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6화 > 역시 집이 최고지 (1)
백하린과의 술자리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유서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미리 계획했던 대로 유서연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돈은 어디까지나 덤이고, 유서연이 너무 예뻐서 스폰을 받아들였다는 흐름으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백하린은 조금 긴가민가한 표정이었지만 유서연의 사진을 보여준 뒤에는 '그럴만하네'라는 대답과 함께 애매하게 납득했다.
시선이 유서연의 가슴 쪽으로 갔을 때는 상당히 불쾌해하는 기색을 내비치긴 했지만.
그 뒤에는 주로 내 어린 시절 얘기나 취미생활, 좋아하는 음식, 음악 같은 간단한 신변잡기 위주로 얘기를 나눴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도 않고, 얘기가 나오더라도 대충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리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비밀이 있긴 한 모양이었다.
보통 여자였다면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모텔로 향했을 텐데.
백하린은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모양인지 분위기가 많이 풀어지지도 않았고, 나 역시 급하게 거리를 좁힐 필요는 없겠다 싶어 잔잔하게 얘기만 나누다가 번호를 교환하고 클럽을 빠져나왔다.
"후우우.."
클럽 입구를 빠져나오다가 또 한번 가드와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더운 날씨기는 해도 바깥 공기를 마시니 해방감이 느껴졌다.
"에이, 재미 없어. 들어갈래."
옆에서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따라오던 향설도 어린애처럼 투덜거리더니 휙 사라져버렸고.
"어떻게 무사히 넘기긴 했는데.."
취한 느낌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직접 운전할 생각은 없었고, 급한 일도 없는데 누군지 모르는 대리 기사와 침묵을 유지하면서 집까지 가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일단 푹 쉬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고.
근처에 모텔이야 넘치도록 있었으니 하룻밤 자고 가면 될 일이었지만 당장 여자가 없다는 게 문제다.
잠들 때도, 잠에서 깼을 때도, 옆에 여자가 있어야 기분이 편안한데. 그것 하나만큼은 아쉬웠다.
"..어쩔 수 없나."
그래도 다시 어디서 여자를 구해보겠다고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아쉽기는 해도 오늘 하루는 그냥 혼자서 잠들어야 할 듯싶었다.
*
혼자 잠들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잠에서 깨어난 내 곁에는 상당히 훌륭한 몸매와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어젯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모텔을 찾으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쪽에서 통화를 무시했던 이진아에게 전화를 걸어봤던 게 신의 한 수였다.
약속했던 대로, 그리고 최면에 걸렸던 대로 내가 연락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진아는 열두 시가 지나서도 나한테 전화가 오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당했다.
그 뒤에는 기분이 팍 상해버려서 자신에게 들이대는 남자들도 전부 무시해버리고, 차도 끊기고 택시도 잡기 힘들어 인근 모텔에 들어가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내 쪽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고, 처음에는 계속해서 튕겨댔지만 내 쪽에서 주차 때문에 시비가 붙어서 여태 붙들려있었다는 거짓말과 함께 계속해서 사과하고 기분을 맞춰주자 결귀 모텔과 방 번호를 알려줬다.
"..으응."
세상모르고 새근거리는 이진아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상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을 살짝 걷어내고 나름대로 굴곡이 살아있는, C컵의 가슴을 가볍게 주무르자 작게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귀여운 얼굴과 자신감 넘치는 성격. 그에 걸맞게 자존심도 상당히 센 편이었는지, 어젯밤은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다는 티를 팍팍 내는 이진아를 어르고 달래 몸을 섞고, 그 뒤에는 어떻게든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걸 끈질기게 녹이고 몰아붙여 항복 선언을 받아냈으니까.
마지막에는 너무 느껴버렸는지 살짝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매달리는 모습이 장난 아니게 꼴렸었다.
'..생각했더니 또 꼴리네.'
어차피 막 잠에서 깬 탓에 하반신 쪽은 뻐근할 정도로 피가 몰려 불끈거리고 있는 상태였지만.
'한 발 뽑고 갈까.'
어차피, 잠든 여자를 모텔에 내버려 두고 나갈 생각은 없다.
내 나름대로의 에프터 케어라고 해야 할지. 다시 안 만날 여자라도 최소한 한 번 먹고 버려졌다는 느낌은 최대한 들지 않도록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같이 모텔을 나와 헤어지는 방식을 선호했으니까.
"진아야, 진아야."
"으으응.."
상반신만 일으켜 이진아의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며 이름을 부르자 편안하게 감겨있던 눈살이 살짝 찌푸려지며 하지 말라는 것처럼 몸을 뒤척거린다.
평소라면 느긋하게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줄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진아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봐. 빨리. 벌써 점심 때 다 됐어."
"아으.. 뭐야아.."
어젯밤에 너무 신음해댄 탓인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이진아의 눈이 천천히 떠진다.
그리고는 어깨를 흔들고 있던 내 손을 귀찮다는 듯이 밀어내고는, 느릿하게 상반신을 천천히 일으켰다.
덕분에 상반신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려, 가슴만이 아니라 뽀얗고 매끄러운 복부와 옆구리, 골반 윗쪽까지도 살짝 드러나 더더욱 욕구를 자극해왔다.
"잘 잤어?"
"잘은 무슨.. 응..?"
아무래도 아침잠이 약한 타입인 모양인지, 옆에서 말을 거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고 반사적으로 대답하다가, 이제서야 위화감을 느끼고 떠진 건지 감겨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흐릿하게 뜨고 있던 눈을 똑바로 뜬다.
