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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357화 (357/775)

< 357화 > 클럽은 인싸만 가는 곳인데? (2)

"갑자기 무슨 클럽이야? 오늘 전역한 놈이."

[이제 민간인 됐으니까 가는 거지. 그리고, 우리도 언제까지 모쏠 아다로 살 수는 없잖냐. 젊을 때 여자도 많이 만나보고 그래야지.]

"......"

이제 모쏠은 맞아도 아다는 아니다. 여자라면 질리도록, 질리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질리도록 만나고 섹스도 하고 있으니까.

[야, 야. 그런 데 가기 싫은 건 알겠는데. 연애까진 안 한다 쳐도 여자 정돈 만나고 지내야지. 평생 동정 지키면서 살 건 아니잖냐.]

가기 싫다는 이유로 침묵한 건 아니었는데, 저쪽에서는 그렇게 느껴진 모양인지 조금 급해진 말투로 설명을 덧붙였다.

하기야, 친한 친구들은 다들 내가 자란 가정환경을 알고 있었고, 연애나 결혼에도 비관적이라는 걸 아는 만큼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모쏠 둘이 처음 가보는 데서 뭐 할 수나 있겠냐? 너나 나나 여자랑 얘기해본 적도 거의 없잖아."

[걱정 마라. 내가 군대 후임한테 들은 건데, 진짜 좋은 데가 있다니까?]

"좋은데?"

[인천에 클럽 골드라고 제작년엔가 새로 생긴 곳이 있다는데. 거기가 그렇게 물이 좋다더라고.]

클럽 골드. 들어본 적도 없다. 애초에 들어본 클럽 이름 같은 건 하나도 없긴 하지만 이름만 놓고 보면 그냥 평범한 것 같았다.

하필 인천이라는 것도 거슬렸다.

계속 살아도 상관은 없긴 했지만, 없는 돈 탈탈 털어서 서울로 올라온 이유가 그 동네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는데.

아니다, 김민아 일로 갔을 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으니 이젠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물이 좋고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 물 좋은 데 가서 뭐 할 수나 있겠냐고. 물 좋은 데면 인싸들만 가득하겠구만."

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몰라도, 지금은 여자가 어색하지도 않고 얼굴도 잘생겨졌고, 최면도 있으니까. 어쨌든 여자 하나 꼬시는 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3년이 넘게 얼굴도 못 보고 지냈던 친구에게는 이런 식으로 없는 척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할 수 있을걸.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이 거기서 웨이터로 일하던 놈이라 이것저것 들었거든. 클럽 골드 거기가 지금 다른 지역에서 노는 놈들까지 원정 올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고, 얼굴만 괜찮으면 여자들 쪽에서 먼저 다가온다더라. 너랑 내가 그나마 얼굴이 좀 되잖냐.]

"..그래서 나한테 연락한 거였구만."

나나 김현우나. 학교 다닐 때부터 연예인급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일반인 중에서는 그럭저럭 잘생긴 수준은 됐었으니까.

얼굴만 되면 여자가 꼬인다. 그걸 믿고 클럽에 갈 용기를 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둘, 셋씩 오는 게 대부분이라 남자들도 최소 둘이서 가야 합석하기 좋다고 하더라고.]

"그냥 혼자 가기 쫄려서 그런 건 아니고?"

[씨발, 그럼 안 쫄리겠냐? 당연히 쫄리지. 근데 혼자 가는 것보단 둘이 가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들은 것도 진짜야.]

"그거야 뭐, 그렇다 치고. 거긴 뭐가 있길래 그렇게 물이 좋고 다른 지역에서까지 오고 그런다냐?"

[관리를 엄청 깨끗하게 한다더라. 수질이 깨끗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내 말은.."

[좀 들어 봐. 물이 좋다는 건 예쁜 여자들이 많다는 거고, 수질이 깨끗하다는 건 다른 얘기니까. 거기 사장이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제비족이나 꽃뱀 같은 인간들을 기가 막히게 단속을 하나 봐. 후임 놈도 실제로 형님들한테 끌려 나가는 인간들 여럿 봤다더라.]

"..그건 좀 무서운데?"

[우리가 제비짓 할 것도 아닌데 무서울 게 있냐? 그냥 건전하게 원나잇만 해보러 가는 건데. 여자들도 질 나쁜 놈들한테 걸릴 일은 없으니까 그만큼 안심하고 많이 온다더라고. 클럽 같은 곳 안 가본 애들도 소문 듣고 안심하고 오는 경우도 많고.]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게 당당한 입장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대놓고 돈을 노리거나 범죄 같은 걸 하려고 가는 건 아니니까.

