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9화 > 섹스 프렌드 할래? (3)
"어머, 엘레나. 오늘은 혼자네? 남친 분은요?"
"아.. 오늘은 일이 있다고 못 온다네요."
애인 같은 거, 아닌데. 동료 강사의 질문에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 버렸다.
최민석이 학원에 다닌 지도 세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리고 최민석의 성적이 갑자기 오르면서 매 점심시간마다 같이 차에 오르고, 그대로 식사까지 함께하게 된 것도 두 달 가까이 됐다.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점심시간마다 그렇게 함께 차에 타고 다니는데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다행히 최민석에게만 몰래 해주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들키지 않았지만, 그 대신에 다른 오해를 사버린 것도 꽤 오래된 일이었다.
"그럼 오늘은 나랑 같이 먹어요. 안 그래도 궁금한 거 많았는데."
"음.. 그럴까요..?"
솔직히 말하면 불편하다.
동료 강사야 최민석과 만나기 전부터 같이 일하던 사이고, 같이 밥도 자주 먹고 커피도 마시던 사이라 불편하지 않았지만 '최민석과 애인 사이'라는 오해에서 올 질문만큼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주변에서 그렇게 예쁜데 남자 친구는 없냐, 결혼은 언제 하냐. 그런 질문을 받아오기도 했고, 몇 년만 있으면 이제 30대가 될 나이이기도 한 만큼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니까.
프로그램에 관한 일을 숨기고 싶기도 했고, 그런 질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사귀는 사이냐는 집요한 질문에 슬쩍 그렇다는 뉘앙스를 풍겨버린 게 잘못이었다.
워낙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체격도 듬직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고, 깔끔한 옷차림에 비싼 외제차까지 몰고 다니는 남자는 이미 강사들 사이에서 유명했으니까.
그런 남자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아버렸으니,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관심이 확 몰려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생활이니까 집요하게 물어보려고는 안 해도, 다들 궁금해한단 말이에요. 어떻게 사귀게 된 거에요?"
멀리 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학원 바로 옆에 있는 백반집에 들어와 식사를 시키자마자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제와서 사실대로 말하는 건..'
역시 무리다.
거짓말로 학원에 다니는 남자와 사귄다고 말했다는 게 들키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몰래 해주고 있는 프로그램의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냥.. 공부를 안 한 지 오 돼서 수업 따라가는 게 힘든데, 집에서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셨었거든요. 그래서 교보재랑 같이 공부법을 좀 알려드렸더니 고맙다고 식사를 사준다고 해서.."
어릴 때야 부모님이나 선생님한테 가끔 했었어도, 성인이 된 뒤로는 어지간해서는 거짓말을 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실시간으로 거짓말을 지어내려고 하니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같이 밥 먹으면서 친해졌었어요."
"그리고, 그리고요?"
동료 강사의 흥미진진한 눈빛과 목소리가 부담스럽다.
하기야, 그냥 친해진 것도 아니고 '사귀게 된' 경위를 물어보는 건데 이 정도 설명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 뒤에는.. 그냥 다음 수업 때까지 시간이 남는데 혼자 밥 먹기 심심하다고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친해졌어요."
뭘 지어내려고 해도 아는 게 있어야 지어낼 것 아닌가.
연애 경력 0회의 엘레나로서는 적당히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조차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고백은요?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요?"
"민석 씨 쪽에서.."
"어머어머. 언제? 어디서요? 바로 받아줬어요?"
"두 달쯤 전에.. 같이 저녁 먹으러 갔다가.."
"좋겠다아.. 그 사람, 엄청 잘생겼잖아요.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돈도 많은 것 같던데. 결혼까지 갈 거죠?"
"결혼까진 아직.."
자신도 똑같이 생각하긴 했지만, 나열되는 얘기들 하나하나가 속물적인 느낌이라 어째서인지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그런 것들 말고도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인데 말이다.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확 잡아버려요. 그런 남자 또 만나기 힘들 텐데. 놓치면 아깝잖아요."
그렇게 말해봤자, 애초에 사귀는 사이도 아닌지라 애매하게 웃으며 흘려넘길 수밖에 없었다.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요?"
"그냥 가끔 주말에만 만나는 정도에요."
학원을 제외하면 그렇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가 함께 하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럼... 엘레나는 어때요? 상대만 좋다고 하면 결혼까지 할 생각 있어요?"
"그건.."
아까와는 달리 상황이 아닌 철저하게 이쪽의 의사만을 묻는 질문에 살짝 움찔해버렸다.
학원 강사와 수강생, 친한 누나 동생 관계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냈으니 이런 질문 역시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만나봐야 알 것 같아요."
애초에 그런 사이도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그 뒤에도 식사를 마치고 카페까지 가서 온갖 질문 공세에 시달렸지만 대부분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오해가 커질 것 같은 질문들은 확실하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피곤해..'
무엇보다도 자신이 이렇게 얘기를 더 꺼내버렸으니 다시 이런저런 소문이 퍼질 거라는 게 문제였다.
점심시간 이후로는 별다른 질문을 받지 않고, 평소처럼 수업을 끝마치고 나왔음에도 발걸음이 무거웠다.
