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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363화 (363/775)

< 363화 > 이 좋은 걸 인싸들만 하고 있었다고? (1)

느긋하게 청소 펠라를 즐기고, 힘이 빠진 김민아를 안아 올린 채로 함께 욕조로 들어왔다.

"둘이 쓰기엔 좀 좁은가?"

"당연하지. 애초에 1인용 욕조인데."

아파트에 있는 욕조와는 달리 욕실 한구석에 조신하게 자리 잡은 욕조는 혼자 들어오면 두 다리 쭉 뻗고 쉴 수 있을 정도는 됐지만 역시 둘이 쓰기에는 좁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공간을 아끼기 위해 김민아를 내 허벅지 위에 앉혀놓고 다리를 쭉 뻗고 있으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불편하지 않았다.

어쨌든 뜨끈한 물속에 몸을 푹 담그고 있으니 몸이 나른하게 풀어져서 좋기도 하고.

"하아아.."

김민아는 김민아대로 이제야 제대로 쉴 수 있게 된 덕분인지 내 몸을 완전히 욕조의 일부 수준으로 취급하며 몸을 축 늘어뜨리고 시원하다는 듯 늘어지게 한숨을 흘린다.

'..목 진짜 가느다랗네.'

평소에야 몸 전체를 보다 보니 워낙 비율이 균형 잡혀 있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한 부위만 집중해서 보니 새삼 정말 날씬한, 아니 마른 몸매라는 게 체감이 된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살짝 내밀어 어깨 아래를 보면 마른 몸매와 어울리지 않는 굴곡진 가슴이 반쯤 물에 잠겨 흘러나오는 숨결에 맞춰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꺅!?"

가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물 안쪽에서 슬그머니 양손을 앞으로 보내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자 허벅지 위에 올라타 있던 몸이 흠칫 놀라며 거의 튀어 오르듯이 들썩였다.

"마, 말 좀 하고 하라고!"

"가슴 좀 만질게?"

"지금 말해서 어쩔 건데!?"

"뭐 어때. 그냥 주무르고만 있을 테니까 계속 쉬고 있어."

"진짜아.."

그래도 가슴 정도는 괜찮은 모양인지, 한탄하듯 중얼거리면서도 다시 몸의 긴장을 풀고 등을 기대온다.

"제대로 쉬게 해주는 법이 없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잖아."

"평소에는 이러고 잘만 있으면서."

"평소에도 서연이나 예진이 가슴으로 놀면서 쉬는데?"

항상 그러는 건 아니지만, 특히 유서연 쪽은 물 위로 둥둥 떠서 흔들리는 가슴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거나 지금처럼 내 위에 앉혀놓고 양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며 즐길 때가 있었다.

"..변태 새끼."

"새삼스럽게."

남한테 직접 들은 적은 거의 없었지만 스스로도 너무 당연하게 전제로 깔고 들어가는 일이라 조금 기분 나쁘다는 듯한 목소리로 한마디 들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김민아도, 말만 이렇게 했을 뿐이지, 진심으로 뭐라고 따질 생각은 없는지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내 대답을 듣고는 힘없이 한숨만 푹 쉬었다.

"진짜.. 남자들은 이게 그렇게 좋나?"

"당연히 좋지."

내가 워낙 가슴 큰 여자들 위주로 만나서 그런지, 이런 질문도 이제는 철면피를 깔고 태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사실 남자들과의 관계가 익숙한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이미 남자들이 자기 가슴에 환장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대부분 남자들의 시선이 항상 자기 가슴에 꽂힌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만지게 해줄 일까지는 거의 없었던 여자들이다.

평소에 시선은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가슴에 집착할 줄은 몰랐으니까.

나야 뭐, 이제는 집착보다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힐링한다는 감각으로 주무르고 있을 뿐이지만.

김민아 같은 경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슴이 이렇게 크지도 않았으니, 얼굴 쪽은 몰라도 가슴으로 향하는 노골적인 시선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으리라.

"밖에 나가면 남자들이 막 쳐다보지."

