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5화 > 지기 싫은 여왕님 함락 시키기 (10)
욕조에서 나오지도 않은 채로 몸을 겹친다.
뭔가 연인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잔잔하게 조명만 비쳤던 침대 위와는 달리 너무 밝기도 하고, 조금 껄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찌거억..
물 속이라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단단한 기둥이 질내를 힘껏 벌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하우으읏..!"
아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비좁은 속살을 비집고 들어오며 미끄러지는 감촉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읏..! 하아악..!"
참으려고 해도 닫혀있어야 할 속살이 억지로 벌려지며 뱃속이 꽉 차는 느낌이 차오를 때마다 강제로 입이 벌어지며 신음과 함께 뜨거운 숨이 토해져 나온다.
그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던 기둥의 끝부분, 귀두가 가장 안쪽까지 들어와 자궁을 꾸욱 누른 순간.
"흐으으윽..!?"
숨이 턱 막혀오는 동시에 또다시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또.. 또 나왔어..'
물속이라 들키지는 않았겠지만, 숨이 턱 막혀온 순간 참으려고 힘을 줄 틈조차 없이 배뇨감이 확 밀려들더니 그대로 밖으로 물줄기를 쏟아내버렸다.
"하.. 예슬 씨 안쪽.. 엄청 쪼여서.. 진짜 좋아요.."
다행히 최민석은 여기서 더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몸을 밀착시키며 기분 좋다는 말을 속삭여올 뿐이었다.
"......"
이런 상황에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속삭여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질내에서 기운차게 불끈거리는 감촉과 기분 좋게 풀어지는 목소리는 여태까지 몇 번이고 느꼈던 오싹거림이 재차 올라올 정도로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가..?'
자신이 남자가 아닌 이상 최민석이 느끼는 쾌감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가만히 있는 와중에도 못 참겠다는 듯 안에서 불끈거리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좋은 것 같다.
하물며 오늘이 처음인 자신과는 다르게 최민석은 다른 여자들과도 몸을 섞어봤을 텐데,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걸 보면 다른 여자들과 비교해봐도 자신 쪽이 더 좋다는 뜻이리라.
'명기.. 궁합.. 그런 건가..?'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을 떠올려보며 이유를 짐작해봤지만 이거다 싶은 건 없다.
따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긴 했지만 기본적인 식단 관리와 몸매 유지를 위한 스트레칭 외에는 따로 하는 것도 없고.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런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궁합이 잘 맞는 걸지도 몰라.'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건 서로의 몸이 잘 맞는다는 가능성 쪽이다.
그거라면 최민석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몸에 만족하는 이유도, 자신이 첫 경험이면서도 의식이 반쯤 날아가 버릴 정도로 느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첫 경험은 보통 아프기만 하다고 했었는데, 자신 같은 경우에는 아프긴 했지만 어느 순간 통증 같은 건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느껴버리기도 했었고.
"이번엔 천천히 할게요."
"아, 네.."
눈앞에서 서로 몸을 끌어안고 있던 상대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생각에 빠져있었던 건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곧바로 밀착해있던 몸이 얕게 들썩거리고, 질척거리는 소리 대신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이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안쪽을 쿡쿡 찔러오기 시작한다.
"흐앗..! 아읏, 앗..! 앙..!"
기분 좋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떠올라버릴 정도로 짜릿하면서도 부드러운 쾌감이 밀려들며 벌어진 입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쾌감이 강하지 않은 만큼 통증도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가끔 희미하게 눈살이 찌푸려지기만 할 정도의 옅은 통증이라 그다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정작 신경 쓰이는 쪽이 있다면.
'또, 나올 것 같아..!'
최민석의 움직임에 맞춰 물속에서 몸이 얕게 떠올랐다 가라앉으며 뜨겁고 단단한 귀두가 깊은 곳을 쿡쿡 찌를 때마다, 조금만 방심해도 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연달아 올라온다.
"아흑..! 아앗, 앗..! 흐아앙..!"
결국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물속에서 오줌을 지려버리고, 시원한 해방감과 함께 밀려드는 아찔한 쾌감에 입을 크게 벌리며 신음을 쏟아낸다.
"하읏.. 하앗.. 하앗.."
더 움직이면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에, 양팔과 다리까지 써서 최민석의 등과 허리를 꽉 끌어안아 필사적으로 움직임을 막았다.
"역시 민감하시네."
"읏..!"
방금 살짝 가버린 건 맞긴 하지만, 섹스 중에 실금해버린다는 이해할 수 없는 쾌감만 아니었다면 한참은 더 여유가 있었을 텐데.
차마 자신의 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운 사정과 최민석의 유들유들한 목소리가 겹쳐 억울하고 분한 기분이 또다시 울컥 올라온다.
"괜찮아요. 여자들은 몸이 민감한 쪽이 더 좋은 거라고 하던데. 창피해할 필요 없어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살짝 표정을 찌푸린 걸 창피해하는 거라고 받아들인 건지,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최민석의 말에 짜증만 더 늘어난다.
결국은 자신이 쉽게 느끼고, 쉽게 가버리는 여자로 생각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짜증 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진짜..! 술만 적당히 마셨어도..!'
아니, 그랬다면 애초에 상황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지.
아무튼,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자꾸만 싸버릴 것 같은 느낌이 올라와 그걸 참느라 몸이 민감해지고, 조금씩 지릴 때마다 느껴버리는 거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기에 입을 꾹 다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시 움직일게요?"
"마음대로.. 하라고요.."
마치 이쪽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듯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의사를 묻는 것도 짜증 난다.
