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화 > 오빠 성욕 푸는 걸 도와달라고?? (2)
아니, 아니다. 예전에 몇 번인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이름 그대로 불륜을 예방하기 위한 부서라고 했었던가.
당시에 뉴스에서도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고 인터넷에서도 나름대로 퍼졌던 얘기였지만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흐지부지 잊혀졌던 부서였다.
당장 유혜연 자신도 얘기를 듣고 나서야 기억해냈으니 얼마나 존재감이 없는 부서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알긴 아는데.. 그게 왜?”
"거기서 하는 일이 뭔지 알아?”
"그야 뭐.. 불륜 예방..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예방하는지 알아?”
"..몰라.”
애초에 기억도 겨우 해냈을 정도인데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엄청 간단해. 일단 불륜 가능성이 높은 가정을 찾아가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걸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지.”
"아니..”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몰라서 모른다고 말한 것 아닌가.
살짝 답답한 기분에 유혜연이 뭐라고 한마디 하기도 전에, 유서연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문제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잖아. 그냥 결혼하고 보니까 성격이 안 맞을 수도 있는 거고, 남편이나 아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오래 떨어져 지내야 할 때도 있는 거고.”
"그렇지..?”
"알아보니까, 성격에 관한 문제일 경우에는 심리상담이나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격을 맞춰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더라고. 그럼, 서로 몸이 멀어진 경우에는 어떻게 해줄까?”
"..모르겠는데.”
"다른 남자나 여자한테 한눈을 팔지 않게 공무원이 성욕 해소를 도와줘.”
"뭐, 뭐..!?”
너무 뜬금없는,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순간 당황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불륜이라는 게 결국 성격이 안 맞아서가 아니면 욕구불만 때문에 생기는 거니까 그러는 거라더라.”
머리가 어지럽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게 말이나 되나? 공무원이 욕구를 풀어주면, 그건 불륜이 아니라는 건가?
"이해 못 하겠는 건 알겠는데, 어쨌든 법으로 다 통과된 얘기니까 대충 넘어가고. 공무원 쪽에서 확실하게 동의받은 상태에서 피임까지 확실하게 하니까 문제도 안 생기고, 통계적으로도 부서가 생긴 뒤에 불륜이 확 줄었을 정도로 효과를 봤다나 봐. 막 나간다고 욕도 많이 먹긴 한 것 같지만.”
피임을 한다는 건 결국 섹스까지 한다는 뜻 아닌가? 유서연의 말대로 대충 넘어가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예전 같았다면 욕구가 쌓이고, 그걸 남이 풀어줘야 한다는 부분에서부터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욕구가 쌓이는 것도, 스스로 해결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안기는 게 전혀 다르다는 것도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들어갈 정도로 사고방식이 변해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되고 보니까 이번에는 오히려 사람이 부족한 거지. 전국에 부부가 몇인데, 불륜 위험이 있는 가정만 고른다 치더라도 그걸 부서 하나에 있는 공무원들이 다 감당할 수 있겠어? 당연히 못 하지. 그래서.”
그래서? 어이가 없는데도 계속 듣고 싶은 마력이 있는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며 이어질 내용을 기다렸다.
"아예 가정 단위로 해결을 보라고 새로 정책을 내놨더라고. 부부 외에 형제나 친척이라도 신청서만 내면 공적으로 성욕 해소 업무를 해줄 수 있게. 대신, 지정된 상대 외에 다른 상대랑 불륜을 저지르다 걸리면 법적으로 아주 불리해지니까 이 방법도 예방 효과는 확실한가 봐.”
"그, 그게 말이 돼..?”
"나도 모르지. 그래도 생판 모르는 공무원한테 맡길 바에는 자기가 확실하게 아는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맡기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같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냐고 중얼거리려다가. 순간 유서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럼 나도..?'
가능한 것 아닌가?
형제나 친척이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그, 그런데. 불륜 가능성이 있는 가정만 가능한 거 아니야?”
질문의 의도가 부정에서 확인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민석은 도저히 자기 의지로 불륜을 일으킬 사람은 아니었고, 당장 유서연과 사이도 좋고 동거까지 하고 있는데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말했잖아. 욕구불만도 불륜의 원인이라고. 나도 민석 씨가 바람피는 일은 없을 거 아는데. 조건상으로는 가능성이 확실한 사람이거든.”
"왜..?”
"욕구불만이니까 그렇지.”
"오빠가?”
"그럼 누구겠어?”
유서연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대답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최민석은 유서연과 사이도 좋고, 동거하면서 매일 밤 같이 자고 있을 텐데. 왜 욕구불만이라는 거지?
"..혜연이 너. 민석 씨랑은 이번이 여섯 번째라고 했었지?”
"으, 응.”
뜬금없이 그건 또 왜 확인하는 걸까. 자기도 모르게 양심에 찔려 말을 더듬으며 대답해버렸다.
"그동안 민석 씨가 먼저 지쳐서 그만두는 거 본 적 있어? 한 번도 없을걸?”
"어..?”
그야.. 단 한 번도 없다.
애초에 유혜연이 매번 분해하면서 운동해서 체력을 기르고, 쾌락에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최민석이 먼저 만족하고 그만두자고 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었으니까.