"..말도 마. 이젠 진짜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더라. 서연 언니는 거슬려서 어떻게 사나 몰라."

"걔 정도 되면 남자들도 반쯤 놀라서 쳐다보는 수준이라 오히려 우습다더라."

"그렇겠.. 적당히 하지..?"

"응? 뭐가?"

"손 좀.. 적당히 하라고.."

"어.. 아아."

이번에는 진짜 몰랐다.

그냥 멍하니 얘기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워 넣고 비벼대고 있었던 건지.

"나도 모르게 이러고 있었네."

"뭘 나도 모르게야? 대놓고 이러고 있었으면서."

"진짠데.."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게 있는 만큼 이런 오해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나도 진짜 대단하네.'

그냥 가볍게 주무르면서 쉬기만 하려고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손이 이렇게 움직일 줄은 몰랐다.

매번 뻔뻔하게 넘어가고 있긴 했지만, 진짜 변태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젠 진짜 주무르기만 할게."

"..그냥 손 떼고 있는 건 안 돼?"

"안돼."

"하아.."

한숨을 쉬건 말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

"조금 더 쉬다 가고 싶은데. 시간도 남고."

"내가 안 괜찮거든!? 빨리 가기나 해!"

현관문 앞에서 나가려다 말고 발을 멈추며 말하자 김민아 쪽에서 등을 떠밀면서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어제는 욕실에서 나온 뒤에도 김민아를 놔주지 않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어댄 탓에 예정에도 없던 휴방을 하게 된 탓이었다.

물론,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면서도 아침 발기는 확실하게 해결해 주고, 아침도 같이 배달시켜 먹고 나오는 길이었기에 짜증을 내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다음엔 먼저 불러줄 거지?"

"아, 알았다고..!"

문 밖으로 나가면서 툭 던지듯 묻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문이 쾅 닫혀버렸다.

다시 비빌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서 놀려줄까 하다가, 그래도 이틀 연속으로 괴롭히는 건 조금 심한가 싶어 얌전히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유서연이 마중을 나와 살짝 거리를 두고 옆에 붙어 다시 거실로 함께 들어왔다.

"예진이는?"

"학원 갔어요. 모델 일도 생각보다 배울 게 많은가 보더라고요. 본인도 나름 재밌다고 열심히 하는 것도 있고요."

그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뭐라도 직업이 있었으면 하기도 했고, 나한테 칭찬을 받은 것도 떠올라서 모델을 시작했다고 했었는데.

촬영하는 것도 재밌고, 모델들 사이에서도 몽마 특유의 색기 넘치는 분위기 탓에 일거리도 심심치 않게 들어와서 수입이 꽤 된다는 모양이다.

학원 쪽에서는 아예 기획사 쪽에 연결해준다는 얘기도 나왔다는데, 당장은 일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다 싶어 미뤄뒀다나.

같은 집에 살면서도 다른 세상 얘기처럼 들리는 느낌이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가게 쪽은? 오늘은 출근 안 했네?"

"주인님 얼굴 보고 나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침은 드셨어요?"

"김민아랑 먹고 왔어. 미리 말해둘 걸 그랬네."

"아니에요. 제가 말도 안 하고 기다린 건데요."

확실히, 김민아랑은 태도부터가 다르다.

"출발은 언제 하시게요?"

"여덟 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넉넉잡아서 여섯 시쯤 나가보려고. 그때까진 그냥 집에서 쉴 거고."

유서연 쪽에서 먼저 에스테틱에 가자고 말할 것 같길래, 선수를 쳐서 집에서 쉬다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스테틱에 가면 안 될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김민아의 입으로 시원하게 한 발 뽑기도 했고, 밥도 배부르게 먹고 온 뒤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뒹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유서연은 곧바로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같이 가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입고 가실 옷은 방에 걸어뒀으니까, 나가실 때 갈아입고 가시면 될 거예요."

"고마워. 항상 수고해주네."

"헤헤.."

늘 신세를 지는 만큼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자 유서연도 기쁘다는 듯 헤실헤실 웃었다.

유서연을 내보내고 방에서 적당히 뒹굴거리다가, 심심할 때쯤엔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순식간에 나갈 시간이 찾아왔다.