그게 건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난 여자와 하룻밤 자는, 원나잇 정도는 괜찮다는 모양이니 걸릴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한 번 가보자. 돈은 내가 다 낼 테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면 가도 괜찮긴 한데, 원래 그렇게 여자에 관심이 많았냐?"

[당연히 존나 많았지. 학교 다닐 때야 그냥 주변에 여자가 없으니까 얘기를 안 했던 거고. 지금은 다르잖냐.]

하기야, 옛날이었으면 이해할 생각도 않았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섹스는 하고 싶은 것도 당연하고,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맞았다.

"그래. 한 번 가보지 뭐. 언제 가? 오늘?"

[오늘은 부모님이랑 저녁 먹어야지. 시간 괜찮으면 내일 가자.]

"그래. 내일. 어디로 갈까?"

[저녁 8시까지 부천역으로 와. 9시 오픈이라니까 한 30분 전부터 줄 서면 되겠지. 막내가 같이 일하던 웨이터한테 얘기도 해놨으니까 기대해도 될걸.]

"알았어, 갈 거니까 약 좀 그만 쳐."

[약도 뭘 알아야 치지. 나도 그냥 들은대로 얘기하는 거야. 아무튼, 그럼 내일 보자.]

"그래."

정작 본인도 더는 뭘 얘기할 거리가 없었는지, 사소한 안부도 묻지 않고 그대로 통화를 뚝 끊어버렸다.

"..살다 살다 클럽도 가게 되네."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인싸들만 가는 곳이라 꺼려지기도 하고, 여자가 부족한 곳도 아니라 결국 안 갔던 곳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굳이 갈 필요는 없지만 친구 부탁이기도 하고, 불편한 만큼 흥미도 있었으니 가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마침 클럽 전문가도 있으니까."

본인이야 완전히 흑역사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내 주변에 유서연 만큼 클럽을 잘 아는 여자는 없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단톡방에 메세지를 보냈다.

[최민석 : 서연아. 물어볼 게 있는데, 지금 시간 괜찮아?]

[유서연 : 네. 괜찮아요. 무슨 일이세요?]

메세지를 보내고, 잠시 화면을 보고 있으니 10초가 채 지나지 않아 메세지 옆에 숫자가 사라지더니 곧바로 대답이 올라왔다.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언제, 어디서 연락을 하던 간에 전화를 걸면 연결음이 세 번 울리기 전에 통화가 연결되고, 메세지를 보내면 10초 안에 확인하고 답장이 올라왔다.

다른 둘은 확인이 늦을 때도 많은데, 유서연만큼은 유독 반응이 빨랐다.

[최민석 : 친구가 갑자기 클럽에 가자고 하더라고. 나도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는데, 뭐 아는 게 있어야지. 얘기나 좀 듣고 싶어서.]

[유서연 : 음..]

유서연이 내 메세지에 이런 식으로 고민하는 듯한 답장을 보냈던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생각할 게 많은 모양이다.

[유서연 : 저도 예전에나 다녔던 거라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주인님 정도면 옷만 잘 입어도 별문제 없을 거예요. 부킹도 알아서 예쁜 애들로 넣어줄 거고요.]

나도 주워들은 게 있어서 부킹이 뭔지는 대충 안다.

클럽에 온 남자 손님들한테 다른 여자 손님을 연결해 주는.. 아무튼 그런 걸 말하는 것이리라.

[유서연 : 클럽에서도 조금 예쁜 정도가 아니라, 정말 급이 되는 애들은 아무나 막 연결해주고 그러지 않거든요. 그러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안 오게 되면 자기들만 손해니까. 오히려 급이 높은 남자들이 있으면 먼저 연결해주려고 할 거예요.]

과연. 무슨 얘기인지는 대충 알겠다.

나이트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예쁜 여자 손님들이고, 예쁜 여자들을 대우해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급이 높은, 잘생겼거나 돈이 많은 남자 손님 역시 자연스럽게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거다.

이런 쪽 얘기는 아무래도 자세히 들을 일이 없다 보니, 사소한 얘기라도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졌다.

[최민석 : 옷은? 어떻게 입으면 되는데?]

[유서연 : 주인님은 몸도 워낙 좋다 보니까, 그냥 깔끔하게 입고 가면 될 거에요. 필요하시면 제가 골라드릴 수 있는데. 언제 가시는 거예요?]

