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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374화 (374/775)

< 374화 > 지기 싫은 여왕님 함락 시키기 (9)

한예슬은 조금 뜨거운 욕조에 들어와 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다 난생처음으로 주량을 넘겨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한심하게 비틀거리고, 모텔까지 들어와 몸을 씻겨지고, 첫 경험까지 해버렸다.

이 모든 게 중간에 자존심을 접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긴 했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을 어쩌겠는가.

이제 그 부분에 관해서는 머리 아프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섹스 한 번일 뿐이니까. 당장 유일하게 친구로 지내는 이채영만 하더라도 클럽에서 만난 몇몇 남자들과는 잠자리를 가져본 눈치였으니 그렇게 큰일이라고 할 만한 일도 아니다 싶기도 했고.

하지만.

'......'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애써 외면하고, 다시 뿌옇게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멍하니 쳐다본다.

처음이라서, 그런 말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을 정도의 추태.

위에 나열했던 자존심 상하는 일들을 전부 지나간 일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창피한 꼴을 보여버렸다.

'도대체 왜..'

거기서 오줌이 나온단 말인가.

그냥 살짝 흘러나온 정도도 아니고, 아주 시원스럽게, 제대로 지려버리고는, 그걸로도 모자라 박힐 때마다 쪼륵쪼륵 소리를 내며 오줌을 지려대던 걸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다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다.

'나쁜 새끼..'

현실을 회피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가 온 걸까.

머리를 텅 비우기 위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눈동자에 조금씩 빛이 돌아오더니, 째릿하고 맞은편에서 다리를 쭉 뻗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최민석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렇게 멈춰달라고 했는데, 화장실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 한 번을 멈춰주지 않고 그런 창피를 당하게 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미 한계에 달한 자신을 계속해서 몰아붙이고, 욕실에 들어와서도 '들어가기 전에 정액을 빼주겠다'며 손가락으로 질내를 마구 긁어내기까지.

그 과정에서 또 밀려드는 감각을 참지 못하고 오줌을 지려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하던가..!'

그랬으면 뭐라고 따지기라도 했을 텐데.

욕실에 막 들어왔을 때는 자신도 제정신이 아니었고, 욕조에 들어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새삼 이제와서 정신을 차렸다고 먼저 뭐라고 성질을 내기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선뜻 입도 열리지 않는다.

결국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최민석의 얼굴만 죽어라 노려보다가 어느 순간 천천히 눈을 뜬 최민석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쳐 버렸다.

"읏..!"

일단 눈이 마주치긴 했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똑바로 시선을 맞추고 있는 눈동자에 몸이 멋대로 움츠러들기까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머릿속이 복잡해져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자신과는 달리,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얼굴로 괜찮냐고 묻는다.

안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와중에 저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또다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미안해요. 저도 멈춰야 한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예슬 씨가 너무 예뻐서.. 못 참겠더라고요."

"무, 뭔..!"

뻔뻔하게 나오는 듯하더니, 이쪽이 뭐라고 쏘아붙일 틈조차 없이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까지 지으며 사과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지껄이는 탓에 순간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하고 기세가 끊겨 버렸다.

그리고, 최민석은 여전히 뻔뻔하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매끄럽게 말을 내뱉는다.

"남자들이 좀 그런 게 있잖아요. 뇌가 성욕에 지배된다고 해야 하나..? 예슬 씨도 알잖아요. 남자들이 예슬 씨 보고 얼마나 안달이 나는지. 알죠?"

"그, 그래도..!"

남자들이 쏟아내는 칭찬쯤은 이미 익숙해져 있을 텐데. 이런 식의 노골적인, 그러면서도 확 와닿을 정도로 공감되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다.

그녀가 봐온 남자들은 항상 성욕에 미쳐 있으면서도 최대한 매너 있는 척,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척 오해의 소지가 없을 법한 듣기 좋은 칭찬만 해댔으니까.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예슬 씨한테도 지분이 좀 있다는 거예요."

"아, 알았으니까, 잠깐..!"

욕조 맞은편에 앉아있던 최민석이 등을 기대고 있던 상반신을 세우더니, 물살을 일으키며 욕조 안에서 슬금슬금 자신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상황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였나? 이렇게 갑자기?

"아, 읏..!?"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도 모르고, 일단은 다가오는 최민석을 밀어내기 위해 뻗은 팔을 가볍게 낚아채이고, 그대로 최민석이 몸을 밀착해오는 걸 허락해버렸다.

"이것 봐요. 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예슬 씨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요."

"히, 히익..!?"

낚아채인 손을 확 잡아당겨져, 물속에서 불끈거리고 있는 기둥을 멋대로 잡게 만들어버렸다.

사람 몸이 아니라 돌이나 쇳덩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의 단단함과 한 손으로 다 움켜쥐지도 못할 굵기에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츄릅, 하아.. 쮸읍, 쯉.."

한쪽 손은 여전히 손목을 붙잡아 자지를 움켜쥐고 있도록 고정해놓고, 다른 한 손으로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가슴 윗쪽을 핥더니 그대로 입을 맞춰 살짝 빨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유두를 빨기 시작한다.

"진짜 예뻐요.. 츄릅.. 츄읍, 츕.."