"..평범하네?"

그냥 깔끔하게 입으면 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유서연이 걸어둔 옷은 그냥 평소에 입는 흰 셔츠에 슬랙스 바지 차림이라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유서연이 준비해준 옷이니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곧장 집을 나섰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핸드폰이 울려댔다.

"하여튼.. 여보세요?"

[오고 있냐?]

"지금 출발하려고. 안 늦을 거니까 걱정 말고."

[새끼, 아닌 척하면서 기대하고 있었구만?]

"기대는 무슨 기대야. 어제 전역한 놈 비위나 맞춰주려고 나가는 거지. 너야말로 못 참고 먼저 전화해놓고 할 말이냐?"

[에이씨, 여기서 뭐라고 했다가 안 올까 봐 뭐라고 말도 못 하겠네. 아무튼 온다는 거 알았으니까 됐다. 이따 보자.]

"오냐. 끊는다."

이번에는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되긴 한다.

예전 같았으면 관심도 안 가졌을 테고, 관심이 있더라도 갈 생각은 절대 안 했을 장소에 가는 거니까.

아예 남자 경험이 없는 여자부터, 몸 파는 여자, 유부녀까지 먹어보긴 했지만 클럽 같은 데서 노는 여자를 만나는 건 처음이니까.

유서연이 예전에는 클럽 죽돌이였다고는 하지만 나랑 만났을 때는 그냥 성질만 더럽고 악만 남아있었던 때라 인싸다운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내가 만났던 여자들을 전부 떠올려보면, 그나마 운전 학원에서 만났던 이지은이 성격도 밝고 활발한 게 인싸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막 스무 살을 넘긴 어린애라 그런지 확 하고 느낌이 오지는 않았다.

"클럽 다니는 여자들은 진짜 노출도 엄청 많은 옷으로 입고 다니려나?"

이제는 슬슬 6월도 끝나가면서 날이 더워지고 있으니 노출 많은 패션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클럽에 다니는 여자라면 뭐라고 해야 하나, 짧은 핫팬츠에 어깨와 가슴골이 드러나는 얇은 옷이나 몸에 쫙 달라붙는 홀복 같은 옷을 입는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가보면 알겠지."

여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패션 쪽에서는 아직 상상력이 빈곤한 모양인지 옷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니 떠오르는 이미지가 거의 없길래 생각을 접고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시간을 꽤 여유롭게 잡고 나온 덕분에, 퇴근 시간이랑 겹쳐 차가 꽤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도착했냐?]

"어, 지금 바로 출구 앞에 차 세워뒀으니까 니가 와."

[뭐? 너 차 샀냐?]

"궁금하면 직접 보러 와."

[역 앞에 어딘데?]

"2번 출구 쪽 공영 주차장."

[아, 오케이. 금방 간다.]

어지간히도 몸이 달은 모양인지, 장소를 말하자마자 전화가 뚝 끊어진다.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내려놓고, 차를 세워둔 채로 역이 있는 방향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데, 맞나? 싶은 놈 하나가 주차장으로 걸어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디보냐? 빨리 타 임마."

썬팅을 워낙 짙게 해놓은 탓인지, 한참을 못 찾고 서성거리고만 있길래 창문을 열어 부르고 나서야 이쪽을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오더니, 차에는 타지도 않고 다시 차 주변을 서성거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미친, 이거 S클래스 아니냐? 신형 같은데..?"

"됐으니까 빨리 타기나 하라고."

"못해도 2억은 잡아야 하는 건데..? 렌트했냐..? 렌트카 번호판이 뭐더라..?"

"5초 안에 안 타면 나 그냥 간다."

"아, 타면 되잖냐."

이제는 아예 핸드폰까지 꺼내 뭘 검색하려고 하길래 짜증스럽게 말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반대쪽으로 돌아가 옆자리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았다.

"와, 안쪽도 장난 아닌데? 돈이 어디서 나서 이 비싼 차를 샀냐?"

차 끌고 나올 때부터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 이런 쪽 질문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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