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1화 > 퍼스트 클래스 부럽지 않은 특실 VIP 서비스 (1)
바다에 가겠다고 한번 결정을 내리고 보니, 묵을 호텔을 예약하고 일정을 잡기까지는 사흘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내가 아니라 유서연이 전부 해결해줬을 뿐이지만 아예 다른 일정 자체가 없다 보니 그냥 '최대한 빠르게'라는 조건만으로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는 모양이니까.
"그럼, 다녀올게."
"잘 다녀오세요."
아무리 차가 있다지만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유서연의 차를 타고 기차역까지만 와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유서연이 트렁크에서 내려주는 캐리어를 받아 챙기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차 같은 것도 처음 타보는데, 특실까지 써보네.“
특실이라고 해봤자 몇만 원 차이도 안 나지만 예전 같았다면 그 몇만 원이 아까워서 일반석을 탔을 게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서연을 노예로 만든 건 서큐버스 시스템을 얻고 나서 한 행동 중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최면을 잘만 이용한다면 돈 걱정이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유서연처럼 예쁘고, 몸매 좋고, 돈 많고, 순종적이고, 일도 잘하는 노예를 어디서 또 구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성욕과 복수심이 반쯤 섞인 감정으로 건드렸을 뿐이지만 거기서 유서연을 버리지 않고 받아들여서 참 다행이었다.
'하나.. 둘.. 셋.. 넷.. 특실이라더니, 확실히 넓네.'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귀찮게 줄 서서 표를 살 필요도 없이 금방 기차까지 들어와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며 좌석을 가로질렀다.
"12A.. 맨 앞줄이네."
기차를 타본 적이 없으니 맨 앞줄이 좋고 나쁘고는 모르겠지만, 아예 옆좌석이 없는 덕분에 어색하게 옆자리 눈치를 보면서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괜찮은 느낌이었다.
특실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지나가면서 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아저씨나 아줌마,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딱히 신경 쓸 것도 없겠다 싶어 그냥 바로 좌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이게 의미가 있는 짓인지 모르겠네.'
클럽에서 무공을 익힌 인간들. 무인의 존재를 알게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향설에게 물어봐도 정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먹어만 봤을 뿐 자세히 아는 건 없다는 말만 돌아와서 별다른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나마 우리의 기운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아도 우리의 정체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는 모양이라, 수상한 상대가 보이면 적당히 피해 다니라는 지침 정도만 만들어 뒀을 뿐이다.
어차피 눈에 띄게 여기저기 무인의 존재에 대해 수소문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인터넷에 검색해도 무협 소설만 줄창 나오는 판에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까.
'..그걸 읽는 나도 미친놈이지.'
어쨌든, 무공과 무인이라는 단어 자체는 군대에서 읽었던 무협 소설에서 봤던 것들이었으니까.
쓸데없는 정보라도 대충 넣어두자는 생각으로 틈틈이 소설을 읽고는 있었지만 스스로도 별 의미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분명 다 다른 소설들인데도 세계관이 거의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긴 했지만, 그걸 현실에 도입하고 본다면 일단 시대부터가 달라서 매칭이 안 되기도 하고.
지금은 그냥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읽던 것들을 관성적으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열차는..]
좌석 등받이에 완전히 등을 기대고 소설을 읽어내리고 있는 도중, 곧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닫히고 덜컹거리며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뒤에는, 칸 맨 뒤에서부터 승무원이 카트를 끌고 오며 뭔가를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고, 금세 내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서비스입니다."
생긋 가벼운 미소와 함께 뭘 건네주나 했더니, 작은 생수병 하나에 쿠키, 손바닥만 한 견과류 팩이었다.
특실이라고 이런 것도 주나 싶어 픽 웃으려다가, 카트를 끌고 서 있는 승무원과 눈이 마주쳤다.
'..괜찮은데?'
가끔 사진으로나 보던 스튜어디스처럼 깔끔하게 뒤로 묶은 머리는 별로 취향이 아니었지만, 피부도 깨끗하고 인상도 단정한 게 제법 예쁘다.
가슴은.. 벗겨봐야 알겠지만 옷 위로는 C컵 정도는 될 것 같았고.
평소라면 그냥 '괜찮네' 정도의 평가와 함께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핸드폰 말고는 할 것도 없는 열차에서 두 시간 이상은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괜히 입맛이 도는 게 느껴진다.
소설이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소설만 읽는다면 지루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미친 짓이긴 한데.. 한 번 해봐..?'
눈앞의 여자가 땡기면 어떻게 최면부터 걸까 생각하는 습관 탓인지, 방법이 자연스럽게 떠올라버려 더더욱 욕구를 부채질 당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일단은.. 적당히 간만 쳐 놓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그런 생각으로 카트를 끌고 한 바퀴 돌아 멀어지려는 승무원에게 최면을 실어 보냈다.
[12A에 앉은 손님은 특실 고객 중에서도 특별한 VIP 고객이기 때문에 10분에 한 번씩은 지켜보며 불편한 게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게 내 업무다.]
사실 KTX의 특실이라고 해봤자,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도 아니고 돈을 내봐야 얼마나 더 냈겠는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우스운 최면이었지만 그 우스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믿게 만드는 게 최면이었고, 평소 자연스럽게 생각하던 업무와 섞게 된다면 더더욱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최면을 걸 수 있었다.
일반석이 아니라 특실이라 좌석 수가 적은 것도 한몫 했고.
'좌석이 꽉 찬 게 아쉽네.'
성수기라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한두 자리쯤 비어 있었다면 조금 더 아낄 수 있었을 텐데.