"민석 씨. 그냥 몸 좋고 크기만 큰 게 아니야. 정력도 진짜 장난이 아니거든. 나도 어떻게 혼자 만족시켜 주려고는 해봤는데, 꼬박 네다섯 시간을 거의 쉬지도 않고 해대면서도 지치질 않는 사람을 어떻게 만족시켜?”
"네, 네다섯 시간..?”
그게 말이 되는 시간인가?
여태 유혜연이 최민석과의 관계에서 버틴 시간이라고 해봐야 3, 40분이 고작이다.
물론 같이 씻으면서 애무하고, 입이나 손으로 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이었기에 길다면 충분히 긴 시간이었지만 네다섯 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시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해도 아침에는 쌩쌩해서 이불 위로 텐트까지 치고 있고, 밤에도 멀쩡하고. 말은 안 하고 있어도 만족 못 하고 있겠지.”
"그, 그.. 네다섯 시간이라는 게 다른 거 빼고 섹스한.. 그 시간 만이야..?”
"중간중간 넣은 채로 숨도 돌리고 입으로도 해주긴 하는데, 일단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부터 세는 시간이야. 말이 숨돌리는 거지, 진짜 겨우 숨만 돌릴 정도로 쉬게 해주는 수준이고.”
무슨 말인지 안다.
최민석과의 관계는 움직임을 멈추고 쉬는 사이에도 질내에서 뽑지 않은 자지가 불끈거리고, 몸을 밀착한 채로 가슴을 주무르거나 키스를 나누는 통에 정말 숨 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불륜 위험 가정 판단 사항에는 남편이나 아내의 정력에 관한 부분도 있거든. 어느 한쪽이 너무 세서 다른 쪽이 감당을 못하면 결국 욕구불만이 되는 거니까.”
"그렇긴 한데..”
유서연은 괜찮나?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여자랑 하게 만드는 일인데?
"나도 알아. 민석 씨는 그래도 불륜 같은 건 안 하겠지. 보는 내가 다 답답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나랑 같이 지내면서 답답한 걸 다 참고 지내게 하는 건 너무 미안하잖아.”
최민석이 불륜을 안 할 거라는 부분에서는 유서연 역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혜연이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해보려고 했을 건데. 이미 일이 터졌으니까. 솔직히 민석 씨랑 결혼까지 갈 건데 너랑 계속 찝찝한 관계로 두는 것도 불편하고. 네가 확실히 우리 편이 되면 아버지 설득하는 일도 쉬워질 테니까.”
"아..”
그 짧은 사이에 이것저것 많이도 생각했다 싶어 멍하니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거기에, 유혜연이라면 욕심과 질투 때문이라도 절대 다른 여자와 자게 하지 않았을 텐데. 유서연은 최민석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질투심을 참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유서연이 다르게 보였다.
"일단 확실히 해둘 건. 민석 씨 애인은 나야. 혜연이 너는 정말 민석 씨 성욕만 풀어주는 거고. 원래는 이것도 안 되는 건데, 네가 오빠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이거라도 양보해주는 거야. 어떻게 할래?”
쉽게 말하면, 누가 본처고 첩인지 확실히 해두자는 걸까?
최민석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지만, 최민석과의 관계에서 유서연보다 뒤로 밀린다는 걸 인정하는 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거절해도 상관없어.”
"기, 기다려 봐.”
최민석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한 방법은 이제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첩 같은, 아니 첩보다 못할지도 모르는 취급을 받을 바에는 확실하게 포기해버리는 게 나을 텐데.
도저히 최민석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최민석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자신의 모습에 살짝 무서운 기분까지 들었다.
최민석이 너무 좋다. 최민석과의 섹스도 너무 좋다. 아니, 너무 좋은 수준을 넘어 정말 마약 같은 것에 중독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져들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성욕 해소만 도와준다고 해도 최민석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친근한 관계는 유지될게 분명했다.
일단은 받아들이고 해보다가, 정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발상이야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마약에 손을 대는 인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의 유혜연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할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당장 몇 년은 결혼할 예정까지는 없고, 그때까지는 정식으로 신청하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응.”
평소라면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불륜 예방 부서가 정확히 어떤 부서고, 형제나 친인척이 성욕을 해소해 준다는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이걸로 됐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고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 이 관계에 대한 의구심 전부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대신, 새로운 의문이 새롭게 떠올랐다.
"그런데, 오빠랑 얘기는 된 거야..?”
자신과 유서연이 괜찮다고 해도, 최민석이 유서연이 아닌 다른 여자. 그것도 여동생인 유혜연을 상대로 욕구를 푼다는 걸 받아들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 설득해 봐야지.”
"아..”
과연 그게 가능할까?
당장 유혜연 본인부터가 최민석을 원해서 이 관계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심을 지키고 싶을 최민석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내심 그렇게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있는 사이, 달칵하고 욕실 문이 열리며 최민석이 밖으로 나왔다.
"아, 오..”
오빠. 라고 부를 틈조차 없이. 욕실에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다르게 꺼림칙한 표정으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최민석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나치게 새삼스러운 얘기였지만, 자신은 애인이 있는 남자를 술에 취하게 만들어 모텔로 끌고 와 몸까지 섞은 여자였다.