 별로 재밌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런 것보다는 여자. 무조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아 놀겠다는 일념 하나로 정신없이 해변을 돌아다니다가.
"돼지국밥 특 나왔습니다."
배가 고파져서 적당히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와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수영 같은 건 염두에도 두지 않은 반바지에 샌들, 얇은 반팔 셔츠 차림으로 나온 덕분에 다시 옷을 챙겨입을 필요도 없이 식당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한 명이 안 걸리냐.'
시도를 해서 못 낚은 게 아니라, 아예 마음에 드는 상대 자체가 걸리질 않는다.
시간은 이제야 네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니 해가 질 때까지는 꽤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뭔가 영 마음에 안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클럽은 일단 젊은 나이대에, 외모에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사람들만 모이다 보니 그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됐었는데.
해수욕장은 그냥 아무나 막 놀러 오는 장소다 보니 평균적인 수질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게 원인인 것 같았다.
그래도 벌써 포기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배를 채우고 다시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해변을 거닐며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을 스캔해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보기 힘들구나'하는 한탄과 함께 대충 파라솔이라도 깔아놓고 누워서 지나다니는 여자들만 살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오..?"
마침내 시야 한구석에 괜찮아 보이는 여자가 들어와 곧장 거리를 좁혀가며 자세하게 외모를 살펴봤다.
가슴은 얇은 수영복 하나로만 가려놓은 탓에 자세히 볼 것도 없이 최소 D컵은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고, 피부는 뽀얗고 매끄러운데다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성숙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하나 찾았네.'
혼자서 온 건 아닌 모양인지, 커다란 파라솔 아래 돗자리도 깔아두고, 그늘진 비치 배드 위에 앉아 쉬고 있었지만 일단 지금 당장 혼자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직접 헌팅해보는 건 처음이긴 한데.. 어떻게 되겠지 뭐.'
여태까지는 항상 상대에게 최면을 걸어 먼저 말을 걸게 하고, 오피나 스폰, 에스테틱, 클럽의 룸 같은 여자 쪽에서 먼저 다가오게 하는 방법을 이용한 탓에 먼저 말을 거는 게 조금 어색하기는 해도 못 할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일직선상으로 사람들을 가로질러 파라솔 바로 옆에 멈춰 서서, 주변의 인파 탓에 아직 이쪽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혼자 오셨어요?"
"..아, 저.. 저요..?"
이런 몸매와 얼굴을 가지고도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반쯤 비스듬하게 누워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당황 섞인 말투로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경계심부터 낮추고..'
처음 보는 여자의 경계심을 낮추는 법은 간단하다. 그냥 최면이나 걸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상식이나 인식을 바꾸는 최면에 비해 적당히 긴장을 풀어주거나, 왠지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감정에 가까운 최면은 훨씬 걸기 쉬운 편이었다.
"네. 너무 예쁘셔서요. 일행 있으세요?"
"아.. 음.. 네.. 가족들이랑 왔어요."
최면이 제대로 먹혀들었는지 경계심이 순식간에 줄어들어 매끄럽게 대답이 돌아오긴 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부드럽고 성숙한 인상에, 조금 유약해 보인다는 이미지도 새롭게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이러나 하고 잠깐 눈을 굴렸다가, 왼손 약지에 끼워진 은색 반지를 발견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부녀라고 방심하고 있었나보네.'
남편이 있으니까. 애초에 먼저 들이대는 남자 자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겠지. 왼손 약지에는 확실하게 유부녀라는 증표도 달려 있었으니까.
나처럼 못 보고 다가오는 경우 자체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가족이요?"
"네.. 남편이랑.. 애들이랑.."
"그러셨구나."
대답하는 와중에도 '남편'이라는 말에 조금 힘을 줘서 말한 것 같다는 건 내 착각일까. 아마 착각이 아닐 것이다.
물론, 모처럼 찾아낸 마음에 드는 여자를 남편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아예 뭐, 뺏어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룻밤만 즐기자는 건데. 괜찮겠지.'
애초에 내가 최면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 유서연과 김민아 다음으로 따먹었던 성은영도 애까지 딸린 유부녀가 아니었던가.
들키지만 않는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게 내 지론이었기 때문에 상대가 유부녀라는 건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좀 더 제대로 간을 봐야겠네.'
내 생각이야 어쨌든 간에, 솔로와는 달리 유부녀라면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일에 대한 거부감 자체가 엄청날 테니까.
그래서 성은영도 굳이 돌고 돌아 섹스를 '해야만 하는 일'로 만들었던 거였고 말이다.
"모처럼 가족들이랑 놀러 왔는데,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아, 아니.. 가족 말고도 같이 온 사람이 있어서.."
남편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돗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려는 내 행동이 어지간히도 당황스러웠는지 살짝 말까지 더듬었다가 당황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로 성실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다른 사람이요?"
"아, 네.. 친구네 부부랑.. 같이 놀러온 거거든요."
"아아. 그러셨구나. 그럼 친구 분은 어디가시고 혼자 있으세요?"
"잠깐.. 음료수만 사러.."
마치 '내 친구도 금방 올 테니 빨리 가라'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다.
파라솔이 옆쪽이랑 너무 찰싹 붙어 있다 싶었더니, 아예 두 가족 단위로 여행을 온 거였던 모양이다.
최면을 걸 상대가 많아졌다는 건 조금 귀찮지만, 이것 역시 내가 물러날 이유는 조금도 되지 못했기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저는 혼자 와서 심심하던 참이었거든요. 아, 저는 최민석이라고 하는데, 결혼까지 하셨으면 누나겠네요? 누나는요?"
"아, 그게.. 유은설.. 이에요."
"이름도 예쁘네. 몇 살이에요? 저는 스물넷인데."
원래라면 이렇게 마구잡이로 들이대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최면으로 경계심을 확 낮춰놓은 덕분에 이렇게 대뜸 나이를 물어보는 실례가 될 수 있는 행동도 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필요한 최소한의 최면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직접 대화해가며 경계심을 풀어나갔겠지만, 지금 상대는 나에 대한 경계심도, 거부감도 많이 느낄 유부녀가 상대였으니까.
일단은 이렇게 억지스럽게라도 경계를 뚫고, 어떻게 최면을 걸어야 할지 정보부터 제대로 수집해둘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