그나마 날이 갈수록 최면에 들어가는 정기의 효율이 좋아져가는 덕분에 이런 짓도 해볼 수 있는 거였다.
"어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좌석 전체를 쭉 훑어봤지만, 딱히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대로 화장실에 가는 척 통로를 쭉 가로지르며 좌석에 앉은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최면을 흘려 넣었다.
[다른 좌석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바로 옆자리를 제외한 다른 좌석을 훔쳐보는 건 굉장히 매너 없는 행동이다. 이 매너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어폰을 끼고 뭐라도 듣거나 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동안 정기를 아까워했던 걸 생각하면, 완전히 낭비나 다름없는 쓸데없는 지출이었지만 한 번 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아깝다는 기분이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그동안 쌓아둔 정기가 워낙 많은 탓에 이 정도 위화감 없는 최면이라면 막 뿌려대도 상관없는 수준이기도 했고.
다른 칸에서 사람이 넘어오더라도 어떻게 최면을 걸지는 다 정해뒀으니 걸려도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최면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하니까, 30분 정도만 기다릴까.'
좌석 전체에 확실하게 최면을 뿌려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기대 때문에 잘 읽히지도 않는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30분이 지나자 세 번째로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온 승무원과 눈이 마주쳤다.
"저기요."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내가 VIP 고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공손한 태도로 대답하며 소리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승무원을 보며 가볍게 입맛을 다시고, 미리 생각해뒀던 멘트를 입 밖으로 꺼냈다.
"VIP 서비스 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들리지 않도록 말을 내뱉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추가로 최면을 집어 넣는다.
세 번에 걸쳐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오면서 내가 VIP 고객이라는 최면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을 테니까. 그 최면을 기반으로 두 번째 최면을 걸게 된다면 정기의 효율만이 아니라 최면 자체도 더 잘 먹혀들기 때문에 한창 정기를 아낄 때는 자주 써먹었던 방법이었다.
"아, 네. 어떤 서비스를 희망하시나요?"
서비스랍시고 덜렁 '섹스'하나만 넣어놓으면 내용은 적어져도 오히려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는 만큼 간단하게 손바닥 지압이나 안마 같은 것들도 넣어놨지만 당연히 그딴 것들을 시킬 생각은 없었다.
"간단하게.. 펠라 서비스만 부탁드릴게요."
"펠라.. 알겠.. 습니다."
미리 준비를 해뒀다고는 해도 최면이 너무 급하게 들어간 탓인지, 일순 위화감을 느끼며 최면이 흔들렸지만 곧장 정기를 추가로 흘려 넣어 위화감을 지워버리자 흔들리던 눈빛이 다시 차분하게 되돌아왔다.
"그럼, 바지부터 벗겨드리겠습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승무원이 무릎이 더러워지는 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내가 앉은 자리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앞에 좌석이 있었다면 좁아서 이러기도 어려웠을 텐데. 맨 앞 좌석인 덕분에 앞이 텅텅 비어 다리를 쭉 뻗어도 될 정도로 공간이 넓었다.
”잠시..“
"아, 네."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승무원이 자연스럽게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기려고 하길래 곧장 허리를 들어 벗기기 쉽도록 협조해주자 바지와 함께 팬티까지 스르륵 벗겨져 내려가며 시원한 공기가 허벅지 사이로 스며들어왔다.
"어, 어머..?"
승무원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난 내 자지를 보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건지 감탄하는 건지 모를 목소리를 냈지만 아직 발기한 상태는 아니라 그런지 최면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에요. 이렇게 큰 건 처음 봐서.."
"너무 크다고 안 되는 건 아니죠?"
"아, 네. 크기는 상관 없습니다."
그것참 다행이다. 예전에 오피에 갔을 때는 대물은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매번 한 소리씩 들었었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제로 해보고는 싶었는지 나가라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츄릅.."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한데, 업무랑 섞여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자연스럽게 기둥을 쥐고 들어 올려 귀두를 핥는 걸 보니 경험이 꽤 있는 편일지도 모른다.
하기야, 얼굴도 괜찮고 몸매도 평균보다는 나은 편이었으니 남자 경험쯤이야 충분히 있어도 이상할 게 없긴 했다.
"츄릅.. 츕.. 츄읍..? 어, 어..?"
귀두 뒷쪽을 꾸욱 누르며 핥아 올리는 감촉에 순식간에 피가 몰려 자지가 커지기 시작하자, 느릿하게 움직이던 혀가 멈추고는 또다시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와..? 와아.."
놀라고는 있지만 당황보다는 감탄하는 쪽에 가까운 이 목소리는 이 여자가 확실히 경험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꽤 많은 편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너무 헐렁하면 별로인데.'
내 자지가 워낙 굵은 편이다 보니 일단 박아넣으면 안쪽이 꽉 차다 못해 벌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조임의 차이는 확실하게 느껴진다.
정말 숨이 턱 막혀온다 싶을 정도로 비좁고 빡빡하게 조여오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내가 벌리는 대로 힘없이 벌어지며 달라붙어는 있지만 조이는 느낌이 거의 없이 헐렁한 여자들도 세 명 정도 만나봤기에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한 번 따먹고 말 상대라지만 정기 자체는 꽤 소비한 만큼 제대로 즐겨야 아깝지 않을 텐데.
얼굴과 몸매가 A급 수준이라도 보지가 헐렁헐렁하면 만족할 수 없을 판에, 기껏해야 B급에 아슬아슬한 얼굴과 몸매로 보지까지 헐렁헐렁하면 만족 못할 게 뻔하지 않은가.
제발 그런 일만은 없기를.
불안한 마음과는 별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기에 일단은 펠라부터 느긋하게 즐기기로 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떨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