[최민석 : 내일 저녁에.]

[유서연 : 그럼 오늘 저녁에 제가 직접 골라드릴게요.]

[최민석 : 그렇게 해. 맡길게.]

확실히 유서연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이런 데서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얘기를 들어보니 따로 뭔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으려는데.

[김민아 : 야, 너 클럽 가?]

이번에는 김민아의 메세지가 올라왔다.

[최민석 : ㅇㅇ 친구가 가자더라.]

먼저 물어보길래 바로 대답해줬더니, 메세지 확인만 하고 반응이 없다.

'질투하나?'

다른 애들도 질투하는 마음이 없진 않겠지만 애초에 김민아는 다른 둘처럼 제대로 노예처럼 길들여놓지 않은 탓에 더 심하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임예진 : 클럽이요? 저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하네요.]

자연스럽게 대화에 합류한 임예진은 질투보다는 클럽에 대한 호기심을 더 큰 모양이었다.

[최민석 : 남자만 안 만날 거면 가서 놀고 와도 돼.]

[임예진 : 정말요? 그럼 나중에 민아랑 언니랑 가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김민아 : 난 안 갈 거야.]

[임예진 : 에이, 왜.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잖아. 궁금하기도 하고.]

[김민아 : 뭔가 인싸들 노는 곳 같아서 불편하단 말이야. 안 갈 거야.]

"푸핫."

두 사람의 대화를 잠자코 지켜보는데, 나랑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는 김민아의 메세지를 보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김민아 : 쟤도 아싸라 클럽 같은 데 안 갈 줄 알았는데.]

"......?"

이어진 메세지에 순식간에 웃음기가 싹 가라앉았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뭔가 기분이 나쁘다.

"죽었다. 진짜."

목적지가 우리 집에서 김민아의 오피스텔로 바뀌었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 상관없긴 하지만, 곧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차를 몰아 김민아의 오피스텔로 향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곧바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비싼 동네답게, 오피스텔도 차를 세우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카드키나 지문 인식이 필요했지만 이미 카드도 지문 등록도 다 된 상태였기에 조금의 막힘도 없이 현관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히, 비밀번호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벨도 누르지 않고 곧바로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누, 누구.. 뭐야.. 갑자기 왜 말도 없이 찾아와?"

누가 올 일도 없는데 갑자기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열리자 당황했는지 긴장한 표정으로 현관 복도 문을 연 김민아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새초롬한 표정으로 돌아와 따지듯이 묻는다.

'질투하는 거 맞네.'

그래도 에스테틱이나 모델 스폰 쪽은 그래도 신경 안 쓰려는 눈치더니, 내가 직접 클럽까지 가서 여자를 만나는 건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요즘 방송한다고 연락도 자주 안 해주니까, 생각난 김에 보고 싶어서 바로 왔지."

"..흥. 됐으니까 들어오기나 해."

그래도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니 못마땅한 듯이 흘겨보면서도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고 순순히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물론 나가라고 했어도 적당히 밀어붙여서 들어오긴 했겠지만.

"뭐 하고 있었어?"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문이 열려 있는 김민아의 방 안으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그냥 뉴튜브 보면서 쉬고 있었지. 뭐 할 게 있어?"

"심심하면 나 좀 불러주지. 어떻게 이사 오고 나서 한 번을 안 부르냐?"

"..몰라. 그리고 너도 첫 날만 오고 여태 안 왔었잖아."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이번에는 내가 왔으니까, 다음에는 니가 불러줘야 한다?"

"시, 싫거든? 보고 싶으면 니가 직접 와!"

뭔가 짜증 나지만 싫지만은 않은, 그런 표정이다.

확실히 다른 둘에 비해 김민아의 표정이 유독 알기 쉬웠다.

"방송하는 게 두 시부터였지?"

"그런데?"

"그럼 그때까진 조금 놀다 가도 괜찮겠네?"

"..뭐, 뭐래. 나 바쁘거든?"

곧바로 내가 말하는 '논다'의 의미를 알아들은 김민아가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한다.

"뉴튜브 보면서 쉬고 있었다면서."

"아, 아무튼!"

분위기만 보면 전혀 아닌 것 같지만, 정색하면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사실상 허락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대로 몸을 일으켜 꼭 처음 하는 것처럼 빳빳하게 굳어 있는 김민아에게 다가간다.

질투? 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그만큼 날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하는 게 더 좋다.

물론 선을 넘어서 날 귀찮게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이 정도 삐지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귀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고, 풀어주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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