"..아."
이제는 어젯밤 일이 완전히 기억난 걸까.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으로 얼굴을 덮어 표정을 감춰버렸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너무 늦게 깨웠나?"
"..아니니까 좀 조용히 있어 봐."
그렇게 지기 싫어하고, 자존심을 세우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지금 심정이 어떤 상태일지 대강 짐작이 갔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자 희미하게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바쁜 일 있으면 말해. 늦었으면 어쩔 수 없긴 해도, 일단 차 있으니까 태워다 줄게."
"그런 거 아니니까.."
멘탈 수습 좀 하게 내버려 두라는 건가. 이진아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기다려줄 기분이 아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침 인사도 안 해주고. 응?"
"히, 히익..!?"
거의 웅크리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진아의 배를 뒤에서 가볍게 끌어안고, 한쪽 손으로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자 깜짝 놀라 숨 삼키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어제 전화 못 받은 거 때문이면 이제 좀 봐주라. 나 어제 열심히 했잖아. 쪽."
"그, 그런 게..! 히읏..!"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탓에 평소 이상으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추자 하던 말을 멈추고 몸을 움찔 떤다.
"그게 아니면? 모처럼 같이 일어났는데, 인사 정돈 해 줘야지. 눈도 마주치고. 응?"
"아, 알았다고..! 이제.. 읏, 읍!?"
희미하게 소름이 돋은 목덜미에 계속해서 바람을 불고, 가슴을 주무르면서 유두를 살살 간질여대자 결국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홱 돌아보는 이진아의 입술을 덮치고 그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남은 손을 위로 올려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후읏..! 응, 읍..! 츄읍, 읏, 후으응.."
처음에는 당황해서 머리를 뒤로 빼려고 하더니 놔주지 않고 입 안을 몇 번 휘저어주니 결국은 몸에 힘을 빼고 키스를 받아들인다.
본인은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미 끈적하게 키스를 당하고 가슴을 희롱당하는 시점에서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배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 이불 안으로 집어넣고, 무방비하게 벌어져 있는 허벅지 안으로 확 집어넣었다.
"읏!? 읍, 잠..! 으읍..!"
놀라서 고개를 뒤로 확 당기는 이진아를 다시 억눌러 입술을 틀어막고, 살짝 땀이 차 습해져 있는 보지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자 땀과는 달리 미끌미끌한 감촉과 함께 손가락이 꽉 조여졌다.
어젯밤만 해도 이진아가 완전히 뻗어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박아대고 안에 싸질러놨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흐읍, 읍, 후읍, 웁, 후읏..!"
검지와 중지를 집어넣어 질벽을 켜듯이 계속해서 보지를 쑤셔대기 시작하자 질척한 소리와 함께 연결된 입 안에서 흘러나오는 숨결이 점점 뜨겁게 변해간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후앗..! 하읏, 흐응..! 자, 잠까안..! 흐으읏..!?"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어 입을 떼어낸 뒤에도,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질구멍을 쑤셔대고 있으니 제대로 숨도 고르지 못하고 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며 신음하느라 바쁘다.
"뭐, 어때. 일어난 김에 한 번만 하자. 응? 바쁜 일도 없다며."
"아, 알았으니까..! 하윽..! 머, 멈춰봐아..!"
아직 어젯밤의 여운이 남아있는 걸까. 얼마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벌써 갈 것 같은 반응을 보이며 허벅지를 꽉 조여대고 있으니 멈춰줄 리가 없다.
"괜찮아. 갈 것 같지? 일단 한 번 가자."
"너, 너어..! 히, 히익..! 흑..! 지, 진짜아..! 흑..! 흐으으응..!!"
움찔! 움찔!
예상했던 대로 절정이 가까웠던 모양인지. 손가락의 움직임을 조금만 더 세게 한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절정에 달하더니 몸 전체를 움츠리며 움찔움찔 떨어댄다.
마찬가지로, 절정해버린 보지 안쪽에서는 새로 나온 듯 뜨겁고 미끌거리는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와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까지 적셔버렸다.
"흐읏..! 하앗..! 하앗..! 하응..!?"
절정의 여운에 긴장하고 있던 몸을 축 늘어뜨리며 숨을 고르는 이진아를 배려해서, 아까와는 달리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여 질벽을 문질러준다.
찔꺽.. 찔꺽.. 찔꺽..
"흐응..! 앗, 하읏..! 앙..! 그, 그만 좀..!"
"알았어."
"어, 어..?"
이번에는 진짜로 화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을 확 빼내 버리자 쾌감 대신 당황한 듯 얼빠진 목소리가 짧게 흘러나왔다.
"꺄, 꺅!?"
물론, 정말로 쉬게 해줄 생각은 없었기에 당황하고 있는 이진아의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려 그대로 침대 위에 천장 방향으로 부드럽게 눕혀놨다.
그리고는 곧장 다리를 벌리고, 오므리지 못하도록 그 사이로 들어가 확실하게 자세를 잡아버렸다.
"수, 숨만 좀 돌리자고..!"
"살살 할게."
순식간에 제대로 저항도 하기 힘든 자세가 돼버린 이진아의 의견을 한 귀로 흘려넘기고, 위안조차 되지 않을 말과 함께 불끈거리고 있는 자지를 미끌거리는 균열 위에 대고는 그대로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