실제로도 이쪽만 혼자 가버리고, 최민석은 더 움직이고 싶은 걸 멈추고 기다려주고 있었으니 봐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는 것도 짜증스러운 기분에 한몫하고 있었고.
"흐읏..! 흐앙.. 앙..! 하으응..!"
질내 깊은 곳에서 가만히 멈춰 불끈거리고 있던 자지가 다시 움직이며 깊은 곳을 쿡쿡 찔러오기 시작하자, 언제 시원해졌냐는 듯 다시 한번 쌀 것 같은 느낌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아, 진짜아..!'
차마 겉으로 짜증을 드러낼 수는 없어서, 필사적으로 밀려드는 감각을 참아내며 속으로 불평과 함께 짜증을 내뱉는다.
혼자서 할 때는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런단 말인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해도..
"아흣..! 하아앙..!!"
"또 갔어요?"
"모, 몰라아앙..!"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최민석의 말에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다.
방금 막 지리면서 또다시 살짝 가버렸는데, 이번에는 멈춰주지도 않고 깊은 곳을 집요하게 쿡쿡 찔러대는 탓에 곧바로 다시 쌀 것 같은 느낌이 밀려들고 있는 탓이었다.
"아흐읏..! 읏..! 앗..! 항..! 하으응..!"
이번에는 참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참아보려고 해도.
"하아아앙..♡"
결국은 참지 못하고 지려버리면서 참았던 만큼 더 강렬하고 녹을 듯한, 기분 좋은 쾌감이 한 번에 밀려 들어올 뿐이었다.
'이제 몰라아..!'
참아도 참아도 끝이 없는 쾌감에 머릿속이 점점 뿌옇게 물들어가며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참아봤자 의미도 없는데, 어차피 물속이라 들키지도 않을 텐데. 드문드문 그런 생각까지 떠올라 버리니 인내심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결국에는 참는 걸 포기해버리고, 최민석의 탄탄한 몸을 힘껏 끌어안은 채 밀려드는 쾌감에 몸을 맡겼다.
"아앗..♡ 앗..♡ 앙..♡ 흐앙..♡ 하아아앙..♡"
한 번 힘을 빼버리기 시작하니, 거의 두세 번만 찔려도 요도구가 멋대로 뻐끔거리며 쉴 새 없이 내용물을 흘려보낸다.
이제는 스스로가 참고 있는 건지, 계속해서 지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이 녹아내려서, 조금씩 커다란 절정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흐앗..! 하악..! 학..! 흐윽..! 흑..!"
이렇게 빨리 가버리면 안 되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밀려드는 쾌감을 참아내지 못하고 결국에는 절정에 달해버린다.
"히, 히익..! 흐아앙!!♡♡"
움찔! 움찔!
최민석의 몸을 힘껏 끌어안은 채로 절정에 빠져들어 온몸을 움찔움찔 떨어댄다.
"흐아앗..♡ 아..♡ 아아아..♡"
마치 높은 곳으로 확 끌어 올려졌다가 떨어지는 것처럼 아찔한 쾌감과 함께 몸 전체가 녹을 듯이 뜨거운 열기가 마구 밀려드는 탓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흐아앙..♡ 하아아앙..♡"
침대 위에서 가버렸던 것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운 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아 어쩔 수 없었다.
"흐앗..♡ 하악..♡ 하악..♡"
겨우겨우 절정이 가라앉은 뒤에도, 조금만 움직이면 또 가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에 여전히 최민석의 몸에 온몸으로 매달린 채로 가쁘게 숨을 내뱉어야 했다.
"기분 좋았어요?"
"......"
분하다.
분명 오늘 처음 만났고, 만난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은 상대인데. 목소리만 들어도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울컥울컥 짜증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엄청 여왕님 같은 이미지였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귀여우시네."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 한마디에 뿌득, 이가 갈린다.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제외한다면 평생 남자에게 애교 한 번 부려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창피한 꼴을 당한 상태에서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 자존심이 확 상해버린 탓이었다.
더더욱 분한 것은, 이런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였다.
"힘드시면 좀 더 쉬었다 할까요?"
"민석 씨는,, 아직.. 못 갔으니까.. 계속해요.."
가쁘게 숨이 흘러나오는 입을 애써 진정시키고, 최대한 태연한 말투를 가장해 멀쩡한 척 깨끗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계속하라고 강요하듯이 말한 건 아직 널 신경 써줄 여유 정도는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무리수였다.
"예슬 씨만 괜찮으시다면야 뭐.. 계속할게요?"
"흐윽..! 읍..! 읏..! 하악..! 흡..!"
분한 감정이 일정 선을 넘은 탓일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각오로 몸에 힘을 주고 밀려대는 쾌감을 참아내며 소리를 억누른다.
이렇게 짜증이, 아니 화가 났다 싶을 정도로 불쾌한 와중에도 몸은 녹아내릴 듯 쾌감을 느낀다는 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참을 수 있을 만큼은 참아야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오늘 밤은 어떻게든 견뎌내기만 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적어도 자신이 귀엽다는 생각만큼은 쏙 들어가게 해주리라.
가능하면, 자신에게 빠져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만족시켜주고, 그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괴롭혀주리라.
클럽에서 본 남자들 중에는 대놓고 정력 쪽을 어필하며 허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봤자 서너 번은 거뜬하다는 정도였고, 한예슬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도 남자들의 사정 횟수는 그 정도가 한계선이었다.
많아 봐야 앞으로 세 번. 거기까지만 버틴다면 분명 자신 쪽에서 최민석을 몰아붙일 기회가 찾아올 게 분명했으니 최대한 버텨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