거기에, 학원 정문 앞 도로에 당당하게 시선을 강탈해가는 번쩍거리는 외제차가 더더욱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이걸 무시하고 집에 가버릴 수도 없고, 결국은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차 앞까지 도착해 서둘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나마 썬팅이 짙어서 다행이다. 그게 위안이나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오늘은 좀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이런 건 또 어떻게 보자마자 알아채서는. 관찰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사람을 잘 본다고 해야 할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지금은 괜히 얄밉기만 했다.
"..너 때문이야."
"응? 나 때문에?"
말을 놓은 뒤로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 매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어울린 탓에 정말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어느 정도 속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맨날 너랑 같이 밥 먹다가 오늘 하루 안 보이니까, 남자 친구는 어디 가고 혼자 먹냐고 붙잡혀서 엄청 시달렸단 말이야.."
"그래..?"
이번 건 아예 생각도 못 한 얘기였는지 조금 놀란 눈으로 되묻는 최민석.
하기야, 하루 종일 학원에 붙어있는 자신과는 달리 필요한 수업만 듣고 집에 가버리는 최민석으로서는 학원 내의 소문 같은 건 들을 일 자체가 없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사귄다고 소문이 났구나. 거기까진 신경을 못 썼네. 미안하게."
"미안할 것까지는 없는데.."
"아니야. 생각해보면 당연히 오해할 만한 상황인데 아예 생각을 못 했으니까."
역시 성실한 성격이다.
학원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겉모습 외의 일면이라고 해야 할까. 쓸데없는 곳에서 자존심을 세우지도 않고 배려심도 깊었다.
"이미 소문이 난 건 어쩔 수 없지. 그보다, 물어보고 싶다는 건 뭐야?"
"음.. 일단 밥부터 먹고 물어볼래."
"뭔데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
"이따가 얘기할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차를 출발시켜 버린다.
말을 걸면 대답 정도는 해주지만, 면허를 딴지 얼마 안 됐다고 운전에 집중하느라 운전 중에는 대화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여기서 말을 더 걸기도 애매해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설마..'
제대로 사귀자는 얘기일까.
사이가 가까워진 지도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자신이야 연애 감정이 없었지만 최민석이야 어떨지 모르는 일이고.
실제로 학원에 올 때도 홈페이지에 있던 강사 소개 쪽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고 확 꽂혀서 오게 된 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외모만큼은 최민석의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는 의미일 테니까.
가깝게 지내면서 연애 감정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제대로 몸까지 섞으며 지냈으니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면 어쩌지..?'
아직 연애나 결혼 같은 건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딱 잘라 거절하기에는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도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뭔가..
아직 최민석 쪽에서 고백할 거라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가 여기저기로 펼쳐져 나간다.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되는 건 거절했다가 사이가 서먹서먹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계속 받아줄까, 확실하게 거절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먹는 둥 마는 둥 식사까지 마치고,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게 모텔까지 와 버렸다.
"그래서, 도대체 언제 물어볼 건데?"
이미 서로 옷까지 벗고 욕실에 들어와 샤워기까지 틀고 있는데, 최민석의 고백은 도대체 올 생각을 않는다.
'긴장하고 있나?'
자칫했다가는 관계가 서먹서먹해질 수도 있으니까. 고백을 받는 쪽도 이런 걱정이 들 정도였으니, 고백하는 쪽은 오죽하겠는가.
'재촉하면 안 되겠지?'
스스로도 아직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못 정하기도 했고,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을 텐데 다 알고 재촉까지 하면 얼마나 창피하겠는가.
지금도,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신의 뒤로 다가와 엉덩이 위로 불끈거리는 자지를 꾸욱 눌러대는데, 평소보다 더 단단하고 불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거야, 좋아하는 상대랑 하고 있으니 평소보다 흥분할 만도 하지.
일단은 모르는 척 받아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긴장을 풀고 최민석에게 등을 기대며 몸을 맡기자 곧바로 뒤에서 손을 뻗어 가슴을 움켜쥐고 부드럽게 주물러왔다.
"하아..♡"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도, 뭔가 평소보다 더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힘을 주고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손가락이 깊게 파묻힐 정도로 모양을 바꾸며 과감하게 주물러오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신음 비슷한 한숨이 가느다랗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한숨을 흘릴 때마다, 꾹 눌러대듯이 달라붙은 자지가 거세게 불끈거린다.
안에 들어와 있을 때는 너무 멋지고 듬직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불끈거리고 있을 때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여기서.. 할래..?"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최민석 쪽에서 못 참고 여기서 한번 하고 나가자고 부탁해올 텐데. 오늘은 자신 쪽에서 참기 힘들어져서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내밀어 자지를 꾸욱 눌러 유혹해버렸다.
"그래도 돼?"
"..어차피 맨날 그러면서 뭘."
"맨날 침대까지 못 참냐고 혼나니까 좋아서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허락받은 순간 곧바로 허벅지 사이로 불끈거리는 자지를 끼워 넣고는 뜨겁고 단단한 기둥으로 균열 위를 비벼대며 조금씩 흘러나오는 애액을 묻혀나간다.
조금 젖기는 했어도 갑자기 넣으면 아플 테니까 해주는 배려일 테지만 지금은 그 배려가 애태우는 것처럼 느껴져 빨리 넣어줬으면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