가슴에 고개를 파묻은 채로 홀린 듯이 작게 속삭이고는, 혀를 낼름거려 유두를 핥고, 가볍게 빨아들이면서 다시 핥는다.

'뭐, 뭐야아..'

다 큰 남자가 어린애처럼 매달리듯이 가슴에 달라붙어서는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에 또다시 정체 모를 오싹거림이 올라온다.

살짝 소름이 돋는 듯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오히려 조금씩 기분이 붕 뜨는 듯한 오싹거림은 머리를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하아.. 손 좀 흔들어줄래요..?"

"흐, 읏..?"

한참을 진득하니 가슴을 빨고 있던 최민석은 어느 순간 목덜미 쪽으로 올라와 고개를 파묻더니,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속삭이고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자지를 쥐고만 있는 손목을 가볍게 흔들며 재촉해온다.

해본 적은 없지만,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

그래도 해달라는 대로 해줄 이유 같은 건 전혀 없는데, 스스로도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는 채로 시키는 대로 붙잡힌 손을 조심스럽게 흔들기 시작했다.

"으읏.."

가볍게 쥐고 흔들어줄 뿐인데, 손에 감싸인 기둥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거칠게 불끈거리기 시작한다.

그 낯선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움찔 떨려오고, 얼굴이 점점 화끈거리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츄릅.. 츄읍.. 츕.. 츄릅.."

"아.. 읏.. 하아.. 하아.."

한쪽 손은 여전히 가슴을 부드럽게 쥐고 주무르면서, 목덜미에 계속해서 혀를 낼름거리며 기게 한다.

딱히 쾌감이랄 것도 없는 얕은 자극일 뿐인데, 어째서인지 점점 숨이 차오른다.

목덜미에서 낼름거리는 혀는 조금씩 위로 올라오더니, 어느샌가 바로 턱 아래까지 핥아대고 있었고, 어느 순간 불쑥 위로 올라오더니 천천히 입술을 덮쳐오려고 한다.

"앗.."

"계속해주세요."

"으읍.."

뭘 계속 해달라는 건지는 뻔하다.

이번에도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선수를 빼앗기고, 잠시 주춤한 사이에 입술을 빼앗겨 버렸지만 손은 여전히 착실하게 자지 기둥을 쥐고 흔들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흐움.. 움.. 츄읍.. 움.. 후으움.."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 혀는 능숙하게 혀를 휘감아 간질이고, 입 안 곳곳을 누비며 부드럽게 핥아나간다.

중간중간 살짝 벌려주는 틈 사이로 숨을 쉬고는 있지만,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탓에 자꾸만 숨이 가쁘게 흘러나오고, 몸이 붕 뜨는 것만 같다.

"흐우웅.. 움.. 쯉.. 츄릅.. 쯉.."

본능이 시키는 대로, 입 안에 들어오는 혀를 살짝 빨았다가 마주 핥아보고, 다시 빨아보자 손에 감싸진 자지가 지금까지 이상으로 기운차게 불끈거렸다.

"흐우읏.. 하아아.."

"후우.. 술이 좀 깼나봐요?"

"하아.. 네..?"

잠시 숨을 돌리려는 것처럼, 입술을 살짝 떨어뜨리고 고개를 뒤로 당긴 최민석이 눈을 똑바로 맞추며 하는 말에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되물었다.

"키스 말이에요. 아까는 딱딱하게 굳어서 잘 못 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잘하시길래요."

"아.. 음.. 그, 그렇죠.."

다행히도, 최민석은 아직 자신이 처음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다면 이제 들킬 걱정은 없다고 해도 좋았다.

'변명을 잘해서 다행이지.. 들킬 뻔했어..'

솔직히 피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사적으로 생리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었던 게 잘 먹혀든 모양이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그래야겠네요."

술에 대한 부분에서는 그냥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게 낫다.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순순히 충고를 받아들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그 부분에서 억지를 부리면 잃는 게 더 클 테니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날을 세우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최민석도 싱긋 웃음을 짓고는, 정말로 서로의 살갗이 닿을 정도로 몸을 찰싹 밀착시켜왔다.

"아.."

느낌이 온다.

이게 흔히 말하는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는 건가 보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젠 하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괜찮.. 겠지..?'

어차피 이미 한 번 해버린 거, 한 번이나 두 번이나 똑같다.

처음이었을 때와는 달리 약간의 거부감만 느껴질 뿐, 정말 위험하다거나 안 된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아까 그렇게까지 했으니까..'

더 실수를 저지를 일은 없을 것이다.

유일한 걱정이 있다면 아까처럼 또다시 수치스러운 꼴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거였지만 아까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너무 많이 마셔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전히 기둥을 감싸 쥐고 있는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지고, 물속에서 엉덩이를 붙잡혀 번쩍 들어 올려지더니 그대로 최민석 위에 올라타 앉는 자세가 돼버렸다.

"넣을게요. 괜찮죠?"

이대로 말없이 넣었어도 거부하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위에 올라탄 한예슬과 굳이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묻는 최민석의 말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마음대로 해요."

마지막까지 새침하게, 확실하게 좋다고 말하지 않는 건 지금 상황에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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